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중 제14주일 강론 : 예언자는 고향에서 존경받지 못한다(마르 6,1-6) >(7.7.일)
*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고향 사람들에게 무시당하고 배척받으셨습니다. 그들은 선입견과 편견을 갖고 예수님을 대했습니다. 그들처럼 우리에게도 여러 가지 선입견과 편견이 있을 것입니다. 선입견과 편견을 탈피하고, 주위 사람들을 올바로 바라볼 수 있기를 청하며 오늘 미사를 봉헌합시다!
1.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고, 다들 모임이 많습니다. 모임에 가야 여러 가지 정보를 얻고, 친교도 나눌 수 있습니다. 사람들 안 만나면 우울증 걸립니다. 만나서 떠들고 웃고 추억도 나누어야 기억이 새로워지고, 마음도 기쁘고 즐거워집니다.
그리고 여러분들, 동창회에 자주 참석하시는가요?
저는 지금까지 초등학교와 중학교 동창회에 가본 적이 한 번도 없지만, 고등학교 동창회에는 청도본당 있을 때와 동인본당 있을 때 가봤습니다. 고교 동기들과 함께 운동도 하고, 식사도 하고 술도 한 잔 하며 잊어버린 추억도 나누었습니다. 2016년에는 고등학교 졸업 후 30년이 지나, 1인당 50-100만 원씩 내고, 은사 선생님 모시고 Home coming day 행사를 했습니다. 3학년 때 선생님 중에 살아계신 분이 한 분밖에 없었습니다.
고교 동기 중에서 천주교 신부가 된 동기는 저를 포함해서 2명입니다. 그래서 신자 동기뿐만 아니라, 비신자 동기도 저를 특별히 생각합니다. 몇 년간 동창회에 꾸준히 참석하다가 지금은 여건이 되지 않아, 동창회에 나가지 않습니다.
어떤 교우는 시골에서 초등학교에 다녔는데, 입학부터 졸업 때까지 60여 명의 아이들과 6년간 계속 함께 다녔기 때문에, 서로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친했다고 합니다. 지금은 다들 타향에서 살지만, 1년에 두 번 전체 동창회를 하면 20명 정도 참석한다고, 어린 시절 추억을 함께 나누며, 동심을 느끼게 해주는 친구들이 좋다고 합니다.
2. 우리는 고향을 그리워합니다. 그런데 사람마다 느끼는 고향의 기준이 다릅니다. 태어난 고향이 있고, 자라고 살았던 고향이 있습니다. 저는 제가 살았던 모든 곳이 고향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보다 고향이 훨씬 많습니다. 우리나라도 있고, 외국도 있습니다.
저는 왜관 외갓집에서 태어나 살다가, 5세 때 대구로 나왔습니다. 왜관에서 태어났지만, 아주 많은 시간을 대구에서 보냈습니다. 아버지가 대구 대봉동에 있는 Camp Henry에서 37년간 근무하셨기 때문에, 미군 부대 근처의 집으로 이사했습니다. 그 후 봉덕동, 상동, 두산동을 거쳐, 경산 정평동으로 이사하셨다가 부모님이 돌아가셨습니다. 아버지가 사시던 정평동 아파트는 2020년에 정리했습니다.
7/6(토) 포항 오천 성바오로유치원 옆에 있는 청년회 하계수련회 장소에 답사 다녀왔습니다. 우리 본당 교중미사 성체분배를 도와주시던 하 로사 수녀님이 유치원 공동체 분원장으로 계셔서 그곳에 가게 되었습니다. 포항은 두 번에 걸쳐 살았던 고향입니다. 오천 문덕성당과 포항성모병원 지도신부로 있었습니다. 2010년에 떠난 것으로 치면, 14년 만에 다시 가본 셈입니다. 내가 한때 살았나 싶을 정도로 아주 많이 변해 있었고, 참 낯설었습니다.
지금까지 저는 이사를 참 많이 했습니다. 가족과 함께 이사한 적도 있었고, 사제가 된 이후에는 이곳저곳으로 발령받을 때 이사했습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외국으로도 여러 번 이사했는데, 퇴임할 때까지 아직도 이사를 몇 번 더 해야 합니다.
여러분 대부분은 이제 왠만하면 이사하지 않으시겠지요? 다시 말해서 백천동이 마지막 고향이리라 생각합니다. 이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수십 년간, 혹은 수년간 모아왔던 살림살이를 정리해서 버릴 것 버리고, 줄 것 주고, 챙겨가야 할 것을 또다시 챙기는 일이 장난이 아닙니다. 이사 전에도 힘들지만, 이사 후에 깔끔하게 정리하려면 몸살이 납니다.
3. 여러분에게 백천동이 원래 고향인 분들도 있겠지만, 살다 보니 고향이 된 경우가 많을 것입니다. 여기가 고향이 되었다면 여기서 사는 동안 기쁘고 신나게 살아야 합니다. 그런 차원에서 교우들이 신앙생활에 기쁘게 투신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고, 또 정서적인 함양을 위해 동호회를 만들었습니다. 매주 월요일 저녁 “사물놀이반”, 매주 수요일 저녁 “하모니카반”, 또 “백천파크골프동호회”를 만들어, 매월 둘째 목요일 월례회와, 시간 날 때마다 즐겁고 기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는 아주 오래전부터 하모니카를 갖고 있었지만, 정식으로 배워본 적이 없어서 7/3(수)하모니카 초급반에 등록해서 배우고 있습니다. 부득이 못 가는 날도 있겠지만, 하모니카를 배울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해서 열심히 배우려고 합니다.
또 왠만하면 백파회 월례회에 참석하려고 합니다. 경산 지역 본당에 파크골프동호회가 있는 본당은 우리 본당뿐입니다. 작년 9월에 만들어, 10월 교구 파크골프대회에 한 팀 참석했습니다. 백파회 소문이 나서, 다른 본당 교우가 백파회에 들어올 수 있는지 물어왔는데, 원칙적으로 안 됩니다. 현재 백파회에 저까지 합쳐서 27명인데, 다른 본당 교우들까지 받는다면 마땅히 운동할 장소도 없고, 운영하기도 힘들 것입니다.
4.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당신을 받아들이지 않는 고향 사람들에게 “예언자는 고향에서 존경받지 못한다.”라며 애통해하셨습니다. 그분이 아무리 좋은 말을 해도, 또 아무리 멋진 기적을 일으켜도 그분에 대한 선입견 때문에 믿지 않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예수님 고향사람들과 똑같은 실수나 잘못을 저지르지 맙시다! 교우들과 미사, 기도, 반모임, 동호회 활동을 통해 현재 우리 고향 경산 우리 동네에서 친교를 최대한 나누며, 날마다 즐겁고 행복하게 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하느님의 뜻대로 슬기롭고 지혜롭게 신앙생활 하며 친교를 나누면서 기쁘게 살다가, 우리의 최종 고향인 천국에 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겠습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