일찍이 출가하기 전 거사시절에 신행상담과 생활 상담을 한 경험이 있습니다.
그 때 기도하기로 약속해 놓고 약속을 지키지 않는 분들이 많습니다.
처음에는 ‘약속은 꼭 지켜야 하는 것이란 생각’에 집착하여
약속을 지키지 않는 분들을 보면 은근히 화가 난 적이 많습니다.
나의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마음고생을 많이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출가 후 부처님 법을 배우고 부터는 약속을 지키지 않는 분들에게 대해서도
섭섭한 생각이나 화가 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모든 것은 무상(無常)하여 변화할 수 있는 것이며
그 사람의 상황이나 마음도 바뀌게 될 수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누가 약속을 해놓고 지키지 않으면
‘음, 약속을 지키지 못할 상황이 생겼구나. 음, 마음이 변했구나!’하고
담담히 받아들게 되었습니다.
무상(無常)의 지혜가 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마음이 평온하고 여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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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은 소중한 자산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똑같은 경험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비슷한 상황에서 경험을 이용하려면
경험이 지식에 그치지 않고 지혜로 바뀌어야 합니다.
경험이 지혜로 바뀌려면 경험할 때
대상을 있는 그대로 알아차려야 합니다.
왜냐하면 지식은 생각에 머물러
대상의 실재를 보지 못하여 선입견에 머물러 있기 쉽니다.
그래서 또 다른 상황을 맞이하면 선입견 때문에 오히려 실패하기 쉽습니다.
위 사례와 같이 ‘약속은 그 어떤 상황에서도 지켜야 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괴롭게 됩니다.
그러므로 지혜를 얻어야 대상의 실재를 보아
고질적인 생각의 사유를 끊어 악순환을 거듭 하지 않게 됩니다.
경험은 조건에 따라 다르게 보입니다.
같은 경험이라도 어려서 보이는 것이 있고
젊어서 보이는 것이 있고, 나이가 들어서 보이는 것이 있습니다.
갖지 못했을 때 보이는 것이 있고
가졌을 때 보이는 것이 있습니다.
즐거울 때 보이는 것이 있고
괴로울 때 보이는 것이 있습니다.
그래서 경험이 다 소중하지만
상이한 조건을 극복하여 지혜가 되도록 하려면
‘있는 그대로 알아차려야’ 합니다.
최고의 지혜는 무상(無常)의 지혜요
무아(無我)의 지혜입니다.
법우님들
같은 경험이라도 무상(無常)의 지혜를 터득하면
그 어디에도 걸림이 없습니다.
평온한 마음이 됩니다.
머무는 바 없는 법을 행하게 됩니다.
태양이 온 누리를 조건 없이 비추듯
바라는 바 없는 마음을 내어
자비(慈悲) 행(行)을 할 뿐입니다.
감사합니다.
자비불교정토회
정인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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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좋은글과 좋은음악이 있는곳 원문보기 글쓴이: 최영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