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단들의 요한계시록 해석에 대한 비판
‘하나님의교회 세계복음선교협회’는 “유월절을 아십니까?”라는 질문과 더불어 ‘안상홍 증인회’로 알려져 있다. 이 집단은 이만희의 신천지보다 훨씬 규모가 크다. 신천지처럼 그들도 요한계시록을 애용하며 왜곡한다. 이 글은 그들이 요한계시록의 내용을 어떻게 파악하는지 그리고 왜 연구하는가를 소개하고 비평한다.
1. 요한계시록의 내용
‘하나님의교회’ 설립자이자 교주인 안상홍은 “요한계시록과 다니엘서의 내용은 초대교회 진리가 2세기 중엽으로부터 3세기까지 마귀에게 밟힘을 당하였다가 16세기 이후부터 진리가 차츰 차츰 회복되는 것과 어린양의 승리와 마귀의 멸망당하는 예언이 다 기록되어 있습니다”라고 설명한다.1)
⇨ 비판
안상홍의 주장대로 마귀는 초대교회 당시에 기록된 계시록의 진리를 2세기 중엽부터 3세기까지 짓밟았는가? 이 질문의 답은 속사도 시대 이후 교부들의 요한계시록 해석에 달렸다. 안상홍의 위의 설명은 계시록의 진리가 3세기를 넘어 16세기 종교개혁 이전까지 왜곡되고 변질되었음을 암시한다.
안상홍이 속사도 시대가 종료되고 교부시대가 시작된 2세기 중엽부터 3세기에 있었던 요한계시록 주석과 해석 경향을 어떤 자료를 참고하여 파악했는지 알 수 없다. 편의상 서로마제국의 라틴교부와 동로마제국의 헬라교부로 나누어살펴보자.
오늘날 슬로베니아의 페토(Pettau) 출신인 빅토리누스(d. 304)는 라틴교부이자 순교자인데,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계시록 주석을 남겼다. 그의 주석은 AD 280년에 기록된 것으로 추정된다. 안상홍의 주장대로 3세기에 빅토리누스의 계시록 주석은 마귀에 짓밟혀서 초대교회의 진리를 손상시켰는가?
빅토리누스는 전반적으로 계시록을 미래적 관점에서 주해했다. 따라서 그는 예수님의 재림과 적그리스도의 활동을 종종 언급했다. 또는 빅토리누스는 계시록의 일곱 인, 일곱 나팔, 일곱 대접 심판을 동일한 심판이 반복되는 것으로 이해했다.
이 반복이론은 오늘날에도 많은 학자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다. 따라서 빅토리누스의 미래적 해석과 반복이론은 오늘날 기성교회로부터 적지않은 지지를 받고 있는 해석이므로, 마귀에게 넘어간 해석이라 볼 수 없다. 요한계시록 주석을 남긴 또 다른 라틴교부는 AD 4세기의 비목회자 신학자인 티코니우스인데, 빅토리누스의 계시록 주석의 약점을 보완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그의 계시록 해석 방식은 선배인 빅토리누스처럼 미래적 해석으로 분류가 된다. 하지만 티코니우스는 계시록 20장의 천년왕국을 전천년설이 아니라 무천년설의 입장에서 설명했다. 다시 말해, 주님의 재림 이후에 지상에 실제 천년 동안 임할 왕국이 아니라, 천년을 상징적으로 긴 기간으로 파악했다.
오늘날도 무천년주의자와 후천년주의자는 천년을 상징적으로 해석한다. 헬라교부 가운데 6세기에 최초로 계시록 주석을 쓴 사람은 오이쿠메네우스이다. 그는 이전 교부들의 문헌을 참고하여, 풍유적 해석을 지양하고 본문의 문자적 의미를 찾으려 나름 시도했는데, 계시록의 환상을 재림과 연결했다.
