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핀란드 교육제도에 대한 글들 - 핀란드의 교육의 장점들은? | | | 기사 및 관련자료 |
2005.10.23 22:27 |
- 명사들의 가정교육] “질 땐 당당히 이길땐 겸손히…”…한성대 한완상총장 [국민일보/2003-12-29]
“교육부총리 시절 핀란드의 고등학교에 가봤더니 학년 시스템이 없더군요. 한 여학생이 수학은 1학년 수업을 듣고,미술은 3학년 수업을 받는다는 거예요. 그럼 수학을 잘 못한다는 얘기일텐데 부모님이 뭐라 하지 않느냐고 했더니 ‘미술은 내가 1등인데 왜 그런 말을 들어야 하죠?’ 하는 겁니다. 이런 게 진짜 교육입니다. 왜 총점과 평균을 따지고 수능에서 400점 만점을 맞아야 합니까?”
현재 한성대 총장을 맡고 있는 한완상(67) 전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은 한결같이 교육이란 무릇 상상력과 창의력을 키우는 것이어야 하며,학벌문화는 타파되어야 한다는 견해를 품고 있다.
“아이들이 자신의 소망과 소질을 존중해주는 부모 밑에서 자라기가 힘들다는 것도 문제예요. 아이들에게 열등의식을 가장 먼저 주입하는 게 부모거든요. ‘옆집 아이는 평균 90점인데 너는 겨우 70점이냐’,‘너희 반 50명 중에 30등밖에 못하니’ 하면서 자기 아이를 성적순으로 꼴찌인간으로 격하시키지 않습니까. 그게 아니라 ‘넌 평균 70점이어도 달리기는 1등이잖니. 운동의 기초가 달리기니까 너는 운동을 하면 되겠다’라고 하는 부모가 나와야 합니다. 젊은이들도 헬싱키의 여학생처럼 스스로 생각을 바꿔보세요. 3류대학에 다니는 학생들은 평생토록 자신을 3류 인간이라고 여기며 삽니다. 자아정체성의 새로운 규정을 스스로 만들고 자신감을 가지세요.”
평가를 하는 것이 문제가 아닙니다. 평가의 목적이 학생들이 잘 따라오지 못하는 부분을 찾아서 교정해주는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학생과 비교하는데에 사용되고 (석차를 공개한다는 것이 말이 됩니까? 그나마 아무런 실질적인 의미가 없는 단순히 점수를 더한 석차를..) 그 평가가 가지고 있는 한계나 특성에 대한 분석이 없이 점수만 따지는 단편적이고도 비과학적인 평가를 하기 때문에 문제인 것입니다.
--------------------------------------------------------------------
'선택' 폭넓어 자기 주도적 학습 저절로 - 핀란드, 스웨덴
|
지난 2000년부터 우리도 학생의 과목 선택권을 보장하는 7차 교육과정에 돌입했지만 아직은 교사와 시설 부족 등으로 걸음마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다. 학생들의 실질적 과목 선택권은 1~2과목으로 제한됐고 대부분은 학교와 지역교육청 단위에서 정하고 있다. 고교생들에게 실질적으로 자신이 배울 수 있는 과목과 교육과정을 택하도록 하고 있는 스웨덴과 핀란드의 사례는 우리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바를 시사한다.
40%가 선택과목
초등과 중학교에서 엄격한 통합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핀란드는 고교 단계에서는 일반고와 실업고로 분리해 학생을 선발한다. 일반고는 3년 단위의 학제이지만 우리와 같이 학년 개념은 없다. 1년이 4~5개의 학기로 나뉘고 학생들은 각 학기당 대개 5~6개 과정을 선택한다. 3년 동안 75개의 과정을 마쳐야 하는데 필수 과정은 45개에 불과하다. 40%에 해당하는 35개의 과정은 관심 영역의 과목을 집중 선택해 들을 수 있다. 사립고인 헬싱키의 헬싱인 수오말라이넨 이텔리스콜루 고교는 아이들이 이수해야 하는 75과정의 5배가 넘는 380개의 과정을 개설해 학생들이 선택하도록 하고 있다. 수학과 언어에 중점을 두고 가르치는 이 학교에서 배울 수 있는 수학 과정은 17개나 된다. 이렇게 과정을 세분화해서 학생들에게 선택의 기회를 주기 때문에 자연스레 심화형 과정은 학급당 학생수가 20명 이하로 내려가면서 밀도있는 학습을 가능하게 한다. (통합교육을 한다고 하지만 사실 과목을 자기 수준에 맞추어서 선택하여 듣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학교를 선택하는 것보다 오히려 더 철저한 수준별 수업을 하는 셈입니다. 그러니 당연히 수월성교육이 필요없죠 이미 수월성에 있어서는 최고이니까요. )
이 나라 고교에서 이른바 수월성 교육이 별도로 필요하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핀란드나 스웨덴 학교의 모국어 수업이 대체로 그 학교의 도서관에서 학생들이 서가에 꽂힌 책과 인터넷 검색 등의 도구를 사용해 이뤄질 수 있는 것도 역시 같은 이유에서다. 아울러 핀란드의 고교가 가르치는 과목 수는 대개 20개 정도이며 이 가운데 학생들이 실제 배우는 과목은 평균 14~15개라는 게 안냐리사 알란코 교장의 설명이다.
