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터미널 방문을 마치고 간 곳은, 지하철로 불과 두 정거장 떨어진 센트럴시티였다.
센트럴시티는 개인적으로 서울에서 가장 익숙한 곳 중 하나다.
수없이 여행을 다니면서 가장 많이 고속버스를 탔던 곳이 바로 여기였기 때문이다.
집에서 가장 가까운 버스터미널은 고양시에 있는 고양터미널이지만,
노선 수가 적은 데다 개장 시기가 2012년으로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쌓인 추억의 페이지 수는 센트럴시티에 미치지 못한다.
바로 옆에 있는 서울고속버스터미널과 비교해도 상당히 넓고 깨끗한 시설 덕분에
수많은 사람들이 찾는 서울의 대표격인 이곳.
상경한 사람들에겐 서울의 얼굴과 같은 곳.
바로 그곳에서 잠깐이나마 사진을 찍고 기록을 남겨본다.

남부터미널에서 출발하자마자 바로 내려 이곳에 도착했다.
필자뿐만 아니라 센트럴시티를 찾는 사람들의 상당수는 지하철을 이용할 것이다.
주변 도로가 너무 막히는 데다 무려 세 노선(3호선, 7호선, 9호선)이 여기를 지나가기 때문에,
지하철로 오는 것이 가장 편하기 때문이다.
지하철을 타고 이곳에 오게 되면 지하상가와 마주하게 되는데,
지어진 지 오래된 대합실을 지나면 이런 깔끔한 뷰를 볼 수 있게 된다.
미로처럼 엮인 이곳은 수많은 식당들이 줄을 지어 있는데,
고급스럽게 잘 꾸며놨지만 워낙 동선이 복잡하여 아직도 여기를 올 때마다 길을 헷갈린다.

버스를 타러 왔을 땐 이 길로 오지 않았지만,
일부러 지하상가 구경을 한다고 약간 돌아왔더니 이러한 출입구가 보인다.
여기는 센트럴시티로 향하는 일종의 '후문'이라고 볼 수 있다.
정중앙으로 이어지는 가장 빠른 길(정문)은 서점, 은행, 분수대 등이 나오는데,
이곳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며 올라오자마자 매표소와 대합실이 그대로 보인다.

올라오자마자 보이는 풍경은 대략 이렇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터미널은 광주에 있는 유스퀘어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 이용객 및 노선 수를 비교하면 센트럴시티가 단연코 1등이다.
앞서 방문한 남부터미널도 혼잡하기로 유명하지만,
여기는 그곳의 수 배가 넘는 규모임에도 혼잡하기로는 결코 지지 않는다.

노선 숫자로만 보면 바로 옆의 '서울고속버스터미널'이 더 많으나, 여기는 전국 고속버스 승객 숫자 1,2위를 차지하는 '서울-광주', '서울-전주' 노선을 끼고 있다. 더군다나 '서울-청주', '서울-대전청사-유성', '서울-충주', '서울-서산', '서울-논산', '서울-당진' 등등 호남뿐만 아니라 충청권 상당수 지역으로도 노선이 연결되어 가히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버스터미널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
다만 예전에는 '서울-안동', '서울-영주' 등등 경북 북부로 가는 노선들도 여기서 취급하였으나,
서울고속버스터미널(경부선/영동선)과의 철저한 구분을 위해 노선이 조정되어 지금은 호남선 비중이 상당히 높아졌다. 호남선 위주로 노선이 짜인 이곳은 깔끔하고 널찍한 공간과 다채로운 편의 시설 덕분에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서울'의 이미지를 잘 담고 있는 곳이다.

