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변동에 따라 사상계에도 새로운 움직임이 나타났다. 당시 철학이나 종교에 관한 사상가는 크게 바라문과 이들을 비판하면서 등장한 사문의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
바라문은 예로부터 내려오던 베다 성전을 신봉하는 사제자로서 농촌 사회를 중심으로 하여 전과 다름없이 사상계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들은 주술적, 마술적인 제사를 주관하고 종교적 지도자로서의 지위를 갖고 있었다. 바라문계급은 세습이었으며 특히 혈통의 순수성을 존중하였다. 정통 바라문에서는 인간의 내면 깊숙히 잠재하는 아트만(Atman, 自我)은 바로 우주의 근본원리로서의 브라흐만(Brahman, 梵)과 동일하다는 이른바 ‘범아일여(梵我一如)’의 사상을 주장하였다. 이러한 정통 바라문의 사상은 베다(Veda), 브라흐마나(Brahmana), 아란야카(Aranyaka), 우파니샤드(Upanisad)라는 일련의 문헌들을 통해 전개된 종교사상을 말하는 것이다.
베다는 인도에 이주해 온 아리야인들에 의해 이루어진 것으로서 오랜 세월을 두고 형성되었으며 현재의 형태를 갖추게 된 것은 대략 A.D. 200년 전후로 추정된다. 베다는 원래 고대 인도인들에 의해 신에 대한 예배와 제사의식을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신에 대한 제식(祭式)들이 점점 복잡해짐에 따라 그 제식을 주관하는 사제의 직분도 네 그룹(hotr, udgatr, adhvaryu, brahman)으로 나뉘어지게 되었다. 베다도 이 그룹들에 의해 사용되는 용도에 따라 리그베다(Rg-veda), 사마베다(Sama-veda), 야주르베다(Yajur-veda), 아타르바베다(Atharva-veda)의 네 가지로 집성되었다. <리그베다>는 여러 신들을 찬미하는 찬가를 모은 것으로 신들을 제장(祭場)에 등장토록 찬송을 담당하는 권청승(勸請僧, hotr)의 노래이다. <사마베다>는 제사 때에 노래로 부르기 위한 가영(歌詠)을 모은 것으로 일정한 음율에 맞추어서 가영을 하는 가영승(歌詠僧, udgatr)의 노래이다. <야주르베다>는 제사에서 필요한 축문 등의 제사(祭詞)를 모은 것으로 공물을 바쳐 제사의 실무를 담당하는 행제승(行祭僧, adhvaryu)의 노래이다. <아타르바베다>는 제사라는 매개적 행사에 의하여 재앙을 물리치고 복을 기원하도록 하는 주법(呪法) 등을 모은 것이다. 처음에는 베다 성전으로 권위를 인정받지 못했지만 후에 베다에 나란히 서게 되어 제식을 총감하는 기도승(祈禱僧, brahman)의 노래가 되었다. 이 가운데 종교적으로 가장 중요하고 또 철학적 가치를 지닌 것은 <리그베다>이며, <아타르바베다>에서도 간혹 철학적 사변을 찾아볼 수 있다.
각 베다는 오랜 세월을 두고 형성된 결과 자연히 그 안에 각각 여러 층의 문헌이 누적되었다. 네 종류의 베다는 각기 네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째는 주로 신들에 대한 찬가와 기도인 만트라(mantra)를 수집한 본집(本集, Samhita)이고, 둘째는 제의(祭儀)의 방식과 의미들을 토의하고 설명하는 산문으로 된 브라흐마나(Brahman)이며, 셋째는 삼림(森林) 중에서 전수되어야 할 비밀스런 뜻을 설한 아란야카(Aranyaka)이며, 넷째는 베단타(Vedanta)라고도 칭해지며 당시의 수많은 비설(秘說)의 집성서인 우파니샤드(Upanisad)이다.