또한 그는 계시록의 심판 환상과 천년왕국에서 예수님의 공생애를 찾으려고 시도했으며, 종종 교회보다 천사를 강조하는 주해를 시도하고, 천주교의 마리아론과 연옥 교리를 지지했다. 이상의 교부들은 대체로 계시록을 풍유적이며 미래적으로 해석하는 것을 선호했으며, 당시 이단들의 주장을 반박하는데 열심을 보였다.
오늘의 관점에서 교부들의 주석을 평가할 때 부족하거나 잘못된 사항들이 있지만, 마귀에게 짓밟혀서 초대교회의 진리를 변질시킨 것으로 볼 수 없다. 그리고 안상홍의 주장대로 요한계시록의 진리가 16세기 종교개혁 이후부터 점진적으로 회복되었는가? 이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16세기 이후의 계시록 해석의 경향을 살펴보아야 한다.
16세기 종교개혁자들은 계시록의 짐승들을 그 당시 천주교의 교황과 교황주의자들과 동일시했다. 따라서 교황은 천주교 신학자들을 통해서 자신을 변호했는데, 두 가지 흐름으로 전개되었다. 하나는 스페인의 예수회 수도자 리베이라가 주장한 미래적 해석이고, 다른 하나는 스페인의 예수회 수도사 알카자의 과거적 해석이다. 리베이라는 계시록의 내용을 주님의 재림이라는 미래와 연결하여 16세기 교황과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이와 반대로, 알카자는 계시록의 예언이 대부분 1세기에 성취되었다고 주장함으로써 교황과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알카자의 과거적 해석은 17세기 이후로 유럽의 개신교 학자들의 지지를 얻게 되었다. 오히려 16세기 종교개혁자들인 루터와 칼빈과 츠빙글리와 데오도르 베자는 계시록 13장의 짐승들을 교황주의자로 잘못 해석하는 오류를 범했다.
사도 요한은 소아시아의 일곱 교회에게 16세기에 출현할 짐승 같은 교황을 비판하려고 시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계시록의 진리가 2세기 중순부터 종교개혁 이전까지 마귀에게 짓밟혔다고 볼 수 없으며, 16세기 이후로 초대교회의 진리가 점차 회복되었다는 주장도 구체적인 사안을 들어 주의 깊게 펼쳐야 한다. 첨언하면, 18세기 이성주의의 발현으로 요한계시록을 역사-비평적으로 해석하려는 경향이 오늘날까지 강하다.
역사-비평적 해석은 요한계시록을 성령님께서 영감을 시킨 하나님의 말씀이 아니라 역사적 산물로 간주한다. 따라서 역사비평가들은 합리적인 방식으로 계시록의 저자, 저자가 사용한 자료들, 독자의 상황을 설명하려고 시도한다. 하지만 이런 시도는 확실성이 결여된 추정에 불과하며, 결과적으로 요한계시록 전체의 통일성과 일관성을 훼손한다. 따라서 안상홍이 주장하는 바대로, 16세기 이후에 초대교회의 진리가 회복된 것이라고 단언할 수 없다.2)
2. 요한계시록을 연구하는 목적
안상홍은 계시록을 연구하는 두 목적을 마귀의 정체와 그가 하는 일을 발견하고, 하나님의 비밀을 아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여기서 두 번째 목적은 초대교회의 진리를 회복하고 어린양 예수를 만나 승리하여 영원한 나라에 들어가기 위함이다.3)
⇨ 비판
오늘날 신학자와 목회자 그리고 일반 성도는 왜 계시록을 연구하는가? 안상홍의 주장대로 첫째 목적은 마귀의 정체성과 사역을 알기 위해서인가? 마귀가 계시록의 주인공이며, 마귀론이 계시록의 주요 신학적 메시지라면 이 책을 연구하는 1차 목적에 부합할 것이다. 그러나 계시록 1장 1절이 밝히듯이, 요한계시록은 승천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이다. 마귀가 아니라 예수님이 계시록의 주인공이시다.