프로그램 선택해 고교 입학 (스웨덴도 핀란드와 비슷한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대표적인 사회민주주의 국가인 스웨덴의 고교에서는 학생들이 아예 17개의 프로그램 가운데 한개를 선택해 입학한다. 스웨덴은 지난 95년부터 그때까지 분리되어 있던 실업과 인문계 교육을 한 학교에서 3년 동안 동시에 실시하도록 하는 정책을 도입했다. 한마디로 고교 통폐합인 셈이다. 이전에는 2년제가 많았던 실업계 교육 대상 학생에게도 대학 입학자격을 갖출 수 있는 지식 교육을 시키는 게 장기적으로 학생과 국가 경쟁력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게 명분이었다. 이렇게 인문 실업계 구분 없이 학교를 통합시켜 놓은 대신 스웨덴 교육 당국은 학생들이 고교에서 선택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17개나 마련했다. 호텔과 식당, 언론, 전기공학, 에너지, 공예, 요리, 보건, 유아교육 등 대부분이 고교 졸업 뒤 구직을 염두에 둔 프로그램들이며 사회과학과 자연과학 등 몇몇 만이 대학진학용 프로그램이다. 이를 보면 스웨덴의 고교 통폐합이 학생들이 적성에 맞는 교과목을 고교 과정에서 집중 수강하는 데는 하등 변화를 가져오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다만 다른 과정의 학생들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가르키는 게 공동체 통합에 기여함은 물론 학생들의 학문적 가능성을 열어놓을 수 있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을 뿐이다.
학생들이 속한 프로그램이 다양하지만 우리의 국민공통교육과정 처럼 영어, 예술, 체육과 보건, 수학, 일반과학, 스웨덴어와 종교, 민주시민론 등 모두 8개 과목은 반드시 이수해야 한다. 각 프로그램별로도 학생들의 세부 과목 선택권을 보장하고 있다. 17개 프로그램을 합해 전공 과목 학점이 1450학점이며 이 가운데 모두 300학점을 학생들이 자유로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대학에 갈 생각이 없는 학생들에게 입시과목을 가르치는데 대해선 찬반양론이 있으나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가 많은 편이다.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 오바 고교의 프로그램 상담 교사인 유디스 니베리는 “실기에 재능있는 아이들이 일반과목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보지만 고교에서 배운 근본지식을 일터나 대학에 가서 활용할 가능성을 갖게 된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실업계 프로그램 선택 학생이 이론 과목에서 낙제점을 받을 때는 졸업은 시키지만 대학 입학 자격은 얻지 못한다. 스웨덴 학교개발청의 이아 엔발 국장은 “통합교육에 대한 개선보다는 현재 17개로 세분화되어 있는 프로그램을 8~10개 정도로 줄이자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학습부진아는 고교 4년 다녀
스웨덴 고교의 프로그램 가운데는 고교 수학이 정상적으로 불가능할 정도의 학습 부진아를 위한 4년제의 ‘개별화 프로그램’이 따로 있는 게 눈에 띈다. 고교 입학을 위한 최소 내신점수를 획득하지 못한 학생들은 일단 입학은 시키지만 ‘0학년’으로 분류해 고교 수학에 필요한 기초과목 지도에 집중한다. 이들을 위한 교육과정은 고교에서 자율적으로 정하며, 0학년을 마친 뒤에도 가망없다고 판단되는 경우 중도탈락하게 된다.
이 나라 대학 입시에서는 고교의 내신 성적이 결정적인 구실을 하는 데 프로그램별 교육 체제를 보면 수긍을 하게 된다. 학생들이 고교 단계에서 대체로 진로를 구체화하기 때문에 대학의 학과와 연계되는 세부 과목의 이수 여부와 성적이 대입의 결정적인 전형요소로 활용되는 게 오히려 자연스럽다. 내신이 되는 고교의 과목 평가는 지원자격이 주어지지 않는 낙제를 제외하면 보통과 우수, 매우 우수 등 세단계로 구분되며, 대학은 고교 내신과 함께 선택적으로 수능 점수를 반영하기도 하지만 면접은 전형요소로 고려하지 않는다.
한겨례 (2004/01/26)
-------------------------------------------------------------------
핀란드의 교육경쟁력은 과감한 교육투자에서 나온다. 교육비가 공공지출 총액의 14%,국민총생산(GNP)의 7.2%를 차지,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최고 수준이다. 수업료,교재비,식비,통학료 등 교육 전 과정에 드는 비용을 모두 국가에서 부담한다. 여기에 가정형편에 따라 매달 최고 259유로(약 36만원)의 교육보조금을 학생에게 지급한다.
명실상부한 교육선진국인 핀란드의 교육목표는 ‘기회의 평등(equal opportunities)’이다. 성(性)과 거주지,나이,언어,경제적 지위에 관계없이 모든 시민들이 동등한 교육기회를 갖도록 한다는 것이다.