<리그베다>의 철학사상
신들을 찬미하는 시가(詩歌) 모음집인 <리그베다>에는 무수한 자연신들이 등장한다. 대부분의 신들은 주로 자연계를 구성하는 요소 및 여러 현상, 혹은 자연계의 배후에 존재한다고 여겨지는 지배력을 신격화해서 찬미하였다. 이 신(神, deva)들은 자연세계에 있어서의 그들의 활동영역에 따라 세 종류로 분류될 수 있다. 즉 우주질서의 보호자라고 불리는 바루나(Varuna), 하늘의 신 댜우스(Dyaus), 태양의 신 미트라(Mitra)와 수리야(Surya) 등과 같은 하늘에 속하는 신들, 천둥과 폭풍의 신 인드라(Indra), 폭풍우의 신 마루트(Maruts), 바람의 신 바유(Vayu)와 같은 공중을 장악한 신, 그리고 제사 때 없어서는 안 되는 불의 신 아그니(Agni), 제주(祭酒)의 신 소마(Soma), 땅의 신 프르티비(Prthvi)와 같은 지상의 신들인 것이다. 이러한 자연신들 이외에도 인간의 삶 속에서 신비한 현상으로 여겨지는 것들도 인격신화(人格神化)하여 찬미하였다. 또한 <리그베다>에서는 신들의 거룩한 행위에 대한 찬미 외에도 부(富), 다산(多産), 장수(長壽), 승전(勝戰) 등과 같이 인간에게 유익한 것들을 갈구하는 기원을 함께 담고 있다.
또 신들이 지배하고 있는 자연의 세계는 우발적이고 무질서한 세계가 아니라 일정한 규칙성을 지니고 있다고 여겼다. 이 우주의 법칙성을 르타(rta)라고 했다. 르타는 사물들이 자연적으로 취하는 어떤 일정한 과정을 의미한다.
그러나 자연신교적이며 다신교적인 경향을 반영하는 이 시기에도 근원적인 세계의 원리를 탐구하는 사유가 싹트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그 중에서 특히 주목되는 것은 우주창조에 관한 찬가들이다. 즉 우주와 모든 존재는 전능의 힘을 지닌 비슈바카르만(Visvakarman )이 집을 짓듯이 만들었다고 하거나, 또는 모든 피조물들의 주(主)라고 불리는 프라자파티(Prajapati)가 우주를 출생시켰다고 한다. 프라자파티는 ‘생물(生物)의 주(主)’라는 뜻을 지녔고 원래는 다른 신들의 칭호로서 사용되다가 나중에는 독립적인 창조의 신으로서 널리 숭배되었으며, 비슈바카르만은 ‘모든 것은 만든 자’라는 뜻으로 역시 인드라나 태양신들과 같은 신들의 별칭이었던 것이 독립적으로 인격화되어 세계창조의 신으로 숭배되었다.
베다의 신들은 우주의 자연질서뿐만 아니라 인간의 화복(禍福)과 도덕질서까지 관장한다고 여겨졌다. 그들은 인간의 제사의 행위와 도덕적 행위의 선악에 따라 적당한 상벌(賞罰)을 내린다. 그러나 이 도덕적 질서는 어디까지나 신과의 관계에서 이해되는 것이다. 인간은 그 행위의 결과를 사후의 세계에서 얻는다는 사상이 나타나 있으며, 선한 사람은 천상에서 신들과 함께 혹은 조상들과 함께 영원히 행복한 삶을 누린다고 여겼다. 다른 한편으로 인간은 죽으면 그의 눈은 태양, 숨은 바람, 말은 불, 귀는 사방(四方), 마음은 달로 돌아간다고 하는 인간을 하나의 소우주로 보는 사상도 찾아볼 수 있다. 영혼의 불멸을 믿는다거나 영혼에 대한 분명한 개념은 찾아보기 어렵다. 인과에 따라 윤회의 세계에서 생사를 되풀이해야 한다는 사상이나 해탈의 이상을 찾아볼 수 없다.
브라흐마나의 철학사상
신들에 대한 찬미, 기원과 관련하여 베다 시대 인도인들의 삶 속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는 것은 의례와 제사였다. 약 B.C. 900년부터 700년 사이에 이루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브라흐마나는 이러한 의례와 제사에 관한 규정을 자세하게 밝힌 문헌들로서, 본집(本集)을 설명하고 해석한 주석서이다. 그 중에서 양적으로 방대하고 내용상 가장 중요한 것은 <야주르베다>에 속해 있는 <샤타파타 브라흐마나>이다. 브라흐마나는 그 내용상 제사의 방식과 규범을 취급하는 부분인 의궤(儀軌, Vidhi)와 본집의 여러 송가(頌歌, Mantra)의 의미, 어원 및 제사의 기원과 전설 등을 말해주는 부분인 석의(釋義, Arthavada)로 구분된다.
