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 먹을거리는 잘 지은 보약 한 첩에 버금간다. 가을의 초입인 9월은 여름철 무더위에 잃어버렸던 입맛을 되찾는 계절이다. 특히 바닷가에서 나오는 음식이 제철이다. ‘봄 도다리, 가을 전어’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가을에 먹는 전어의 맛이 일품이란 뜻이다. 봄에 산란한 전어는 여름을 지나면서 토실토실 살을 찌워 가을에 절정을 이룬다. 이 때문에 씹을 때 고소하고 감칠맛이 감도는 것이 특징이다.
전어는 한때 너무 흔해 남 주기 미안한 고기로 분류될 만큼 천대받은 적도 있다. 그러다가 부산·경남 지방에서 인기를 얻자 몸값이 올랐고, 충남 서천군 홍원항에서 전어축제를 벌이면서 전국적인 유명세를 타게 됐다. <세종실록지리지>에 충청도·경상도·함경도에서 전어가 많이 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맛이 좋아 사먹는 사람이 돈을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전어(錢魚)라고 했고, 서유구의 <임원경제지>에 ‘가을 전어 대가리엔 참깨가 서 말’이라는 기록이 있을 만큼 예부터 인기 메뉴였다. 또한 ‘집 나간 며느리도 전어 굽는 냄새를 맡으면 집에 돌아온다’는 말이 있듯 냄새 또한 잃었던 입맛을 되찾게 해준다.
가을 전어는 다양한 조리법으로 즐길 수 있다. 뼈째 썬 전어회는 오드득오드득 씹히는 맛이 제격이고, 갖은 양념에 무쳐먹는 무침도 별미다. 무엇보다 숯불이나 연탄불 위에 구워먹는 전어구이는 최고 인기 메뉴다.
제철 9월~10월 산지 광양 망덕포구, 부안 격포항, 서천 홍원항 문의 광양 시청 061-797-2114, 서산군청 문화관광과 041-950-4224, 부안군청 063-580-4191
[FESTIVAL] 서천 홍원항 전어축제
홍원항에서는 매년 전어축제를 연다. 올해는 추석 연휴가 9월 24~26일이어서 예년보다 2주가량 늦은 9월 하순에나 시작할 예정이다. 홍원항과 인근 마량에서 출어하는 전어잡이 배는 대략 30척. 이들은 하루 5~6톤의 전어를 잡으면서 매일 ‘풍어가’를 부르고 있다. ●9월 하순 예정, 043-950-4224, 홍원항 인근
[판매처] 전어는 성질이 급해 물 밖으로 나오면 금세 죽어버린다. 또 어항에 담아놓아도 이틀 이상 살지 못한다. 제 스스로 신선도를 유지하는 셈이다. 때문에 산지에서 산 전어를 식탁까지 올리는 건 쉽지 않은 일. 살아 있는 전어를 파는 곳도 많지 않다. 홍원항 인근에서라면 언제라도 전어를 시세보다 더 저렴하게 맛볼 수 있다.
[맛집] 서울-다미생선구이 여의도에서 이미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생선구이 선술집이다. 특히 가을이 되면 전어구이를 내주는데 기름진 전어살에 와사비를 푼 간장이나 시큼한 된장에 찍어 먹으면 감칠맛을 더한다. 고소하고 은은한 뒷맛이 술안주로도 훌륭하다. ●02-783-5167
[맛집] 현지-삼삼일일회센터 홍원항에는 10곳의 횟집이 들어서 있다. 8월 중순부터 잡히기 시작하는 전어가 지금 이들 횟집 수조에 가득하다. 이 지역 개발위원회에서는 매년 9월 초나 중순에 홍원항 인근의 전어 시세를 정한다. 작황이 별로 차이 나지 않아 올해도 작년과 시세가 비슷할 전망이다. 삼삼일일회센터에서는 전어회·무침·구이 등을 1㎏에 3만원 내외로 먹을 수 있다. ●041-952-3311
[주변여행지] 월하성 갯벌체험지
서천에는 3~4개의 갯벌 체험장이 있으며 봄부터 초가을까지 체험할 수 있다. 월하성의 갯벌체험지는 특히 맛조개가 많이 나는데 보통 어른 손가락 굵기만큼 크다. 맛조개뿐 아니라 바지락, 동축, 백합 등 다양한 갯벌 생물들이 곳곳에 널려 있어 아이들의 체험교육에도 좋다. ●041-952-7060, 입장료 3000원(소금 2000원, 도구 대여 1000원)
[주변여행지] 희리산 자연휴양림 해발 329m인 희리산 중턱에 자리한 희리산 자연휴양림. 숲속에 들어가면 자연스레 산림욕을 할 수 있고 심신이 순화된다. 휴양림 입구에는 저수지가 있어 낚시와 산림휴양이 가능하다. 등산로를 따라 정상에 올라가면 서해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전망대도 있다. ●041-953-9981, 어른 1000원, 청소년 600원, 초등학생 300원
[주변여행지] 서천해양박물관 세계적인 희귀 어종과 현존 어종 등 15만여 점의 해양생물을 관람할 수 있다. 1.2m에 달하는 식인조개, 1억 3500만 년 전의 앵무조개 화석 등은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희귀본. 모두 둘러보는 데 40분에서 1시간 정도 소요된다. 박물관 내 전망대에서는 아름다운 마량포구가 한눈에 들어오는데, 일출과 일몰을 감상할 수 있다. ●041-952-0020, 어른 4000원, 학생 2500원
[주변여행지] 신성리 갈대밭 충청도와 전라도를 가르며 도도하게 흘러내리는 금강은 서해로 흘러들기 전에 장대한 갈대밭을 펼쳐놓았다. 폭 200m, 길이 1km로 면적이 무려 7만여 평에 이른다. 갈대밭은 모름지기 솜털처럼 부드러운 하얀 꽃이 신선한 바람 장단에 맞춰 춤사위를 펼치는 가을에 가장 아름답다. 신성리 갈대밭은 서걱서걱 바람을 가르는 키높이 갈대 사이로 산책로가 이어져 있고 갈대를 주제로 한 시구가 곳곳에 적혀 있어 운치를 더한다. 갈대밭의 장관을 카메라에 담으려면 이른 아침이나 해질녘이 좋다. 서해안고속도로 서천 나들목에서 613번 지방도로를 타고 가면 오른쪽에 신성리 갈대밭 안내판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