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깨어있는 정신을 소유한 선비들은 뜻이 맞는 무리를
불러모아 작당하고 속세를 비웃으며 진리를 탐구하고 즐기었다
내 비록 품은 기강이 옹졸하고 생각하는 바가 졸렬하나
손목을 떨치고 일어나 깊은 선념과 경륜을 지닌 숨은 인재들을
모아 그들과 무정부주의와 저질유행문화에 대한 게릴라 테러등을
논의할 계획을 수립하였다.
우선 이 무리의 이름을 鬼 賓 黨 ™ 이라 명하노라
광택이 찬란하여 지나는 여인들이 모두 마스카라의 양호한 상태를
점검하고 지나는 남성들이 개새끼 졸라 잘사네 라는 한탄섞인 부러움을 토로할만한 고급 세단을 타고 다니며
매일 아침 무궁화가 와방으로 달린 호텔에서 브리핑을 받으며
우리가 번호표 뽑고 냉온수기에서 물이나 퍼마시며 재미없는 금융상품 카탈로그들을 읽으며 지리한 시간을 보낼 동안 자식의 스승을 맞이하여 맨발로 문을 박차고 마당에 뛰쳐나간 옛 성인의 아버지처럼 점장이 뛰쳐나와 간부실로 고이 모셔가고 전화 한통으로 아웃소싱한 하청업체들의 노동자들을 줄줄이 비엔나로 소주를 나발불게 만들고 청담동 일대의 고급 바에서 우리는 이름을 들어도 욕인지 뽀르노 배우인지 구분을 못할 귀한 와인들을 홀짝이며 주말이면
돈 좀 벌어본다고 내내 포터 겸 볼보이에 방긋 웃음지으며 나이샷을 외쳐야 하는 캐디들의 엉덩이나 주물럭거리려 골프장에 가서
사업을 완성하는 ..
그런 인간들을 우리는 상류층,부자,성공한 인생,낙하산,위대한 유산,귀족 aka 다른 세상에 사는 초월자라 부른다.
그리고 특별히..
貴賓 이라 부른다.
기름지고 비싼 것들을 고귀한 수준이라 칭하는 그들과 달리
우리는 담배값 200원 인상에 수전증을 호소하며 같은 정크푸드임에도 버거킹의 와퍼세트의 오천원이 부담스러워 롯데리아의
새우버거를 먹으며 만화방에서 시켜먹는 라면 한그릇에 행복해하고 오랜만에 만난 친구에게 푸짐하게 신경써서 떡볶이,오뎅,순대,
김밥,김말이,오징어튀김,하트모양의 돈까스식 고치,비둘기로 만든 닭꼬치,멍게,해삼,홍합,리필이 가능해 행복한 서비스로 주는 국물들밖에 대접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우리들이다.
그러나 심야의 라디오 프로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들에 옛 추억과
아름다운 기억과 소중한 꿈을 반추하고 [원피스]를 읽으며 꿈을 지켜나가는 아름다운 열정에 감탄하고 [IAMSAM]을 보며 세상의 자로 재는 듯한 편협한 족쇄도 사랑을 막진 못한다는 것에 공감하고
[너바나]를 들으며 무기력한 자신의 모습에 절규를 토하고
마녀의 빗자루,형형색색의 스트라이프 줄무늬가 수놓인 티셔츠,
오락실앞의 아구시리다고 소리치는 펀칭머싱을 향해 날리는 폭발하는 오의, 길거리의 까만 발의 술취해 쓰러진 누군가의 아버지이며 형제를 행인을 부축이는 손길을 지닌 우리.
돈과 땅과 값비싼 은제 와인오프너를 소유한 그들보다 아쉽다고
여기지 않으니 이 땅에 사소한 행복을 영위하는 속세에서 별볼일없는 자들을 일컬어 鬼 賓 이라 부르리라.
번개처럼 나타나 돈이면 다냐! 라고 외치고 주머니속 오백원에게
말을 거는 게릴라가 되리라.
소유하는 꿈과 소유하지 못하는 부의 가치들앞에서 잣대를 들이대지 않을 낭만을 영위하리라.
머리를 하늘 높이 삐죽이 세우고 귀코눈썹혀턱에 구멍을 내고
프라이머리 페인트로 엉성하게 색칠을 한 티셔츠를 입고 다녀도
바라보는 혐오적인 시선에 의연하리라.
뜻을 일으켜 귀신이라는 깃발아래 모인 모든 이들과
이 빌어먹을 세상을 초월하리라.
2003년 2월 15일 푸른표지의 노트(모닝글로리,정가 3000원) 발췌.
*주: 그러나 오보로일족이 멸족되고 당주혼자 생존했던 것처럼..두령 혼자
안타까운 마음만 남으니 쓸쓸하기 그지 없어...올려 봤습니다.
첫댓글 푸하핫!!!
상당히 웃긴데요 -_-.
게릴라 우리 사회엔 게릴라들이 많이 필요하죠! 특히 문화운동에 나설 게릴라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