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女의사 "수술 피하세요, 의사들도 꺼려"
정형외과 김현정 박사
『의사는 수술받지 않는다』. 서울시립병원 정형외과 김현정(45·사진) 박사가 최근 출간한 책 제목이다.
김 박사는 “주변의 의사 친구와 동료는 수술이나 검사, 오래 복용해야 하는 약을 꺼린다”고 말했다. 환
자를 수술하고 약 처방을 내리는 의사들이 정작 자신이 아플 때는 수술과 약을 피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 박사는 “수술 등의 부작용을 누구보다 잘 알다 보니 수술이나 약 없이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15년 전 김 박사는 미국 콜로라도주에서 산악자전거를 타다 어깨를 심하게 다쳤다.
그러나 관절수술은 커녕, X선 검사도 받지 않았다. 우리 몸의 자연치유력을 믿었기 때문이다. 3개월 동
안 최대한 팔을 사용하지 않고 어깨 높이 이상으로 올리지 않았더니 관절 통증이 사라졌다.
김 박사는 “우리 의료계가 불필요한 검사와 처방을 남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최근 그가 근무하는 병원
에 한 환자가 “발목을 삐었다”며 찾아왔다. 골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X선 검사를 받도록 했다. 판독
결과 발목뼈에 미세한 금이 발견됐지만 자기공명영상촬영(MRI)이나 초음파 등 추가 검사는 하지 않았다.
깁스를 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는 인공관절 시술에 대해서도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인공관절은 수명이 10~15년이다. 젊은 환자
라면 평생 서너 번 이상 새 인공관절을 심어야 한다.교체할 때마다 주변 뼈를 더 많이 잘라내야 하므로 관
절 상태는 나빠질 수밖에 없다.”그는 “우리 몸은 상처가 났을 때 저절로 치유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며“인
공관절이나 임플란트 같은 것은 우리 몸의 입장에선 이물질”이라고 말했다.
김 박사는 1997년 신촌세브란스병원이 배출한 첫 여성 정형외과 전문의다. 정형외과 분야에선 여성 대학
교수(연세대 의대) 1호다. 그러나 2005년 새로운 경험을 하기 위해 교수직을 포기했다. 2007년 미국으로
건너가 고대 인도 의학인 아유르베다를 배웠다.지난해 초에 이 책을 쓰고 여러 출판사에 출간을 요청했지
만 거절당했다. 수지가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그래서 지난해 10월 직접 출판사(‘느리게 읽기’)를 설립
해 이 책을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