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갑자기 고집쟁이가 됐을까? “우리 아이는 아주 순하고 엄마 말을 잘 듣는 착한 아이였는데, 갑자기 ‘똥고집’을 부리기 시작했어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엄마들이 육아와 관련한 고충을 털어 놓고 서로 경험을 공유하는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흔하게 보이는 글이다. ‘양순한 아이’에서 ‘고집 센 아이’로 바뀌는 원인을 제대로 모른다는 얘기다. 이제부터 ‘무지(無知)’ 때문에 생기는 고민을 해결해보자.
의학 전문가들은 아이의 신체 변화가 자연스럽듯이 순한 아이가 고집 센 아이로 바뀌는 현상 역시 자연스러운 일 이라고 말한다. 아동심리학의 권위자인 김경희 박사(전 연세대 아동학과 교수)는 자신의 저서 <아동심리학>에서 ‘아동이 3세가 되면 괄약근이 발달해 의사 표시를 하게 된다’고 밝혔다. 아이의 강한 의사 표시를 엄마들이 뭣 모르고 ‘똥고집’으로 부르는 진짜 이유다. 아이의 강한 의사 표시는 강한 자신감에서 비롯된다. <아동심리학>은 ‘괄약근 발달 등의 신체 변화가 뭐든지 혼자 해낼 수 있다는 천하무적 자신감을 아이들에게 준다’ 고 주장한다. 엄마의 손을 잡고 길을 걷던 아이가 갑자기 홱 뿌리치고 혼자서 걷거나, 엄마가 애써 신겨준 양말을 벗어서 자기 스스로 다시 신는 것 모두 강한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 동안 엄마의 품 안에서만 놀던 아이는 자신감을 가지면서 서서히 독립심을 보인다.
여기서 잠깐 엄마의 마음을 들여다보자. 아이가 독립된 자아로 점차 성장하는 모습을 보일 때 대부분의 엄마는 아주 당혹스러워한다. 우선 아이의 신체기능이 발달했지만 아직은 완전하지 못하기 때문에 걱정이 앞선다. 엄마의 보호권에서 벗어나는 아이에 막연한 반감을 느끼기도 한다. 아이의 행동을 제지하거나 야단을 치면서 자신의 갈등을 해소하려 든다. 다시 아이의 심리 상태를 엿보자. 아이는 신체 발달에 따른 심리적 영향이 복잡하게 전개된다. 아이는 자신감이 생겨 갑자기 모험을 해보고 싶지만 때로는 실패에 따른 두려움도 경험한다. 또한 판단력이 미숙해 어느 한 쪽으로 마음을 결정하지도 못한다. 이런 아이의 모습은 엄마의 눈에 이랬다 저랬다 하는 ‘변덕쟁이’로 비친다. 전문가들은 아이가 판단력을 키울 때까지 많은 대화를 나누라고 조언한다. 노혜진 줄리엣카운셀링센터 원장도 “고집 센 아이들은 자신을 문제아처럼 대하면 더욱 거세게 버티므로 대화로 해결하는 등 우회적인 방법으로 접근해야 좋다”고 조언한다. 다솜아동청소년연구소의 최미경 소장도 “아이에게 먼저 의사를 물어보고 의사 결정에 참여하게 해주면 아이가 생각을 하고 다른 사람의 의견과 타협하는 연습을 하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아동심리학>에 따르면 3세부터 초등학교 전까지의 아이는 세상을 자기 중심으로 해석한다.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관점, 감정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할 뿐 아니라 자신의 관점과 다른 사람의 관점이 같다고 생각한다. 당연히 다른 사람의 입장을 배려하기는 너무도 어려운 일이다. 미국의 한 아동심리학회에서 발표된 연구자료에 따르면 두 명의 아이를 네모난 테이블을 두고 서로 맞은 편에 앉힌 후 테이블 중앙에는 사면이 모두 다른 모양을 한 장난감성을 두었다. 두 명의 아이에게 각각 맞은 편에 있는 아이의 눈에 보이는 성이 어떤 모양인지 물었다. 두 명 모두 한결같이 자신과 같은 모양일 것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엄마나 아빠, 심지어는 다른 사람들도 자신과 똑같은 것을 보고 자신과 똑같은 생각을 한다고 믿는 셈이다. 따라서 잠을 자는 아빠를 위해 조용히 해야 한다는 사실도, 자신이 어린 동생을 업으면 위험하다는 것도, 아빠가 자신의 조그만 자전거를 타지 못한다는 점도 이해하지 못한다. 부모의 제지가 이해하기 힘들고 억울한 마음이 드는 게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렇다고 무리하게 고집을 피우는 아이를 그냥 내버려둘 수는 없다. 아이가 ‘똥고집’을 부리지 않게 하려면 평소에 혼자 할 만한 일은 스스로 해볼 기회를 많이 만들어줘야 한다. 서툴고 시간이 많이 걸리더라도 기다려주자. 반항기인 아이에게 지나치게 무엇을 가르치려 하거나 간섭하면 역효과를 낸다. 이 시기 아이들은 직접 경험하고 터득하도록 해야 가장 좋다. 혹 뭔가 가르치려면 아이가 가장 기분 좋은 때를 골라야 한다. 아이는 부모의 정서와 행동을 가장 잘 모방한다. 부모가 먼저 평상 시 의견 차이가 있을 때 대화로 타협하고 서로 양보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큰 소리로 싸우거나 물건을 던지는 행동을 보여준다면 아이도 화가 나면 그런 행동을 할 가능성이 높다. 엄마 아빠의 행동에서 아이는 ‘고집 센 사람이 이기는구나’ 하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연세누리정신과 이호분 원장은 “엄마에게 지나친 제재를 받은 아이는 역으로 자신이 엄마를 통제하고자 하는 욕구가 생긴다”며 “아이들은 엄마의 행동을 그대로 답습하기 때문에 항상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집 센 아이’는 결국 부모가 만드는 셈이다.
