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 스트리트, 뉴욕 증권 거래소 앞에서]
시카고에서 뉴욕으로 떠난 12월 29일 사진이 하나도 없으니,
자연히 기억도 가물가물하다.
다행히 그동안 잊고 있었던 여행 수첩을 발견했다.
그래봤자 별 내용은 없다.
식당과 공연장의 이름 등등 잘 기억나지 않는 고유명사가 적혀있고,
그날 쓴 중요한 지출이 기록되어 있다.

[페더럴 홀 : 뉴욕이 최초의 수도가 된 후,
1789년 워싱턴이 초대 대통령으로서 취임선서를 한 곳]
원영이가 오헤어 공항까지 데려다주고 우릴 내려주자마자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이제 모든 걸 내가 스스로 해야 해!
American Airlines 카운터를 찾아 짐을 부치고
(작은 비행기라 25불이나 들었다.)
9시 30분 비행기를 타고, 2시간의 비행 끝에
12시 35분에 도착했다. (시차가 1시간 있다.)

[페더럴 홀 앞에 세워진 조지 워싱턴 동상]
공항에서 어떻게 맨하튼까지 왔는지,
정말 깜깜하게 기억이 안난다.
다만 수첩에 뉴저지 트랜짓 열차 금액이 써 있는 걸 보니,
그걸 타고 왔나보다.. 하고 막연하게 짐작할 뿐;;
그럼 공항도 뉴워크공항에 내렸나보네.
허허.. 이렇게 기억이 하나도 안날 수가.
뉴저지 트랜짓을 타고 펜 역에 도착한 이후
공중전화로 숙소 주인과 전화를 하고,
34번가 헤럴드 광장 쪽으로 열심히 찾아간 기억은
선명히 떠오른다.

유진이의 일기대로 34번가의 첫인상은 별로였다.
매우 번화한 중심가인데,
왜 그렇게 닭꼬치구이 같은 음식을 파는 노점상이 많은 건지,
음식 냄새로 진동을 했다.

페더럴 홀 내부.
1735년 언론의 자유에 일조한
존 피터 젠거의 재판이 열렸던 곳이기도 하다고.

현재 건물은 식민지 시대부터
연방시대 초기의 유품이 전시되어 있는 박물관이다.

[트리니티 교회,
월 스트릿 한쪽 끝에있다. 1697년에 세워진 영국 성공회 교회]
우리 숙소는 지금은 영업을 하지 않는 블루문게스트하우스.
다른 나라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뉴욕의 한인 게스트하우스는 대부분 아파트 한 채를 임대해서
숙박업 신고를 하지 않고 영업을 한다.
그래서 1층 경비실에서 어디를 찾아왔냐고 가끔 묻곤 하는데
그 집에 놀러온 친구인 것처럼 말했다.
개업한 지 얼마 안돼서 약간 할인을 해줬지만
그래도 연말 성수기라 하룻밤에 12만원 정도 들었다.=.=;;;

트리니티 교회는 한 차례 화재로 소실된 후 증축,
개조하여 1846년에 완공되었다고.

준공당시에는 85미터에 이르는 고딕 양식 첨탑이
뉴욕 제일의 높이를 자랑했다고 한다.


월 스트리트의 상징인 황소 동상.
연말연초 시즌이라 저런 목걸이를 두르고 있다.
이 동상은 1987년 블랙먼데이 사태 이후로
뉴욕 증권가가 실의에 빠져 있을 당시
사기 진작 차원에서 조각가인 아르투로 디 모디카가 세웠다고 한다.

주가 상승 시장을 불 마켓(Bull Market)이라고 부르는데서 유래했다.
반대로 하락 시장은 베어 마켓(Bear Market).

뉴욕에 있는 동안 전체적으로 날씨가 좋았다.
비도 거의 오지 않고,
눈도 오지 않아서, 유진이를 실망시켰지만.
그렇게 많이 춥지도 않고,
날씨 운은 좋은 편이었다.


어제 숙소 앞에 있는 Macy's 백화점에서 사준
유진이의 컨버스 부츠.
55불, 유진이가 완전 마음에 들어했으나.
발이 커져서 저 해 겨울 딱 한 철 신었다.

세계무역센터로 가는 길.

다시 공사중인 세계무역센터.
104층, 541미터로 2014년 완공되어
지금은 미국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 되었다.

건물 옆에 911테러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공원이 있다.
이곳은 '그라운드 제로'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핵무기가 폭발한 지점, 피폭된 지점을 뜻하는 군사용어라고 한다.
911사건 이후에는 이 사고현장을 뜻하는 말로도 쓰인다고.

