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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빨간 자전거를 타고 산모롱이를 돌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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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들이 양떼처럼 엎드린 골을 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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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빨간 자전거를 타고 산모롱이를 돌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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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 속에 해바라기를 피워놓고 기다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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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꽃 같은 사람들을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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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세상 가장 순하고 여린 마음을 지닌 우체부가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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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모롱이를 돌아가는 페달을 밟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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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록새록 숨쉬는 싸리나무의 숨소리를 듣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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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둔덕에 피어오르는 자운영 꽃망울 터지는 소리를 들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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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싸락눈 같이 흰 꽃들과도 눈맞추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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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편배달부가 되어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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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구꽃이 치약처럼 피어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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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햇볕이 타월처럼 빨랫줄에 걸리면 더욱 좋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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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달치 월급을 받지 않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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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 그리 야위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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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다가 돌멩이에 눌린 풀잎 하나도 일으켜 놓고 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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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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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랑물을 건널 때 피라미들이 발목을 간지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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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은 더욱 즐거우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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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엉겅퀴 새 잎 돋는 산 구비를 돌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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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기 채송화에 물 주던 손을 놓고 빨간 자전거를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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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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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댁도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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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립문에 기대서서 내가 전해주는 하얀 편지봉투를 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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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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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댁의 얼굴에는 아직 홍조가 남아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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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지를 받아 든 새댁의 손이 무처럼 희리라
:
: 말하지는 않지만 나는 그녀의 눈썹 사이에 번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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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심까지도 읽을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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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면 내 그녀 대신 그녀의 근심 몇 자 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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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도 우엉 밭에 북 주고 있을 친정 어머니께 전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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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때의 자전거 바퀴 자국은 소낙비가 올 때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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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워지지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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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그늘이 길을 덮을 때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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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댁의 눈에 빨간 자전거가 지워지지 않고 있으리라
:
: 낡은 가방에 든 편지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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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마다 닿고 싶은 대문이 있으리라
:
: 대문에 편지가 꽂힐 때마다
:
: 집들은 하얗게 웃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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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마들은 더욱 나즉해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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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때마다 보자기 만한 뜰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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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기 입술 같은 채송화가 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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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꽃처럼 따뜻하고 햇빛처럼 환하게 사는 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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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기 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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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빨간 자전거를 타고 모롱이를 돌아보면 알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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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갈 때 무거웠던 편지 가방 돌아올 땐 기쁨으로 가벼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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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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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깨에 내리는 저녁 햇살이 산새처럼 정겨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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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래하지 않아도 온몸이 노래로 적셔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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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빨간 자전거를 타고 산모롱이를 돌아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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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체부가 되어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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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詩.이기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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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내가 만난 사람은 모두 아름다웠다>.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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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체부가 될 수는 없지만
따뜻한 마음을 전하는 우체부의 마음만은
간직하면서 살고 싶어 집니다
카라님
넘 좋은 글 읽고 갑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