◇학습부진학생 1대1 교육=수도 헬싱키 서쪽에 위치한 에스뿌 시의 깐또까스끼 초등학교. 이 학교 2학년인 율리우스(8)는 지난해 실시한 받아쓰기 시험에서 맞춤법이 많이 틀리고 책을 빨리 읽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은 뒤 매주 1회 특수교사로부터 개인교습을 받고 있다. 언어 교육을 가장 중시하는 핀란드에서 읽고 쓰기 능력의 부진은 곧 기초학력 부진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학교 측은 율리우스를 위해 1000유로(약 140만원) 상당의 컴퓨터 프로그램을 새로 구입했다. 율리우스가 ‘한국’을 ‘항국’이라고 잘못 쓰면 컴퓨터가 잘못 쓴 ‘항국’을 그대로 소리내 잘못된 부분을 알도록 해 주는 언어 부진학생 전용 프로그램이다.
1대1 개인교습과 컴퓨터를 이용한 보충지도를 받은지 1년이 채 되지 않아 율리우스는 일반 학생들과 비슷할 정도로 읽기 속도가 빨라졌다.
특수교사인 아르토씨는 자신이 맡고 있는 40여명의 학습부진 학생들이 가진 문제점과 1대1 수업 시간표,현재 진도와 개선상황 등이 빽빽히 적힌 수첩을 갖고 다니며 학생의 담임교사와 수시로 학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문제점이 개선되면 다시 일반학급으로 돌려보내기 위해서다.
전교생이 450명인 이 학교에는 율리우스와 같은 학습부진학생이 100명이나 된다. 그러나 우리나라와는 사정이 좀 다르다. r과 l 발음을 구분하지 못하는 등 언어능력이 조금이라도 뒤지면 별도의 보충지도를 받도록 하기 때문이다. 한 반에 학생이 25명 내외인 일반학급과 달리 학습부진학생들은 10명이 한 반으로 편성돼 담임교사 외에 별도의 보조교사가 배정돼 언어치료,상담치료 등을 돕는다.
이 학교 리나 리올라 교장은 “어렸을 때부터 의사의 진단이나 읽고 쓰기 시험 등을 거쳐 학습부진 학생을 판별한다”며 “학생과 학부모 모두 부진에 대해 부끄러워하거나 공개를 꺼리지 않으며 오히려 고마워한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왜 뒤쳐지는지 정확하게 평가하는 것이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리고 거기에 맞는 대처가 필요합니다. 핀란드에서 이러한 노력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 나라 교사들은 학습부진학생들을 이렇게 배정하여 가르치는 것이 즐거워서 하는 것일까요? 그럴리가 없습니다. 우리가 싫어하는 것은 남들도 싫어합니다. 이렇게 부진한 학생들을 배려하는 이유는 부진한 학생이 많으면 그것을 쉽게 알 수 있는 시스템이라서 그렇습니다. 학습단계를 나가지 못하는 학생들의 숫자에 따라서 학교에 대한 평가가 달라지겠죠.)
◇학교는 복지서비스 센터=같은 에스뿌 시에 있는 루스또르판 초등학교는 저소득층 밀집지역에 위치한 학교다. 전교생 300명 중 동유럽 등지에서 온 이민자 자녀가 20% 정도로 이들이 쓰는 언어는 무려 18가지에 달한다. 이 때문에 이 학교에서는 핀란드어에 익숙하지 않은 학생들을 위해 2개 학급을 별도로 편성해 언어 집중학습을 시킨다. 담임교사와 교과목 교사 외에 언어 학습부진만 담당하는 교사가 따로 있는 것은 물론이다.
이 학교의 또다른 특징은 밤 9시까지 학교를 개방하고 방과후 특별활동을 실시하는 것. 이민학생 대부분이 저소득층 맞벌이 부부 자녀라 집에 가도 돌봐줄 부모가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학교에서 학생이 원하는 교과 보충학습은 물론 다양한 청소년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시 공무원,자원봉사자,지역인사 등이 교사로 나서기도 하고 필요한 경우 상담자 겸 후견인 역할을 하기도 한다. 방과 후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 학생이 내는 돈은 연간 4유로(5600원). 나머지 운영비는 모두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보조금으로 충당한다.
이 학교 아로 빠르따넷 교장은 “저소득층과 이민자 자녀가 많은 만큼 시의 재정 지원도 많아 학생들에게 만족할 만한 교육을 제공할 수 있다”며 “2002년 지어진 학교 건물은 웬만한 대학 건물 못지않게 훌륭하고 방과 후 프로그램을 위한 별도 시설을 추가로 짓고 있을 정도”라고 자랑했다.
