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여자를 위한 삼단 논법
강 순
<대전제>
나는 관념이다
그 속에 담긴 5할 쯤의 이미지이다
그 속에 몇 스푼 더해지는 3할 쯤의 정서이다
5할 쯤의 이미지와 3할 쯤의 정서를 혼합한 8할 쯤의 詩이다
그것을 끓이는 미친 여자이다
<소전제>
나는 컵이다
컵 안에 담겨진 5할 쯤의 슬픔이다
그 속에 몇 스푼 더해지는 3할 쯤의 그리움이다
5할 쯤의 슬픔과 3할 쯤의 그리움을 혼합한 8할 쯤의 커피이다
그것을 마시는 미친 여자이다
<결론>
그러므로
나는 詩를 끓여서
커피를 마시는
미친 여자이다
거기에다 그대를 한 스푼 넣을까 말까 망설이는
외로움에 미친 여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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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문학> 1999년 11월호
저의 이십대에는 각시붕어 한 마리가 살고 있습니다. 더 넓고 찬란한 강으로 가기 위해 더럽고 질퍽한 늪에서 지치고 혼란한 눈망울을 굴리는 작은 영혼.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약력
저는 전생에 바람이었습니다
들판에서 강가로 강에서 마을 어귀로
어느 때는 당신의 머리카락을 쓰다 듬으며
어느 때는 당신의 가슴 속에 들어 앉아
하루 종일 수다를 떨던
작은 하나의 요정같은 산들바람이었습니다
그러다가 1969년 음력 4월 1일 새벽녘에 현세에 와서
2남 4녀 중 막내로
강봉희(본명)라는 이름으로 불리우기 시작했습니다
여느 사람들처럼 대학과 대학원을 나오고
『현대문학』(1998년)으로 등단하고 나니
사람들은 제게 시인이라고 불렀습니다
지금은 계간문예 『다층』 편집 동인이면서
아이들 가르치는 것을 좋아해 1998년 9월부터
경기도 시흥시 은행동에서 <미세스키 홈스쿨>을 운영하다 보니
영어 선생님으로 불리우기도 합니다
시집 《이십대에는 각시붕어가 산다》(2000,12)를 내면서
제 다면적이고 정열적인 내면의 그림을
전보다 더 활발하게 그려 보이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지금도 당신 가슴 속에 들어 앉아
하루 종일 자근자근 수다를 떠는
산들바람이고 싶습니다
당신이 깊은 시름에 빠졌을 때 혹은 무료할 때
혹은 삶의 열정과 희망으로 넘쳐 있을 때라도
당신의 어깨를 툭 치며 다가가 옷깃을 만지는
다정한 흔들림이고 싶습니다
아니 당신의 영혼을 흔드는 폭풍이고 싶습니다
늘 깨어 있는, 신선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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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봉학시인추천시
미친 여자를 위한 삼단 논법 / 강순
황봉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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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6.01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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