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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교산&그 너머' 취재팀의 이창우 산행대장이 경남 거창 미녀봉 능선의 암봉인 일명 '유방봉'에 올라 가조들판과 인근 산들의 풍광을 살피고 있다. 정면 오른쪽 산이 비계산이고 그 왼쪽으로 우두산 의상봉 장군봉, 보해산, 금귀산 등 가조지역 명산들이 늘어서 있다. |
이번 주 '근교산&그 너머' 취재팀은 그 가운데 미녀봉을 택해 답사했다. 미녀봉은 가조 들판에서 남쪽을 바라보면 마치 아름다운 여인이 머리를 뒤로 헤쳐 풀고 누워 있는 듯한 모양을 하고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오른쪽의 반듯한 이마에서부터 눈썹, 콧날, 입, 유방, 아이를 잉태한 듯한 만삭의 배, 그리고 살짝 굽힌 무릅까지. 영낙없는 하늘을 보며 누워있는 젊은 임산부의 형상이다. 따라서 가정의 달을 맞아 생명 탄생과 모성의 숭고함을 되새겨 보면서, 아기자기한 능선을 넘나들고 빼어난 풍광까지 조망할 수 있는 코스라 할 수 있다.
거창군 가조면 석강리 제동마을을 기점 삼아 원점회귀로 진행되는 이번 코스의 전체 길이는 11㎞다. 그 중 산행로는 8㎞가량 되고, 나머지는 임도와 도로다. 거리 자체는 길지 않지만, 주능선의 바윗길을 타고 넘고 빼어난 풍광 구경을 하다보면 산행시간이 의외로 제법 많이 걸린다. 순수하게 걷는 시간만 4시간, 휴식과 식사시간을 합치면 5시간10분쯤 소요된다. 옛 석강초교 우측~농공단지 갈림길~이정표~진양 강씨묘 갈림길~당산나무~유방샘~유방봉 갈림길~805봉~미녀봉 정상~805봉 복귀~헬기장~유방샘 갈림길~유방봉~입바위~코바위~눈썹바위~머리봉~갈림길~분성 배씨 묘~기리교회~옛 석강초교(출발지) 순.
◇ 총거리 11㎞ 원점회귀 코스, 5시간은 잡아야 넉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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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5봉에서 본 미녀봉 정상(왼쪽 봉우리)과 멀리 오도산 정상. |
산행 시작 전 들머리에서 눈 앞의 미녀봉을 한동안 살핀다. 명성 그대로 가로로 길게 누워 있는 여인의 자태가 곱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우측 머리봉에서부터 유방봉까지는 암릉이다. 폐교 오른쪽 시멘트길을 따라 들어가면 담장 뒷길을 따라 좌측으로 휘어졌다가 마을에서 다시 우측으로 꺾인다. 농공단지의 각종 공장 창고들이 듬성듬성 자리잡고 있다. 10여분 후 갈림길에서 일단 오른쪽으로 꺾었다가 3분 후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에서 '미녀봉 정상 3.1㎞' 팻말이 가리키는 방향인 왼쪽으로 꺾어 오른다. 5분 뒤 콘크리트포장로가 끝나자마자 Y자 갈림길. 왼쪽 진양 강씨 묘 쪽으로 진입한다. 완만하고 한적한 숲길 주변에 쭉쭉 뻗은 소나무가 울창하다. 이윽고 수백년은 됐음직한 상수리나무가 가지를 늘어떠리고 있는 당산나무 쉼터. 미녀봉의 유래와 전설, 등산로 안내판 등과 벤치가 있다. 이곳에서부터 본격적인 산행로가 시작된다.