그러므로 계시록을 연구하는 1차 목적은 승천하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누구이시며, 그분께서 무슨 일을 행하시는가를 알기 위함이어야 한다. 요한계시록에 마귀는 ‘크고 붉은 용’으로 등장한다(계12:3). 예수님은 마귀를 결박하시고 지옥에 던지신다(계20:2, 10). 성도 역시 구원의 은혜와 복음 그리고 전도로써 마귀를 이긴다(계12:11).
그런데 성경을 읽을 때, 마귀에게 집중하는 것은 그리스도인이 밝고 건강한 신앙생활을 하는데 장애물이 될 수 있다. 그리스도인은 성경공부를 통해 오히려 죄와 사탄과 죽음을 이기신 예수 그리스도를 더욱 알아가야 한다. 그리고 안상홍이 주장하듯이 요한계시록을 연구하는 두 번째 목적은 초대교회의 진리를 회복하고 어린양을 만나 승리의 생활을 통해 영원한 나라에 들어가기 위함인가?
두 번째 목적은 첫째 목적보다 합리적으로 보인다. 그런데 안상홍이 주장하듯이 계시록의 진리를 회복하고 승리하여 영원한 나라에 들어가기 위해서 만나야 할 어린양은 누구인가? 안상홍은 계시록 5장 5-6절에 소개하듯이, 유다지파 다윗의 후손이신 어린양 예수님을 염두에 두는가?
‘하나님의 교회’는 안상홍을 아버지 하나님, 성령, 그리고 재림의 그리스도라고 주장한다.4) 즉 그들에게 삼위일체 하나님은 다름 아닌 안상홍이다. 따라서 그들은 재림 예수님도 안상홍이라고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된다.5)
하지만 요한계시록이 소개하는 어린양 예수 그리스도는 죄인을 사랑하셔서 구원하시기 위해 자신의 보혈을 흘리셨고(계1:5; 12:11), 유다 지파의 사자처럼 부활하셨고(계5:5-6), 교회를 박해하는 악의 세력을 심판하시고(계6:16), 교회와 모든 피조물의 경배와 영광을 받으신다(계5:9-14).
성부의 독생자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믿어 구원을 얻은 사람들이 고난 중에서라도 어린 양을 따른다면 반드시 승리를 얻게 된다. 이런 구원과 승리의 메시지는 로마 황제와 불신 유대인들로부터 박해를 받던 소아시아의 일곱 교회에게 위로와 소망을 불어넣는다. 이것이 요한계시록의 기록 목적이다.6)
3. 결론
요한계시록의 해석 역사, 계시록의 주인공이신 예수 그리스도, 그리고 계시록의 기록 목적을 정확하게 인지할 때 계시록의 내용을 올바로 주해하는데 도움을 얻게 된다. 계시록은 복음이 미래 역사적으로 어떻게 회복되는가를 주 내용으로 다룬다면, 박해 받던 1차 독자들에게 별 위로와 소망이 되지 못한다.
______
각주
1) 안상홍, 『聖書 설교집(第二卷): 요한계시록과 다니엘서 연구』 (부산, 1982), 1. 그리고 안상홍의 책들을 업로드해둔 www.ncpcog.co.kr과 www.ncpcog.com/new도 참고하라.
2) 참고. 송영목, 『요한계시록의 신학』 (서울: 성광문화사, 2007), 14-37.
3) 안상홍, 『聖書 설교집(第二卷): 요한계시록과 다니엘서 연구』, 1.
4) 참고. 최태영, “하나님의 교회 세계복음선교협회의 교리 비판,” 『신학과 목회』 36 (2011), 59.
5) https://watvwelcome.org/truth/(2020년 11월 23일 접속).
6) 송영목, 『요한계시록: ‘반드시 속히 일어날 일들’을 통한 위로와 소망의 메시지』 (서울: SFC출판부, 2019), 30.
송영목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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