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류 코미디 편견 깨뜨린 한국 영화 최고의 반전
2010년 크리스마스 시즌에 개봉한 영화 '헬로우 고스트(감독 김영탁)'는 전형적인 코미디의 외피를 두르고 찾아왔으나 극장을 나서는 관객들의 눈시울을 붉히며 오랜 시간 회자되고 있는 작품이다. 천애고아로 자라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고 죽는 게 소원이 돼버린 한 남자와 그에게 찾아온 불청객 귀신들의 소동극을 그린 영화는, 개봉 초기 대작들 사이에서 고전했으나 오직 '입소문'의 힘으로 흥행 역전극을 이뤄낸 웰메이드 영화로 꼽힌다.
외로운 남자 상만과 4인 4색 귀신들의 기묘한 동거
배우 차태현이 연기한 주인공 '강상만'은 가족도, 연인도 없이 철저히 혼자 남겨진 인물이다. 비참한 현실 속에서 외로움을 견디다 못한 그는 매번 삶을 포기하려 시도하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만다. 어느 날 수면제를 먹고 자살을 시도했다가 또다시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상만은 거의 죽다 살아난 탓인지 갑자기 눈앞에 귀신들이 보이기 시작하는 기이한 일을 겪게 된다.
상만에게 찾아온 귀신들은 저마다 개성을 지닌 4인방이다. 상만의 몸에 달라붙길 좋아해 '변태 술고래'라 불리는 할배 귀신(이문수 분), 구수한 동남 방언을 구사하는 아저씨 골초 귀신(고창석 분), 이유도 없이 늘 눈물을 흘리는 아줌마 울보 귀신(장영남 분), 달달한 음식을 엄청나게 좋아하는 소년 초딩 귀신(천보근 분)이 그 주인공이다.
느닷없이 나타난 골치 아픈 귀신들은 상만의 몸에 수시로 빙의해 무리한 요구를 늘어놓고 그의 집안을 난장판으로 만들기 일쑤다. 설상가상으로 이들 때문에 마음대로 죽지도 못하게 된 상만은 결국 귀신들을 떼어내기 위해 무당을 찾아가지만 무당은 "이승에서 이루지 못한 귀신들의 소원을 들어주지 않으면 떠나지 않을 것"이라는 답을 내놓고 상만은 울며 겨자 먹기로 이들의 소원을 하나씩 들어주기로 결심한다.
이 과정에서 상만은 뜻밖의 제약에 부딪힌다. 4명의 귀신들에게는 이승 사람이 먼저 질문하지 않은 말에는 먼저 대답할 수 없다는 나름의 규칙이 있었기 때문이다. 소원을 이뤄주는 과정에서 상만이 던진 질문에만 답할 수 있는 귀신들 탓에 상만은 소원의 힌트를 얻기 위해 상당한 애를 먹으며 기묘한 동거를 이어가게 된다. 극 중 강예원을 비롯해 이문수, 고창석, 장영남 등 탄탄한 연기력을 갖춘 유명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여 상만과 호흡을 맞추며 극에 활기를 더한다.
전형적인 코미디를 명작으로 바꾼 '마지막 15분'의 반전
사실 '헬로우 고스트'는 중후반부까지 크게 웃기지도 않고 이렇다 할 참신한 연출도 없이 지루하게 흘러가는 편이다. 전개 자체만 놓고 보면 흔히 볼 수 있는 전형적인 삼류 코미디 영화로 끝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영화의 진가는 극후반부에 이르러 비로소 폭발한다.
영화의 결말부에서 유령 각각이 가지고 있던 사연들이 사실은 한 가족의 이야기로 모이는 반전이 밝혀지면서 관객들에게 엄청난 충격과 감동을 안겨준다. 강력한 한 방 덕분에 '헬로우 고스트'는 관객들 사이에서 '마지막 15분에 모든 것을 몰빵한 영화'라는 평가를 받게 됐다.
이런 반전의 중심에는 주연을 맡은 차태현의 신들린 연기력이 있었다. 그는 귀신들의 특징을 고스란히 살려내며 1인 5역에 달하는 빙의 연기를 완벽하게 소화해 냈고 엄마 역할을 맡은 장영남의 가슴 절절한 연기 역시 평단의 극찬을 받았다.
'헬로우 고스트'는 가족애라는 다소 흔하고 진부할 수 있는 주제를 극적인 반전으로 신선하게 풀어내며 긴 인기를 얻었고 오래 회자됐다. 특히 반전을 모두 알고 난 뒤 영화를 다시 보면 초반부 귀신들의 행동과 대사 하나하나가 모두 다르게 다가오는 짜릿한 재미가 있어 다시 볼 만한 작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물량 공세 속에서 이뤄낸 입소문의 기적
개봉 당시 '헬로우 고스트'의 흥행 전망이 처음부터 밝았던 것은 아니다. 당시는 크리스마스 시즌을 노린 대작들의 물량 공세가 이어지던 시기였다. 심형래 감독의 대형 프로젝트 '라스트 갓파더'와 나홍진 감독의 웰메이드 스릴러 '황해'가 극장가를 선점하고 있었기에 '헬로우 고스트'는 개봉 초기 대중과 언론의 관심을 거의 받지 못했다.
극장을 찾은 관객들을 중심으로 결말의 짜릿한 반전과 묵직한 감동에 대한 찬사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강력한 입소문은 삽시간에 퍼져 나갔고 결국 쟁쟁한 경쟁작이었던 '라스트 갓파더'와 '황해'를 모두 제치는 이변을 토해냈다.
개봉 초기 열세를 뒤엎은 영화는 당당히 그해 크리스마스 시즌 흥행 1위를 달성하며 한국 영화계에 '입소문의 힘'을 다시 한번 증명해 보였다. 외로움 끝에 죽음을 택하려던 남자가 귀신들을 통해 가장 따뜻한 순간을 맞이하게 되는 이야기는 지금도 수많은 이들에게 최고의 반전 영화이자 따뜻한 가족 영화로 기억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