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환의 <사랑하나요>
언제부터 사랑이었는지 알아채는 요령 없나요?
왠지 올미다를 볼 때면, 생각이 나는 노래랍니다.
그녀는 창가에 무기력하게 기댄 그의 옆모습을 바라봅니다.
예전에 첫사랑을 눈으로 쫓던 때의 아련한 감정과는 다소 다르지만,

왠지 모를,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묘한 감정에 빠져들고 맙니다.

언제부터 사랑이었는지, 탁월한 기억력을 동원해 설명하던 그를 생각합니다.
순차적으로 첫 번째 만남부터 바로 어제 일처럼 되뇌이며 살짝 미소짓던 그.

사랑에 빠진 사람은 처음 만났을 때부터 사랑이었다고 믿고 싶다고 합니다. 그도 그럴까요?

그녀는 평소처럼 그에게 선뜻 다가가지 못합니다. 하염없이 바라만 볼 뿐.

엉뚱하고, 자기 주장 강하고, 화도 잘 내고, 덜렁대고, 잘 넘어지는 그녀를 그리는 맘은 행복하지만,
때로는 그를 무기력의 바다에 빠지게 합니다. 대답 없는 메아리에 지친 걸까요?

그녀는 첫사랑을 하던 시절, 자기 모습과 많이 닮아 있는 그를 발견합니다.

과거의 자신과 조우하는 느낌에 한참을 그렇게 멍하니 앉아 있습니다.
자기도 모르게 그의 기분에 동화해서 함께 무기력에 빠지고야 맙니다.

부드럽게 대하는 방법도, 위로하는 방법도 모르고, 좋아하는 사람에게 접근도 서투른 그.
멋지고 낭만적인 고백도 구상할 줄 모르고, 누구처럼 편한 친구로 접근하지도 못합니다.
대답도 요구하지 않습니다. 단지 자기 마음을 전하고 싶었던 것, 그것 하나로 충분합니다.

회상에 잠긴 그녀는 아마, 그가 어떤 마음으로 자기를 보고 있었는지 절절이 깨달았을 것입니다.

문득, 그를 카메라에 담고 싶어진 그녀는 스위치를 눌린 것처럼 반사적으로 뜁니다.
그러나 그는 이미 그 자리에 없습니다. 아까 본 모습이 환상이었을까요?

누가 보고 있든 이제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얼른 그를 찾아야 한단 생각만 듭니다.

수줍게 첫 만남부터 17번째 만남까지 회상하던 그가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정말은 언제부터 사랑이었을까요? 그건 아무도 모릅니다.
중요한 건, 지금 그의 마음엔 그녀가 크게 자리한다는 것.

초반부의 그는 아마 자기에 대해 자신이 없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녀에게 마음을 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겠지요.
왠지 신경이 쓰입니다. 그녀가 실수를 하면 애간장이 타고 괜히 더 화가 납니다.
그 감정은 뭘까요? 유독 그녀만 보면 화가 납니다. 그의 표현으로는 <심통>
심통 수준이라기에는 수위가 높아, 그녀에게 <싸가지>로 통했지만 말입니다.
그는 자신의 감정을 죽어도 인정하기 싫어서, 더 퉁명스럽게 대하고 짜증을 부립니다.
이러는 사이에 석연치 않은 기분은 사라질 것이라고 믿었지만, 더 깊어지기만 합니다.
그리고 그녀의 눈물을 보는 순간, 그는 자신의 감정을 인정하기로 합니다.
지금까지 그가 관찰한 그녀는 최소한 남 앞에서 울지 않으려고 하는 여자였으니까요.
아무리 독한 소리를 해도, 다른 사람 앞에서 면박을 줘도, 꾹 참는 걸 그도 알았을 것입니다.
그 이후, 그는 옆에서 그녀를 보호하고 싶었을지도 모릅니다.
소개팅에 대신 나가고, 크리스마스나 연말이나 설날까지도 그녀와 함께 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처음부터 핀트가 어긋난 그는 그녀의 마음을 쉽사리 열지 못합니다.

그는 언제부터인가, 그녀 옆에 지나치게 맴돌고 있는 자기 자신을 발견합니다.
또한, 자기의 말은 반토막만 전해진다는 걸 알고 애절한 감정에 빠집니다.
왜 처음부터 잘 대하지 못했을까, 마음에 없는 말은 왜 내뱉었을까, 소리는 왜 질렀을까,
아마 온갖 종류의 후회가 그의 머릿속을 지배했을 것입니다.