I MOM TIP 까다로운 아이가 고집쟁이가 될 확률이 높다! 기질이란 아이들이 타고난 성격을 말한다. 보통 순한 아이, 까다로운 아이, 혼합형으로 나누는데 유형별로 각각 전체 아이의 40%, 10%, 50% 정도의 비율을 차지한다고 한다. 여기서 전체의 10%를 차지하는 ‘까다로운’ 아이는 환경의 변화에 쉽게 적응하지 못한다. 까다로운 아이는 상황에 따라 자신의 욕구 충족을 뒤로 미루는 능력이 다른 아이들에 비해 떨어져 자주 고집을 부린다. 순한 아이가 고집을 부릴 때는 아이 수준에 맞춰 잘 타이르고, 무조건 고집을 부리는 행동은 받아들여질 수 없다는 점을 반복적이고 일관적으로 설명해주면 비교적 잘 이해한다. 그러나 까다로운 아이들은 대개 떼를 심하게 쓰거나 격렬한 흥분 상태를 보이기 때문에 말이 잘 통하지 않는다. 이때는 아이가 제 풀에 지칠 때까지 아이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거나 아예 관심을 주지 않는 방법이 가장 좋다. 한 번 ‘안 돼’라고 얘기한 사안에는 냉정함과 평상심을 잃지 말고 끝까지 아이의 고집에 굴복하지 않아야 한다.
받아주어야 할 고집 vs. 잡아야 할 고집 엄마들은 흔히 아이에게 가장 필요한 것, 가장 좋은 것은 자신이 결정하고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할 때가 많다. 그러나 언제나 이런 식으로 혼자서 해보려는 아이의 의욕을 꺾는다면 아이는 점점 자기 의견이 없어지고 스스로 하려는 의욕이 아예 사라진다. 그렇다면 모든 고집을 받아줘야 할까? 물론 그렇지 않다. 보통 다른 사람이나 아이 자신이 위험해지는 상황, 현실적으로 해주기 불가능한 것을 하려고 할 때는 고집을 절대 받아줘서는 안 된다. 이것은 일종의 사회화 훈련이다. 이런 상황이 아니라면 되도록 아이의 의견을 받아들여줘 아이에게 자기 의견이 존중되는 기쁨을 누리도록 한다.
원칙이 중요하다, 엄마의 마음 다지기 자주 고집부리는 행동에 원칙이나 규칙을 정해두기 ‘사탕은 하루에 하나’ ‘아이스크림은 일주일에 한 번’ ‘컴퓨터 게임은 하루 1시간’ 등 아이와 함께 규칙을 정한다. 규칙을 정할 때는 왜 그래야 좋은지 아이에게 자세히 설명하고, 대화를 통해 아이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한다.
야단치기 전 아이 마음부터 헤아리기 아이가 더 놀고 싶다고 떼쓰면 “더 놀고 싶지?”라고 먼저 반응을 한 뒤 “하지만 지금은 너무 늦어서 집에 가야 해”라며 이유를 설명한다. 아무리 고집 센 아이라도 부모가 일단 자 신의 감정을 이해하는 태도를 보이면 고집이 한 풀 꺾인다.
체벌 대신 타임아웃을 선택 일시적 충격요법인 체벌보다는 타임아웃을 추천한다. 자기방에 5~10분 정도 혼자 있게 하는 등 나름대로 반성하는 기회, 분노를 잠재우는 시간을 준다. TV 시청이나 아이가 좋아 하는 놀이를 하지 못하게 해도 효과가 있다.
화나는 감정은 말로 표현하도록 가르치기 자신의 감정을 말로 표현하도록 가르치자. 언제든 말로 표현해야 원하는 것을 얻는다는 사실을 확실히 해두고 짜증이 난 목소리나 우는 목소리로 말을 해서는 들어주지 않는다는 점도 알려준다. 아이가 화를 참고 말할 때 아이의 마음을 이해했음을 표현한다.
