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이 새고 있다면 ◆
독은,
순수한 우리말로서, 운두가 높고 배가부르며
전이 달린
큰 오지그릇이나 질그릇을 뜻한다.
오지그릇은
붉은진흙으로 만들어
볕에 말리거나
약간구은다음
그릇에 윤이 나게하는 잿물을 발라
다시구은 그릇이며,
질그릇은
잿물을 덮지않고
질흙으로만 구원만든,
표면이 거친 그릇이다.
그리고 옹기는
질그릇과 오지그릇의 통칭이다.
한국인의
전통적인 일상생활에서 독은 불가분의 생활용기 였으며 대표적인 것이 쌀독, 물독, 장독들이다. 때문에
전통적인 한국가옥에서 뜰 한구석에는 ‘장독대’ 가 있었다. 지금도
일부 아파트의 베란다에는 독들이 놓여있다. 부엌에 있는
쌀독과 물독이 내용물로 가득 차 있으면 ‘풍요로운것’ 이었으며, 반대로
‘쌀독 긁는소리’ 가 나면 ‘가난과 고통’ 을 의미했다. 그래서
‘독’ 은 지금도 가계-家計, 즉 한 집안의 살림형편을 수치로 상징하는 깊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 모든 가정은 수입을
‘독’ 에붓고 그것을 다시꺼내 쓰는것이다. 수지-收支 가 그것이다.
지금 우리모두는 ‘돈’ 에대해 대단히 예민하고 영악하게 살고있다. 돈 버는일 이라면
극단적일만큼 적극적이고 때로는 수단방법을 안 가리는 수준까지 서슴치 않는다. 돈 때문에 생기는
온갖 범죄를 보면 돈에대한 ‘집착’ 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알수 있다. 그런데,
돈 버는 일에는 그렇게 영악한 사람들이 돈에대한 의미나 수입과 지출의균형, 절약과 낭비와 같은 ‘금전관리’ 에는 뜻밖에 무지하거나 소홀하다. 돈은
버는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잘 관리하고 지출을 제대로 하는, 가계-家計, 살림의 지혜도 있어야 그 집안의 재산이 불어날 수 있다. 수입을
독에 부어넣고 필요할 때 꺼내 쓰려면 그 내용물이 온전히 보관돼 있어야 한다. 만약
독에 틈이 생겼거나 구멍이 나 있다면 내용물은 새 나가게 될것이며 그런 독은 끝까지 가득 채워질수 없는 새는독이 된다. 새는 독 으로는
가계-살림이 늘어날수가 없다. 항상부족하고,
빚쟁이가 되고, 결국은 파경을 맞게되는 것이다.
2011년 4월을 기준할 때, 독에 나 있는 가장 큰 구멍은 ‘기름값’ 이다. 지금
차 없는집은 거의 없다. 그리고 모든가정이 이 기름값 때문에 큰 고통을 겪고있다. 도무지 독을 채울수가 없는것이다. 리터당 2000원에 육박하고 있는
높은 기름값은 거의 절반이 세금이다. 지난 2월 11일을 기준할 때, 휘발유 리터당 가격은 1907원이다.
이때
두바이원유 가격은 리터당 646원이며, 정유사의 정제후 가격은 838원, 여기에
교통세, 교육세, 주행세, 부가세가 합계 905원으로, 리터당 1743원이 주유소에 공급되는 가격이 된다. 다시
주유소 마진 164원을 합하면 1907원이 되는것이다. 세금중
목적세의 하나인 ‘교통세’ 만 살펴봐도, 리터당 529원으로 정부는 올해 12조 3668억원을 거두어 들일 예정이다. 이 세금은 80%가
‘교통시설특별회계’로 들어가 절반은 도로, 절반은 철도,항만,공항에 투입된다. 지난 5년동안
민자(民資)고속도로의 적자보전을 위해 정부가 지출한 돈이 2009년말 현재 1조 2000억원, ‘교통시설특별회계’에서
빠져나간 국민의 피나는 ‘혈세’ 다. 비싼 기름값의 세금이
‘죽은돈’ 이 되어 낭비되는 일이 이뿐일까. 유류세를
폐지할때가 된것은 정부가 먼저 알 것이다.
