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마음으로는 오늘은 갑사를 다녀와야지 하는 마음이었는데 혼자서 산에 간다는게 쉽지가 않다.
사실은 아들이 내려오면 전주 카네기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가려 했었는데 감기 몸살이 심해 못내려 온다하고
날짜도 알고보니 다음주 토요일이었다. 또 전주에서 호암명리학회 호남권 모임이 12시 예정이라
겸사겸사 전주 갈 예정이었지만 거기도 일정이 취소 되었다고 연락이 왔다. 움직이려고 마음먹고 있던 일들이
무산되고 책을 본다고 앉아 있지만 또 2시에 천인선 한의원에 공부멤버들이 기(氣)치료 받고 수련한다고 오라했지만
내키지 않는다 말은 했는데 시간이 가까와 오니 엉덩이가 들썩거려 안되겠다 싶어 어제처럼 복장 단속해서
걷기 시작했다. 차를 타고 한번 가보니 얼마 안걸리는 거리다 느꼈지만 아직은 지리를 잘 몰라 걷던 갑천만 따라 걷다
방향 감각이 없어 도로위를 1시간 15분 가량 걷는데 너무 재미없는 코스다. 가게 하나 안보이고 전부 연구기관이나
기상청이나 하는 건물들이 뚝뚝 떨어져 있고 사람도 제대로 없고 어제와 달리 날씨가 풀려 얼어있던 눈은 녹아 길까지 질펀
거렸다. 사람도 한명 제대로 안보이던 곳에 사람들이 보이고 레스토랑이니 카페니 간판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바다가재 전문점, 한우고기 전문점, 레스토랑, 웨딩샾, 커피 전문점, 가격은 엄청 비싸고 입맛 땡기는 간판은 없다.
그러다 산야초 발효음식 전문 "남도 명가"라는 간판이 눈에 들어 온다.
건물을 한바퀴 휘 둘러보니 주변에 대전 엑스포가 있고 가족들이 특히 아이들이 함께 할수있는 문화시설들이 모여 있는것
같았고 그 식당에 단체손님들이 많이 오는지 예약하라는 안내 간판에 전화를 걸어 혼자 식사되냐고 하니 된다고 해 바로
이층으로 올라 가며 지금쯤 치료가 끝났으면 좋은 음식 같이 먹을까하고 전주서 올라와 기치료 받고있는 미원선생한테
전화를 했더니 받지 않아 혼자 들어 갔다.
산야초 정식 1인분 만칠천원 그집에서 세가지 메뉴중 가장 싼걸로 주문 시키고 안내된 방에 앉아 입었던 겉옷들을
하나 하나 벗어 놓았다. 어제와 달리 날씨가 포근해 땀이 났다. 방도 후끈후끈하고 창밖에 강변이 보이고 햇살도 많이
드는 방이었다. 몸에 좋기만 하다면 매일 김치 계란 김에 먹던 아껴둔 식비 한번정도 쓸수도 있지 기대하며 음식을 기다렸다.
곧 음식이 들어왔고 상냥한 내또래의 아줌마가 교양있게 설명해준다. 저민 감자를 효소에 담궈서 나온걸 제일 먼저 먹고
그 다음은 석화 하나 먹고 나머지들 설명을 해 준다. 토하젓갈, 나머지는 전부 발효시킨 양념에 무쳤거나 담은 산야초, 가장
몸에 좋은건 우엉인데 몸에 독소를 다 빼내준단다.
도자기그릇에 해온 따끈한 밥과 같은 그릇에 담긴 미역국, 돼지고기 양념불고기, 특별한 산야초 샐러드, 설명을 듣고 이런 음식
먹으면 안죽을것 같다고 해서 한바탕 웃고 식사를 했다.
누군가 내가 대전 있을때 오면 이 음식을 대접해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귀한 음식이라 남기지 않을려고 먹다보니 배는 부르고 다 먹고나서보니 혼자 먹는 1만칠천원은 별로 안 아까운데 두명이 먹
으면 좀 비싸겠다는 생각이 든다.
음식을 거의 다 먹었는데 미원선생 한테서 연락이 왔다. 치료가 이제 끝났다고 오라 했지만 거리가 얼마나 먼지도 모르고 지리도 몰라 안가겠다고 말하고 계산을 하고 주인께 전민동이 머냐고 물으니 도보로 15~20분 거리라 해서 그쪽 방향을 잡고 걷다가
대략 어느지점 가니 지리를 알겠다 싶어 다시 갑천을 따라 집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대전은 천변이 아주 넓고 물도 많고 자전거
도로도 잘 되어 있다. 지금은 눈에 덮혀 간간히 붉은 도로가 보일뿐이지만.
녹아 있는 냇물에 발을 담그고 차갑지도 않은지 먹이를 찿는 비쩍 마른 다리를 가진 제두루미 한마리가 눈에 띈다.
너도 가족도 친구도 없이 혼자 왔구나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계속 하얀 눈길을 걷었다.
주변에 보이는건 대형 아파트 단지들과 모든것이 눈으로 뒤덮인 하천과 눈길뿐 정감은 없다.
얼마나 멀던지 해는 져서 어둑해지고 어딘지 분간도 없이 걷다가 멀리서 홈플러스 불빛을 보니 집이 가까왔구나 감을 잡을수
있었다.
어제는 하천과 길은 꽁꽁 얼어 있었지만 바람은 없고 포근했는데 오늘은 얼었던 냇물도 군데군데 녹아 있고 눈길도 질펀거릴
만큼이었지만 저녁이 되니 기온이 찬가 어제 느끼지 못한 귀가 시리고 장갑낀 손끝도 시려온다.
집에 도착하니 6시45분 꼭 집 나설때로부터 5시간만에 돌아왔다.
별 피곤함은 없고 걸으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는것과 하루가 걷기만 해도 간다는것을 경험한 하루다.
첫댓글 마흔이 넘으면 운동으로 걷기만큼 좋은게 없다더군요~ 운동으로서도, 자기와의 대화를 하는 시간으로서도 참 좋은 시간이었으리라 생각 됩니다. ^.^
눈길이어서 더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