핀란드의 교육기관은 지식만을 전달하는 단순한 학교가 아니다. 우리나라의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해당하는 기초교육기관에는 대부분 복지담당관과 심리학자들이 근무하면서 학생들의 학습과 적응상 어려움을 진단하고 치료한다. 한마디로 학교가 신체적,심리적,사회적 발달을 모두 체크해 주는 종합복지서비스센터인 셈이다. (공부를 잘하게 되는 비결은 교사가 좋은 내용을 머리에 주입하는 것이 아닙니다. 학업을 따라갈 때 느끼는 어려움을 옆에서 도와주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그러한 어려움이 극복가능해지면 공부는 교사가 없어도 스스로 하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핀란드 학생들은 2000년 OECD가 주관한 15세 학생 대상 학력평가(PISA)에서 핀란드 학생들은 언어 부문 1위,수학분야 4위,과학분야 3위를 차지했다. 대학이나 전문대학 졸업 이상의 고학력자가 83%에 달하며 문맹률은 0%다. 교육복지와 교육수준이 별개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핀란드 국가교육위원회의 크리스티나 볼마리씨는 “최근 핀란드 교육정책 목표는 구조적이고 양적인 발전에서 질적인 발전으로 옮아가고 있다”며 “경기침체로 인한 긴축재정에도 불구 교육과 연구 프로그램은 여전히 국가 정책의 최우선 순위”라고 말했다.
헬싱키=김수정기자 ?imsj@kmib.co.kr
-----------------------------------------------------------------------
핀란드는 일본과 함께 사회계층간,학생집단간 성취도 격차가 적은 대표적인 나라다. 전체 학생의 학력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유지하면서도 학생의 사회경제적 배경이 학력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학생의 학습에 대한 흥미와 자신감,학교의 수업분위기와 교사의 성취 압력 등이 학생의 사회경제적 배경보다 학업성취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는 하지만 여전히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러나 세계 최고 수준의 교육복지를 자랑하는 핀란드에서도 지역간 교육격차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국토의 4분의 3이 삼림으로 덮여 인구가 일부 도시지역에 밀집돼 있는 핀란드의 지리적인 특성상 도시와 그밖의 지역간 교육여건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핀란드 정부는 교육여건이 열악한 지역의 학생들에게 매달 350유로(약 46만원)의 학업보조금을 주는 등 재정적 지원을 계속하고 있지만 인구가 워낙 희박해 도시 지역에 비해 학생들이 접할 수 있는 교육적,문화적 환경 차이를 좁히기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격차를 측정하고 공개하지 않는다면 이러한 격차가 있다는 것을 알기나 할가요? 또 격차를 좁히도록 노력할 수나 있을까요?)
핀란드 국가교육위원회의 크리스티나 볼마리씨는 “10년마다 실시하는 교육개혁 입안 시에 지역간 교육기회의 격차 해소방안을 주요 과제로 상정하고 있다”며 “단순히 예산과 시설 지원 등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김수정기자
---------------------------------------------------------------------
핀란드는 2000년 OECD가 회원국들의 15세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제 학생 성취도 측정(Programme for International Student Assessment, PISA<필자 주1>)에서 읽기 1위, 수학 4위, 과학 3위 등의 좋은 성적을 받아 세계에서 가장 좋은 의무교육체제를 가진 나라로, 많은 교육순례자들(educational pilgrims)의 목적지가 되었다. 한국은 PISA 2000에서 읽기 6위, 수학 2위, 과학 1위를 차지하는 등 좋은 성적을 거두기는 하였으나, 읽기 영역에서 최우수 등급인 5등급 학생 비율이 전체의 5.7%에 불과하여 경쟁 국가들에 상당히 뒤진다고 지적된 바 있다. 참고로 PISA 2000에서 핀란드의 5등급 학생 비율은 18.5% 이었다. (표 참조) 한편 전통적으로 우수한 교육체제를 가지고 있다고 믿어오던 독일은 성적이 저조하여, 국민적으로 큰 충격을 받고 교육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Reading proficiency of 15-year-olds
(단위 :%, 시행연도: 2000)
국 가 |
평 균 |
-level 1 |
level 1 |
level 2 |
level 3 |
level 4 |
level 5 | |
1. |
Finland |
546점 |
1.7 |
5.2 |
14.3 |
28.7 |
31.6 |
18.5 |
2. |
Canada |
534점 |
2.4 |
7.2 |
18.0 |
28.0 |
27.7 |
16.8 |
3. |
NZ |
529점 |
4.8 |
8.9 |
17.2 |
24.6 |
25.8 |
18.7 |
4. |
Australia |
528점 |
3.3 |
9.7 |
19.0 |
25.7 |
25.3 |
17.6 |
5. |
Ireland |
527점 |
3.1 |
7.9 |
17.9 |
29.7 |
27.1 |
14.2 |
6. |
Korea |
525점 |
0.9 |
4.8 |
18.6 |
38.8 |
31.1 |
5.7 |
7. |
UK |
523점 |
3.6 |
9.2 |
19.6 |
27.5 |
24.4 |
15.6 |
8. |
Japan |
522점 |
2.7 |
7.3 |
18.0 |
33.3 |
28.8 |
9.9 |
9. |
Sweden |
516점 |
3.3 |
9.3 |
20.3 |
30.4 |
25.6 |
11.2 |
10. |
Austria |
507점 |
4.4 |
10.2 |
21.7 |
29.9 |
24.9 |
8.8 |
10. |
Belgium |
507점 |
7.7 |
11.3 |
16.8 |
25.8 |
26.3 |
12.0 |
10. |
Iceland |
507점 |
4.0 |
10.5 |
22.0 |
30.8 |
23.6 |
9.1 |
OECD |
499점 |
6.2 |
12.1 |
21.8 |
28.6 |
21.8 |
9.4 | |
* |
Germany |
484점 |
9.9 |
12.7 |
22.3 |
26.8 |
19.4 |
8.8 |
(자료출처 : Education at a Glance 2003)
융통성 있는 학급 운영이 첫 번째 비결
핀란드의 학교 교육은 다른 나라들보다 늦은 7세부터 시작한다. 학생 1인당 교육비 지출은 연 5,000$ 정도로 OECD 국가 중 높은 편이 아니고, 학급당 학생수도 30명에 이른다. (2000년 현재, 한국의 중학생 1인당 연간 교육비 지출은 3,655 $이며, OECD 평균은 5,575 $, 자료: Education at a Glance 2003) 핀란드도 한국처럼 1990년대에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다.
