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에 읽는 오늘의 詩 〈1261〉
■ ※ 아침에 읽는 오늘의 詩 〈1261〉
■ 수라 修羅 (백석, 1912~1995)
거미새끼 하나 방바닥에 나린 것을 나는 아모 생각 없이 문 밖으로 쓸어 버린다
차디찬 밤이다.
어니젠가 새끼거미 쓸려나간 곳에 큰 거미가 왔다
나는 가슴이 짜릿한다
나는 또 큰 거미를 쓸어 문 밖으로 버리며
찬 밖이라도 새끼 있는 데로 가라고 하며 서러워한다.
이렇게 해서 아린 가슴이 싹기도 전이다.
어데서 좁쌀알만한 알에서 가제 깨인 듯한 발이 채 서지도 못한 무척 작은 새끼거미가 이번엔 큰 거미 없어진 곳으로 와서 아물거린다
나는 가슴이 메이는 듯하다
내 손에 오르기라도 하라고 나는 손을 내어미나 분명히 울고불고할 이 작은 것은 나를 무서우이 달어나 버리며 나를 서럽게 한다
나는 이 작은 것을 고히 보드러운 종이에 받어 또 문 밖으로 버리며
이것의 엄마와 누나나 형이 가까이 이것의 걱정을 하며 있다가 쉬이 만나기나 했으면 좋으련만 하고 슬퍼한다.
- 1936년 시집 <사슴> (선광인쇄주식회사)
*요 며칠 비록 황사가 극성을 부리고 있지만 한겨울답지 않게 포근한 날씨가 계속되는 1월입니다. 그러나 새해 들어 정국은 더욱 말 많고 혼탁해지는 모습이, 조금 과장을 해서 표현하자면 ‘아수라장’같다 말해도 무방할 듯하군요 .
이처럼 ‘아수라(阿修羅)’라는 말은 크게 어지럽고 혼란스런 상태를 가리키는데, 재미있게도 이 詩의 제목은 아수라의 줄임말인 ‘수라’로 명명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 詩를 아무리 읽어봐도 우리가 주변에서 어렵잖게 접하는 미물인 거미가족의 사소한 행태에 불과한데 말이죠.
그런데 감성이 풍부한 시인은, 비록 미물이지만 거미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지고 유린당하는(?) 현상, 더욱이 그것이 시인 자신으로 인해 발생한 상황이 되었으므로 마음이 슬퍼지고 서러워하는 모습입니다. 그래서 시인의 마음은 어지럽고 혼란스러우며 복잡한 심리상태, 즉 아수라 상황으로 접어들었다고 표현한 것으로 여겨집니다.
한걸음 더 나아가자면, 거미가족의 운명을 상상하면서 일제강점기 하에서 흩어지고 무너지고 있는 우리민족의 아수라 같은 암담한 현실도 반영되었다는 생각도 드는군요.
이 詩는 1936년 1월 20일, 100부 한정본으로 발행된 자가본(自家本) 시집인 <사슴>에 실려 있는데, <사슴>은 총 33편의 詩가 4부로 나뉘어 수록되어 있습니다. <정주성>이나 <여우난 곬족>, <여승> 등의 유명한 작품이 포함되어 있고 발간 이후 엄청난 호응을 얻으며, 윤동주 시인도 필사하여 늘 지니고 다녔을 만큼 엄청난 인기와 함께 백석시인의 이름이 드높아진 계기가 되었다고 하는군요. Choi.
거미새끼 하나 방바닥에 나린 것을 나는 아모 생각 없이 문 밖으로 쓸어 버린다
차디찬 밤이다.
어니젠가 새끼거미 쓸려나간 곳에 큰 거미가 왔다
나는 가슴이 짜릿한다
나는 또 큰 거미를 쓸어 문 밖으로 버리며
찬 밖이라도 새끼 있는 데로 가라고 하며 서러워한다.
이렇게 해서 아린 가슴이 싹기도 전이다.
어데서 좁쌀알만한 알에서 가제 깨인 듯한 발이 채 서지도 못한 무척 작은 새끼거미가 이번엔 큰 거미 없어진 곳으로 와서 아물거린다
나는 가슴이 메이는 듯하다
내 손에 오르기라도 하라고 나는 손을 내어미나 분명히 울고불고할 이 작은 것은 나를 무서우이 달어나 버리며 나를 서럽게 한다
나는 이 작은 것을 고히 보드러운 종이에 받어 또 문 밖으로 버리며
이것의 엄마와 누나나 형이 가까이 이것의 걱정을 하며 있다가 쉬이 만나기나 했으면 좋으련만 하고 슬퍼한다.
- 1936년 시집 <사슴> (선광인쇄주식회사)
*요 며칠 비록 황사가 극성을 부리고 있지만 한겨울답지 않게 포근한 날씨가 계속되는 1월입니다. 그러나 새해 들어 정국은 더욱 말 많고 혼탁해지는 모습이, 조금 과장을 해서 표현하자면 ‘아수라장’같다 말해도 무방할 듯하군요 .
이처럼 ‘아수라(阿修羅)’라는 말은 크게 어지럽고 혼란스런 상태를 가리키는데, 재미있게도 이 詩의 제목은 아수라의 줄임말인 ‘수라’로 명명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 詩를 아무리 읽어봐도 우리가 주변에서 어렵잖게 접하는 미물인 거미가족의 사소한 행태에 불과한데 말이죠.
그런데 감성이 풍부한 시인은, 비록 미물이지만 거미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지고 유린당하는(?) 현상, 더욱이 그것이 시인 자신으로 인해 발생한 상황이 되었으므로 마음이 슬퍼지고 서러워하는 모습입니다. 그래서 시인의 마음은 어지럽고 혼란스러우며 복잡한 심리상태, 즉 아수라 상황으로 접어들었다고 표현한 것으로 여겨집니다.
한걸음 더 나아가자면, 거미가족의 운명을 상상하면서 일제강점기 하에서 흩어지고 무너지고 있는 우리민족의 아수라 같은 암담한 현실도 반영되었다는 생각도 드는군요.
이 詩는 1936년 1월 20일, 100부 한정본으로 발행된 자가본(自家本) 시집인 <사슴>에 실려 있는데, <사슴>은 총 33편의 詩가 4부로 나뉘어 수록되어 있습니다. <정주성>이나 <여우난 곬족>, <여승> 등의 유명한 작품이 포함되어 있고 발간 이후 엄청난 호응을 얻으며, 윤동주 시인도 필사하여 늘 지니고 다녔을 만큼 엄청난 인기와 함께 백석시인의 이름이 드높아진 계기가 되었다고 하는군요. Cho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