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일기(17)-역답사(남성현역/청도역)
이번 역 답사는 경북 청도 지역이다. 점점 열차 이용시간이 길어진다. 반복해서 만나게 되는 <천안-대구> 사이의 차장 밖 풍경이 익숙해진다. 열차 이용구간에는 이제는 사라진 수많은 역들이 ‘폐역’의 얼굴로 아직 남아있다. 왠지 <직시사역>이 눈에 들어온다. 한 번 차량을 이용해 찾고 싶다.
1. 청도 <남성현역>
<남성현역>의 첫인상은 깔끔하고 평화롭고 풍성하다는 느낌이다. 역을 나서자 만나는 작지만 아름다운 푸른 산과 고요한 마을의 인상때문일 것이다. 역 앞에는 마을 건물 이외에는 아무 것도 없다. 하지만 마을은 벽화 마을로 다양한 그림으로 장식되어 있는 인문학이자 예술의 공간이다. 조금 더 이동하면 만나는 <남성현초등학교>도 하나의 공원이다. 나무와 숲으로 꾸며진 운동장에서 아이들이 뛰놀고 있다. 어떤 역보다 푸근하고 따뜻한 인상으로 만나는 순간이다.
하지만 조금 더 이동하자, 이곳이 ‘청도 관광’의 중심지임을 알게 된다. 여기저기 산재해 있는 <무인모텔>의 수가 늘어나고 <용암온천>이라는 건물이 나타난다. 주변에는 많은 식당이 있고 커피전문점도 보였다. 이어진 표지판에는 청도의 명물인 <소싸움 경기장>으로 가는 안내가 보였다. 멀리서도 한 눈에 들어오는 하얀색 지붕의 경기장은 청주에서 발생한 ‘구제역’ 때문에 일시적으로 문을 닫았지만 상당히 큰 규모의 경기장임을 알 수 있었다. 경기장 옆에는 ‘테마공원’이 자리잡고 있고 주변 도로도 넓고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소싸움’에 대한 비판도 있지만, 상대적으로 ‘소싸움’은 가장 잔인하지 않은 투기경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개싸움이나 닭싸움같이 피가 넘치는 경기는 아니기 때문이다. 서로의 힘으로 상대를 몰아붙이는 우직하고 순박한 소들의 특징이 담겨있는 힘겨루기는 결코 상대의 완전한 패배를 요구하지 않는다. ‘소싸움’은 ‘동물보호’라는 거센 역풍에도 여전히 지킬만한 우리의 흥미로운 전통일 것이다.
<남성현역>의 다른 방향 쪽으로는 <와인터널>이 있고, <개구리 박물관>도 보였다. 전체적으로 역 주변은 아름답다. 전형적인 시골마을처럼 조용하고 오가는 사람들도 별로 없지만, 그 사이를 이동하는 여행객에는 평화롭고 따뜻한 공기를 제공해준다. 그렇게 역 주변을 걸었고 역에서 휴식을 취했다.
2. <청도역>
부산으로 가는 마지막 열차를 타고 <청도역>에 내렸다. 역 앞에는 전통적인 한국의 마을 모습이 ‘테마파크’ 방식으로 조성되어 있었다. 역을 나서, 항상 그랬듯이 ‘군청’을 목적지로 삼아 걷기 시작했다. 거리의 분위기는 밝고 깨끗하였다. 많은 차들이 도로 옆에 주차되어 있었다. 하지만 특이했던 것은 도로에서 이동하는 차의 숫자가 매우 적었다는 점이다. 어느 곳이나 가게 되면 많은 차들이 이동을 위협하지만 이곳에는 자유롭게 도로를 오갈 정도로 차가 적다.(무단횡단이 많아서인지 도로 주변에는 무단횡단을 경고하는 표지가 유독 많았다) 대부분의 신호등도 꺼져있었다.
역에서 군청까지는 약 30분 정도 걸렸다. 군청은 특별하지 않은 건물로 전형적인 지방 행정기관의 모습이다. 역시 이곳에도 도시 공간의 하이라이트는 <청도도서관>이다. 세련되게 디자인된 도서관의 내부 또한 청결하고 모던한 분위기의 공간이 구성되어 있었다. 새롭게 만들어진 지방의 도서관은 현대적으로 변모하고 있지만, 내부의 이용자는 노인들이 대부분이고 이용자는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은 아쉽다. 여유로움이 여행자에게는 휴식할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해주는 장점도 있지만 말이다. 어린이열람실에는 아이가 하나도 없다. 아이들이 없는 것인지, 올 시간이 아니어서인지, 어쨌든 아이가 없는 어린이열람실은 조금은 공허한 모습이다.
청도, 소와 감(홍시)의 고장이어서인지 버스 정류장도 감을 형상화했고 곳곳에 소의 모습이 다양한 캐릭터로 변신하여 장식되어 있다. 소와 감이 주는 친근감때문인지, 청도의 인상은 푸근하다. 평화롭고 아름다운 고장이다.
첫댓글 - 새로운 모습의 발견, 시간 속 여행으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