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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잘 나서지 않는 얌전한 사람의 적극성 끌어내기’에 대해 최근 영국 과학자들이 ‘더 조용하고 얌전한 사람을 붙여주면 된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조직 안에서 사람은 타고난 천성보다는 상대적인 특성에 더 많은 영향을 받기 때문이라는 것. 우리 아이가 유난히 소극적이고 얌전해서 아이들 속에서 교류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알고 보면 아이의 행동은 그 나름대로의 충분한 가치가 있다. 소극적인 우리 아이, 어떻게 키우는 게 좋을까?
일반적으로 내성적인 아이는 본인의 실력에 비해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목소리가 크거나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는 아이들이 아무래도 더 눈에 띄기 때문이다. 조용한 아이들은 상대적으로 위축되어 보이는 게 사실이고, 그런 아이를 둔 부모의 마음은 조급해질 따름이다. 하지만 내성적인 성격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중요한 건 우리 아이의 특성을 잘 파악하고 사회 속에서 자신의 역량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도록 키워주는 것이다.
우선, 내성적인 아이는 조용하고 침착하며 생각이 많다. 어떤 상황에서나 생각을 먼저 한 뒤에 행동을 하는 타입이다. 미리 행동의 결과를 예측하고 실행하는 스타일이라 느리고 우물쭈물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마음속으로 자신이 하려는 것에 대해 먼저 생각하고 있을 뿐이다. 특히 이런 아이들은 먼저 생각하고 판단한 뒤 자신이 마음먹은 대로 행동하려고 하는데, 이는 자칫 부모의 입장에서 고집이라고 판단하기 쉽다. 그러므로 성급한 비난은 금물. 충분히 생각하고 행동에 옮기는 것을 ‘고집 부린다’고 속단하면 아이의 자신감은 결여되기 마련이다.
또한 내성적인 아이는 대체로 말수가 적은 편이다. 이는 오히려 남의 이야기를 경청할 기회가 많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한 말이 적은 사람은 다른 사람과 어울리는 데 무리가 없다. 대책 없이 나서서 다른 사람을 방해하거나 주도하려고 하지 않아 어느 모임에서든 부담스러운 존재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아이가 내성적이라는 것에 대해 고민하는 부모들이 많다. 이게 오히려 문제일 수 있다.
내성적인 성격에 대한 오해들
내성적인 아이는 열등하다?
내성적인 성격을 표현할 때 흔히 ‘위축된, 소심한, 외톨이’ 등의 단어를 쓴다. 그러나 이는 그 성격의 한 부분일 뿐이다. 내성적인 아이는 남들 앞에 나서는 것을 좋아하지 않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는 누구보다도 적극적으로 깊이 탐구한다. 내성적인 성격을 열등하게 보는 건 지극히 일부만을 가지고 판단하는 잘못된 행위다.
내성적인 아이는 사회성이 부족하다?
자기주장이 강한 아이들이 오히려 아이들과 잘 못 어울리는 경향이 있다. 서로 나서려고 하다가 다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한 발표를 잘 안 하고 자기표현이 적은 것을 두고 사회성이 낮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말로 하는 표현에만 가치를 둔 것이다. 내성적인 아이는 말 대신 글이나 행동으로 하는 것을 잘하는 경우가 많다.
내성적인 아이는 은둔형 외톨이다?
최근 일본에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기도 했던 은둔형 외톨이는 친구가 하나밖에 없거나 혹은 한 명도 없고 사회 참여를 하지 않는 사람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내성적인 유형만이 아니라 외형적인 이들도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여러 번 도전에 실패하면 은둔형 외톨이가 될 수 있다. 다만 외향적인 유형은 그렇게 되기까지 다양한 표현으로 자신을 드러내기 때문에 그 과정을 알 수 있다는 차이가 있다.
갑자기 폭발할 수 있는 위험한 성격이다?
반사회적인 사건을 일으키는 이들은 대체로 억압된 분노가 내재되어 있다. 내성적이든 외향적이든 분노가 쌓이면 말수가 적어지고 조용해질 수 있다. 너무 화가 나서 무엇부터 끄집어내야 할지 암담하고, 분노를 그냥 꾹꾹 눌러두느라 조용해질 수밖에 없다. 이런 경우는 분노가 누적되어 조용해진 것일 뿐, 내성적인 성격과는 다르다.
내성적인 아이, 심각하면 자폐증?
내성적인 아이들은 ‘사회성’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흔히 말하는 ‘사교성’이 부족하다고 보면 된다. 다른 사람과 의사소통하고 상호작용하는 능력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사람이 있는 자리에서 혹은 상대방에게 먼저 사회적 능력을 사용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타입인 것. 때문에 내성적인 아이들은 오히려 일대일이나 소그룹 상황에서 사회적 능력을 곧잘 발휘하곤 한다.