두 번째로 큰 구멍이 ‘주거비’ 다. 2010년말
우리나라의 전체 가구수는 1700만 세대, 이중 약 350만 가구가 제집없이 세로 살고있다. 근자
‘전세’ 비율은 줄어들고 월세가 차지하는 비율이 45%에 육박하고 있다. 유형별로는
보증부월세(전세더하기 월세)가 42.4%, 순수월세가 2.4%로 집계되고있다. 주택시장에서
전세가 월세형태로 바뀌는것은 순전히 수용와 공급, 그리고 가격에 의한 시장기능의 변화로 봐야한다. 주택가격의 정체, 둔화와
은행의 저금리는 더 이상 전세로는 과거와 같은 임대수입을 얻을수 없기 때문에 ‘월세’ 로 돌아서는 것이다. 주택시장이 변한다면
‘집’ 에 대한 생각도 바뀔수 밖에없다. 오직
‘집’ 을 장만하기 위해 먹는것 빼고는 일체의 지출을 줄여 ‘고난의 행군’ 을 하던가 아니면 셋집에 사는것도 하나의 방법으로 받아들이는 태도다. 가장
큰 문제는 역대정권이 저렴하고 장기계약이 가능한 ‘공공임대주택’ 건설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국민의
‘주거문제’ 해결은 정부의 몫이며 ‘임대주택’ 건설만이 해결책임은 더 말할것도 없다.
이제는 투표에 앞서 이 문제에 대해 물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의로보험제도는, 세계적으로 우수한 수준이며 환자의 ‘전문의’ 에 대한 접근성이 용이한것도 같은수준 이다. 저렴한 비용으로
최고의 의료혜택을 받고있다는 평가는 거의 사실이기도 하다. 이 세상에
아프지않은 사람은 없다. 병원대합실에 앉아있으면
세상 모든 사람이 ‘환자’ 로 보인다. 우리가
살고있는 일상에서 일반상품은 공급자와 소비자가 쌍방향 정보교환을 통해 소비자가 구매결정권을 주도한다.
그런데 병원은 아주 다르다. 의사가 결정하면
환자는 따르는 방식이다. 이 일방적인 행태가
개인의 ‘의료비’ 부담을 크게하고 ‘의료보험공단’ 의 적자에 까지 이른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의사가 환자에게
고가의 MRI 검사를 받도록 하고 검사건당 인센티브를 받는다면 믿기 어려운 얘기겠지만 사실이 그렇다. 단순관절염 환자에게
MRI 를 찍게하는게 그런 수법이다. 과잉진료 인센티브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개인과 의보가 지불해 만들어진 진료자료를 한 병원이 독차지 하는것도 횡포다. 높은 의료비가
가계를 압박하는 원인에는 일부 악덕의사와 병원이 있기 때문이다. 의료비는
앞으로 계속해서 가계를 압박하는 큰 구멍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그래서
아프지 말아야 한다. 떡볶이를 먹을때
그것에 무엇이 묻어있는지를 생각해야 된다. 병균의 잠복기간은
진단서를 끊을수 없기 때문에 결국은 개인의 책임이 되는것이다.
1650만대가 보급되어있는, KT 의 일반전화는
30km이내의 인접통화는 3분에 39원의 통화료가 부과된다. 그보다
먼 거리는 10초당 14.5원이 추가된다. 상대방이
휴대전화일때는 도 10초당 14.5원이 적용된다. 휴대전화는
상대방의 위치에 관계없이 1초에 1.8원의 요금이 적용된다. 3분이면 342원,
영상통화요금은 1초에 3원씩, 3분이면 540원이 된다. 같은 3분에
일반전화는 39원이고, 휴대전화는 342원이다. 이동통신의 경우
연간 판매고가 5조원, 이돈은
전부 이동통신 사용자들이 지불하는 사용료이며 이 시장의 규모가 얼마나 큰 것인지 짐작할수 있다. 여기에
한달평균 4만5000개의 휴대전화가 분실되고 있으며 14만개가 파손되고있다. 가정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제 이동통신비의 비중은 기십만원이 쉽게 넘어가는 주요지출 되고있다. 여기에
고가의 스마트폰과 테블릿pc 까지 감안하면 그 지출은 더 커진다. 이 지출이
꼭 필요한 것인지, 아니면 독에 나 있는 큰 구멍인지는 각 가정이 살펴보고 판단할 일이다. 통화내용들을
기준한다면 거의가 낭비되는 돈이다. 독이 새고있다는 얘기다.