다만 이곳이 처음부터 깔끔하고 웅장한 규모로 운영을 시작했던 것은 아니다.
서울역 앞에서 회사 별로 각기 다른 고속버스터미널이 있던 것을,
1970년대 강남 개발의 일환 및 서울 교통정체 해소 등을 이유로
이미 1970년대 중반부터 반포동에서 이곳에서 영업을 시작했었다.
당시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영업을 시작하다가,
대기업이었던 율산그룹이 가건물을 먼저 짓고 새 건물을 올리는 형태로
1978년 3월에 가건물을 지었으나, 율산그룹이 부도가 나고 사업이 계속 미뤄지는 바람에
무려 22년간 지금의 남부터미널처럼 가건물에서 영업을 해왔다.
경부선+영동선을 다루는 '서울고속버스터미널'은 개장 당시부터 현재의 건물에서 영업을 했는데,
개장 당시 국내 최고의 고급스런 건물로 정평이 나있었기 때문에
호남선 터미널이 가건물로 운영되었던 1980년~1990년대에는 지역차별의 상징이 되었다고 한다.

즉, 이곳은 2000년 9월이 되어서야 현재 건물이 완성되어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바뀐 것이다.
이전에는 현재의 서울남부터미널과 비슷한 분위기에서 버스를 이용했다는 뜻이다.
1990년대 초반~중반에 이곳에서 몇 번 버스를 이용했던 기억이 얼핏 나는데,
너무 어릴 때라 그 당시가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굉장히 낡고 비좁은 느낌은 있었던 것 같다.

수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쇼핑센터, 호텔과 결합한 지금의 모습으로 바뀐 것이 어찌나 다행인지.
'서울고속버스터미널'과 양대 산맥을 이루는 국내 대표 터미널이 아직도 비좁은 가건물이었다면,
동서울터미널, 남부터미널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대혼란이 벌어졌을 것이다.
1년 365일 24시간 이런 모습을 일상적으로 보여주는 곳이기에,
시간대에 관계없이 언제 와도 한결같은 모습을 볼 수 있다.
여기서 쌓은 추억이 너무나 많지만, 그 기억은 언제 떠올려봐도 다르지 않았다.
같은 풍경 안에서 다른 이야기를 써 내려갔다는 차이점은 있지만 말이다.

필자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적어도 한 번 이상은 이곳에 대한 추억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가족과, 친구들과, 연인과, 동료들과, 아님 혼자이거나.
사랑하는 누군가와 감정을 공유하고 같은 시간을 보냈던 좋은 기억이 있을 것이다.
굳이 버스터미널이 아니라도 같은 건물의 백화점이라든지, 호텔이라든지.
이곳에서 즐겁게 쇼핑도 하고 숙박도 하면서 기억을 묻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건물 밖으로 빠져나오면 보이는 이 풍경은 다소 오래된 듯 깔끔히 정돈되어 있다.
급성장한 서울의 현대사를 단면적으로 보여주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너무도 갑작스럽게 바뀐 환경에 적응하며, 또는 신음하며 어떻게든 살아갔던 사람들에게
이곳은 일상의 터닝포인트가 되어 가지각색의 그림을 덧칠하는 공간이었을 것이다.

