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3일 토요일 (홍) 성녀 루치아 동정 순교자 기념일 집회 48,1-4.9-11; 마태 17,10-13
제1독서 <엘리야가 다시 오리라.> ▥ 집회서의 말씀입니다.48,1-4.9-11 그 무렵 1 엘리야 예언자가 불처럼 일어섰는데 그의 말은 횃불처럼 타올랐다. 2 엘리야는 그들에게 굶주림을 불러들였고 자신의 열정으로 그들의 수를 감소시켰다. 3 주님의 말씀에 따라 그는 하늘을 닫아 버리고 세 번씩이나 불을 내려보냈다. 4 엘리야여, 당신은 놀라운 일들로 얼마나 큰 영광을 받았습니까? 누가 당신처럼 자랑스러울 수 있겠습니까? 9 당신은 불 소용돌이 속에서 불 마차에 태워 들어 올려졌습니다. 10 당신은 정해진 때를 대비하여 주님의 분노가 터지기 전에 그것을 진정시키고 아버지의 마음을 자식에게 되돌리며 야곱의 지파들을 재건하리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11 당신을 본 사람들과 사랑 안에서 잠든 사람들은 행복합니다. 우리도 반드시 살아날 것입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엘리야가 이미 왔지만 사람들은 그를 알아보지 못하였다.> ✠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17,10-13 산에서 내려올 때에 10 제자들이 예수님께, “율법 학자들은 어찌하여 엘리야가 먼저 와야 한다고 말합니까?” 하고 물었다. 11 그러자 예수님께서 대답하셨다. “과연 엘리야가 와서 모든 것을 바로잡을 것이다. 12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엘리야는 이미 왔지만, 사람들은 그를 알아보지 못하고 제멋대로 다루었다. 그처럼 사람의 아들도 그들에게 고난을 받을 것이다.” 13 그제야 제자들은 그것이 세례자 요한을 두고 하신 말씀인 줄을 깨달았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말씀의 씨앗 Semina Verbi: 가해 대림 2주 토요일
주님의 길을 준비하는 불꽃 같은 소명
첫 독서인 집회서는 예언자 엘리야를 “불처럼 일어서고”, “횃불처럼 타오르는” 인물로 묘사합니다. 이는 하느님의 정의를 향한 열정과 우상숭배와 불의를 거부하는 그의 결연한 태도를 뜻합니다. 엘리야는 전 생애를 통해 백성을 회개의 길로 부르며, 하느님께 돌아오도록 촉구했습니다.
이 열정의 불길은 공동체를 정화하며, 하느님의 길을 다시 여는 힘이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이러한 예언자적 영성을 직접 해석해 주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세례자 요한을 가리켜, 이미 엘리야가 왔으나 사람들이 그를 알아보지 못하고 제멋대로 다루었다고 말씀하십니다.
세례자 요한은 광야에서 회개를 선포하며, 불의한 권력 앞에서도 진실을 외쳤습니다. 그러나 사람들 대부분은 그를 무시하거나 오해했고, 결국 그는 고통을 겪어야 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요한처럼 당신 자신도 배척과 고난을 겪을 것임을 암시하십니다.
예언자의 목소리가 이미 우리 곁에서 울려 퍼짐에도 마음을 닫아버린다면 구원의 길은 보이지 않게 됩니다. 곧, 회개와 변화는 하느님의 구원 계획이 실현되는 데 있어서 본질적인 조건입니다. 시대가 달라도 예언자에게 요구되는 영적 열정과 정의에 대한 충성은 같습니다.
오늘의 말씀은 우리 시대의 고통스러운 현실 한가운데에서 특별한 의미를 갖습니다. 최근 국제노동기구(ILO)의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수억 명이 여전히 비공식 노동 시장에서 불안정한 삶을 이어가며, 청년층 실업률은 많은 국가에서 심각한 수준이라고 합니다.
한국에서도 비정규직 비율, 고령 빈곤, 외국인 노동자와 난민들의 사회적 안전망 부족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매우 많습니다. 이러한 상황 앞에서 교회가 침묵할 수 없으며, 예언자적 목소리는 더욱 절실합니다.
엘리야의 불꽃 같은 열정, 세례자 요한의 담대한 외침은 오늘의 교회와 신자들에게 계속해서 울리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이미 엘리야가 왔다”(마태 17,12)고 말씀하신 것처럼, 우리 시대에도 이미 많은 이가 고통 속에서 도움을 요청하고, 정의를 외치며, 침묵을 깨려고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회는 물론 그리스도인마저도 종종 이 목소리를 듣지 않습니다.
난민과 이주민을 범죄자로 오해하거나, 가난한 이들의 책임을 개인의 문제로만 돌리고, 기후 위기의 경고를 지나친 두려움으로 취급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 모든 것은 ‘이미 온 예언자’를 알아보지 못한 사람들의 태도와 다르지 않습니다. 오늘의 말씀은 우리가 예언자의 목소리를 귀담아듣고, 우리 자신과 사회를 변혁할 책임이 있음을 분명히 일깨워 줍니다.
대림 시기는 주님의 오심을 기다리는 시기이지만, 동시에 우리 삶과 사회를 새롭게 정돈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엘리야의 불꽃과 세례자 요한의 외침처럼, 우리도 정의와 사랑, 연대와 환대, 회개와 변화를 향한 영적 용기를 지녀야 합니다.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일자리의 공정성을 높이며, 난민과 이주민을 환대하고, 환경을 보존하고, 혐오와 차별을 거부하는 것, 이 모든 것이 바로 주님의 길을 곧게 다듬는 행동입니다.
예언자적 열정은 특별한 부름을 받은 이들에게만 요구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신자에게 주어진 성령의 은총입니다. 우리가 이 시대의 상처를 외면하지 않고, 구체적인 사랑의 실천으로 응답한다면, 주님께서는 기쁘게 우리를 찾아오실 것입니다.
▶ 기경호프란치스코 of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