핀란드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가 학습 환경은 그리 좋지 못한 실정에도 불구하고 세계 최고인 비결은 무엇일까? 학급 운영의 융통성(자율성)의 보장, 동질성이 높은 인구 구성, 그리고 비교적 여유 있는 국민 생활수준이 바로 그것이다. 비록 후자의 두 가지 조건은 교육정책입안자가 쉽게 좌지우지 할 수 없는 것들이지만 첫 번째 조건인 ‘학급 운영의 융통성’의 보장은 해당 국가의 사회,경제적 여건의 제약을 비교적 적게 받고 현실에 도입,시행할 수 있는 정책이라고 본다.
교사는 사회적으로 높이 존중받는 직업
Barry McGaw OECD 교육국장에 의하면, 핀란드는 우수한 교사들이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사회적 지위를 보장받는다는 특색이 있다고 한다. 먼저 핀란드에서 교사가 되려면 석사 이상의 학위를 소지하여야 한다. 보수의 수준은 다른 나라와 비슷한 수준으로 특별히 높은 편은 아니지만, 핀란드에서 교사가 사회적으로 높이 존중받는 직업이라는 사실은 틀림이 없다. 일례로 핀란드 청소년 사이에서 교사는 희망 직업 1순위이며 교사 지망생들 간 치열한 경쟁으로 대학 입시에서 밀려나는 지원자가 상당 수 있다.
독서를 장려하는 문화와 TV 영어 자막 방송
6세 아의 취학전교육이 의무는 아니지만, 핀란드 여성 대부분이 직장을 다니기 때문에 거의 모든 어린이들은 1세부터 6세까지 보육시설에 다닌다. 7세에 학교교육을 시작하기 때문에 이론상 핀란드 아이들은 다른 나라 아이들보다 읽기 학습이 늦다. 그러나 놀이를 통하여 자연스럽게 학습에 흥미를 느끼며 시작하는 덕에 다른 나라 아이들의 읽기 능력을 금새 추월하게 된다고 한다.
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핀란드에는 아이들에게 책 읽어주기, 이야기 들려주기, 도서관에 데려가기 등 독서를 장려하는 문화가 사회에 널리 퍼져있다고 한다. 아울러 성장과정에서 아이들은 텔레비전과 영화를 보는데, 상당 수 영어로 된 TV 프로그램이 더빙되지 않은 채 자막과 함께 방영되어, 텔레비전 시청을 통하여 아이들의 읽기 능력이 자연스럽게 신장하는 된다고 한다.
교수,학습과정에서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
핀란드는 전형적인 9년제 종합학교(Comprehensive School-<필자주 2>)인 The Suutarila School에서는 7세부터 15세까지, 1학년부터 9학년까지 약 500명의 학생들이 생활한다. 학교는 조명과 난방이 잘 되어 분위기가 밝고, 매 45분 수업 당 주어지는 15분의 휴식시간 동안 학생들은 건물 내,외의 공간에서 열기를 식힐 수 있다. 아울러 모든 학생들은 따뜻하고 건강한 무료 점심 급식을 제공받는다. 학급 운영에 있어 핀란드의 학교들은 과목 영역들에 정해진 핵심 국가교육과정과 교육목표를 준수하는 한 교수,학습과정에서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한다. 예를 들면, 교사가 재량에 따라 교과서를 선택하여 교수할 수도 있고, 교과서를 선택하지 않아도 무방하다. 또한, 실내 또는 실외에서 마음대로 수업할 수 있고, 학생들을 소집단 또는 대집단으로 마음대로 편성할 수 있다.
영재 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없지만, 뛰어난 학생들을 위하여 교사들이 영재성을 개발할 수 있는 방안을 재량에 따라 제시해 줄 수 있다. 뛰어난 학업 성취를 보이는 학생들의 경우 교사가 다른 학생들을 가르치는 과정에서 도우미 역할을 맡기도 한다. 또래집단 안에서 보다 효율적인 학습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한편, 특수교육 대상 학생들도 분리하지 않고, 통합하여 함께 가르친다.
