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함양군 안의면에 있는
거망산(擧網山·1,184m). 주변에 1,200~1,300고지의 고봉들이 즐비하다. 진양기맥으로 뻗어나가는 금원산(1,353m)과
기백산(1,331m)이 북쪽에서 내달리고, 남쪽으로는 황석산(1,193m)이 우뚝 서 있다. 이 마루금을 U자 모양으로 연결하는
기백산~금원산~거망산~황석산 코스는 종주꾼들로 붐빈다. 접근하는 길을 포함하면 30㎞ 가까이 이어지니 완주하려면 다소 긴 호흡이 필요한데도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주능선에 올라가 보면 종주꾼들이 주살나게 흙길을 잘 다져놓은 덕분에 반들반들 윤이 나는 것처럼 보일 정도다.
산에 오르는 성취의 척도로 '높이'를 꼽는 게 당연한 것 같지만,
이렇게 종주를 하면 '길이'가 주는 보람도 무시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다만 길게 이어서 걸으면 각각의 산을 오르는 재미를 놓치는 게
아쉬움으로 남는다. 산&산에서는 그간 종주코스로 거쳐만 갔던 거망산을 오롯이 즐겨보기로 했다. 계곡과 폭포가 이어지고 지리산과 덕유산
조망도 좋아서 지루할 틈이 없는 코스다. 게다가 산자락에 용추자연휴양림과 야영장도 잘 갖춰져 있어 여러모로 활용이 가능한 게 장점이다.
즐비한 1,200~1,300m 고봉, 종주 산꾼들 유혹
그림 같은 용추폭포… 지리산·덕유산 조망은 덤
■용추계곡 주차장에서 출발
거망산과 황석산, 그리고
기백산과 금원산의 골짜기에서 흘러내린 물이 폭포를 이루고 용추계곡으로 흘러든다. 여름철이면 피서인파를 불러들이는 넉넉한 계곡수는 유장하게 흘러가
남강에 합류한다.
이번 산행은 함양 안의면 소재 용추계곡의 언저리에서 시작한다. 용추폭포는 높이 15m에서 떨어지는 폭포수가
굉음을 일으킨다. 지리산, 덕유산 권역에서 가장 웅장한 규모다.
용추계곡 주차장 가장자리에 있는 '용추사' 버스정류소가 실질적인
기점이다. 종점인 버스정류소 뒤 불당골로 산에 들어가서 주능선에 오른 다음 1,255봉을 거쳐 정상을 밟고 태장골로 내려와서 임도를 따라
용추사~용추계곡~용추계곡 주차장으로 사각형 궤적을 그리며 원점 회귀하는 코스다. 10㎞를 쉬엄쉬엄 5시간 만에 걸었다. 주능선에 올라 거망산
정상으로 가다 보면 1,255m 암봉을 만나는데 이 봉우리는 무슨 이유인지 더 낮은 북쪽의 거망산, 남쪽의 황석산 사이에 끼여 존재감이
없다.
이번 코스에는 탈출로가 딱 하나 있다. 1,255봉을 지나 정상 직전에서 지장골로 내려가는 길이 있다. 이 길로 하산해서
원점 회귀할 수 있다. 산행시간이 줄어드니 짧게 걷고 싶을 때나 비상상황에서 신축적으로 대처하면 된다.
■편안한 숲길…지리산·덕유산 조망도 용추계곡 주차장 위쪽에 일주문이 덩그렇게 서 있다. 한국전쟁 때 소실된 천년고찰
장수사는 이렇게 일주문만 홀로 남아 어딘가 애처롭다. 바로 위 용추사, 용추폭포를 거쳐 다시 이 자리로 돌아올 예정이다. 주차장 밑으로 내려가
버스정류소 뒤 돌다리를 넘어 계곡을 횡단한다.
야영장의 세면장을 뒤로 한 채 직진해서 목제 구름다리를 넘으면 다시 야영장이
보인다. 여기서 오른쪽으로 꺾어 입산. 이곳에는 등산로 안내판이 없으니 산&산 리본을 확인해야 한다.
금세 장자벌 마을로
올라가는 포장된 길을 만난다. 안의터미널에서 농어촌버스를 타고 왔다면 종점에서 정류소 하나 앞인 '장자벌' 정류소에서 하차해서 올라오면 이 길로
연결된다. 오르막의 끝에 청량사가 있고, 여기서 포장된 길이 끝난다. 거망산과 황석산 이정표를 보고 숲으로 들어가면 본격 산행이다.
오른편에 철망이 따라 달린다. 안쪽에는 산양산삼을 재배한다고 써 놓았다. 전체적으로 넓은 흙길이 펼쳐져 걷기에 수월하다. 길이
나빠져 봐야 가끔 물이 흐르지 않은 계곡의 바윗길을 만나는 정도다.
소방서에서 설치한 '7푼 능선' 표지목을 만났을 때 건너편에
거대한 직벽이 눈에 들어왔다. 접근성만 좋았다면 암벽 등반 마니아들이 몰려들었을 법한 규모다.
황석산은 왼쪽, 거망산은 오른쪽으로 길이 갈리는 이정표를 만나면 주능선에 오른
것이다. 마루금을 내달리는 종주꾼들 덕분일까. 마치 고속도로처럼 길이 다듬어져 있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켰다.
지장골로 빠지는
길을 버리고 계속 전진. 그런데 실망감이 닥쳐왔다. 거망산 정상부에는 제법 널찍한 억새 평원이 펼쳐져 가을산행지로 꼽혀 왔는데 어느 때부터
싸릿대와 들꽃이 뒤덮고 말았다. 군락이라고 말하기 민망할 정도의 억새가 군데군데 피었다. 기대가 컸으니 아쉬움도 크다
정상부 전후의
암릉에 서서 탁 트인 조망을 즐겼다. 발아래 서상면의 도천리 들녘은 온통 황금빛이다. 누렇게 물들어 고개 숙인 채 가을걷이를 기다리는 모습에
풍요로움이 넘친다. 멀리 진안 방향으로 영취산과 백운봉의 마루금이 아스라하다. 덕유산과 지리산의 유장한 산줄기도 실루엣을 남기고
있다.
'2.74㎞ 태장골 입구.' 하산 이정표를 만났다. 비스듬한 폭포인 와폭과 기세 좋은 태장폭포는 눈요기에 알맞다. 1시간쯤
걸었을 때 숲길이 끊기면서 용추자연휴양림과 갈라지는 지점에 '등산로 입구' 안내판이 나타났다. 여기서 산행은 마침표를 찍는다. 휴양림과 반대
방향의 임도를 따라 오른쪽 계곡을 끼고 직진하면 용추사와 그 아래에 용추폭포로 일사천리다. 폭포에서 400m 정도 더 내려가 용추계곡 주차장에서
차량을 회수하면 원점 회귀가 완성된다. 산행 문의:라이프레저부 051-461-4095. 전준배 산행대장 010-8803-8848.
글·사진=김승일 기자 dojune@busan.com
그래픽=노인호 기자 noga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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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양 거망산 고도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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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양 거망산 구글
어스(※ 사진을 클릭하면 더 크게 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