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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통)닭 한 마리 값때문에 말이 많더군요. 하나의 사안이 전국민적인 관심사로 떠오를 때마다 각자 어떤 입장에 서 있는가에 따라 의견이 다른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요. 동네 골목길 안의 영세 통닭 가게 업주의 입장, 빠뜻한 수입이나마 통닭 한 마리쯤은 부담없이 마음껏 사먹고 싶은 서민의 입장, 비싼 사료를 먹여서 키우는 닭을 아차하면 조류독감같은 쓰나미를 맞아 몰살시켜야 하는 축산 농가의 입장, 기왕 있는 시설과 노동력으로 최대의 이윤을 뽑아내겠다는 대형 마켓의 입장...
캐나다에 살고 있는 저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일같지만 사실 이런 화제라면 아무 상관이 없다고도 할 수가 없군요. 어느쪽 입장에 가까운가 하면 아무래도 통닭가게 주인 쪽으로 한걸음 다가서 있는 듯 합니다. 박리다매의 이윤을 추구하는 대형마트의 위세에 눌려 재료비와 가게 유지비와 인건비와 적절한 이윤을 감안한 소비자 가격이 비싸다는 항의를 적지 않게 들어야 하는 것은 편의점 주인에게도 흔한 일상이니까요. 비싸다고 투덜거리는 손님에게 그럼 네가 싸게 샀다는 그 매장이 어디냐고 물으면 틀림없이 대형수퍼마켓 이름을 댑니다. 거기까지 다녀오는데 드는 기름값과 시간 그리고 불편함은 쏘옥 빼버리고 가격만 단순비교에서 비싸다는 불평을 하면 정말 할 말이 없지요.
복잡한 유통구조의 제일 말미에 위치한 우리가게같은 독립 편의점을 경영하다 보면 속상한 일이 한 두가지가 아니지만, 지금은 한 담배회사가 부리는 횡포때문에 많은 한인 편의점들이 고통을 받고 있지요. 우리 가게도 예외가 아니랍니다. 작년의 화재로 인한 손실이 채 복구되지도 못한 상태에서 이런 충격이 잇달아 겹쳐 오니 그러지 않아도 추운 겨울이 더 춥게만 느껴집니다.
그런 까닭인지 통닭 가게 주인들이 힘을 모아 한목소리를 내어 한 대형마켓의 횡포를 저지했다는 소식은 태평양 건너 한국의 이야기이지만 속시원함을 느끼게 해줍니다. 영세 상인들이 힘을 합해 막강한 자본의 권력을 함부로 휘두르는 대형마켓의 횡포를 저지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세상이 조금 더 밝게 보이기도 하고요. 물론 물가에 민감한 서민의 입장을 고려해서 누구든 적절한 이윤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은 명백한 상업적 도리이구요.
오늘은 밖에서 사온 통닭 한 마리로 최소한 세 가지 이상의 음식을 만들어 먹을 수 있다는 것으로 포스트를 만들려고 시작했는데 엉뚱하게 이야기가 흘러갔네요. 그렇지만 사람 사는 곳에는 어디서나 비슷한 문제가 있다는 것만 알아도 늘 나만, 우리만 당하고 사는 것이 아닌가 불안하던 마음이 조금쯤은 편안해진답니다. 어딜 가도 비슷한 문제가 발생한다면 지금 있는 자리에서 문제를 해결해 가며 살아가는 것이 최선이겠지요? ^^ 그럼 우리집에서는 통닭 한 마리로 무얼 어떻게 해 먹는 지, 그 이야기나 할께요.
코스코(Costco)에서 사온 통닭 한 마리. 중형 사이즈 정도 됩니다.
통닭 한 마리 요리1- 한 접시 정도는 먹기 쉽게 손으로 뜯어낸 통닭을 그냥 먹습니다. 보통 간간하게 소금간이 되어 있지만 필요하면 소금, 후추에 찍어 드셔도 되고요. 밥과 함께 먹어도 되고 그냥 통닭만 먹어도 얌얌~ 맛있어요.
이건 그냥 먹기엔 좀 퍽퍽한 가슴살 부분. 따로 떼어두었다가 샌드위치 속으로 사용해도 되고 치킨 potpie를 만들거나 치킨 화이타를 만들기도 합니다.
살을 발라낸 닭뼈들입니다. 그냥 버리지 마시고....