학생들은 두 개의 외국어를 배우도록 되어있는 데 대개 필수로 스웨덴어를 배우고, 제2외국어로 영어를 선택한다.<필자 주 3> 예술, 음악, 체육, 나무 작업, 바느질, 직조 등도 필수과목으로 남녀 구분 없이 교육된다. 아울러 90대의 컴퓨터가 학교 곳곳에 배치되어 있어서 학생들은 방과 후에도 도우미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숙제 클럽에서 숙제를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한편, 핀란드 교육 관리들은 남자 학생들의 학업성취도가 여자 학생들에 뒤처진다는 점과 교사 지망생들은 많으나 사회 서비스 영역을 초월하려는 의지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대표적 교육 문제로 꼽고 있다.
글: 김광호 (주OECD대표부 1등서기관)
<필자 주1> PISA는 각국에서 의무교육을 마친 15세 학생들의 성인 생활 준비도를 측정한 것으로 2000년에 ‘읽기(Reading)’를 주 영역으로, 수학, 과학을 보조 영역으로 측정하였다. OECD는 2003, 2006, 2009, … 등 3년 주기로 검사를 실시하여 자료를 축적할 예정이다.
<필자 주2> 핀란드의 학제는 1년의 취학전교육, 9년의 종합학교, 3년의 종합후(post-comprehensive) 일반 또는 직업 고등학교, 그리고 고등교육과 성인 교육으로 구성되어 있다. 의무교육기간은 7세부터 10년인데, 학생이 17세가 되거나, 종합학교 교육과정을 마치는 것 중 먼저 발생하는 것에 따라 끝난다. 학생들은 일반 고등학교 3년을 마칠 때 대학 입학 국가 자격 시험(The national matriculation examination)을 친다. 18개월 동안 3번의 시험을 칠 수 있는데, 핀란드어, 스웨덴어, 외국어, 수학 또는 일반교과(general studies) 등 4과목이 필수이며, 추가로 다른 과목을 선택할 수 있다.
<필자 주3> 핀란드의 공용어는 Finnish와 Swedish 이므로 학생들은 반드시 두 언어를 배워야 한다. 한 언어를 mother tongue으로 하는 사람은 반드시, 다른 한 공용어를 배워야 한다. 한국인들에게 생소하지만, 유럽 국가들 중에 몇개의 공용어들을 가진 나라들이 많다. 벨기에는 프랑스어와 Flemish 2 언어를, 스위스는 독일어, 프랑스어, 이태리어, Romansh 4 언어를 공용어로 쓴다.
출처: 1. International Heral Tribune, 9 April 2004
2. OECD Education at a Glance 2003
3. Reviews of National Policies for Education - Polytechnic Education in Finland, OECD 2003
[외국 초일류학교] 핀란드 외국어학교-레수고교
## 초등생도 외국어 3∼4개 구사…학생이 과목-교사 선택 ##
## 규정학점만 따면 고교과정 2년만에 끝내기도 ##
헬싱키 ‘핀란드 외국어학교’의 졸업반 영어시간. 미국인 교사 웬델 블로바움씨가 영시를 가르치고 있었다. 영어로 진행되는 수업이다.
선생님이 “시를 읽고 모르는 단어는 교실 앞에 놓인 큰 사전을 찾아보라”고 했다. 그러나 조용히 사전을 찾는 학생은 없다. 여기저기서 ‘ardent’ ‘flare’ ‘froth’의 뜻이 뭐냐고 큰 소리로 물으면 답을 아는 학생들이 역시 영어로 설명해 준다. 9학년(우리나라 중3) 영어 교실에 들어가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학생은 손 들어 보라” 하자 25명 전체의 손이 올라갔다. 초등학교 3학년~고등학교 3학년 1070명이 재학중인 이 학교에서 학생들 대부분은 영어뿐 아니라 독어 등 대개 3~4개 외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한다.
이 학교 안야 리사 알란코 교장은 “핀란드 말을 하는 사람은 전세계에 우리 국민 500만명 ”이라며 “세계에서 살아남으려면 영어, 독어 등 외국어를 완벽하게 배우는 것이 필수”라고 말했다.
이 학교의 또 다른 특징은 ‘학제 파괴’다. 고등학교의 경우 누구든 75개 과목을 먼저 수강하면 바로 졸업이다. 학년이 올라가는 것을 기다릴 필요가 없다. 대부분은 고교 과정을 3년에 끝내지만 졸업은 학생 하기 나름이다. 2년 걸릴 수도, 5년 걸릴 수도 있다. 매 학기 초, 학생들은 학과목과 강의 교사도 직접 선택한다. 수업은 과목에 따라 45분, 혹은 90분이라 하교 시간도 다 다르다. 고교생들은 학기 중 대학에서 전산학 강의를 듣기도 한다. 핀란드 외국어학교 올라이 우이온마(고2)군은 “대학교 서머스쿨에서 생물 등 과학 과목을 수강했다”고 말했다.
헬싱키에서 핀란드 외국어학교 못지 않게 유명한 곳이 ‘레수 고교’.
