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와 패거리가 낳은 비리, 비켜간 행운(?)에 안도
“설마 그 사람이? 그럴 리가…”
최근 지역사회를 충격에 빠뜨리거나 놀라게 한 유력인사들이 연루된 대형 비리사건을 바라보며 지역사회가 보인 반응이다.
두 사건 모두 평소 당사자의 인품이나 품행에 비춰봤을 때 도무지 믿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당사자들을 비교적 잘 안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일수록 손사래를 쳤다. 절대 그럴 리가 없다고. 뭔가 잘못됐거나 재수가 없는 거라고 말이다. 김종성 충남교육감 사건도 이런 사례 중 하나다. 1심 재판의 결과가 나왔으나 여전히 믿기 어렵다며 반신반의하는 이들도 여럿이다.
4일 열린 김종성 충남교육감에 대한 1심 선고공판에서 장학사 선발을 시험문제 유출을 지시하고 뇌물을 받은 혐의로 징역 8년의 중형과 수억 원의 벌금 및 추징금이 선고됐다. 예상외로 높은 형량이다. 왜냐하면 관련 장학사들은 상대적으로 낮은 형량을 선고받거나 벌금형을 받았기 때문이다. 또한 김 교육감 측은 덮어씌우기라는 반박과 함께 억울함을 호소하며 재판 내내 치열한 법정 공방을 벌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김 교육감에게 중형을 선고했다. 검찰의 공소사실을 대부분 인정한 셈이다. 한마디로 매관매직에 대한 김 교육감의 책임과 수사내용 유출, 증거인멸 혐의 등등 죄질이 좋지 않은 중대범죄로 보고 엄벌에 처한 것이다. 당일 법정 분위기는 더 나빴다고 한다.
예상을 넘는 중형 선고, 당일 법정 분위기는 더 나빠
아직은 어떤 결론을 예단하기는 어렵다. 김 교육감이 정말 억울한 또 하나의 ‘사법 피해자’인지, 아니면 누구보다도 높은 도덕성과 청렴함을 보여야 하는 교육계 수장으로서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중범죄인’인지 말이다.
항소심과 대법원 상고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또한 사법부의 판단이 늘 절대적으로 옳은 것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1심과 상급심이 정반대의 판결에 이르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잘못된 판결로 인해 수십 년이 지난 후 국가가 피해자들에게 거액의 배상을 하는 경우를 지금도 보고 있다.
권위주의 정권 아래서 자행된 정치적 사건만이 아니라 일반 민.형사 사건에서도 종종 있어나는 일이다. 우리사회의 마지막 보루로 사법부를 전적으로 신뢰해야 하지만 재판부가 신이 아닌 이상 100% 오류를 막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며 수많은 억울함이 쏟아지기 마련이다.
오죽하면 석궁테러(?)까지 감행케 한 대학교수의 실화를 담은 영화 <부러진 화살>에 수많은 이들이 공감을 표했을까. 영화에서 사법부는 정의로움은커녕 공정성도 갖추지 못한 부정적 집단으로 그려지고 있다. 이번에는 거꾸로 사법부로서는 매우 불쾌하고 억울하겠지만 말이다.
사법 피해자? 아니면 매관매직 등 교육을 망친 중범죄인?
김 교육감에 대한 실체적 진상은 당사자가 아닌 한 알 수가 없다. 우리가 판단의 근거로 삼을 수 있는 것은 그나마 사법부의 판단이다. 김 교육감의 사건은 당사자가 억울함을 강하게 호소하고 있는 이상 현재로서는 항소심을 거쳐 대법원까지 가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충남도교육청 장학사 선발 시험 비리 사건은 연루자들에 대한 재판의 최종 결과와는 상관없이 대한민국이 망국적으로 안고 있는 고질적인 병폐인 ‘끼리끼리’ 문화를 타파하지 않으면 희망이 없다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번 사건의 연루자 거의 대다수가 이렇게 저렇게 서로서로 얽힌 데서 비극의 씨앗이 잉태됐기 때문이다.
‘우리가 남이가’라며 학연 지연 혈연에 의한 패거리 짓기는 공조직에서 망국적인 지역감정은 물론이고 죄 없는 전국민을 여름내내 생고생시킨 ‘원전마피아’와 같은 부패집단을 양산하고 있다. 특정 대학이 특정 지역의 교육계를 장악하는 교육계는 더 폐쇄적이다. 검은 커넥션도 더 노골적이다. 아예 대놓고 패거리를 만들고 비리를 저지른다.
여기에 선거라는 복마전이 연결고리가 되며 불에 기름을 붓는 식이다. 이번 충남도교육청 사건은 극단의 예다. 이런 부적절한 방법으로 요직을 차지한 이들이 대물림 하듯 또 다시 비리를 저지르는 등 악순환의 고리가 끊어지지 않는데서 비롯된 비극적인 결과이다. 최소한의 죄의식도 없이 말이다. 행정직에 대한 불편한 소문도 무성하다.
실력만 있으면 된다고? 당신은 정말 그렇게 믿습니까?
“저처럼 무색, 무취, 무학연인 사람은 설 곳이 없습니다. 이리 밀리고 저리 밀리고...실력만 있으면 된다고요? 김 주필은 정말 그렇게 믿습니까? 실력만 있으면 된다고...”
누구에게 더 많은 죄가 있고 없고를 떠나 충남교육청은 당분간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게 됐다. 교육감마다 줄줄이 낙마하며 조직을 만신창이로 만든 사람들이 웃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교육계를 누가 믿겠는가.
1심 재판의 결과가 나온 지금, 충남 교육청은 안정불감증으로 인해 대형 철도사고를 일으킨 코레일처럼 전 간부진이 고개 숙여 대국민 사과를 하듯, 비록 형식적이라 할지라도 다시 한번 자성의 모습으로 대 도민 사과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것도 무죄추정 원칙에 따라 대법원 판결까지 기다린다는 건가?
마치 아무 일도 없이, 내 책임 아니라는 듯이 이대로 그냥 흘러가는 것은 참으로 염치가 없는 일이다. 분명 지금 충남 도교육청 고위직을 차지하고 있는 인사들 중에는 자신을 비켜간 행운(?)에 가슴을 쓸어내리는 이들이 전혀 없지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