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튀르쇼의 하이라이트 '쿠튀르
어워드'
주얼리계의 오스카상... 출품작마다 창의력의
결정체
밤의 도시 라스베가스를 대낮에도 눈부시게 만드는 아찔한 유혹의 ‘주얼리 위크’가 올해도
어김없이 돌아왔다. 그 가운데 핵심 행사인 파인 주얼리 디자이너들의 B2B 쇼 쿠튀르(Couture)는 상상력, 혁신, 장인정신이라는 키워드을
내세워 어느덧 세계 최고의 주얼리 쇼로 자리매김하는 모습이다.
쿠튀르쇼의 하이라이트는 뭐니 뭐니 해도 주얼리계의 오스카상이라 불리는 쿠튀르 디자인
어워드다. 2016년에도 독창성은 기본이고, 독특하고 비전형적인 소재를 사용한 도전정신과 다용도의 기능성까지 갖춘 창의력의 결정체로 14개
부문에서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
▲Selim Mouzannar ⓒSandro Art +
Photography
$20,000 이상 유색석 부문에서는 레바논 출신 디자이너 셀림
모우자나(Selim Mouzannar)에게 우승의 영광이 돌아갔다. 수레바퀴 모양의 천연 내포물이 들어있는 극히 희귀한
트라피체(trapiche) 에메랄드를 사용해서 비브 네크리스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디자이너는 같은 크기와 모양 8개를 수집하는 데
꼬박 8년이 소요된 트라피제 에메랄드를 47개의 무조 광산 에메랄드와 유기적인 골드 세팅과 함께 배치하여 은하계의 별이 수놓아진 듯 찬란한
효과를 연출했다.
▲Nikos Koulis
▲Tomasz Donocik
영국의 떠오르는 디자이너 토마스 도노칙(Tomasz Donocik)은 유색석
$20,000 이하 부문에서 1위를 수상함으로써 작년에 이어 2년 연속 우승의 영광을 거머쥐었다. 수상작은 루비와 아게이트, 핑크 오팔,
헤머타이트로 구성된 컨버터블 귀고리로 올해의 컬러인 로즈쿼츠 색상을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기하학적이면서 시크한 디자인으로 재해석해 호평을
받았다.
한편, 그의 멘토이자 영국 주얼러들의 대부인 스티븐 웹스터(Stephen
Webster)는 $20,000 이상 다이아몬드 부문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수상작은 촘촘하게 파베 세팅된 2,200개의 다이아몬드로 구성된 칼라
네크리스다. 완벽한 장인정신 가운데 화룡점정 된 15.09캐럿 메인 다이아몬드가 특히 돋보였는데, 다이아몬드를 차분한 깃털 모티브로 바꿔 세팅할
수 있게 기능성까지 고려한 디자인이다.
▲Silvia Furmanovich
▲Yannis Sergakis Adornments
혁신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한 브라질 출신 디자이너 실비아 푸르마노비치(Silvia
Furmanovich)는 고향인 브라질의 열대 나무에 에메랄드를 상감세공한 트롱프뢰유(trompe l'oeil) 팔찌로 독창적인 기법을
자랑했다.
가장 오랜 제작 시간이 소요되는 오뜨 꾸뛰르 부문의 영광은 니코스 코울리스(Nikos
Koulis)에게 돌아갔다. 2015년 에메랄드, 다이아몬드, 에나멜 반지로 예물 부문에서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었던 그는 올해 같은 컬렉션에서
같은 소재로 다이아몬드 태슬이 길게 늘어진 감각적이고 현대적인 초커를 선보여 또 한 번 수상의 기쁨을 만끽했다.
▲Anita Ko
▲Polly Wales
한편, 올해 쿠튀르쇼를 빛낸 또 하나의 주요 특징으로
젬필드(Gemfields)와 디자이너들 간의 협업 프로젝트를 꼽을 수 있다. 기업 윤리와 사회적 책임을 표방하며 잠비아산 에메랄드와 모잠비크산
루비를 생산하는 광산업체 젬필드는 젊은 파인 주얼리 애호가들을 겨냥하여 세련된 버전의 주얼리 컬렉션을
발표했다.
▲Imogen Belfield
▲Kuwayama
젬필드는 최근 몇 년 간 적극적인 협업을 해오고 있는데 하이엔드 브랜드인
파베르제(젬필드 소유), 조지 젠슨, 마리나 비(Marina B) 등과의 협업은 광산에서 소비자까지 이르는 투명성을 내세운 마케팅 전략의
일환이었다.
작년 12월에도 뉴욕 버그도프굿맨 백화점 입점 브랜드인 포멜라토, 베르두라, 데이비드
웹, 스티븐 웹스터 등 십여 개 브랜드와 독점적인 ‘원 오브 어 카인드’ 주얼리를 선보인 바 있다.
▲Mizuki
▲Anthony Lent
연이은 성공적인 협업으로 탄력을 받은 젬필드는 이번 쿠튀르쇼에서는 뉴욕 기반 파인
주얼리 디자이너 에이전시인 뮤즈(Muse)와의 협업을 통해 패션지향적인 주얼리 시장에 뛰어들었다. 더 젊은 뉴밀레니엄 소비자층을 염두에 둔 이번
프로젝트는 각 디자이너들이 젬필드의 에메랄드 또는 루비를 사용해서 독특한 미학을 창조하거나 액센트 효과를 도모하도록 했다.
모든 제품은 한정판으로 제작되었으며, 소매가격은 $1,000에서 $10,000사이로
책정해 과거와 달리 접근가능성에 초점을 맞췄음을 알 수 있다. 우리는 루비와 에메랄드라는 전통 유색석이 현대적이고 패션지향적인 파인 주얼리로,
또 평상시에 즐길 수 있는 캐주얼한 디자인으로 포지셔닝됐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또한 본격적으로 디자이너 주얼리 시장에 뛰어든 젬필드의
추후 행보를 눈여겨봐야 할 것이다.
올해도 디자이너들의 독창성과 창의성, 뛰어난 기술력의 조화는 2016년 쿠튀르쇼를
환상적인 축제로 만들었다. 그리고 그 핵심이자 디자이너들 간 치열한 경쟁 무대인 쿠튀르 어워드와 이를 뒷받침해준 재치와 여유로움으로 무장된
그들의 상상력은 보는 이들에게 짜릿함까지 선사했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점차 확산되고 있는 광산 업체와 디자이너 간의 협업 프로젝트를 통해
대한민국의 DNA가 숨쉬는 디자이너들의 미래를 보다 긍정적으로 기대해 보는 시간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