핀란드어, 스웨덴어, 영어, 불어, 러시아어, 일어, 중국어 등 총 15가지 외국어 강의가 있다. 학생들은 원하는 외국어를 마음대로 선택해 들을 수 있다. 레수는 다른 학교에 비해 필수과목이 적고 선택과목이 10개 정도 많다. ‘역사’만 해도 ‘유럽연합’ ‘오늘의 세계’ 등 17가지 코스가
마련돼 있다. 지리 교사와 역사 교사가 공동으로 새로운 강의를 개설하기도 한다. ‘다양한 과목, 다양한 강의’가 이 학교가 내세우는 경쟁력이다.
이 학교에서 만난 나탈리아 발타사리(16)양은 “학교 수업이 실용적이라 좋다”고 말했다. “오늘 영어 시간에는 ‘영어 이력서 쓰기’를 배웠어요. 또 미국에서는 ‘흑인’(Black)보다는 ‘아프리칸 아메리칸’이라는 표현을 쓴다는 식으로 생활 영어를 익히고 있습니다.”
학생뿐 아니라 이 학교에 오려는 교사들의 경쟁도 치열하다. 얼마 전 역사교사 자리가 하나 났을 때 경쟁률은 49대1이었다. 전교생 672명으로 ‘헬싱키 최고’ 수준이라는 이 학교는 중학교 내신으로 신입생을 선발한다. 다른 고등학교의 대학 진학률은 30%이지만, 이 학교는 64%에 이른다. 부교장 벨리 페카 레티넨씨는 “핀란드 공립 학교들은 저마다 ‘수학에 앞선 학교’ ‘커뮤니케이션 강의가 일류인 학교’ 식으로 특화해 학생과 교사 유치에 나선다”고 설명했다.
‘작지만 강한 나라’ 핀란드는 올 초에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발표한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3위를 차지했다. 정보기술개발과 교육열이 만들어낸 결실이다. 핀란드에서 만난 현지 사람들은 유달리 ‘우리는 작은 나라다’라고 강조했다. 엘라 키에시 핀란드 교육위원회 연구원은 “작은 나라이기 때문에 외국어 교육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핀랜드 외국어 고등학교
1886년 설립
초등학교 3학년~고등학교 3학년 1070명 재학 중
교사 78명
◇레수 고등학교
1891년 설립
고1~3학년 672명 재학 중
풀 타임 교사 40명
15가지 외국어 강의 개설
75개 학과목 중 35개만 필수 과목, 나머지는 학생들이 선택
( 헬싱키=정재연기자 whauden@chosun.com )
-----------------------------------------------------------
산학협동의 ‘기술帝國’ 핀란드
작년 12월 16일 핀란드의 에스포시(市).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에서 자동차로 30분 정도 달리면 나타나는 이곳은 세계적 휴대전화기 메이커 ‘노키아(NOKIA)’ 등 핀란드의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이 본부를 둔 자그마한 전원 도시다.
이 도시에는 학생 3000여명에 13개 학과를 둔 에브테크(EVTEK) 공과대학이 자리잡고 있다. 이 공과대학 본관 건물에 들어서면 노키아·시스코 등 세계적인 통신장비 제조업체들의 이름이 붙은 연구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인근 지역에 있는 글로벌 기업들이 산·학(産·學) 협력 차원에서 계측기 및 네트워크 장비 등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이 학교 지하 1층 시스코 연구실에서는 학생 2명이 교수와 함께 네트워크 장비인 ‘라우터’를 만들고 있었다. 회로기판과 각종 전자 부품들이 책상 여기저기 어지러이 널려 있었고, 컴퓨터 화면은 실험 결과로 가득차 있었다.
지도교수인 전자공학과 안티 피호넨 교수는 “학생들이 낮에는 인근 업체에서 근무하고 밤에는 연구실에서 연구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산·학 간에 연구비와 프로젝트만 오가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도 기업과 교류하는 등 산·학 협동이 자연스럽게 이뤄진다”고 자랑했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2002년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핀란드가 2위에 랭크된 가장 큰 이유는 이같은 효율적인 산·학 협력 때문이다. 교육기관은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배출하고, 기업은 교육기관에 최신 정보를 제공하는 상부상조 시스템이 힘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핀란드 마야 라스크 교육부 장관은 “근로자의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길만이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을 유지할 수 있다”면서 “생산성을 향상시키려면 산·학이 서로 협력해야 가장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핀란드는 지난 92~93년 최악의 경제위기 이후 대대적인 교육개혁을 단행, 전국 200여개 전문대학을 29개로 통폐합해 4년제 직업훈련 기술대학(Polytechnic)을 세웠다. 에브테크 공과대학도 핀란드 교육부가 재계의 요구에 따라 통폐합한 기술대학이다.
핀란드 정부는 현재 2만4000여명인 4년제 직업훈련 기술대학생 숫자를 10만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또 학과는 디지털미디어공학·전자공학 등 첨단분야뿐 아니라 보건·미용·문화관광서비스·재활사회사업 등 모든 직업을 망라토록 했다.
대부분의 교육은 철저히 실무 위주로 진행된다. 기술대학 교수 5000여명 중 1500여명은 박사 학위가 없다. 산업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엔지니어·기술자 출신들로 채워져 있기 때문이다.