월계수잎, 양파, 샐러리, 통후추, 대파잎같은 향신 야채를 넣고 국물을 우려냅니다. 이 국물로 치킨 누들 슾을 만들거나 닭 야채죽을 만들어도 좋지요.
오늘 소개하려는 요리는 따로 남겨둔 닭 가슴살로 만든 치킨 화이타!! 만들기에 간편하고 맛도 좋답니다. 야참이나 아이들 간식으로 주어도 최고이지요. ^^
재료: 통밀(혹은 그냥 밀가루) 토띠야 3개,
닭가슴살 1컵-잘게 썰거나 결대로 찢어놓을 것
당근과 양파-채썰어서 각각 반 컵 정도(피망, 브록콜리 등으로 대체 가능)
소금 후추 약간씩
핏자용 치즈
닭 가슴살과 자투리로 남아 있는 야채를 조금씩 채썰어 준비합니다.
눌지 않는 팬에 기름을 조금 두르고 닭 가슴살과 채썬 야채를 센불에서 볶습니다. 물기가 나지 않게 재빨리 볶으며 소금, 후추로 간을 합니다.
볶은 닭가슴살과 야채를 또띠야 반쯤 깔아줍니다.
닭가슴살과 야채 위로 핏자 치즈를 뿌립니다. 취향대로 적거나 많게 넣으세요.
여백으로 남겨둔 절반을 덮고...
눌지 않는 팬 위에 놓고 누름개로 눌러가며 굽습니다. 오븐이나 마이크로 웨이브에서 익힐 수도 있지만 이 방법이 제일 좋다고 레시피를 전해준 지인이 알려주더군요. 오븐에서 구우면 또띠야가 너무 말라서 딱딱해질 수 있다고요.
팬에서 구운 치킨 화이타~
먹기 좋은 사이즐로 잘라서 살사 소스나 토마토 케쳡 등을 곁들어 내면 됩니다. 지인이 준 레시피에는 원래 토띠야 안에 살사 소스도 넣었지만 살사 국물이 흘러 나와서 바싹하게 굽기가 어렵더군요. 구운 후에 따로 찍어 먹는 소스로 내는 것이 훨씬 더 깔끔해요.
간편하게 만든 치킨 화이타.
원래 멕시칸 화이타(Fajita)는 익힌 고기와 야채를 뜨거운 접시에 담아 내고 따로 서브하는 토띠야에 직접 싸서 먹는다고 해요. 마치 삼겹살 구이를 상추쌈에 싸서 먹는 것과 비슷한 방법이겠지요? 오늘 제가 만든 간편한 화이타는 미리 토띠야에 닭고기 야채 쌈을 싸서 치즈가 녹을 때까지 구운 뒤에 먹기 좋게 잘라서 내는거라 미리 만들어진 월남쌈을 먹는것과 비슷하네요. 그러고 보면 일상적 삶에서 야기되는 문제들만 비슷한 것이 아니라 음식을 먹는 방법도 상당히 비슷하지요? 문제의 내용이 다르듯 음식의 재료들이 다르기는 하지만요.
추운 겨울이 다가오면 봄도 그만큼 더 가까워진다는 말이 있지요. 경기가 안좋으니 덩달아 생업터에서도 하루하루 버텨낸다는 각오로 매일 아침 출근하시는 분들도 많을거에요. 올해는 유난히 겨울초입부터 눈이 많이 내리고 춥기도 하니 마음은 더 황량하게 메말라가는 것은 아니신지요?
세대를 막론하고 모두 나름의 어려운 점이 있겠지만 위로는 부모님 아래로는 자식들 걱정을 해야 하는 40대 50대의 세대는 더욱 춥고 외롭지 않을까 싶어요. 요즘 들어서 부쩍 자주 생각나는 친정 부모님의 삶을 되돌아 보아도 40대 50대에 제일 고민도 많이 하셨고 많이 불안해 하셨고 그런 탓에 화도 제일 많이 내신 듯 해요. 부담감으로 허리가 휘청이던 어려운 시절 다 지나가고 60대에 진입하시면서 오히려 여유있고 안정되는 모습을 보여주셨는데 요즘의 저에겐 부모님의 그러한 역사가 큰 힘이 되어주고 있답니다. 나도 이 시절만 잘 넘기고 나면 모든 것이 잘 될 것이라는 막연하지만 강력한 희망을 품게 해주니까요. 언젠가 봄날같은 시절이 되돌아올 때까지 내 부뚜막에 언제나 따뜻한 온기를 유지하면서 하루하루 살아가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