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치없는 여름
강 동 구
덥다. 더워도 너무 덥다.
금 년 여름은 양심도 염치도 배려도 없는 무도한 악당 같다. 여름은 더운 것이, 당연하지만, 그 정도가 너무 심하다. 며칠 더웠다가 며칠 기온이 조금 내려가면 그나마 견디련만 제동장치가 풀린 열차처럼 연일 뒤도 돌아보지 않고 폭주하고 있으니 인간의 과학으로는 멈추게 하는 방법이 아직은 없어 악당의 횡포에 속수무책 당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하게 구분되어있어 살기 좋은 대한민국이다. 여름은 여름이어서 좋고 겨울은 겨울이어서 좋다. 봄과 가을은 다가올 여름과 겨울을 반갑게 맞이하기 위하여 준비하는 계절이어서 좋다.
아이들에게 여름이 좋으냐 겨울이 좋으냐 물어보면 아마 대부분, 아이들은 여름이 좋다고 말할 것 같다. 여름철에는 먹을거리 놀 거리 즐길 거리가 많아서 여름을 기다리지만, 눈치 없고 염치없는 양심까지도 없는 금 년 여름은 어른들은 말할 것도 없고 우리 아이들을 너무 힘들게 한다.
즐겁고 싱그러운 여름이 아니고 모두가 질식하는 여름을 보내고 있으니 아이들의 여름 사랑도 예전 같지는 않을 것 같다. 나의 어린 시절은 시원한 바람이 솔솔 불어오는 외갓집 원두막에서 참외와 수박을 먹으면서 할머니가 들려주시는 옛날이야기를 들으면서 스르르 잠이 들곤 했다.
여름은 뜨거운 열정의 계절이기에 젊은이들의 계절이다. 대학생들은 여름방학을 맞아 농촌에서 봉사활동을 펼치고 교회에서는 청년들이 해외 단기선교를 떠나는 계절인데 요즈음은 대학생들이 농활을 통한 농촌 일손 돕기를 한다는 말을 들어 본지가 언제인지 모른다.
이처럼 젊은이들과 아이들에게 아름다운 추억과 낭만을 만들어 주는 여름은 어디로 가버리고 매일같이 계속되는 극한 더위에 아이나 어른들이나 실내에서 에어컨이 없으면 견딜 수 없고, 밤이면 잠도 이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예전에는 여름은 서민들의 계절이라고 했다. 겨울에 비하면 비교적 생활하기가 수월하고 난방비 걱정도 없고 의복도 가볍게 입으니 대체로 생활비가 겨울에 비하면 부담이 덜하기에 서민의 계절이라고 했나 보다.
지금은 여름나기도 만만치 않다. 겨울은 옷을 두껍게 껴입으면 추위를 이길 수 있지만, 여름은 옷을 아무리 벗어도 더위를 이길 방법이 없다. 에어컨을 장만하려면 수백만 원에 이르고 전기요금 또한 부담이 아닐 수 없어 서민들의 여름나기는 예전 같지 않으니 어쩌면 좋으랴?
연일 계속되는 불볕더위에 온열 병으로 쓰러지는 환자가 속출하고 올해에만 열사병으로 사망한 사람들이 이십 명이 넘었다니 역대 최악의 더위임이 틀림없다. 해마다 더위는 더욱 심화 될 것이 자명하다. 죄 없는 더위만 탓할 것이 아니라 우리 인간이 자연에 대하여 무슨 짓을 했는지 돌아보아야 한다.
극한 더위는 말할 것도 없고 지진과 해일 태풍 화산폭발 등 자연현상도 인간이 무분별하게 자연 생태계를 훼손하여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주장하는 과학자도 있다.
지구는 지금 펄펄 끓다 못해 불타고 있다. 미국 캐나다 그리스 스페인 등에서는 크고 작은 산불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여 진화가 불가능하다. 수많은 삼림이 불에 타고 주민들은 삶의 터전을 잃어버리고 실의와 낙심에 빠져있다.
이러다 보니 더위를 표현하는 말도 더욱 강해지고 있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구 온난화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지구 열대화 시대가 도래했다고 선언했다. 펄펄 끓는 지구라는 말이 일상화되니 불볕더위 찜통더위는 고전이 되었고 가마솥더위 용광로 더위 급기야는 살인적 더위라는 말이 자연스럽다.
무작정 날씨를 원망하고 탓할 일이 아니다. 돌이켜보면 새삼 놀랄 일도 아니다. 어쩌면 예상한 일이고 예고된 현상이다. 우리 인간들이 스스로 자초한 일이기에 자업자득이라 하여도 변명의 여지가 없을 것 같다.
무분별한 개발로 자연은 무참히 훼손되고 공장의 굴뚝은 서로 경쟁이나 하듯이 검은 연기를 뿜어대니 이산화 탄소가 대량반출되어 공기는 오염되고 만년설 빙하가 녹아내려 머지않아 일본 열도가 물에 잠긴다니 앞으로 인류가 맞이해야 할 대재앙이다.
과학이 더욱 발전하면 지구의 멸망이 오기 전 달이나 화성 등으로 이주해야 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스피노자의 말처럼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온다, 할지라도 우리는 오늘 한그루의 사과나무를 심어야 한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라고 하지 않던가? 지금이라도 국제사회가 기후의 심각성을 다시 한번 인식하고 지혜를 모아야 한다. 지금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지구는 공멸할 수밖에 없다.
과학의 발달이 인간의 삶을 더욱 윤택하고 편리하게 만들었지만 고도의 대량 살상무기가 개발되어 전쟁의 가능성은 더욱 커지고 자동차와 전자제품의 범람으로 인하여 지구 환경은 더욱 악화되어 차선책으로 전기 자동차가 출시되었지만 잦은 화재로 인하여 화석 연료 자동차의 대안이 될 수 없게 되었다.
어떻게 하면 죽어가는 지구를 살리고 전쟁과 기근 펜데믹과 엔데믹에서 인류를 구할 수 있을까? 내 문제가 아니라고 우리나라의 문제가 아니라고 치부할 수가 없는 지구촌 모든 나라와 사람들이 고민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상황에 부닥쳤음을 심각하게 인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