다른 사람의 상황 이해시키기 아이가 남의 장난감을 뺏거나 때리는 행동을 하면 반드시 상대방의 입장을 들려준다. “장난감을 뺏겨서 친구가 화가 났어. 너라면 기분이 어떻겠니? 너도 속이 상할 거야. 엄마는 네가 장난감을 돌려주고 친구의 기분을 풀어줬으면 좋겠어”라고 말하면서 아이가 문제있는 행동을 했을 때 엄마의 생각은 어떤지, 상대방의 기분이 어떨지 이야기해 준다.
그때그때 다르다! 똥고집 대처법 Q 샌들을 신고 산에 가겠다고 우겨요. A 그냥 샌들을 신겨서 보내세요. 아이가 스스로 자기가 원하는 대로 했을 때 나타날 결과를 경험하게 하는 교육도 필요합니다. 직접 불편함을 알게 되면 다음에 같은 상황이 벌어졌을 때 쉽게 엄마 말을 듣습니다. 다만 아이가 샌들을 신고 가려고 할 때 엄마는 아이 몰래 운동화를 챙겨갑니다.
Q 식당에서 뛰어다니지 않게 하는 방법은 없을까요? A 대개 3~5세의 아이들은 한 곳에 오래 앉아 있지도 못할뿐더러, 새로운 장소에 호기심이 발동해 모든 사물을 경험하고 싶어합니다. 외식을 할 때는 우선 출발할 때 아이에게 지금 식당에 간다는 사실을 밝히고 지켜야 할 규칙을 몇 가지 알려주세요. 이때 아이의 입장을 이해하는 말도 함께 해주세요. “식당은 여러 사람이 모인 곳이기 때문에 뛰고 장난치면 남한테 피해를 주게 된단다. 아마 너는 심심할지도 몰라. 네가 좋아하는 장난감을 골라볼래?” 만약 그렇게 했는데도 아이가 떼를 쓴다면 과감하게 일어서서 나오도록 하세요. 식당에 들어가기 전에 아이에게 “식당에서 어떻게 해야 하지요?”라고 묻고 아이가 스스로 대답하도록 해주세요. 그럼 아이는 그 약속을 지키려고 행동합니다. 그리고 무사히(?) 식당을 나온 후에는 반드시 아이에게 칭찬을 많이 해주세요.
Q 집에 손님이 오면 고집이 심해져요. A 아이에게 우선 손님이 오는 상황을 이해시키고, 손님이 오면 아이에게 인사를 시키세요. 그리고 손님이 계시는 동안 아이가 해야 할 일을 이야기해 줍니다. 만약 아이가 엄마에게 요구할 사항이 있다면 손님이 간 다음에 해준다고 약속합니다. 물론 손님이 가고 난 뒤 그 약속을 꼭 지켜야 하겠지요. 만약 손님을 초대하는 경우라면 아이와 함께 준비해 주세요. 음식을 차리고 집 안을 정리하는 일을 함께하면서 아이의 마음도 준비됩니다.
Q 혼을 냈더니 아이가 우울해 해요. A 혼만 내지 않는지 되돌아보세요. 하지 말라는 말이 너무 많지 않은지, 일관성 있게 해야 한다는 명목으로 아이를 ‘잡은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세요. 불안한 마음이 강하거나 간섭이 심한 부모의 경우 아이에게 안 된다고 말하는 사항이 지나치게 많을 수 있습니다. 그럼 아이는 할 만한 게 별로 없으니 재미도 없고 늘 혼나니 우울해질 수 있습니다. 아이와 자주 놀아주세요. 둘이 마주앉아 아이가 원하는 놀이를 해주세요. 엄마와 즐거움을 많이 공유한 아이라면 혼이 나도 우울해 하지 않습니다.
Q 야단쳤더니 엄마를 노려보며 장난감을 던져요. A 당연합니다. 야단치면 아이는 눈을 부릅뜨며 화냅니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하지 못하도록 막는데 그걸 고스란히 받아들이면 오히려 이상하지요. 아직 옳고 그름을 명확히 모르는 시기이므로 무언가를 하고 싶어하는 마음이 더 큽니다. 조곤조곤 아이에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설명해 주지는 않고 야단만 치지 않았는지 생각해보세요. 또한 하고 싶은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해서 속이 상한 아이의 마음을 말로 표현해 주도록 하세요. 그런 다음 다른 곳으로 관심을 돌려 주도록 합니다.
Q 한번 TV를 보면 계속 보려 해요. A 아이를 TV에서 돌려 앉혀 놓고 아이와 눈을 마주친 후 야단치세요. 아이가 TV에 집중한 상태라면 엄마가 야단을 쳐도 듣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TV를 곧 끌 것이라고 예고하세요. 시계를 볼 줄 아는 아이라면 “5분 후에 TV를 끌 거야”라고 말하고, 예고한 시간이 되면 과감히 TV를 꺼버리세요. 시계를 볼 줄 모르는 아이라면 알람시계를 이용해서 “이시계가 따르릉 울리면 TV를 끌 거야”라고 경고하면 효과적입니다. TV를 끌 때는 왜 끄는지 꼭 설명해 주세요. 그리고 TV를 켜기 전에 먼저 아이와 어떤 프로그램을 얼마나 볼지 미리 약속을 해두는 편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