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엑스포 유치 실패, 모두 제 부족의 소치”
“예측 많이 빗나가” 대국민 담화
“부산 등 균형발전전략 그대로 추진”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범정부적으로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부산 유치를 위해 노력했으나 실패했다”며 “모든 것은 제 부족이라고 생각해 달라”고 머리를 숙였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예정에 없던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고 “전부 저의 부족이라고 생각해 달라”며 “저 역시 96개국 정상과 150여 차례 만났고 수십 개국 정상들과는 직접 전화 통화도 해 왔지만 민관에서 접촉하며 저희들이 느꼈던 예측이 많이 빗나간 거 같다”고 밝혔다. 이날 담화문에는 ‘부족’ ,‘책임’이란 단어가 각각 세 차례 언급됐다. 정부와 재계의 총력전에도 사우디아라비아에 90표 차로 패배한 책임을 자신에게 돌리며 대승적 이해를 구하려 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새벽에 담화문을 직접 썼고 발표 직전 참모들과 공유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브리핑룸을 찾아 특정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힌 것은 지난해 10월 이태원 참사 이후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민관은 합동으로 정말 열심히 뛰었다”며 “제가 이를 잘 지휘하고 유치를 이끌어내지 못한 것은 대통령인 저의 부족의 소치”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엑스포 유치는 실패했지만, 국토 균형 발전 전략은 그대로 추진될 것”이라고 했다.
전주영 기자
부산시민들, 90표차 패배에 “실망… 허탈”… 박형준 시장 “송구… 2035년 재유치 검토”
[엑스포 유치 실패 이후]
“솔직히 어렵다 했으면…” 아쉬움
추진 중 인프라 사업 지연 우려도
부산의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가 실패로 돌아간 29일 부산 기장군청 앞에 설치된 조형물이 철거되고 있다. 엑스포 유치를 응원하는 문구를 들고 있는 새는 부산시 캐릭터 ‘부기’다. 기장=이한결 기자
막상막하로 탈락했다면 이렇게 허탈하진 않았을 텐데….”
29일 새벽까지 부산 부산진구 집에서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개최지 선정 과정을 지켜봤던 김모 씨(41)는 “한동안 엑스포는 생각도 안 하고 싶다. 길거리에 붙은 관련 플래카드부터 빨리 사라지면 좋겠다”며 이렇게 말했다. 유치에 실패하더라도 사우디아라비아와 치열한 경합을 펼칠 것이란 정부와 부산시 전망과 달리 무려 90표 차로 패배했다는 이유에서다.
상당수 부산시민은 김 씨처럼 예상보다 큰 격차로 엑스포 유치에 실패한 것에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해운대구의 한 주민은 “정부와 부산시에서 솔직히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으면 좋았을 텐데, 2차 투표에도 못 간 걸 보면 우리의 외교력과 정보력이 생각보다 별로인 것 같다”고 했다.
일각에선 엑스포 유치 불발로 가덕도 신공항 등 현재 추진 중인 인프라 사업이 지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지역 시민단체인 ‘가덕도신공항반대시민행동’은 30일 연제구 부산시청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엑스포 유치가 불발된 만큼 위험천만한 가덕도 신공항 건설 추진이 중단돼야 한다”고 촉구할 예정이다. 하지만 부산시는 “가덕도 신공항 건설은 특별법에 의해 추진되기에 예정대로 정상 추진될 것”이란 입장이다.
일각에선 이번 실패를 교훈 삼아 재도전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수영구에 사는 최모 씨(62)는 “우리가 사우디보다 준비를 늦게 한 탓에 졌지만 시민들의 열망이 크고 경제에 큰 도움이 되는 만큼 2035 엑스포에 꼭 도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이날 새벽 유치 실패 이후 프랑스 파리 현지에서 입장문을 내고 “아쉬운 결말을 드리게 돼 송구하다”면서도 “정부 및 부산시민과 충분히 논의해 2035년 엑스포 유치 도전을 합리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부산=강성명 기자, 부산=김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