그녀는 이제 깨달았습니다. 자기가 싸가지라고 부르던 시절, 그의 속마음까지도.
표현하는 것이 서툴러서 아무 말이나 내뱉던 그의 모습과 무기력한 모습이 교차합니다.
사실 그녀는 그가 괜찮은 사람이라는 것을 예전부터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아예 싫은 인간이라고 생각하는 바람에, 저 너머에 있던 그의 진심을 보지 못했습니다.
택시 안에서 떠오른 아무 말이나 툭툭 내뱉던 그의 모습이 색다르게 다가오는 순간입니다.
미니스커트를 입은 자신을 쳐다보는 남자가 싫다는 말에 나빴던 기분이 풀리고,
귀엽다는 말에 자기도 모르는 사이 수줍게 들떠서 어쩔 줄 모르기도 하고,
그가 옆에 있는 것이 불편하지 않고 당연하게 느껴진다는 걸, 그녀는 이제 알았을까요?
어느새 그녀의 마음엔 그가 조금씩 조금씩 조용하게 차지하고 있었다는 것을.
봄의 꽃망울이 부풀어서 터지듯 다가온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그녀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립니다.

이제 필름은 하나 남았습니다. 얼른 그의 모습을 담아야 하는데, 오늘 중에 넣기로 결심했는데….
부랴부랴 전화했으나, 그는 이륙하니 끊어야 한다는 말만 남겨 그녀를 안타깝게 합니다.
그의 다급하고도 다소 차가운 말투와 끊긴 전화가 그녀의 가슴을 더 많이 아리게 합니다.
지금 그녀의 감정을 모르는 그의 지극히 사무적인 목소리에 그녀는 망연자실할 따름입니다.
그녀에게 마음을 전하지 못하던 시절, 소통이 엇갈리던 때, 그의 기분이 이러했을까요.

회청색 하늘을 나는 비행기를 바라봅니다. 그리고 그가 탄 비행기라고 정합니다.

한때 좋아하는 감정을 품었던 사람이 뒤에 있는데도 그녀는 이제 망설이지 않습니다.
그 사람에 대해 남았던 감정은 눈물과 함께 쏟아내고, 마음엔 한 사람을 넣었으니까요.

지금 이 감정을 놓치고 싶지 않은 그녀는 주저하지 않고 카메라를 작동합니다.
이제 망설이지 않습니다. 단 하나의 폴라로이드 안에 그를 간직하고 싶은 마음 뿐입니다.

10년 전, 첫사랑을 기록했던 폴라로이드에, 이제 새로 찾은 사랑을 소중하게 기록합니다.
그를 받아들이기로 결심한 그녀의 감정이 응축되어 있는 한 장의 사진.

정확히 한 달 하고도 하루 전, 준비되지 않은 그녀의 마음을 살짝 노크한 사람이 있습니다.
예상했던 손님 리스트에 없던 의외의 사람인지라, 그녀는 몹시 놀랐습니다.
문을 반의 반쯤 열고 고민하던 그녀가, 비로소 문을 활짝 열고 그를 맞이할 준비를 합니다.
재촉하지 않고 묵묵히 뒤에서 살피며 감정을 추스르던 그의 사랑을 깨달았습니다.
마치 레이스 같은 분홍빛 꽃잎이 사붓이 내려앉듯 섬세하고 소중한 감정이 태어났습니다.
지금까지 엇갈린 만큼, 행복하고 은은하며 평온한 사랑을 시작할 수 있으리라고 믿습니다.
『언제부터 사랑이었을까요?
어떤 맘이 사랑으로 변한 것일까요?
그녀도 나중에, 반추하며 말할지도 모릅니다.
나의 사랑은 이렇게 시작되었노라고.』
마클에 올렸던 건데 본능에 안 올린 게 불현듯 생각나서 옮겨요!
음으로 한 캡쳐인데, 저 당시 정말 엄청나게 바빴었거든요.
지금은 덜 바쁘니까 갑자기 저거 할 때 같은 의욕이 덜 생기는;;
누군가가 마구 바쁘게 닦달하면 언젠가 또 할 가능성도 있답니다~
But, 아마 5월 중순까지는 계속 덜 바쁘고 6월부터는 진짜 여유.
첫댓글 요즘 이 둘의 사랑이 너무 멋져 보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