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의 독서일지(2024.07.04~07.25)*
<7월 16일 화요일>
책(冊)을 읽는 독자(讀者)의 몫
이야기들은 물음을 통해 독자에게 길을 제시하고 안내할 뿐,
그 길을 끝까지 걸어가 답을 찾는 것은 독자의 몫이다.
-고명섭, 《생각의 요새》
1
천년의 바람
-박재삼
천 년 전에 하던 장난을
바람은 아직도 하고 있다
소나무 가지에 쉴새없이 와서는
간지러움을 주고 있는 것을 보아라
아 보아라 보아라
아직도 천 년 전의 되풀이다
그러므로 지치지 말 일이다
사람아 사람아
이상한 것에까지
눈을 돌리고
탐을 내는 사람아
<斷想>
틈만 나면 가만히 마음속으로나 소리를 내어서나 읊조리는 시다. 마음을 다스리기에 아주 그만이다. 쉬이 지치지 않는 마음과 자세, 요즈음 세상에서 흔히 말하는 ‘중꺽마’이기도 하다. 한평생 살아가는 일은 저마다 무거운 짐을 들고 먼 길을 가는 것과 같다고 했다. 아무 것에나 현혹되거나 욕심에 눈이 어두워 몸과 마음을 수고롭게 해서 지치지 않도록 해야 하겠다. 그렇지 않아도 더위에 쉬이 지칠 여름인데.
2
인식의 막힌 지붕을 뚫는 통로,
3가지 이야기
-《생각의 요새》 : ‘사상의 기원’편
-살라미스 해전이 벌어진 그 역사적인 날 아침에 그리스 연합군 사령관 테미스토클레스는 아테네 최고집정관의 친조카 세 사람을 목졸라 죽여 디오니소스 신에게 바쳤다. 그리스인의 ‘야만성’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그리스 모든 도시에서 가장인 아버지는 새로 태어난 아이를 버릴 권리가 있었다. 그렇게 잔인한 그리스 야만인들이 만들어낸 문명의 정체는 무엇일까?
…(중략)… 알렉산드로스가 인도에서 만난 금욕수행자들은 그리스 철학자들을 연상시켰다고 이 책은 말한다. “인간이 사랑받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수단은 무엇인가?”라고 젊은 왕이 묻자 수행자는 “모든 이들 가운데에서 가장 권능 있는 자가 된 후에도 두려움의 대상이 되지 않는 자”라고 답한다. …(중략)… 왕은 이 고행자들에게 애착을 느꼈다. 보나르가 여기서 강조하는 것이 알렉산드로스가 우정의 이름으로 유럽과 아시아, 그리스인과 비그리스인(바르바로스)을 통합하려 했다는 사실이다. 알렉산드로스 이전까지 그리스인들의 생각은 『아울리스의 이피게네이아』에서 여주인공이 한 말에 집약되어 있다. “바르바로스는 노예가 되기 위해 태어났으며, 그리스인은 자유를 위해 태어났다.” 그러나 알렉산드로스는 이런 관념에서 벗어나 “모든 인간들은 그리스인이건 비그리스인이건 형제들이다.‘라는 생각에 도달했으며 실제로 그 관념을 실천하려고 애썼다.
알렉산드로스가 요절하고 20년 뒤 스토아학파를 창시한 제논은 이렇게 말했다. “모든 인간들은 이 세계의 시민이다.” 제논의 생각을 한 세대 먼저 실행에 옮긴 사람이 알렉산드로스였던 것이다. 알렉산드로스의 세계시민주의 이념은 이후 기독교의 창시자 파울루스(바울)에게 이어지고 1789년 프랑스혁명으로 폭발했다고 보나르는 말한다.
(고명섭, 《생각의 요새》,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휴머니즘 : 「그리스인 이야기 1·2·3」 - 앙드레 보나르>중에서)
-“너희는 비참하게 되리라. 집을 연달아 차지하고 땅을 차례로 사들이는 자들아! 빈터 하나 남기지 않고 온 세상을 혼자 살듯이 차지하는 자들아! …… 새벽부터 독한 술을 찾아 나서고 밤늦게까지 술독에 빠져있는 자들아! …… 너희가 비참하게 되리라. 뇌물에 눈이 어두워 죄인을 옳다 하고 옳은 사람을 죄 있다 하는 자들아!” 이사야는 지배자들의 범죄와 불의를 끝없이 질타했다. 이렇게 인간의 도덕적 타락이라는 문제를 신앙의 본질과 연결한 것이야말로 《구약 성서》가 인류의 고전으로 남은 이유라고 이 책은 말한다.
