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peoplepower21.org/Peace/1002764
변칙, 거짓, 공권력 남용으로 점철된 해군기지 건설 공사강행에 맞선
정의와 진실을 향한 평화적 저항은 계속될 것이다
구럼비 발파 1주년 즈음한 성명서
오늘로 제주 강정마을 구럼비 바위에 대한 해군의 일방적 발파공사 강행 1주년을 맞는다. 제주해군기지건설 저지를 위한 전국대책회의(이하 전국대책회의)는 구럼비 발파 이후 1년간 제주해군기지 건설 공사 강행으로 인해 강정마을과 우리사회가 겪은 심각한 갈등의 책임소재와 해법을 다시금 명확히 하고자 이 성명을 발표하고자 한다.
1년 전 오늘 이명박 정부와 해군은 제주해군기지 건설 추진 과정에서 드러난 총체적인 부실과 문제점, 그리고 온갖 변칙과 주민인권탄압의 실상을 외면한 채 강정마을 구럼비 바위에 폭약을 장착하여 발파를 강행했다. 당시, 제주도지사와 도의회 의장, 그리고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제주도당위원장들이 공사보류와 검증, 그리고 주민과의 대화를 촉구했고, 각계각층의 시민들이 시국선언을 발표하여 주민과의 대화와 재검토를 촉구했지만 총선을 앞둔 이명박 정부와 집권여당은 경찰력을 앞세워 제주해군기지 공사강행의 대못을 박고자 했다.
2011년 말부터 2012년 3월 7일 구럼비 발파까지의 과정은 구럼비 발파의 본질을 잘 보여준다. 2011년말 국회는 해군기지의 설계상 오류를 이유로 2012년 예산 95%를 삭감하고 검증을 요구했다. 2007년 국회가 강정마을에 민항 중심의 군 기항지를 건설하기로 결정한 이래 2008년부터 2010년까지의 예산은 모두 여당의 날치기로 처리되었기에 2011년 여야합의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 것이었다. 여야가 모두 해군기지가 도민들에게 제시한 공약과 달리 건설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2012년 2월 14일 총리실이 주도한 ‘민ㆍ군 복합형 관광미항 기술검증위원회’는 최종보고서를 발표하여 “현재 공사 중인 제주 해군기지 공사 실시설계를 그대로 적용할 경우, 15만톤급 크루즈 여객선이 정박할 수 있는 민군복합형 시설을 짓겠다던 당초의 공약이 지켜지기 어렵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이에 대한 아무런 설명도 없이 제주해군기지 공사를 강행하겠다고 천명하고 말았다. 그러자 자신의 페이스북에 민군복합형관광미항은 실현불가능하다는 주장을 게재하기도 했던 국무총리가 돌연 태도를 바꾸어 공사를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국무총리는 이 대통령이 천명한 공사강행을 지원하기 위해 경찰청, 해경 등이 참여한 관계기관대책회의를 가진데 이어, 23일 국방부가 제출한 시뮬레이션 결과를 일방적으로 수용하여 기지건설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일사천리로 3월 7일 구럼비 발파를 강행했다.
구럼비 발파는 주민과의 대화와 검증을 요구하는 합리적인 제안을 송두리째 무시하고 경찰력을 앞세워 강행되었기에 반대하는 주민들과 시민들에 대한 비이성적인 정치적 매도와 인권탄압으로 이어졌다. 2010년 1월 이후 2012년 2월 27일까지 26개월간 연인원 329명이 연행되었으나, 그 후 1년 만에 총인원은 650명을 넘어섰다. 구속자수도 급증하여 2011년말 11명이었던 구속자 누계가 23명으로 2배 이상 늘었다. 심지어 정부는 해외평화활동가들을 강제로 추방하고 해외에서 한국과 제주를 방문하는 평화인권활동가들에 대해 특별한 혐의없이 해군기지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는 이유로 입국을 불허하기도 했다. 이 모든 인권탄압 행위들은 국내는 물론 UN 등 국제사회에서 큰 논란거리가 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제주해군기지를 둘러싼 갈등은 전국적인 쟁점은 물론 국제적인 쟁점의 하나로 떠올랐다.