문제는 단순히 내성적인 성격과 ‘아스퍼거 증후군’을 정확히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스퍼거 증후군이란 지능과 언어발달 상태는 정상이지만, 행동 양상은 자폐증과 비슷하여 사회생활이나 의사소통이 곤란한 발달장애의 하나다. 선천적으로 사회성 발달이 어려운 아이들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야기를 할 때 목소리 톤이나 리듬, 억양이 어딘지 모르게 부자연스러워 보일 때가 있다.
●본인만이 알 수 있는 단어를 스스로 만들어서 오랜 기간 사용하거나 같은 질문 또는 문장을 똑같이 반복하기도 하고, 책에서 읽었을 법한 문어체로 이야기하는 등 특이한 언어습관을 갖고 있다.
●또래 아이들이 관심을 갖지 않는 주제에 몰두하여 자료를 수집하거나 정보를 기억하곤 한다. 흔한 예로는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 지하철 노선, 숫자 관련 정보, 서열이나 단계, 신호등, 전단지 등이 있다.
●취미생활에 지나치게 푹 빠져 있다. 독서, 동물, 과학, 만화 등의 캐릭터나 영화, 자동차, 공룡 등이 흔한 주제다. 많은 어린이들이 흔히 관심을 갖는 주제이긴 하지만 사회성이 부족한 아이들은 여기에 지나치게 몰두하여 과제나 식사, 수면 등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기도 한다. 관련 주제에 관한 이야기에만 지나치게 열중하거나 자료를 수집하는 데 몰두함으로써 또래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수도 있다.
●시각, 청각, 촉각 등 감각에 민감하다. 특정 감각을 좋아해서 그 자극을 찾아다니거나 반대로 특정 감각을 과도하게 싫어해서 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 예를 들어, 일단 냄새를 먼저 맡아본다든지, 특정 느낌의 물건을 계속 만진다든지 혹은 옷의 라벨을 지나치게 싫어해서 모든 옷의 라벨을 잘라줘야 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진공청소기나 전동공구 소리를 너무 싫어해서 아이가 없을 때만 사용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집중분석
내 자녀가 혹시 아스퍼거 증후군?
당신의 자녀가 다음과 같은 점에서 또래 아이들과 얼마나 다른지 각 문항마다 해당되는 정도를 표시해보자. 13점 이상이면 아스퍼거 증후군을 의심해볼 만하다. 그러나 절대적인 진단 도구는 아니므로 해당 점수가 나왔다고 해서 반드시 그렇다고 속단할 필요는 없다.
(아니다 0, 어느 정도 그렇다 1, 그렇다 2)
□ 1 구식이거나 조숙하다.
□ 2 다른 아이들이 ‘별난 박사님’ 취급을 한다.
□ 3 색다른 지적 흥미를 가지고 있으며 조금은 자신만의 세계 속에서 사는 것 같다.
□ 4 어떤 분야에 대한 지식들을 축적해서 알고 있는 ‘기계적 암기’에는 능하지만 실제로 그것의 의미까지 이해하지는 못한다.
□ 5 애매모호하고 은유적인 말을 문자 그대로 해석한다.
□ 6 의례적이고 세밀하고 구식이며 ‘로봇 같은’ 이상한 언어를 사용한다.
□ 7 색다른 단어나 표현을 만들어낸다.
□ 8 목소리나 말하는 게 또래 아이들과 다르다.
□ 9 목청을 가다듬거나, 킁킁거리거나, 쩝쩝 입맛을 다시거나, 울거나, 비명을 지르는 등 자기도 모르게 소리를 낸다.
□ 10 어떤 일은 놀라울 정도로 잘 하면서, 또 다른 일은 놀라울 정도로 못한다.
□ 11 언어를 자유롭게 사용하기는 하지만 사회적 맥락에 맞추지 못하거나 듣는 사람의 요구에 맞추어 사용하지 못한다.
□ 12 공감이 결여되어 있다.
□ 13 고지식하고 황당한 말을 한다.
□ 14 바라보는 시선이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 15 사교적이 되기를 원하지만 또래들과 관계를 잘 맺지 못한다.
□ 16 자기 방식대로 하지 못하면 다른 아이들과 같이 있지를 못한다.
□ 17 아주 친한 친구가 없다.
□ 18 상식이 결여되어 있다.
□ 19 게임을 못한다. (팀에서 협력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전혀 모르고 자기만의 골을 득점시키거나 자기 목표에만 도달한다.)
□ 20 서투르고 조화가 안 되며 어색하고 거북한 움직임을 취한다.
□ 21 얼굴이나 몸을 자기도 모르게 움직인다.
□ 22 어떤 행동이나 사고를 강박적으로 반복하기 때문에 간단한 일상활동을 끝내는 데 어려움이 있다.
□ 23 특정하게 반복하는 일상적인 과정이 있다. (변화를 거부한다.)