(고명섭, 《생각의 요새》, <구약은 왜 인류의 고전이 되었나 : 「구약 읽기」 - 크리스틴 헤이스>중에서)
-다신교 전통에서 신들의 세계에는 선신과 악신이 뒤섞여 있었고, 희생 제물을 드리기만 하면 무조건 복을 주는 신들을 따르는 숭배자들이 많았다. 인드라가 대표적이다. 이 신은 숭배자가 죄를 지었는지 올바르게 살았는지에는 신경 쓰지 않고 권려과 부를 베풀었다. 인간의 욕망에 봉사하는 비윤리적인 신이었던 셈이다. …(중략)… 조로아스터의 가르침을 따르는 인간은 자기 자신의 육체적·도덕적 상태를 보살펴 최고의 수준으로 이끌어 올릴 의무가 있었고, 마찬가지로 다른 인간들을 돕고 아낄 의무가 있었다. 더 나아가 ‘이 불완전한 세상에서 가능한 한 동물을 덜 괴롭히고, 식물과 나무가 잘 자라도록 북돋우고, 땅을 갈아 기름지게 하며, 물과 불을 오염시키지 않는 것’도 조로아스터교도의 의무에 속했다. 조로아스터의 가르침과 함께 ‘윤리적 종교’가 탄생했고 이 종교와 함께 인류가 ‘윤리적 삶’이라는 새로운 차원으로 도약했음을 이 책은 일러준다.
(고명섭, 《생각의 요새》, <조로아스터와 윤리적 인간의 탄생 : 「조로아스터교의 역사」 - 메리 보이스>중에서)
3
《글은 어떻게 삶이 되는가 : 삶을 질적으로 변화시키는 글쓰기의 쓸모》
-김종원 지음/서사원 2023년판
글쓰기의 매력과 마력
-글쓰기는 책을 읽어 세상을 향한 지식을 얻고, 세상을 살아가면서 생각을 넓혀나가며 그런 연후에 찾아오는 마지막 단계다.
누구나 글을 쓸 계기가 찾아온다는 말이다. 그리고 글쓰기를 직업으로 하지 않는 사람일지라도 일기라든지, 메모, 단상(斷想) 같은 이러저러한 글을 조금씩 혹은 매일 일상에서 쓰고 있다. 누구나 글을 쓸 수 있는 준비나 자세는 갖춰져 있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 글쓰기를 지금에서 조금 깊게 들어가 보는 것이다. 그렇게 했을 때 자신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놀라운 변화를 저자는 자신과 관련된 사례들을 들며 독자들의 마음을 움직이려 한다.
-당신의 인생이 지금부터 놀랄 정도로 멋진 방향으로 변해요!
라고 하는데 동요되지 않을 독자는 없다. ‘그것의 시작은 바로 글쓰기’다 라고 재차 강조한다.
이 책은 글쓰기의 자세와 방법, 그럼으로써 변화해가는 일상 등에 대해 간단하면서도 일목요연하게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독일의 대문호 ‘괴테’를 흠모해서 그 대가가 갔던 길의 궤적을 적극 따라갔다고 책에서 소개하고 있다.
한편으로 좀 다른 각도에서 보면 글쓰기를 통해서 자신의 삶에서 자신감을 갖게 하는 훌륭한 자기계발서 같기도 하다. 의지가 강하고 뜻이 동하는 독자는 단숨에 읽어 스펀지처럼 배움을 흡수할 수 있을 정도로 내용들이 알차게 편집되어 있음을 목차만 봐도 알 수 있다.
얼마 전 읽은 튀르키예의 작가 ‘오르한 파묵’의 장편소설 《검은책》을 읽을 때 봤던 어떤 문구가 떠오른다.
-글쓰기의 경이로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