바쁘게 지나온 일상을 잠시 되돌아보니, 여기서 적힌 수많은 추억들이 켜켜이 쌓여있었다.
197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서울의 모든 변화가 한 공간에 묻어있는 이곳은,
그 시간만큼 쌓인 사랑의 노래들을 가득 싣고 어디론가, 또 어디론가 흘러가고 있는 듯하다.
첫댓글 사진 잘봤습니다
감사합니다 :)
잘보앗습니다
고생많으셧어요
네 고맙습니다 ^^
갈때마다 느끼지만 지하철 이용시 매표소까지 이동하는 동선이 늘 길고 복잡했는데, 그 과정을 잘 표현하셨네요.
그래도 제가 사는 곳 까지의 버스 배차가 촘촘하여
서울의 타 터미널보다는 "즐겨찾기"하는 장소가 되었답니다.
넓고 쾌적한 대합실? 내부가 버스를 기다리는 무료함을 달래주기에 편안하고 좋더군요(입점 상점의 비싼 물가 제외).
각 지역별 특색있는 운수회사의 직영영업소와 직원들을 없애고 센트럴시티에서
직접 관리하는 점은 약간의 아쉬움이 남습니다.
오늘도 정감있는 맥시멈님의 터미널여행기 잘 보고 갑니다.
덕분에 즐겁고 따뜻한 저녁시간이 되었습니다!
제가 '걸어다니는 네비게이션'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데 여기서 길을 잃은 적이 있었습니다. ㅎㅎ
그만큼 동선이 복잡하게 꼬여 있다는 뜻이겠지요.
대형 상권을 끼고 있어서 일부러 하나라도 더 구경하라고 꼬아놓은 느낌도 받습니다.
하지만 여기 물가가 너무 비싸서 이쪽에서 뭘 하고 싶다는 생각은 그리 들지 않더군요.
센트럴시티에서 직접 관리해서 그런지... 여기서 말로 설명하기 조금 곤란한 일도 겪었습니다.
긴 글 잘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서울고속터미널 지하상가는 정말 복잡하지요. 왠만큼 다녀본 사람도 길을 잃기 쉬운 곳이니 말입니다. 지하상가 공간이 따로 있고, 그 아래에 지하철 역사가 이어지면서 출구 역시 복잡하게 얽히다보니 동선이 꼬일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지하철 연계 측면에서는 서울시내 모든 철도역사와 터미널을 통틀어 가장 난이도가 높은 곳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지금의 센트럴시티가 있기 전 호남선 터미널의 모습이 전혀 기억이 나질 않는데 올려주신 글 덕에 조금이나마 짐작을 해 보게 됩니다. 지역차별 이야기가 나올 법 합니다. 좋은 글 감사히 잘 보았습니다.
서울에서 지하철과 버스터미널이 직접 연결된 '유일한' 버스터미널이면서도, 정작 찾아가는 길은 가장 복잡한 곳 같습니다. 동서울이나 남부, 상봉 같은 경우는 직접 연결되어 있지는 않지만 나오면 바로 보이는 구조라서 찾기는 비교적 쉬우니까요. 저도 예전 호남선 터미널 사진이 있다면 한 번 보고 싶습니다.
지하철에서 내려서 센트럴시티로 가는 길은 7호선을 타도 3호선쪽 출구로 나가 지하상가를 이용하여 센트럴시티 지하 중앙광장(?)으로 진입하는게 저한테는 가장 편했습니다. 주로 이용하는 노선이 광주노선이다보니 하차장쪽 7호선 출구로 나와도 한참을 걸어야하더군요.
3호선을 만들 때 터미널과 바로 이어지는 길을 만들었고, 7호선과 9호선은 상대적으로 늦게 지어졌기 때문에 3호선에 집중되어 있죠. 특히 7호선은 많이 걷는 게 불편하더군요.
터미널 나오면 이제 깔끔한 조형물이 맞이하네요. 예전. 아니 그리 오래지 않은 과거에는 폐차된 버스를 개조해서 우동이나 분식류를 파는 그런 곳이 있었던거 같은데... 너무 예전인가요? ㅎ
저는 버스를 개조해서 팔았던 게 기억이 나지 않네요. ^^; 요새 유행하는 푸드트럭의 원조인가요 ㅎㅎ
센트럴 시티 터미널 개장이 2000년 9월이었다니.. 처음 들었습니다. 센트럴시티 터미널이 2000년 1월에 개장한 줄 알았는데...(센트럴 시티 본관 착공이 1994년 12월에 착공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자료를 찾아보니 그렇게 나오더군요. ㅎㅎ 착공 시기는 역시 1994년으로 나오네요.
예전엔 흰색이었나 아이보리 색상에
용산터미널 분위기가 났던걸로 기억합니다.
그리고 호남+영동선 아니었나요?
용산터미널과 비슷한 분위기였군요. 2000년 전까지는 호남+영동선이 맞으나 지금 기준에서 언급을 드린 것입니다. ^^
예.제 기억이 맞군요.
저도 예전 기준으로 말씀드린거예요^^'
경부,영동선 터미널과는 다르게 고급스럽네요.^^
그러게 말입니다~
@Maximum 한번도 못가봐서 궁금하긴 합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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