맞은편 세계무역센터 건설 현장이 잘 보인다고 해서 찾아온
세계금융센터 건물

건물 중앙에 위치한 윈터 가든.
유리와 강철로 조성되어 있다.

세계무역센터가 붕괴될 당시,
이 건물 역시 큰 타격을 입었으나
1년 후에 이전과 거의 같은 모습으로 다시 문을 열었다고 한다.

이 계단에 앉아서 샌드위치랑 커피를 먹으면서
한참을 쉬었다.

오늘 오후 일정은
바로 옆에 있는 배터리 파크에서 무료 페리를 타고,
자유의 여신상이 있는 스테이튼 섬 앞까지
그냥 찍고 오는 가벼운 유람을 즐긴 후에,
브룩클린에 있는 BAM에 가서 영화 'PINA'를 보는 거다.

배터리 파크에 있는 조각상.
꺼지지 않는 불꽃과 일그러진 지구의 모습으로
세계평화를 상징한다니... 공감하기가.. 약간...
어렵다 싶었으나,
원래 무역센터앞에 있던 작품인데,
911테러로 무너진 건물 속에서 건져낸 몇 안되는 작품이라는
얘기를 듣고나니,
갑자기 급 공감;;;

스테이튼 아일랜드 페리를 타는 여객터미널.
항구의 이름은 South Street Seaport

뉴욕에서 바다를 보기에 가장 좋은 장소라는데.
이렇게 배를 타고 멀리서 자유의 여신상을 볼 수 있다.

별 목적없는 바람쐬기 유람.


'미국의 정신" 저건 이 배 이름일까?
그나저나 미국의 정신은 과연 무엇일까.





워터 스트릿 근처에 영주가 좋아하던 거리,
유진이도 이 거리가 기억에 많이 남는다고.
미드나잇 인 파리"에서 나오는 시간여행 마차가 나타날 것 같기도 하다.

4개월동안 열심히 영어공부하느라 살 빠진 영주.
근처에 맛있는 베트남국수 집이 있다고 해서 찾아왔다.
과연 미국에서 먹은 각종 맛있는 음식들 중에서 손에 꼽을 만큼 맛있어서
유진이랑 나랑 다시 가서 또 먹기까지 했다.
이름이 뭐였을까.
잘 하면 다시 가도 찾을 수 있을 거 같은데.

말로만 듣던 그 유명한 BAM(THE Brooklyn Academy of Music)
15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이곳은
각종 오페라, 연극, 영화를 올리는데,
진보적이고 전위적인 공연의 중심무대로 알려져 있어서
이곳의 시즌 라인업 자체가 화제거리가 되곤 한다.
1967년 리히텐슈타인이 총감독으로 임명된 이후
32년간 재직하면서 오늘날의 BAM을 만들었다.
특히, Nest Wave Festival을 통해 소개된
필립 글라스, 로리 앤더슨, 피터 브룩 등이
재능을 펼치며 명성을 얻게 된다.

엘지 다니던 시절,
BAM BAM BAM 뱀, 뱀, 뱀;; 하도 뱀 타령을 해서
이날, 내가 여기에 직접 왔다는 사실이 감개무량할 지경이었다.
한참 일할 때는 왜 BAM은 브로셔 디자인까지도 이렇게 멋있냐며
부러워했으니까.

Rose Cinema.
이날 상영작은 빔 벤더스가 만든 다큐영화 'PINA'
게다가 3D였다.
영화는 꽤 괜찮았는데, 잘 기억이;;;
아무래도 다시 한 번 찾아봐야겠다.

이제 집으로 가는 전철을 타기 위해
FULTON STREET 역에서.
여행 내내 타고 다니던 뉴욕지하철.
쥐도 나온다더니, 다행히도 쥐는 못봤다.
내일은 옛 동료 재은이가 있는 예일대학에 가기 위해
뉴 헤이븐에 간다.
아직 뉴욕이 익숙하지 않은데,
근교 도시에 간다니 살짝 떨린다.
첫댓글 시카고에서 29일 아침에 출발해서 오후 3시쯤 뉴욕에 도착했는데, 어쩜 이날은 사진이 하나도 없을 수 있을까. 마음의 여유가 하나도 없었던 게지~ 그래도 놀랍다. ㅠㅠ 사진들은 모두 30일 본격적인 뉴욕관광 시작 사진들.
헉, 일주일에 2편은 써야 크나큰 상을 받는데, 어쩌지!
이번 한 번은 봐줄 테니 앞으로 분발하셔용~^^
재건 중인 WTC 건물도 그렇지만, 자유의 여신상이 뉴욕이라는 느낌을 확 주네요.
베트남국수집 영수증을 찾았다. "OBAO 2" 38 water street (212) 361-6311
다시 가게 되는 그 언젠가 이 가게가 그대로 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