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다 마주하여 그윽한 인연 맺는다오(朝朝相對結幽緣)
·········································································· 서하 이민서 선생
고양 관아에서 삼각산을 바라보며〔在高陽衙望三角)
군재(郡齋)에 일이 없어 날마다 한가로이 잠자나니 / 郡齋無事日閑眠
오직 세 봉우리만 책상 가에 있도다 / 惟有三峯在案邊
우러러보니 신령(神靈)이 천길 위에서 노니는데 / 仰望神遊千仞上
올랐던 일 십 년 전이로구나 / 登臨事往十年前
홍문의 장사(壯士)가 장막 헤치고 서 있는 듯 / 鴻門壯士披帷立
남국의 고인(高人)이 책상 내려 맞이한 듯 / 南國高人解榻延
뭇 새와 외로운 구름 날아간 뒤에 / 衆鳥孤雲飛去後
아침마다 마주하여 그윽한 인연 맺는다오 / 朝朝相對結幽緣
[주-1] 고양(高陽) …… 바라보며 : 서하(西河) 이민서(李敏敍)는 1670년(현종11) 10월에 고양 군수에 제수되었다.
[주-2] 홍문(鴻門)의 …… 듯 : 산의 형상이 우뚝하고 기세등등하다는 말이다. 홍문의 장사는 번쾌(樊噲)이다. 항왕(項王)과 한 고조(漢高祖)가 일찍이 홍문연(鴻門宴)에서 회합(會合)했을 때, 항왕 측에서 한 고조를 죽이려 하였다. 이에 한 고조 측이 알아차리고는 일단 한 고조를 도피시킨 다음, 번쾌가 머리털을 곤두세우고 눈을 부릅뜬 채로 항왕의 앞에 들어서자, 항왕이 번쾌의 모습을 보고 “장사로다, 술을 내려라.……돼지 어깨를 내려라.[壯士! 賜之巵酒.……賜之彘肩.]”라고 명하여, 번쾌가 다 마시고 나자, 또 항왕이 말하기를 “장사여! 더 마실 수 있겠는가?[壯士! 能復飮乎?]” 하니, 번쾌가 대답하기를 “신이 죽음도 피하지 않은 터에, 술이야 어찌 사양하겠습니까.[臣死且不避, 巵酒安足辭!]”라고 하였다.
[주-3] 남국의 …… 듯 : 찾아온 친구를 반갑게 맞아 준다는 말인데, 책상을 가운데 놓고 주객이 마주 앉은 광경이 마치 삼각산의 세 봉우리 형상처럼 보이므로 비유한 듯하다. 후한(後漢)의 진번(陳蕃)이 예장 태수(豫章太守)로 있을 때 특별히 책상 하나를 마련해 놓고는, 남주(南州)의 고사(高士)인 서치(徐穉)가 찾아올 때만 반갑게 맞으면서 내려놓았다가 그가 돌아가면 다시 올려놓고 아무에게도 내려 주지 않았던 고사가 있다. 《後漢書 卷53 徐穉列傳》
[주-4] 뭇 새와 …… 맺는다오 :
이백(李白)의 시 〈홀로 경정산에 앉아[獨坐敬亭山]〉에 “뭇 새들 높이 날아 사라지고, 외로운 구름만 한가로이 떠가네. 서로 바라봐도 싫증이 나지 않는 건, 오직 경정산(敬亭山)뿐이로구나.[衆鳥高飛盡, 孤雲獨去閑. 相看兩不厭, 只有.]”라고 하였는데, 이를 인용한 표현이다. 《李太白文集 卷20》
<출처 : 서하집(西河集) 제4권 / 칠언율시(七言律詩)>
ⓒ 전주대학교 한국고전문화연구원 | 장성덕 전형윤 이주형 (공역) |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