브라흐마나에서의 특징은 제사가 만능화(萬能化)되었다는 것이다. 본래 제사는 신에 대한 감사의 표시이거나 혹은 신들의 호의를 기원하는 신 중심의 행위였지만, 제사의식이 점점 전문화되고 정교해짐에 따라 제사 자체가 관심의 대상이 되었으며 사람들은 제사 자체의 효능을 믿는 나머지 신들조차도 제사 없이는 아무런 힘이 없다고 믿게 되었다. 우주의 질서를 유지하는 것은 신들이 아니라 바로 올바른 제사의 행위 자체이며 따라서 제사는 우주적 힘을 지녔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이처럼 제사가 우주적 의미를 지녔다고 생각하는 사상은 <리그베다>에도 나타나 있다. 뿐만 아니라 베다 자체와 사성(四姓)계급제도도 이 제사로 인하여 생겨났다고 여겼다. 브라흐마나에서는 이런 제사주의적 우주관이 더욱 더 발전하여 제식(祭式)을 구성하고 있는 여러 요소들을 우주의 여러 신들이나 힘들과 상징적으로 대응시켜서 제식(祭式)이 우주질서 자체의 근본이 되며 제식(祭式)의 힘이 우주의 힘 자체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이러한 제식(祭式)을 주관하는 바라문계급도 신들과 동등한 지위의 존재로 간주되고 있다. 이러한 제사주의적 세계관으로부터 점차 철학사상이 싹트게 되었다.
먼저 브라흐만이라는 우주의 통일적 원리를 나타내는 개념의 전개이다. 이러한 개념은 베다에서 이미 발견되며, 송가(頌歌)나 주술의 말, 혹은 그 말에 깃들인 신비한 힘을 뜻했다. 그러나 제식의 권능(權能)을 강조하는 브라흐마나에서는 제사에서 사제들의 사용하는 말을 의미하게 되었으며, 이 말은 제사의 핵심을 이루는 제사의 힘의 근원이므로 동시에 만물과 모든 신들의 배후에 있는 근원적인 실재 내지 힘을 의미하게 된 것이다.
다음으로는 행위의 인과율(因果律)에 대한 믿음이다. 브라흐마나에서 행위는 주로 제사의 행위로서, 올바른 방법으로 행한 행위는 자연의 법칙과 마찬가지로 신의 뜻에 관계없이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리그베다>에서 자연의 법칙을 의미했던 르타는 브라흐마나에서는 올바른 제사의식과 그 제사행위로 인해 반드시 얻어지는 행위의 법칙을 의미하게 된 것이다.
또 브라흐마나에서는 또 현상세계를 성립시키고 있는 근본 오원소설(五元素說)의 시초를 볼 수 있으며, 인간의 본질에 관해서 정신과 육체를 구분하여 파악하고 있으며 정신을 아트만(Atman), 마나스(manas), 프라나(prana) 등의 이름으로 부르고 있다.
우파니샤드의 철학사상
우파니샤드 시대에는 인간의 운명이란 카르마의 법칙에 따라 윤회의 세계에서 끝없는 생사를 되풀이하는 것이라고 믿었다. 따라서 우파니샤드의 철인(哲人)들은 어떻게 하면 이 윤회의 세계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행위는 반드시 결과를 초래하므로, 아무리 선한 행위라도 윤회세계에서 벗어나게 하지는 못한다. 그러므로 우파니샤드의 철인들은 윤회의 세계에서 벗어나 절대적인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행위가 아니라 우주의 영원하고 절대적인 실재 자체를 아는 지식(知識, jnana)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우파니샤드(Upanisad)란 말은 ‘가까이 앉는다’라는 뜻을 지닌 말로서 선생과 제자가 가까이 앉아 대화를 통하여 비의적(秘義的)인 지식을 전수했다는 데서 주어진 이름이다. 따라서 우파니샤드에서는 주로 대화의 형식으로, 우주와 인생의 비밀을 아는 신비한 지식을 아무에게나 전달하지 않고 스승과 제자라는 특별한 관계 아래서만 전수한다.
우파니샤드는 오랜 기간에 걸쳐서 형성된 다양하고 방대한 문헌으로서 현재 우파니샤드라는 이름을 지닌 문헌은 약 150종 내지 200여종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그 중에서 브라흐마나에 소속되어 있는 고전적인 주요 우파니샤드는 약 13편으로서 시기적으로 보아 약 B.C. 700년에서부터 A.D. 200년 사이에 만들어졌다고 추정되며, 그 안에서도 여러 가지 다양한 사상적 흐름이 발견되고 있으며 하나의 일관된 체계를 지니고 있지는 않다.