지난 1년간 제주해군기지에 대한 새로운 사실들도 속속 드러나 국내외에 알려졌다. 세계자연보전연맹 총회를 계기로 강정마을과 그 주변의 자연환경 피해에 대한 환경영향평가가 중립적이고 과학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 국제 환경활동가와 단체들의 지탄의 대상이 되었다. 국정감사 과정에서는 제주해군기지가 주한미해군사령부의 요구에 따라 설계되었다는 사실이 새롭게 밝혀져 이 기지의 군사적 목적에 대한 의혹을 가중시켰다. 해상수송로를 보호 한다는 명분아래 한국 해군이 미 해군과 함께 중국에 대항하여 해양군사동맹을 강화하고 그 전초기지로 제주해군기지를 사용하려한다는 우려와 경고들이 근거있는 것임이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더불어 해군이 이른바 설계오류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 설정한 입출입경로가 천연기념물 421호와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등을 관통하는 것에 대한 대책이 전혀 마련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해군이 강정앞바다에 가설치한 케이슨이 태풍 볼라벤의 영향으로 완파되는 일도 발생하여 입지타당성에 대한 논란을 가중시키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찰력을 앞세운 해군의 공사는 줄곧 강행되어 왔고, 이명박 정부는 이로 인한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주민들의 대화 제의를 철저히 외면해왔다. 집권여당과 박근혜 신임대통령 또한 총선과 대선결과가 마치 모든 실정에 대한 면죄부나 되는 것처럼 제주해군기지 공사예산을 밀어붙이려 했다. 하지만 주머니 속의 송곳이 삐져나오듯, 국회는 제주해군기지가 지닌 절차적, 환경적, 경제적 그리고 기술적 측면에서의 원천적인 문제점들을 차마 외면할 수 없었고 결국 여야는 2013년 1월 1일, 70일간의 검증기간을 거친 후 예산사용여부를 검토하는 것을 조건으로 2013년 해군기지 예산을 승인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우리사회에서 상식과 정의가 제대로 작동한다면, 그래서 공공기관이 시행하는 환경영향평가, 경제적 타당성 검토, 그리고 기술적 평가가 그 명칭에 걸맞게 중립적이고 과학적으로 이루어진다면, 70일간의 검증결과가 진실을 밝혀주리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70일간의 검증은 국회의 요구와는 달리, 모든 문제들을 덮고 기지 공사를 예정대로 강행하려는 짜여진 각본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 해군은 ‘70일 검증 후 예산 집행여부를 판단’하기로 한 여야 합의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2013년치 해군기지 건설공사를 불법적으로 강행함으로써 국회의 결정에 정면으로 도전했다. 총리실이 제주도정과 해군등과 함께 새롭게 실시한 시뮬레이션은 충분한 준비와 실측데이터가 부족한 상태에서 졸속으로 진행되었고 그나마 변경된 항로가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이루어졌다. 박근혜 정부의 인수위원회는 해군기지에 반대하는 주민들의 거듭된 면담요청에는 응하지 않고, 오로지 찬성측 주민의 면담에만 응하였다. 그 후 인수위원회는 70일 검증이 마무리되기도 전에 발표된 박근혜 정부 국정과제에서 제주해군기지건설공사를 적기에 완료한다고만 밝힘으로써 갈등의 원인을 개선하거나 해결할 의지가 없음을 분명히 하였다.
결과적으로 70일간의 검증은 1년 전에 진행되었던 허울뿐인 졸속검증의 반복에 불과한 것으로 되어가고 있다. 지난해 총리실 주관 검증작업이 구럼비 발파공사 강행을 위한 통과의례였던 것처럼 올해 70일간의 검증 역시 해군에게 2,010억원에 달하는 공사예산을 제공하기 위한 요식행위로 전락해버렸다. 70일간의 최소한의 검증작업조차도 고통받는 주민들을 포용하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보다는 그들을 배제하고 억누르며 완력으로 반대의지를 억누르는 방식으로 강행되고 말았다.
이어질 갈등의 원인과 책임을 분명히 해두기 위해서 다시 한 번 강조하건대, 제주해군기지 건설과 관련된 갈등은 전혀 해소되지 않았다. 이 공사의 적법성과 기술적, 환경적, 군사적, 경제적 타당성에 관한 검증은 사실상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고 이어질 공사를 강행하기 위한 요식행위로서만 진행되어 왔을 뿐이다. 이에 따른 모든 갈등의 책임은 전적으로 국민이 요구한 검증을 공사강행의 도구로 악용해온 정부와 해군에게 있다.
어느 누구도 이같은 폭력적 방식에 동의할 수 없기에, 박근혜 정부가 설사 일방적으로 ‘검증 완료’를 통보하고 이미 국회부대조건에 반해 불법으로 지속해오던 공사에 합법의 외양을 씌운다하더라도 강정마을주민들의 저항은 지속될 것이며, 이들의 정당한 저항에 대한 전국적, 국제적 지지연대는 더욱 커져갈 것이다. 국회가 최소한의 제 역할이나마 수행할 수 있다면 폭력과 불법, 그리고 담합으로 점철된 검증결과를 수용하여 해군에게 공사강행을 위한 예산을 제공하는 거수기가 될 것을 거부하고 국회 차원의 철저한 검증에 착수해야 할 것이다.
2013. 3. 7
구럼비발파 1주년을 맞아
제주해군기지건설 저지를 위한 전국대책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