2009년 10월기준, 초,중,고 학생을 상대로 하는
사교육(학원) 강사의 숫자는 49만 8000 여명으로 전체 공,사립고의
교원수 39만5000명보다 많다. 여기에
미취학생, 재수생, 성인대상의 학원강사까지 합하면 51만 8000여명으로 늘어난다. 전체학원의 매출은 11조 1677억원, 2009년 6-7월,
서울시교육청이 학부모 2만5천여명을 상대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 학부모들은
매달평균 65만2000원을 사교육비로 썼다고 대답했다. (이는 평균지출임으로 각가정의 차이는 감안해야한다.) 2009년
정부교육예산이 38조2000억원이며 교육부와 통계청이 조사한 전국의 사교육비 총액은 20조 9000억원 이었다. 한 가정의 가계에서
사교육비 지출은 점점 그 비중이 커지고 있으며 상당수의 가정주부들이 모자라는 사교육비 충당을 위해 힘든 아르바이트까지 하고있다. 2011년 1월기준,
애 하나를 대학까지 키우는데 2억6200만원이 소요된다는 계산이 나왔다. 사교육비는 그 속성에서
투자대 효율이 가장 낮으며 심한 경우 낭비되는 돈이다. 더 큰 문제는
부모들이 ‘학원’ 의 교육내용에 대해 객관적인 검증을 소홀히 하는 점이다. 심지어는
하지못하는 부모도 많다. (영어학원의 경우가 거의 그렇다.) 다른 하나는
한 아이가 여러학원을 다니는것이 정말 효과적인가 하는것도 커다란 문제다. 집중력의 분산은
아무것도 이룰수 없기 때문이다. 2010학년도
서울대 신입생 3445명중 1409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본바, 32,1%가 학원이나 과외수업을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어쩌면
사교육비는 한 가정의 가장큰 구멍인지도 모른다.
인구 4900만이 밀집해 살고있는
이 작은 나라에, 4년제 대학이 225개. 대학생수는 255만 5000여명이며, 고교 졸업생의 대학진학율은 83%에 이르고 있다. 25-34세 인구중
대졸 학력자 비율이 58%로 세계1위다. 매년
50여만명이 대학문을 나서고 있으며 우리의 경제규모는 이중 절반정도밖에 흡수하지 못한다. 100만의 백수시대가
바로 그 결과다. 이제 대학등록금도
년간 1000만원의 시대다. 모든 가정의 가계에서 ‘대학등록금’ 은 큰 압박과 부담이 될수밖에 없다. 당분간
진학률 83%라는 ‘허상’ 은 사라지지 않을것이다. 그래서 ‘선택’ 을 해야한다. 백수가 될게뻔한 자식을
단지 ‘대학졸업자’ 라는 간판을 위해 진학시키는 것이 정말 현명한 일인지 따져봐야 한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집은 예외다) 자식의 교육비 때문에
정작 자신의 노후준비를 못하고있는 부모세대가 70% 에 이르고 있다. 그게 얼마나
혹독한 인생이 되는지를 아직 모르기 때문이다. 그때 가서는
달리 손쓸방법이 전혀없다. 이
큰 구멍을 막지않고는 독에 내용물을 채울수가 없다. 모두가 깊이 고민해 봐야하는 큰 문제다.
기름값, 주거비용, 의료비는, 어떤면에선 우리가 스스로 선택할수 없는 사회시스템의 문제이기도 하다. 그러나
절약은 가능하다. 특히 기름값이 그렇다. 반면,
이동통신비, 사교육비, 대학등록금과 같은 큰 구멍은 선택여하에 따라 막을수 있는 부분들이다. 독에 가득채운 내용물을
필요에 따라 퍼서 쓰는것과 새 나가는것은 전혀 다른문제다. 내용물이 새 나가는
구멍과 틈을 막지 못한다면 그 ‘낭비’ 는 채울 방법이 없다. 가계의 수지가 균형을 잃어
‘만년가난’ 을 벗어날 길이 없게된다. 새는 독은
사실 밑빠진 독이다. 거기에
무엇인가를 채운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때문에 내용물이 새는 틈새와 구멍을 막는것이 최우선의 과제다. 특히
사교육비와 이동통신비는 분별력과 결심만 있다면 당장 손볼수 있는 부분들이다. 새는 독을 그대로 두고
거기에 아무리 내용물을 채워봤자 아무 소용도 없다. 내가
써 보기도 전에 그것들은 다 새 나가고 만다. 돈을
열심히 버는것도 중요하지만 그 관리를 잘 하고 분별있게 쓰는것도 그 이상 중요한 일이다.
오랫동안
독일에서 살고있는 친구가 보내온 이 메일중에 이런 내용이 있다. ‘독일사람들은
세계에서 첫째가는 짠돌이들이다. 우리와 비교해 물, 전기는 3분의 1만 쓰고산다. 한국인 1인의
하루평균 물 소비량이 395리터인데 반해 독일인은 132리터를 쓴다. 독일의
대학진학율은 30% 수준이며, 반 이상을
탈락시키기 때문에 실제 대학교 졸업생비율은 13.5%밖에 안된다. 독일에서 대학은
학문하는 곳이며 돈 벌기를 원한다면 일찍부터 직업학교에 가야 한다.‘ 독일이
우리보다 잘사는 나라이며 선진국 이기 때문에 설득력이 있는것이다. 타산지석(他山之石)이 따로 있겠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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