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완성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제목도 못 정했어요. 아직 생각조차 못 했어요.
-"평균의 종말"을 읽고
1.
“교육의 봄” 단체에서 “이웃집 위인, 길을 찾다 길이 된 사람들” 강연을 신청했다. 첫번째 강연자로 “홈스쿨링 생활백서” 대표 송혜교님이 나섰다. 아이들과 함께 강연을 시청했다. 송혜교 대표님은 어린 시절 부모님이 정하신 규칙을 몇가지 들려주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아이들의 귀를 사로잡았다. “하기 싫은 공부는 하지 않는다.” 그 말을 듣자마자 둘째가 대뜸 “수학!”이라고 외쳤다. 아뿔싸! 홈스쿨을 하는 우리 아이들이 공부하는 시간은 오전에 한두시간 정도. 하는 공부라곤 수학 문제집 몇쪽 푸는 게 전부다. 매일 하는 것도 아니다. 주말에는 쉬고, 주중에도 이런저런 이유로 하루이틀은 빠진다. 학교 가고, 학원 다니는 아이들에 비해서 공부하는 시간이 매우 적다. 둘째에게 “너 수학 잘하잖아!”라며 수학 공부 하기 싫다는 아이의 입을 막았다. 이것마저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마음이 불쑥 올라왔기 때문이다.
송혜교 대표님은 중학교 2학년 때 자퇴를 했고, 자퇴한 후에는 한동안 아무것도 안 했다고 했다. 당시 일과표를 보여주었는데, 단잠, 낮잠, 쪽잠 등 잠으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막내가 부러워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게 부러웠던 모양이다. 나는 막내에게 “저 분은 초등학교는 졸업했잖아!”라고 말했다. 막내는 이제 초등학교 2학년이다.
첫째도 대표님이 자퇴하고 한동안 아무것도 안 하고 놀기만했다는 이야기를 듣더니 자기도 그러고 싶다고 한다. 지금보다 더 놀고 싶어?라고 물었는데, 머리를 끄덕인다. 막 중학생이 되어서 공부를 더 해야 할 것 같은데, 지금 노는 것으로 부족한가 보다.
강연과 아이들의 반응이 나를 심란하게 만들었다. 지금도 충분히 노는 것 같은데 더 놀고 싶어 하고, 하기 싫은 건 하지 않으려고 한다니. 강연을 듣고 더 놀려야겠다는 마음이 아니라 이래도 괜찮을까 불안이 떠밀려온다. 자유롭게 살게 하고 싶어서, 틀에 박힌 일상을 살지 않기를 바라서, 떠밀려 공부하는 게 싫어서 홈스쿨을 시작했는데, 나는 무엇이 불안한걸까?
토드 로즈 교수는 “평균의 종말”에서 “우리들 대다수는 본능적으로 정상적 경로에서의 이탈을 뭔가 잘못되었다는 확실한 신호로 간주한다(182)”고 말한다. 모두가 따라야 할 정상적인 경로가 있고, 그 경로를 벗어나면 무슨 큰일이 나는 것처럼 생각한다. 획일화된 학교생활에서 벗어나게 하고 싶었는데, 내가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것 같다. 획일화된 교육을 받고 자란 내가 사회가 정해놓은 정상적 경로를 벗어나지 못한 채 그 근처를 배회하는 것만 같다. 사회가 정한 경로 말고도 다른 여러 길이 있다고 말은 하지만 가보지 않은 길이라 불안을 떨쳐버리지 못하는 것 같다.
“발달의 사다리는 없다(202).” “각각의 새로운 단계마다 우리 자신의 개개인성에 따라 새로운 가능성이 온갖 다양한 형태로 펼쳐진다.”
2.
둘째 초졸 검정고시 결과가 발표되는 날이었다. 경북교육청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결과를 확인했다. 결과는 합격! 평균 88점을 받았다. 시험 치고 바로 가채점을 해서 합격 점수를 넘었다는 걸 알았지만, 합격 했다는 걸 두 눈으로 확인하고 나니 그제서야 둘째는 안심했다. 기뻐하는 건 첫째였다. 작년에 합격했던 자기 점수가 둘째보다 높게 나왔다는 이유에서다. 첫째는 92.5점을 받았다. 두 아이가 받은 평균 점수가 두 아이의 어떤 면을 보여줄까?
“평균의 종말”에서 소개하고 있는 프랜시스 골턴은 “평균보다 50퍼센트 빠른 사람은 50퍼센트 더 느린 사람보다 우월한 사람”(61) 주장한다. 평균이 높은 사람이 낮은 사람에 비해 우월한 사람이라는 말이다. 첫째가 둘째보다 우월하다는 거다. 심지어 골튼은 “지력이 우월층에 들 경우 그 사람의 용기와 정직함뿐만 아니라 신체 건강도 우월한 가능성이 대체로 높”다고 주장한다(62). 정말 첫째가 둘째보다 모든 면에서 우월하다고? 이 말은 확실히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둘째가 첫째보다 잘 하는 게 많다.
시험 성적만 봐도 평균은 첫째가 높지만, 국어점수는 둘째가 높다. 검정고시 준비할 때 첫째는 처음이어서 아내가 옆에서 많이 도와주었지만 둘째는 알아서 준비했다. 첫째가 높게 받은 과목과 둘째가 높게 받은 과목이 달랐다. 평균 점수로 아이의 모든 면을 평가하는 건 옳지 않다. 하지만 사회는 과연 어떻게 아이들을 평가할까.
토드 로즈 교수는 “평균의 종말”에서 “인간의 중요한 특성은 거의 모두가 다차원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 중에서도 재능이 특히 더 그렇다.”(128) “지적 재능은 둘쭉날쭉해서 IQ점수와 같은 일차원적 값으로는 평가하기나 판단하기가 불가능하다.”고 꼬집는다. 평균 점수와 같은 일차원적 값으로는 아이가 가진 다채로운 면을 다 표현할 수가 없다는 말이다.
첫댓글 오... 일단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 더해 교육의 봄 강좌까지 들으시는 선생님의 열심에 경의를 표합니다.
아이들을 학원 사이클에 넣은 부모도, 홈스쿨링 하는 부모도, 그 사이를 왔다갔다 저울질 하는 부모도 불안이 없긴 어려운 것 같아요.
그 불안을 마주보며 한걸음씩 나아가는 선생님의 시선과 글이 참 좋습니다.
두번째 사례도 흥미롭고요. 점수가 모든 걸 말해주는 것 같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는 걸 우린 알고 있는데 자주 속는 것 같아요.
잘 다듬으셔서 마무리를 하시면 좋은 글이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