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결
아무리 들여다봐도
알 수 없는 무늬들
나무의 결 같기도 하고 물의 흐름 같기도 하고
지나온 시간의 부름켜, 누군가의 궤적 같은
어쩌면 내 안에도 수많은 흔들림이
흐르다 멈추며 몸을 켜고 있겠지
결이 더 치밀할수록
그 속은 난해하다
세잔의 사과
누군가 건네준 사과 하나 받아들고
독이 들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똑같이 한쪽 얼굴만 바라보는 시선들
고개를 돌리는 순간 얼굴은 빨개지고
표정이 사라지자 점, 선, 면을 바꾼다
어디를 봐야 하는 걸까, 사방에 눈이 있다
한 장의 삐긋
해가 지날수록 몸에도 속도가 붙어
불안한 마음으로
달아난 시간을 좇다
한순간 놓친 자리에 귀 한쪽이 떨어진다
똑같은 표정으로 찾아오는 일상들
한눈을 파는 사이
마음이 삐긋한다
거스름 떼어내려다 실금이 가는 오후
더미들의 더미
공기처럼 가벼운 순간도 버거울 땐
침묵을 깨고 나가 춤을 추고 싶었다
바람은 조각이 나고
여기저기 네가 있다
아무도 눈감아 주지 않는 일상들
먼지 같은 기억이 몰려오고 사라진다
내달린 그 자리에서
더는 있어도 없는
- 시조집 『나무와 나무 사이에 모르는 새가 있다』 상상인,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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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순 시인 시조집 『나무와 나무 사이에 모르는 새가 있다』
김수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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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8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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