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개의 수필을 엮은 책이다. 2014년 9월이 초판인 것과 내용을 보니 최근에 쓴 것이다.
시간도둑:
이런 세계에서 어떻게 우리의 소중한 시간을 지킬 것인가.
자유 아닌 자유:
어느새 우리 모두는 아레나에서 만인 대 만인의 투쟁을 벌이면서도 이런 상황이 개선될 거라는 희망 따위는 감히 품지 않는 그런 시대에 살게 되었다.
진짜 부자는 소유하지 않는다:
부자들은 이제 빈자들의 마지막 위안까지 탐내기 시작했다. 누군가에겐 선택의 여지 없이 닥치고 받아들여야 하는 상태가 누군가에게는 선택 가능한 쿨한 옵션일 뿐인 세계, 세상의 불평등은 이렇게 진화하고 있다.
머리칸과 꼬리칸:
아, 볼 관객이 없구나. 인류가 절멸했으니. 아쉽네. 완전 대박 아이템인데.
숙련 노동자 미스 김:
이처럼 빠르게 변하는 이 세계에서 누가 최종적인 승자가 될까? 아무도 모른다. 1992년의 우리가 비정규 노동이라는 말을 아예 몰랐던 것처럼.
부자 아빠의 죽음:
지금의 대중은 윤리적 생존 대신 생존의 윤리를 가르쳐줄 아버지를 선택한 것이다.
여행을 싫어한다고 말할 용기:
여행을 하고 안 하고는 단지 선택의 문제일 뿐이었고 지금도 그렇다.
부다페스트의 여인:
이십대는 몸으로, 사십대는 머리로 산다. 살다보니 둘 다 나름대로 좋았다.
잘 모르겠지만 네가 필요해:
우리의 내면은 자기 안에 자기, 그 안에 또 자기가 들어 있는 러시아 인형이 아니다. 우리의 내면은 언제 틈입해 들어 왔는지 모를 타자의 욕망들로 어지럽다. 그래서 늘 흥미롭다. 인간이라는 이 작은 지옥은.
나쁜 부모 사랑하기:
우리가 나약한 어린아이로부터 비롯되었다 해도, 부모가 우리에게 부과한 그 굴레에서 영원히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아닐 것이라는 희망을 나는 거기서 보았다.
카르페 디엠과 메멘토 모리:
미래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미래의 시점에서 현재의 파국을 상상해보는 것은 지금의 삶을 더 각별하게 만든다. 그것이 가르페 디엠이다. 메멘토 모리와 카르페 디엠은 그렇게 결합돼 있다.
어차피 죽을 인생을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이유:
삶이 이어지지 않을 죽음 후에는 전혀 무서워할 것이 없다는 사실을 진정으로 이해한 사람에게는 삶 또한 무서워할 것이 하나도 없다.
사워부스에서 노래하기:
세상에 맞춰 자신을 바꿀 것이냐, 세상을 자기에게 맞게 바꿀 것이냐. 아마도 모든 예술가의 고민일 것이다.
진심은 진심으로 전달되지 않는다:
진심 역시 ‘잘 설계된 우회로’를 통해 가장 설득력 있게 전달된다. 그게 이 세상에 아직도 이야기가, 그리고 작가가 필요한 이유일 것이다.
연기하기 가장 어려운 것:
일상에서는 누구도 ‘컷’이라고 말해주지 않는다. 그러니 삶은 때로 끝도 없이 지루하게 이어지는 것만 같다.
2차원과 3차원:
소설은 주인공의 시선을 따라 세상을 보는 것이고 그 세상은 우리가 사는 ‘지금, 여기’가 아닌 다른 세상인 것이다.
미래의 영화를 표절하다:
표절이라는 게 사후에 행해지니까 표절인 것인데 피에르 바야르는 그 반대도 있다고 능청스럽게 주장한다. 미래에 쓰여질 글을 미리 표절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먼저 썼다고 해서 주인 행세할 필요 없다는 것, 먼저 쓴 사람이 모든 책임을 다 떠 안을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죄와 인간, 무엇을 미워할 것인가:
‘죄는 미워하되 인간은 미워하지 말라’라는 유명한 말이 있다. 그런데 막상 겪어보면 죄뿐만 아니라 인간을 함께 미워하는 일이 의외로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특히 그들이 우리 눈앞에 있을 때에는 더더욱 그렇다.
