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스 성당은 48년이 되었습니다. 이제 2년 후면 50년이 됩니다. 교우들은 지금 성전이 세워지기 전에 있었던 성당을 기억합니다. 처음 시작은 다운타운에 있는 성당이었다고 합니다. 그성당의 이름을 ‘다운타운 성당’이라고 불렀습니다. 시내 중심가에 있어서 주차에 어려움이 있었고, 교우들이 늘어나면서 성당 신축과 이전을 추진했다고 합니다. 교우들은 신축하기 전에 임시 성전을 마련했다고 합니다. 그 성당의 이름을 ‘창고 성당’이라고 불렀습니다. 창고 성당에서 지내는 동안 지금의 본당을 신축하였고, 본당 설립 40주년이 되는 2017년에 지금의 성당이 완공되었습니다. 성당 신축 과정에서 모든 교우가 마음을 모았습니다. 성당의 건물은 다르지만, 성당의 이름은 ‘성 김대건 안드레아 성당’으로 같습니다. 우리는 다운타운 성당이나, 창고 성당으로 다시 돌아가지 않습니다. 새로운 성당이 우리에게 생겼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율법과 계명으로 이어지는 신앙을 다시 하지 않습니다. 십자가 위에서 우리를 위해 돌아가셨지만,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에게 주신 ‘새 계명’이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34년 사제 생활하면서 많은 곳에 있었습니다. 성당은 중곡동, 용산, 세검정, 제기동, 적성, 시흥5동에 있었습니다. 많은 추억과 기억이 있습니다. 슬픔과 기쁨이 있었고, 고독과 위로도 있었습니다. 교구청에서도 있었습니다. 사목국, 청소년국, 성소국에 있었습니다. 교우들과의 만남보다는 교구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기쁨이 있었습니다. 생각이 다른 사제들과의 갈등과 연대가 있었습니다. 캐나다에서는 ‘영신 수련’을 공부했습니다. 어느덧 20년 전의 일입니다. 그때 공부했던 영신 수련은 제 사제 생활의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뉴욕에서는 ‘미주 가톨릭평화신문’에서 일했습니다. 뉴욕에서 코로나 팬데믹을 겪었습니다. 신문사 운영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5년의 임기를 잘 마칠 수 있었습니다. 뉴욕에서 동북부 ME와 꾸르실료를 맡았습니다. 모든 일에 열정적인 봉사자들을 보았습니다. 저는 작년 2월에 달라스 성 김대건 안드레아 성당으로 왔습니다. 이곳에서 임기를 마치면 더 이상 새로운 사목은 하지 않으려 합니다. 저는 이제 제가 사목했던 곳으로 다시 돌아갈 수 없습니다. 시간과 장소는 변하지만 변하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사제는 착한 목자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겁니다. 사제는 양들을 위해서 목숨을 바치신 참 사제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겁니다.
예전에 집안 어르신들이 이렇게 이야길 하셨습니다. ‘사제가 될 사람은 이제 집안의 일에는 신경을 쓰지 말아야 합니다. 사제는 하느님의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어르신들은 사제가 되면 말씀도 높여서 해 주셨습니다. 사제가 하는 일이 거룩하기 때문입니다. 성체성사를 통해서 예수님의 몸을 축성하기 때문입니다. 강론을 통해서 복음을 선포하기 때문입니다. 독신을 통해서 온전히 하느님께 의탁하고 사목에 전념하기 때문입니다. 순명을 통해서 주어진 십자가를 지고 가기 때문입니다. 34년간 사제직을 수행하면서 참 많은 시간을 흘려보냈습니다. 하느님의 일을 먼저 생각하기보다는 제가 하고 싶은 일을 먼저 찾았습니다. 신자들의 아픔에 귀를 기울이지 못했고, 외로운 이웃들의 친구가 되어주지 못했습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이들이 내 어머니고 내 형제들이다. 하느님의 뜻을 실행하는 사람이 바로 내 형제요 누이요 어머니다.” 나에게 줄 것이 있는 사람을 형제처럼 대하는 것은 할 수 있습니다. 내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을 형제처럼 대하는 것도 가능할 것입니다. 내가 신세를 진 사람을 형제처럼 대하는 것 또한 사람의 도리라고 하겠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다른 이야기를 하십니다. 가장 굶주리고, 헐벗고, 아픈 사람을 형제처럼 대하라고 하십니다. 나에게 잘못한 이들 또한 형제처럼 대하라고 하십니다. 하느님의 뜻을 따르는 사람은 모두 내 형제요 누이요 어머니라고 하십니다. 달라스 성당에서는 새 신자 환영 인사를 하고 있습니다. 선물도 드리고, 새로 오신 분의 이야기를 듣고, 함께 식사합니다. 한국에서 오신 분, 타 주에서 오신 분들이 있습니다. 같은 하느님을 믿고, 같은 신앙을 가졌기에 모두 가족처럼 편하게 지낼 수 있었습니다. 낯선 곳에서 생활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같은 신앙을 가진 분들의 따뜻한 환대는 큰 힘이 될 것입니다. ‘하느님의 뜻을 실행하는 이는 모두 같은 형제’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실천하는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내가 가진 것을 나누어주고, 도움을 주고 사랑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이 바로 내 형제요 어머니입니다. “두 번째 것을 세우시려고 그리스도께서 첫 번째 것을 치우신 것입니다.”
첫댓글 아멘!~~~"하느님의 사람" 묵상 하고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