핀란드는 또 현재 6000명인 외국인 학생을 2010년까지 2만8000명으로 늘려가기로 했다. 무료 교육을 실시하는 핀란드가 외국 학생에게 자선을 베풀려는 것이 아니다. 핀란드 학생들에게 외국인과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미리 가르치기 위해서다.
핀란드 정부는 또 핀란드에서 학위를 받은 외국 학생들에게 취업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핀란드 기업체들이 외국인 학생을 채용, 해당 국가의 주재원으로 내보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대표적인 예는 바로 에브테크 공과대학. 현재 중국인 유학생 50여명이 재학중인 이 대학은 4년 전부터 중국인 학생들을 받기 시작했다. 모두 노키아의 요청 때문이었다.
토르말라 총장은 “노키아가 중국 시장을 위해 중국 학생들이 필요하다고 밝혀 중국 학생들을 뽑기 시작했다”면서 “영국이 400년간 제국(帝國)을 운영하던 노하우를 핀란드가 도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학 협동은 수강 과목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4년제 기술대학들은 기업체의 요구를 받아들여 영어로만 수업하는 강좌를 개설하고 있다.
29개 기술대학이 운영하는 영어 강좌는 무려 300여개. 글로벌 시대의 기술자는 세계의 고객을 상대로 제품 설명회를 열 수 있어야 한다는 기업체의 주문 때문이다.
노키아 라우리 키비넨(41) 부사장은 “핀란드는 과거 외국자본을 유치해 산업을 일으키던 방식에서 벗어나 산·학 협력을 통한 혁신적인 기술 개발로 부가 가치를 창출하는 국가로 변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헬싱키=최우석기자 wschoi@chosun.com)
1위 네스테(정유회사), 2위 케스코(유통), 3위 레폴라(기계), 4위 노키아(가전), 5위 에카그룹(유통), 6위 오우토쿰푸(금속), 7위 쿠메네(종이), 8위 멧사리토(종이), 9위 코네(기계), 10위 케미라(화학).’ 1992년의 핀란드 기업 랭킹 리스트다.
하지만 이들 중 10년이 지난 지금 톱10에 남아 있는 기업은 노키아·케스코·오우토쿰푸 3개뿐이다. 나머지는 모두 급변하는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사라져갔다.
변한 것은 이뿐이 아니다. 1990년 33개에 달하던 시중은행들은 지금 메리타 은행 단 한 개로 통합됐다. 지난 92년 경제위기 이후 혹독한 구조조정 때문이다. 덕분에 1993년 699억달러에 불과하던 GDP는 10년이 지난 지금 거의 두배로 늘어난 1340억달러에 달한다. 1992년 GDP대비 R&D(연구개발) 투자 비용은 1.7%에 불과했으나, 지금은 세계 최고 수준인 GDP의 3.5%를 투자비로 쏟아붓고 있다.
핀란드는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하는 국가 경쟁력 랭킹에서 최근 몇 년 동안 수직 상승했다. 지난 97년 19위에서 불과 4년 만인 2001년 1위로 껑충 뛰어올라갔다가 2002년에는 세계 2위로 한 단계 내려갔다.
WEF조사에서 핀란드가 1위를 기록한 분야는 산학(産學)협동, 첨단 제조 방식, 다양한 학교 교육환경, 학교 인터넷 보급률, 기술혁신 능력, 고유제품 개발 능력, 인터넷 업체 간 경쟁 수준, 정보화 산업 관련 법률 제도, 정실주의 배제수준 등이다. 총 188개 분야 가운데 무려 26개에서 1위를 차지, 1위가 단 1개도 없는 한국과 큰 대조를 보였다.
이 가운데는 유독 교육과 관련된 부분이 많다. WEF의 국가경쟁력팀 피오나 파우아 연구원은 “핀란드가 최근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1·2위에 랭크되는 이유는 교육환경이 뛰어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핀란드는 지난 92년 혹독한 구조조정을 치르면서 대학교육 시스템을 전면 개혁했다. 20개 국립대학은 그대로 남겨둔 채 200여개에 달하던 전문대학을 4년제 직업훈련 기술대학으로 통폐합한 것이다.
핀란드 정부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직장을 잃은 국민들에게 실직(失職) 수당을 주는 대신 경영학·공학 등 실무교육에 대한 교육비를 전액 지원해줬다. 교육 내용은 철저한 실사구시(實事求是)에 초점이 맞추어졌다. 산업에서 활동하는 경영자·엔지니어들이 교수요원이 되어 현장 학습을 중심으로 진행했다. 이런 노력의 결과, 경제는 불황인데도 경영대·공과대·디자인대학 등에는 오히려 학생이 늘어나는 이상현상이 일어났다.
지금 핀란드는 국민 개개인이 엔지니어·디자이너·컨설턴트가 돼 정보통신을 비롯한 서비스 산업 강국으로 다시 우뚝 서있다. 핀란드처럼 모든 국민이 자신의 영역에서 전문가인 나라가 바로 경쟁력이 있는 선진국이다. 국민의 능력을 최대한 개발, 대한민국을 경쟁력 최상위 국가로 탈바꿈시키는 것이 새 정부의 최우선 과제이다.
(서울대학교 趙東成 경영대학 학장)
thorax2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