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늘에 실 좀 꿰어달라고 하셨죠. 솔잎 끝처럼 뾰족한 실이 두루 뭉실 뭉툭해질 때 바늘구멍 너머 초록 바다는 타클라마칸이었죠. 돋보기를 쓰고서도 통과하지 못하는, 침을 바른 실 끝은 더 부풀어 올랐죠.
오늘은 노루발이 당신의 깁스와 붕대를 타고 덜덜거리며 올라가네요. 풀 먹인 듯 빳빳하고 단단한 깁스에, 60수 하얀 순면에 박음질되는 여든 여덟의 땀, 뼈는 왜 굽어지지 못하고 부러지기만 할까요. 움직이지 마세요. 뼈를 가두세요. 엉치등뼈에서 종아리, 세 뼘도 안 되는 금이 간 산맥을 타고 이십 세의 당신을 따라 재봉틀이 분해되고 있어요. 브라더 미싱의 발판이 무인 연주되는 피아노 건반처럼 하얗게 캄캄하게 시린 골반을 탕, 탕, 탕 울리고 가네요
녹슨 바늘은 쓰러진 병사의 창처럼 갈대밭에 거꾸로 묻히고 탄천의 둑길에서는 연기만 피어오르네요. 자, 깁스를 풀고 바늘에 실 좀 꿰어 달라고 다시 한 번 저를 불러보세요. 시간의 끝에 심지를 세우고 선인장의 가시를 피워보세요. 이 세상 모든 바늘은 낙타를 만나려고 사막에서 빛나고 있죠.
첫댓글 좋은 작품 잘 보고 갑니다... 늘 느끼지만 선생님 시는 참 젊어요...^^*
임서령샘도 좋은 작품 많이 쓰세요...
한정원 선생님, 잘 계시지요? 글을 읽으며 샘 생각했어요. '누구를 잃어버린 경험이 있다면 오래된 것이다' 시간은 형태를 서서히 또는 빠르게 변화시켜가겠지요.
어머니를 본 마지막 작품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