앞에서 날아오는 돌:
우리의 운명이 이미 정해져 있다는 운명예정설 따위를 믿을게 아니라면 믿을 수 있는 것은 하나밖에 없다. 우리에게 자기 실현적 암시가 꼭 필요한 인생의 순간들이 있다는 것.
패스트패션 시대의 책:
책이라는 상품의 운명은 과연 어떻게 될까.
아버지의 미래:
다양한 형태의 결합에서 탄생한 구성원들이 닥쳐오는 갖가지 윤리적 딜레마를 힘겹게 풀어가면서 살아가는 <아무도 머물지 않았다> 속 가족의 모습이 아마 우리가 미구에 경험하게 될 가족상과 가장 유사하지 않을까 싶다. 이런 느슨하고 어지러운 가족 관계에서는 영화 속 암드와 같은 태도가 바람직할 것이다. 그는 가족들과 일정한 거리를 두되 누구의 말이든 주의깊게 듣고 보편적 윤리에 호소한다. 네가 딸이니까 이래야 한다. 당신이 엄마니까 이래야 한다는 당위의 언어는 함부로 동원하지 않는다. 대신 모든 구성원에게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할 것을 조심스럽게 요구한다. 가족과 타인을 가르는 기준이 급속히 희미해지는 시대. 그런 아버지가 미래다.
택시라는 연옥:
택시는 음주문화, 육체노동자 천시 풍조, 무질서한 교통, 높은 강력범죄율 같은 문제를 떠안고 있는 우리 사회의 거울이다.
예측 불가능한 인간이 된다는 것:
이런 엉뚱한 연습에서 얻어지는 부산물도 있다. 바로 자기 자신에 대한 감수성이다. 우리는 자기 자신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가 가장 무심하게 내버려준 존재. 가장 무지한 존재가 바로 자신 일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지 모른다.
홈쇼핑과 택배의 명절, 추석:
예전 서울 사대문 안에 살던 사람들은 추석을 쇠지 않았다고 말해준 사람은 작가 김훈이었다. 왜냐고 물으니 ‘추석은 농민들의 명절’이라는 답이 돌아 왔다.
탁심 광장:
인류보편(실은 유럽적) 가치를 받아들여 자기 자신을 ‘개조’할 것이냐, 비록 구태의연하지만 전통적 가치들을 지키면서 살아갈 것이냐 사이의 갈등은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다.
나는 왜 부산에 사는 것일까:
서울에 사는 사람에게는 ‘왜 서울에 사느냐’고 묻지 않는다.
<끝>
첫댓글 팟빵에서 그의 /책읽는 시간/을 들어요. 왈, 그가 국내최초로 pod cast 개인방송 했다고.
일단 그의 소개와 낭독을 듣고 나중에 그 책을 읽어니 쉽게 이해되더라구요.
그의 좋은 소설을 기대하며...
저의 책상에 함께 빌려온 2권의 소설이 함께 있습니다.
<살인자의 기억법>을 읽은 후, 도서관에 있는 그의 책중에 읽지 않은 것을 빌려왔죠.
<보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 그리고 <무슨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다른 대표작은 도서관에 없더라구요. 흑흑...
네가 필요해 ㅡ
나의 욕망은 사실 타자의 욕망일뿐.
라캉 프랑스 철학자
..타자의 욕망에 끄달리지 말고
중심잡고 살자구요
비참하게도...
주인에게 잘보이려고하는 노예근성 때문에 쉽지 않습니다.
뉴질랜드 와서 스스로 서기를 노력하고 있습니다.
도서관꺼 no. 좀 올려줘요
김영하 산문, 보다 - b2983688 입니다.
늘 감사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5.10.05 06: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