□ 24 사물에 대해 색다른 애착을 보인다.
□ 25 다른 아이들이 따돌린다.
□ 26 눈에 띄게 이상한 얼굴 표정을 짓는다.
□ 27 눈에 띄게 이상한 자세를 취한다.
내성적인 아이, 어떻게 키울까?
1 아이의 성격을 이해하고 받아들여라
아이들마다 타고난 성향이 있기 때문에 부모가 원하는 어떤 성격으로 만들고 싶다고 해서 아이가 그대로 변화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내성적인 아이들은 사려가 깊고 침착하며 다른 사람들과 깊은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런 장점을 잘 살릴 수 있도록 격려해서 아이의 자존감, 자신감을 높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2 혼자만의 시간을 존중해줘라
아이의 개인적인 시간과 공간을 존중해줘야 한다. 방과 후 활동, 과외 등의 일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후에 아이가 좋아하는 활동을 할 수 있는 여유를 만들어주자.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는 등 혼자만의 시간을 충분히 보내야 심리적으로 안정된다. 그런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안정된 공간까지 확보해주는 게 좋다.
3 일대일이나 소집단에서 사회성을 키워라
과제나 놀이를 할 때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이야기할 차례가 돌아오지 않는 대집단보다는 아이도 편안해하고 자연스럽게 골고루 이야기할 수 있는 소집단에 참여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이런 경험이 차츰 쌓이면 자신감이 생기고 익숙해져서 대집단에도 편안하게 참여할 수 있다.
4 일상생활 속에서 사회적 기술을 가르쳐라
일상생활 속에서 일어나는 상황이나 사건을 활용해서 사회적 기술을 가르치자. 동생과 게임기 사용 시간을 타협하는 법, 또래 간에 다퉜을 때 각자의 감정과 생각을 들어보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기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사회 속에서 대처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 서로 질문하고 의논하고 경청하는 과정을 거치도록 교육하면 자연스레 사회성이 생기게 된다.
5 강요 대신 대안 제시로 부드럽게 다가가라
만일 아이가 발표를 하지 않았을 때 “왜 안 했니? 앞으로 그렇게 하지 마” 하는 방식으로 다가가서는 안 된다. 내성적인 아이의 경우 억압보다는 “이렇게 하는 것은 어떨까? 같이 해볼까?”와 같이 대안적인 행동을 가르치는 게 더 효과적이다.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기보다 함께 잘할 수 있는 법을 생각하게끔 만들자. 자기 표현은 몇 번만 해보면 나아지게 마련이다.
interview
“아이에게는 부모가 가장 좋은 모델”
고윤주(루돌프어린이사회발달연구소 소장)
아스퍼거 증후군은 눈에 띄게 심각한 게 아니라 약간의 자폐성향이 있는 것입니다. 처음 이 진단을 받게 되면 충격을 받겠지만, 무조건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아인슈타인이나 뉴턴 같은 위인들도 자폐적인 성향을 띠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판단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사회성이 약간 떨어지기는 하지만 오히려 특정 분야에 몰두해서 집착하는 경향 때문에 웬만한 사람이 이루지 못하는 걸 이뤄내기도 합니다.
요즘은 자기 스스로를 적극적으로 드러내야 하는 시대입니다. 집에서도 혼자거나 형제가 많지 않기 때문에 스스로 노력하지 않으면 사회성을 기를 기회가 더욱 적어지고 있죠. 따라서 다양한 활동을 통해 여러 가지를 배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여기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우리 아이가 내성적인데 좀 활발해졌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하는 건 엄마의 욕심일 뿐이라는 것입니다. 각자 강점과 약점이 있는데, 할 수 없는 것을 자꾸 요구하고 잘하지 못하는 것을 인정해주지 않으면 아이는 자신감이 결여되기 쉽습니다. 아이의 특성이 뭔지, 그걸 잘 살려주고 약점을 보완해주는 쪽으로 키워야 합니다. 부모는 아이의 가장 좋은 모델입니다. 부모가 평소에 타협하는 법, 감정 조절하는 법, 의논하는 법, 경청하는 법 등 사회적으로 적절한 행동을 몸소 보여주세요. 실제로 아이가 이런 행동을 따라한다면 충분히 칭찬해주고 자랑스럽다는 애정표현을 해주는 것도 필요합니다. 또 아이가 활발해지길 원한다면 가족들이 함께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드세요. 함께 자전거를 타거나 산책을 하고 여행을 같이 떠나는 등의 경험 없이는 함께하는 것의 즐거움을 알 수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 익숙해지면 자연스럽게 부모가 없어도 아이들 사이에서 잘 적응하게 됩니다. 아이에게 늘 관심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만일 자기 아이의 마음을 파악하기 힘들다면 아이의 친구, 그 친구의 엄마들과 적극적으로 교류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교류하다 보면 아이도 사람들 사이의 네트워크를 이해하고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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