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은 이제 당신의 손을 쓰시기를 원하십니다”
오늘이 2010년 1월 10일, 새해가 벌써 열 흘 지나갔습니다. 하나님 앞
에서, 사랑하는 사람들 앞에서 오지게 마음먹은 것들을 제대로 잘 지
켜 가고 계신지 모르겠습니다. 혹 작심십일(作心十日)이 되고 있는 것
은 아닌지요. 우리가 함께 섬기는 원주영락교회도 2010년 “성령의 능
력으로 새역사를 창조하는 교회”라는 표어로 힘차게 시작하고 있습니
다.
올 해 좀 더 강조하고자 하는 것이 <선교>입니다.
선교, mission이라는 말은, ‘보냄’이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 missio 에
서 왔습니다. 선교란 보냄을 받은 것이고 선교사란 보냄을 받은 모든
성도들입니다. 그러므로 선교는 선교사들만 하는 것이 아니지요. 복음
(Euangelion)을 들고 그리스도의 생명을 전하는 모든 성도들, 교회들은
모두 선교사들인 것입니다.
물론, 땅끝까지 복음 전도의 사명을 가지고 저 오지에 가서 선교하시
는 분들의 피맺힌 수고가 참으로 귀합니다. 요즘 붐을 이루는 ‘단기선
교’도 중요한 선교의 한 축이며 학습장입니다.
그래서입니다. 우리에게는 더욱 중요한 곳이 내가 있는 삶의 자리(Sitz
im Leben)입니다. 예수께서 여기에 모델이시지요. 예수께서 이 땅에
복음을 전하시는 선교적 비전을 이루시기 위해 하늘 보좌에 그냥 앉아
계시지 않았습니다. 그 분은 케노시스(Kenosis), 즉 하늘에서 이 땅으
로 인간이 되셔서 친히 우리 가운데 사시는 ‘삶의 과정’을 통해, 하나
님의 생명이 온 땅에 선포된 것입니다.
결국 문제는 삶입니다. 복음을 전한다는 것은 삶을 전하는 것입니다.
먼 곳에 나가서 전하지 못한다 할지라도 내 삶의 자리에서 선교자적인
삶을 살아 내는 일입니다. 거기에서 말로, 아니 실은 삶을 통해 나타나
는 능력으로 복음을 전파하는 것입니다.
“하나님나라는 말에 있지 아니하고 오직 능력에 있음이라”(고전4:20)
이런 관점에서 저는 선교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삶이라고 생각합
니다. 부활하신 주님은 제자들에게 손과 옆구리를 보이신 후에 이렇게
말씀하시지요.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 같이 나도 너희를 보내노라”(요20:21).
그렇습니다. 예수를 그리스도로 고백하는 성도는 모두 ‘보내심을 받은
자들’ 입니다. 세상으로 보내진 선교사들이지요. 선교지는 저 멀리에
있지 않습니다. 내가 속해 있는 가정이, 일터가, 학원이요, 교회로 한다
면 속해 있는 이 지역이 선교지입니다. 거기에서 우리는 선교자적인
삶에 헌신해야 합니다.
때론 가난한 이들을 찾아가 마음을 나누는 가운데 전해 지는 그리스도
의 사랑이 선교입니다. 때론 이름도 빛도 없이 오지의 시골을 지키고
있는 농촌교회를 지원하는 일입니다. 누군가의 도움이 없이는 살아 가
지 못하는 장애우들, 이 땅에서 이방인과 나그네처럼 살고 있는 외국
인 노동자들, 홀로 외로운 노년을 보내고 있는 독거노인들...저들을 위
해 기도하며 물심양면으로 돕는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 선교비를 작정합니다. 바로 그러한 곳에만 이 선교비는
쓰여질 것입니다. 비록 큰 교회처럼 많은 곳, 많은 액수는 아니지만 마
음과 정성을 담아 국내외 미자립 교회와 봉사단체를 지원합니다.
교회로는, 귀례에 작은예수공동체와 두 세 개 개척교회를 돕겠습니다.
단체로는, 어린이 전도협회와 작은 집(장애우), IVF(학교)를 변함없이
지원하겠고, 가난한 공장지대에 지역아동센터(어깨동무집)와 한 두 곳
을 보살피겠습니다. 또한 독거노인, 소년소녀 가장, 중국 유학생, 힘든
환우들을 돕는데 힘쓰겠습니다.
해외로는, 오랜동안 지원해 온 캄보디아에 공은혜 선교사님과, 필리핀
빈민가에서 사역하시는 박선호 목사님, 중국 창핑한인교회를 돕겠습니
다. 이들 모두는 어려운 조건속에서 목회를 하며 주님 사역을 감당하
는 곳들입니다. 작년 가을에 필리핀 빈민사역지에 가서 탐방 및 봉사
를 계획했다가 신종플루로 연기했었지요. 올해는 꼭 다녀 오고자 계획
중에 있습니다.
나아가, 이미 말씀드린 바처럼 올해는 지역사회를 섬기는 교회로서 주
춧돌을 놓겠습니다.
그간에 해 왔던 사역들을 모아 노인대학을 시작할 것입니다. 교회 어
르신들 중심으로 시작해서 점점 지역으로 확대해 나가겠습니다. 봄(5
월)과 가을(추수감사주일)에는 지역 주민들을 초청해서 식사와 위로회
를 갖겠습니다. 건강강좌를 비롯해 이미용 봉사, 극빈자 연탄 나누기,
카페(엘림) 도서관 개방 등을 실시해서 주의 사랑을 나누겠습니다. 수요
전도대는 지역청소를 병행해서 실시하고, 남선교회는 <사랑의 집고쳐
주기 운동>, 여선교회는 <사랑의 도시락 나눔>을 통해 섬김을 실천하겠
습니다. 선교회 회장과 임원들은 이 일을 위해 힘써 주셔서 헌신예배때
보고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물론 우리 교회도 넉넉지 않습니다. 그러나 나누면 풍성해 지고 나누
지 않으면 썩는 것이 하늘의 법칙입니다. 오히려 물질적 지원만 있지
몸으로 하는 봉사가 부족한 것이 부끄럽습니다. 모든 교회 안에 부서
와 기관들은 한 해 주어진 예산 가운데 이렇게 구제하고 봉사하는 일
에 힘써 주시기 바랍니다. 구역에서 준비하는 주일 낮 식사도 ‘절제의
식단’을 권면드립니다.
2차 세계 대전 때, 독일 어느 교회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폭격으로 교회 앞마당에 세워졌던 예수님 상이 부서졌습니다. 흉측하
게 팔이 부러져 나간 것입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성도들은 의견이
분분했습니다. 보기에 흉하니까 아예 새로 만들자는가 하면, 그냥 보수
해 보자는 사람도 있고 해서 쉽게 결론이 나지 않았습니다.
결국 어떻게 처리했을까요. 흉하게 부러진 그대로 두기로 했답니다. 그
리고 팔이 부러져 흉측해진 상 밑에 이런 말을 붙였습니다.
“주님은 이제 당신의 손을 쓰시기를 원하십니다”
오늘, 당신의 손을 통해 그 곳에 그리스도의 사랑이 전해지길 소망합
니다.
/사랑으로 샘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