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와야할 날씨인데도 기온 11도를 보이는 1월의 19일.
지구는 정말 따뜻해진것인지, 겨울이 아닌 가을의 느낌으로 이동장터를 시작합니다.
9시 20분,
"우리집이 정말 좋은데 있어~ 위치가 끝내줘~"
물건 사시고 갖다달리시던 어르신, 어디인가 봤는데, 정말 위치가 끝내줬습니다. 저 하늘 길로 열려있는 가파른 계단, 그 위에 있는 집 한채.
어르신이 지금은 갈 수 있는 계단이지만, 나중에는 어떻게 올라가실지 막막합니다.
어느 광고에서 그랬지요. 누군가에겐 단순한 계단이라 할지라도, 또 누군가에게는 에베레스트와 같은 느낌이라고.
어르신들에겐 이런 높고 가파른 계단이 에베레스트 같은 느낌이 아닐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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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 30분, 장동회관
"그거 있어? 무쳐먹는거~"
나물인가 싶었더니, '사라다'를 이야기 하십니다. 어르신들도 샐러드를 드시고 싶으셨는지, '마요네즈'가 생각이 안나서 '무쳐먹는거~'라고 계속 이야기를 하십니다. 그러다 알아차린것이 '사라다' 였습니다. 사과, 배, 귤 등 여러 과일을 넣고 만드는 사라다. 손주 챙겨주시려나 봅니다.
10시, 당산마을
"청주 예약하려고~"
지역에서 명절이 되면 늘 찾는 것 중에 하나가 '청주' 입니다. 제사상에 올리는 술로 항상 청주를 사시는 어르신들이 계십니다. 명절이 다가오기도 3주전인데도 혹시나 못살까봐 미리 이야기를 하십니다. 어르신은 추석 때도 3주전에 말씀하시더니, 설날에도 그러하십니다. 어르신들의 명절 준비는 정말 부지런함을 느낍니다.
10시 20분, 영당마을
"걸음이 불편해서 못오니 배달 해주면 좋겠어~"
영당마을 회관 뒤쪽에 오르막길 끝 무렵에 있는 어르신 댁, 도착해서 여쭙니 어르신이 지팡이 짚고 조심조심 나오십니다.
지갑에서 돈을 꺼내는 일도 쉽지 않습니다. 손이 부들부들 떨면서 천원짜리, 백원짜리 맞춰 꺼내주십니다.
미안한 마음이 늘 크다고 하시는 어르신, 천원이던 이천원이던 언제든지 배달 오겠습니다 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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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 45분, 효동마을
"거 여기좀 봐 또 싫은거 날라왔어"
어르신의 아드님 우편물이 어르신 댁으로 옵니다. 지난번도 어르신께선 아드님의 속도위반 과태료를 보내달라 하셨는데, 오늘은 두 통의 우편물을 확인해달라고 하십니다. 무엇인가 봤더니 자동자세와 국민연금 통지서였습니다. 아드님께 문자로 보내드리고, 국민연금 통지서는 전화가 올 것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간 몇 번 오던 우편물이 반가운 내용이 아니라 속도위반 과태료를 몇번 보시더니 우체통에 뭐만 왔다하면 싫어하시는 듯 싶습니다.
본인 집으로 주소지 등록하면 될텐데... 이 또한 다 사연이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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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시, 몽강회관
오늘도 어르신들은 식사 준비에 여념이없습니다.
지난번 어르신, 5만원 사건에 미안해하십니다.
"어디가서 그런 실수 했다고 말하면 안되~~ "
총무님이 10만원 주셨었는데 15만원으로 기억하고 저에게 5만원 더 줬다고 전화했다가, 10만원인것을 확인하고 미안해하셨던 일이었습니다. 어르신께 전화상에서 다 들려서 점빵식구들 모두 알아요~ 라고 하니, 낯부끄러워하며 어르신들 모두 웃으십니다.
어르신들과 이런저런 이야기하다 어르신께서는 유자차 타주신다면서 한 잔 주십니다. 다른 어르신 먼저 드시라고 드렸지만 한사코 모든 어르신들이 저부터 주십니다. 장사꾼 대접해주시니 참 죄송하기도 했습니다. 모두 따땃한 유자차 한 잔 마시며 이런 저런 사는 이야기 나누고 있으니 세상 걱정이 없습니다. 순간 저도 어르신이 되면, 이렇게 살고 싶구나 싶은 생각도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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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시 30분, 흑석회관
오늘도 흑석회관에 장부를 들고 들어갑니다. 벽에 기대어 계시는 어르신, 안색이 좋지 않아보이셨습니다. 무슨 일인가 싶더니, 백내장 수술하셨다고 합니다. 그래서 평소에 앉아계셨던 자리보다 햇빛이 들지 않는 자리에 앉아 계셨습니다.
지난주에 엄청나게 많이 사주셨던 흑석회관. 이번주는 살 것이 없다고 하십니다. 매주마다 콩나물 하나라도 사주셨던 어르신, 다음주에 사신다고 합니다.
"오늘은 공차로 가네~!" 라고 말씀하시는 어르신.
그래도 어르신들과 이런저런 사는 이야기나누며 어르신들 정 담아오니 이거면 충분하다고 말씀드렸습니다.
항상 동락점빵의 매출을 걱정해주시며 무엇이라도 사주실려고 하시는 어르신들 덕분에 늘 감사합니다.
15시 10분 장등회관
"백일 떡 언제 줘?"
어르신, 만나자마자 말씀해주십니다. 다음주가 되면 제 딸이 100일이 되는 날인데, 만날 때마다 아기 잘 크는지 여쭤봐주십니다. 그 덕에 100일 된다고하니, 100일떡은 100명이 먹어야한다고 말씀해주십니다. 아기가 잘 크는 것이 다행이다하면서도 잘 크길 늘 기원해주시니 감사합니다.
'쇼핑의 바람'
한 어르신께서 자녀들이 와서 사려고 한다고 하니, 옆에 어르신도 사신다고 합니다. 그러더니 또 옆에 어르신도 나도 쟁여둘까~ 하시며 또 사십니다. 어르신들 분위기가 타니 너도나도 다 사십니다. 지난번에 한 번도 흑석회관에서 계란 바람이 불었는데, 어르신들이 사시는 삶의 패턴은 비슷하구나 싶기도 합니다.
15시 40분, 영촌회관
저 먼발치서 비를 맞으시며 기다리는 부녀회장님이 계셨습니다. 멀리서 손 흔드시는 회장님
"여 콩나물이 맛있고 좋더만"
하나 드리려고했지만, 마침 딱 떨어져버린 콩나물. 아쉬워 하시면서도 어쩔수 없지 하며 번들 하나 사주십니다.
"내가 맨날 갈아주지도 못하는데, 뭐라할까봐~~"
생각만해주시는것만으로도 고맙습니다.
모두가 힘든시대, 우리 묘량면 지역 어르신들은 우리 점빵의 운영을 모두 생각해주시고 있다는것,
늘 잊지 않고 생각하며 오늘도 열심히 이동장터를 마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