◇ 비계산 우두산 오도산 등 이름난 주변 산 한눈에 조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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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교산 취재팀 이창우 산행대장이 눈썹바위 옆을 지나고 있다. |
5분쯤 가면 유방샘. 일부 산꾼들은 음기샘이라고도 부르는 이 샘물은 유방봉 아래 애골에 자리잡은 깊은 산 속 옹달샘이다. 길은 좌우로 갈라진다. 오른쪽은 머리봉, 왼쪽은 일명 '805봉'을 거쳐 정상으로 곧장 오르는 길이다. 취재팀은 왼쪽 길을 택해 오른다. 70여m 오르면 또 한 차례 갈림길. 우측은 유방봉으로 곧장 오르는 길이지만, 역시 왼쪽 길을 택한다. 조금씩 경사가 급해지는 길을 따라 30분가량 오르면 어느새 삼거리 역할을 하는 일명 '805봉(본지 안내도 상 882봉)'에 닿는다. 산 밑에서 봤을 때 만삭 미녀의 둥그스럼한 배 부분에 해당하는 곳이다. 하지만 GPS수신기와 지형도 등을 고려할 때 실제 이 봉우리의 해발 고도는 805m가 아니라 882m다. 안내판 표기의 수정이 필요할 것으로 여겨진다.
일단 정상까지 갔다와야 한다. 왼쪽에 보이는 좀 더 높은 봉우리가 미녀봉 정상이다. 왼쪽으로 꺾어 살짝 계단을 내려서려는데, 왼쪽 아래로 가조들과 그 건너편 비계산 신선봉 일대 풍광이 시원하다. 또 정상 오른쪽 뒷편으로는 삼각뿔 모양의 합천 오도산 정상부도 확연히 드러난다. 정상까지 왕복 거리는 약 1.5㎞, 시간은 30분쯤 잡으면 된다. 정상에는 가조7경, 합천8경 등의 안내판과 '문재산(文載山)'이라 음각된 정상석이 있다. 정상석에 해발 933m라고 돼 있지만, 지형도 상 높이는 931m다. 계속 직진하면 오도재를 거쳐 오도산으로 오르거나, 수포대 또는 오도산자연휴양림 쪽으로 하산할 수 있다.
◇ 유방봉~코바위~머리봉 암릉구간 산행 재미·풍광 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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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날머리 음기마을 앞에서 만난 550년 된 노송의 위용. |
다시 805봉으로 돌아와 숙성산 방향 왼쪽 길을 택한다. 곧바로 헬기장을 지난 후 10분쯤 내리막 능선길을 타면 갈림길. 오른쪽은 유방샘 방향이지만, 직진한다. 5분 후 계단을 올라서면 여인의 가슴을 지칭하는 유방봉. 이곳에서 바라본 가조들과 그 주변 산세가 천하일품의 풍광을 그려낸다. 철계단을 내려선 후 다시 계단을 오르면 입바위, 코바위, 눈썹바위 등의 바위들을 잇따라 지난다. 발길 닿는 곳마다 만나는 멋들어진 풍경들이 산꾼의 다리를 붙들고 늘어지는 바람에 진행 속도가 더디기만 하다.
눈썹바위를 지나면 여인의 이마에 해당하는 머리봉이다. 삼거리인 이곳에서 왼쪽으로 가면 숙성산, 오도산자연휴양림 등으로 갈 수 있지만 우측 유방샘 방향으로 하산길을 잡는다.
초반 상당히 가파른 내리막을 타고 15분쯤 내려서면 갈림길. 우측은 유방샘을 거쳐 출발지로 돌아가는 길이지만, 왼쪽 '음기마을 2.5㎞'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길은 외길이어서 크게 어렵지 않다. 30여분 내려서면 상당한 규모의 무덤을 만난다. 분성 배씨 묘다. 이곳에서 기리 음기마을의 기리교회까지는 20분쯤 걸린다. 마을로 내려서는 길에 노을을 배경으로 한 박유산, 금귀산, 보해산 능선의 경관이 아름답기 비할 데 없다. 음기마을 앞에서는 약 550년 가량 된 멋들어진 노송(老松)을 만날 수 있다.
# 떠나기 전에
- 두 개의 전설…그녀는 천신의 딸인가 지상의 효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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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녀가 누워 있는 듯한 모습의 미녀봉 산세. 오른쪽이 머리봉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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