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들 “탈시설조례 폐지를 폐지하라”… 장애인 부모들 맞불집회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 회의 촉각
장애인들, 탈시설조례 폐지 강력 규탄
탈시설 당사자 “힘겹게 싸워 만든 것들 무너지는 중”
거주시설부모회 맞불 집회 “부모도 아닌 것들이…”
피켓에 “UN장애인권리협약 탈시설권리 보장하라”라고 적혀 있다. 피켓 뒤로 휠체어가 보인다. 사진 하민지
서울시의회가 ‘서울특별시 장애인 탈시설 및 지역사회 정착지원에 관한 조례’(아래 탈시설조례)를 결국 폐지했다. 2022년 6월 21일, 압도적인 찬성표로 서울시의회 본회의를 통과한 탈시설조례는 끝내 사라지고 말았다.
게다가 ‘서울특별시 장애인 자립생활 지원조례’(아래 자립생활조례) 개정안마저 통과됐다. 이 개정안은 서울시의회가 탈시설조례 폐지를 전제하고, 이에 대한 대안으로 발의했다.
그러나 ‘탈시설’ 용어, 일자리, 민관협의체 등을 전면 삭제하고 장애인거주시설의 존재를 인정하는 내용이어서 장애계의 비판에 직면했다.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서울장차연) 활동가와 탈시설 장애인 당사자 30여 명은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 회의가 열리기 전인 17일 오전 10시, 서울시 중구 서울시의회 의원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탈시설조례 폐지안과 자립생활조례 개악안을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서울장차연이 서울시의회 의원회관 별관 1동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 하민지
민푸름 서울장차연 활동가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브레이크 없는 탈시설 권리 죽이기 폭주를 견제하기 위해서는 탈시설조례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지난 4월 임시회에서 탈시설조례 폐지조례안 안건 상정을 가까스로 막아냈다. 그런데 이번 정례회에서는 오 시장의 행보를 견제해야 할 책임이 있는 서울시의회가 오히려 앞서서 탈시설권리 약탈 행보에 발맞추고 있다. 그것이 유만희 서울시의원의 대표발의한 자립생활조례 개악안이다”라고 규탄했다.
민 활동가는 자립생활조례 개정안이 탈시설조례 폐지의 대안이 될 수 없다고 성토했다. 그는 “유 의원은 탈시설 용어가 정치적이고 논쟁적이기 때문에 삭제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피력했다. 유 의원은 보건복지위원회 부위원장이라는 자리에 있으면서 탈시설이라는 용어의 국제적 위상을 무시하고 왜곡하는 발언을 멈춰라”라고 말했다.
또한 “자립생활조례에서는 민관협의체조차 삭제됐다. 민관협의체는 서울시 탈시설 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민과 관이 함께 협의하는 유일한 통로였다”며 “게다가 서울시는 지난해 거주시설 연계사업과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를 일방적으로 폐지했다. 그러면서 자립생활조례 개악안에 거주시설에 대한 정의가 포함됐다. 앞뒤가 하나도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민푸름 서울장차연 활동가가 발언 중이다. 사진 하민지
정동은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사무국장도 서울시의회를 강력하게 규탄했다. 정 사무국장은 “우리는 유 의원과 면담을 갖고 탈시설조례 폐지를 제대로 검토하라고 몇 번이나 이야기했다. 그러나 유 의원은 탈시설조례 폐지를 기정사실화 하는 발언을 하며 자립생활조례 개정을 대안으로 내놨다”며 “그러나 탈시설 용어를 삭제하고 시설 위주의 내용을 남긴 개정안이었다. 대안이라고 포장한 시설 강화 정책이고 서울시 집행부 입맛에 맞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한 활동가가 목에 피켓을 걸고 “투쟁”을 외치고 있다. 사진 하민지
탈시설 중증장애인 당사자인 이수미 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 서울지부 공동대표는 “시설에 갇히는 삶은 결정권이 없는 삶, 눈치를 보는 삶이었다. 시설을 아무리 좋게 만들어도 시설은 시설이다. 나는 현재 지역사회에서 이동하고, 노동하고, 공부하며 내 삶을 자유롭게 결정하며 살고 있다”며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는 탈시설조례를 폐지하고 자립생활조례 개악안을 발의하면서 시설을 지원하는 정책을 본격적으로 펼치려 한다. 2009년부터 탈시설 장애인이 힘겹게 싸워 조금씩 만들어진 정책이 무너지고 있다”고 분노했다.
장애인거주시설 이용자 부모회 회원들이 “서울시의회는 돌봄이 절실한 장애인을 자립으로 내모는 탈시설조례 폐지하라”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사진 하민지
같은 시각, 장애인거주시설 이용자 부모회는 서울시의회 본관 앞에서 “탈시설조례 폐지하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는 해체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맞불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본관에서 서울장차연이 기자회견을 하는 의원회관까지 행진하며 분노를 쏟아냈다. “너희도 중증장애인 새끼 낳아 봐라”, “부모도 아닌 것들이 왜 내 새끼를 해체하려 드느냐”, “너희가 내 새끼 부모라도 되냐”, “전장연은 내 새끼를 이용하지 말라”라고 비난했다.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 회의는 기자회견이 끝난 후 오전 11시 40분경부터 시작됐다. 이 회의에서 탈시설조례 폐지안과 자립생활조례 개정안이 결국 가결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