초기의 우파니샤드는 산문으로 되어 있으며 이들은 종파적인 성격을 띠지 않는다. <브리하드아란야카(Brhadarannnyaka)>, <찬도기야(Chandogya)>, <아이타레야(Aitareya)>, <카우쉬타키(Kausitaki)>, <타잇티리야(Taittiriya)>, <케나(Kena)> 우파니샤드는 초기에 속하는 것들이다. <카타(Katha)>, <슈베타슈바타(Svetasvatara)> 우파니샤드는 중기에 속하는 것이다. 중기의 우파니샤드는 운문으로 씌어진 것이 특징이다. <프라슈나(Prasna)>, <마이트리(Maitri)>, <만두키야(Mandukya)> 우파니샤드는 후기에 속하는 것이다. 초기의 산문체 우파니샤드에서는 순수하게 사색적인 측면이 강하고, 후기로 갈수록 종교적인 숭배와 헌신에 관한 것이 많다.
우파니샤드의 사상은 여러 가지가 혼재되어 있어 일률적으로 말할 수 없지만 각 사상의 공통점은 ‘지식(知識, Jnana)의 중시’이다. 의례와 제사 대신에 사색을 통해서 우주의 영원하고 절대적인 실재를 탐구하는 것을 중요시하게 된 것이다.
우파니샤드의 궁극적인 지식은 브라흐만을 아는 지식이다. 브라흐만은 원래 브라흐마나에서 제사에 쓰이는 성스러운 말 혹은 이 말의 성스러운 힘 등을 나타내는 말이었다. 이 개념이 우파니샤드에 와서는 더욱 더 형이상학적으로 발전하여 제의(祭儀)와 관련된 의미는 거의 없어지고 우주의 궁극적 실재 내지 힘을 의미하게 되었다.
우파니샤드에서는 세계의 다양성의 배후, 즉 모든 신들과 피조물들, 인간과 자연의 이면에 하나의 절대적 동일성인 최고의 브라흐만이 존재한다는 사상을 펼치고 있다. 브라흐만은 전 우주이며, 생물이든 무생물이든 우주 안에 있는 모든 것이라고 일컬어진다. 이렇게 브라흐만을 우주와 동일시함으로써 우파니샤드에서는 모든 것 안에서 브라흐만을 보고 브라흐만 안에서 모든 것을 본다. 모든 자연의 사물들 안에 브라흐만의 내재성을 인정하는 한편, 동시에 창조된 세계를 뛰어넘는 브라흐만의 초월성에 대해서도 성찰했다. 브라흐만은 세계 전체를 포괄하되 세계를 휠씬 초월하며 또 그 자신의 일부분으로서 온 우주에 편재해 있다고 보았던 것이다.
이처럼 우주의 절대적 통일원리가 통찰되는 가운데 그것은 인간 존재의 동일성으로 파악되기도 하였다. 즉 우주의 궁극적인 실재인 브라흐만은 곧 다름아닌 인간의 실재라는 것이다. 우파니샤드에서는 참 자아를 아트만(atman)이라고 불렀으며, 무엇이 인간의 불변하는 자아를 구성하고 있는가에 대해서 깊이 성찰하였다. 인간존재의 근거로 숨(prana)을 거론하였으며, 의근(意根, manas), 의식(意識, vijnana) 등이 인간의 본질적 자아로 거론되었다. 여기서 한층 더 심화하여 자아의 네 가지 상태에 대해 고찰하였다. 첫째는 우리가 깨어있는 상태에서의 자아이다. 둘째는 꿈을 꾸고 있는 상태의 자아이다. 셋째는 꿈도 없는 깊은 수면의 상태에서의 자아이다. 이는 어떤 감각기관이나 의식작용도 없으며, 무한한 순수식(純粹識)만이 밑바닥에 깊이 깔려있는 상태이다. 넷째는 희열(喜悅, ananda)상태에서의 자아이다. 자아가 특정한 대상 없이 순수의식으로서 스스로 밝게 존재하는 상태이다. 이러한 상태는 요가와 같은 정신적 훈련을 통해서 얻어질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자아는 모든 인간에게 공통된 자아이다. 인간을 포함한 세계는 하나의 궁극적 실재에 참여하고 있으며 브라흐만은 우주의 아트만이며, 아트만은 인간에 내재하는 브라흐만인 것이다. 이것이 바로 범아일여(梵我一如)의 사상이다. 이러한 범아일여의 진리를 깨닫고 체험하는 것이 곧 해탈(moksha)이며 윤회로부터 벗어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