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왕가위가 두 이야기를 이어 붙이고 하나의 영화라고 했다… 중경삼림이 지금도 인생 영화인 이유
중경삼림은 1994년 홍콩에서 개봉해 국내에는 1995년 정식 소개된 왕가위 감독의 연작 영화다. 전반부는 만우절에 이별당한 경찰 223(금성무)과 금발 밀매상의 하룻밤 이야기, 후반부는 경찰 663(양조위)과 스낵바 직원 페이(왕명전)의 엇갈리는 사랑 이야기로 구성된다. 두 에피소드는 별개의 이야기이지만 왕가위는 이를 하나의 영화로 구성했다. 타락천사로 이어지는 왕가위 세계관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구글 사용자 94%가 긍정 평가를 남기는 이 97분짜리 영화가 30년이 지난 지금도 아시아 예술영화의 필수 교과서로 꼽힌다.
🔴 유통기한이 5월 1일인 파인애플 통조림 30개를 샀다… 이 설정이 만드는 감정의 정체
4월 1일에 이별당한 경찰 223은 한 달 동안 매일 유통기한이 5월 1일인 파인애플 통조림을 산다. 연인에 대한 사랑도 통조림처럼 유통기한이 지나면 끝난다는 논리로 자신의 감정을 정리하려는 것이다. 이 행위가 이 영화 전반부를 관통하는 핵심 메타포다. 유통기한이라는 일상적인 개념이 사랑과 시간이라는 철학적 질문과 맞닿는 이 설정이 왕가위 감독만이 구사할 수 있는 감성의 언어다. 술집에서 우연히 만난 금발 밀매상(임청하)과 경찰이라는 상반된 두 존재가 각자의 고독 속에서 하룻밤을 공유하는 이 장면이 영화의 첫 번째 절정이다.
🔴 스텝 프린팅 기법과 캘리포니아 드리밍… 이 장면들이 30년이 지나도 낡지 않는 이유
중경삼림의 가장 유명한 장면은 페이(왕명전)가 스낵바에서 캘리포니아 드리밍을 틀어놓고 춤을 추는 장면이다. 크리스토퍼 도일과 유위강 촬영 감독이 구현한 스텝 프린팅 기법으로 촬영된 이 장면에서 페이 주변의 모든 것은 빠르게 움직이지만 그녀만 혼자 느린 리듬으로 춤을 춘다. 홍콩이라는 도시의 역동성과 그 속에 고립된 개인의 감수성을 동시에 포착한 이 장면은 이후 수많은 영화와 광고에 영향을 줬다. 몽쾌 역시 이 영화의 중요한 음악적 기억이다.
🔴 오랑 왕명전이 캐스팅된 사연이 더 영화 같다… 이 영화의 탄생 비화
중경삼림의 페이 역 왕명전은 이 영화를 통해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원래 다른 배우가 캐스팅될 예정이었는데 갑작스러운 사정으로 교체됐고 왕명전이 거의 즉흥적으로 합류하게 됐다. 왕가위 감독 특유의 즉흥적인 제작 방식이 이 캐스팅을 가능하게 했다. 왕가위는 이 영화 전체를 완성된 각본 없이 촬영했다고 알려져 있다. 실제로 영화는 짧은 기간 안에 촬영됐는데 감독이 영화 현장에서 매일 그날의 장면을 구상하면서 찍어나갔다. 이 즉흥성이 오히려 이 영화의 생동감을 만들어냈다는 평가가 있다.
🔴 홍콩 1994년, 반환 전 마지막 황금기의 감수성이 여기 담겼다
중경삼림이 지금도 각별하게 소환되는 이유는 영화 자체의 완성도뿐 아니라 이 영화가 담고 있는 시간 때문이다. 1997년 홍콩 반환 전 마지막 황금기,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홍콩 영화 문화의 절정기에 만들어진 이 영화가 담고 있는 도시의 질감과 감수성은 이제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시간이 됐다. 중경맨션이라는 실제 공간, 홍콩 뒷골목의 스낵바, 그 안을 채운 사람들의 고독이 97분 안에 압축돼 있다. 아버지 세대에게는 이 영화를 처음 보던 그 시절의 기억이 함께 소환된다는 점에서 안 본 아빠들은 없다는 말이 틀리지 않다. 현재 OTT에서 시청 가능하다.
이 영화는 왕가위 감독·각본, 금성무(경찰 223)·임청하(금발 밀매상)·양조위(경찰 663)·왕명전(페이) 주연의 〈중경삼림 (Chungking Express / 重慶森林)〉(제작 1994년, 국내 1995년 개봉, 크리스토퍼 도일 촬영, 음악 캘리포니아 드리밍·몽쾌, 타락천사 후속 연계, 구글 사용자 94% 긍정 평가, 현재 OTT 시청 가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