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힘내라 푸른 별
포근하고 따스한 봄 햇살이 교실 창가로 모여 들기 시작 합니다.
겨우 내내 하얀 눈송이들을 날리던 겨울은 어디론가 멀리 떠나간 모양입니다.
조각조각 유리창에 그림으로 가득 찼던 눈 덮인 하얀 산들이 예쁜 초록색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야! 이제 완전한 봄이 왔나봐!”
“하하 이젠 우리 교실에도 봄아 찾아왔어!”
“아! 저기 나비들도 날아들었네!”
여기저기서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려 왔지만, 아이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앗! 나비다!”
나비들이 창문 밖에서 나풀나풀 춤을 추며 창문을 두드리고 있습니다.
“야! 어서 창문을 열어줘, 날개 다칠라!”
교실에 꽉 찬 아이들이 우르르 창가로 달려갑니다. 그리고 창밖에서 춤을 추고 있는 나비들이 다칠세라 사르르 창문을 엽니다.
그 순간, 밖에서 춤을 추며 창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던 나비들이 예쁜 날개로 춤을 추며 교실 안으로 날아들어 옵니다.
흰나비 노랑나비 호랑나비 꽃나비 예쁜 나비들은 교실 안에서 춤을 추기 시작 합니다.
갑자기 교실은 온통 나비들의 춤 잔치로 공부를 할 수 없습니다.
따사로운 햇살들도 와르르 교실로 찾아들어 춤추는 나비들을 어루만져 줍니다. 선생님도, 아이들도 덩실덩실 춤을 춥니다.
조용하던 교실은 갑자기 춤 바다가 됩니다.
-차르르 철썩- 차르르 철썩-
푸른 바다 아름다운 파도 소리가 노래를 불러 줍니다.
바로 그때입니다.
“야! 저기, 저기 꽃들이 모여 든다!”
누군가의 큰 소리가 교실 가득 퍼져 나갑니다.
아이들의 초롱초롱 빛나는 눈동자들이 우르르 창문 쪽으로 향합니다.
“야! 꽃이다”
“꽃들이 피어나기 난다!”
“저긴 노랑 꽃! 아! 저긴 파란 꽃!”
“저기도 피어나네!”
열린 창가에 겨우내 빈 화분으로 봄을 기다리고 있던 화분들이 꽃을 피우기 시작 합니다.
선생님 교탁에 빈 병으로 봄을 기다리던 꽃병에도 이름 모를 예쁜 꽃들이 가득가득 모여 다시 만난 아이들을 보며 방긋방긋 웃고 있습니다.
“야! 너무 예쁘다! 엄마! 창가에 꽃이 피었어요!”
푸른 별은 화분마다 가득피어 있는 꽃들을 한 아름에 부등켜 안으며 소리를 질렀습니다.
“얘, 별아! 어서 일어나! 학교 갈 시간이다.”
엄마가 푸른 별을 흔들어 깨웠습니다.
“엄마, 꽃들이 피었어요! 창문 가득! 나비들이 춤도 춰요!”
부스스 눈을 뜬 푸른 별은 엄마를 쳐다보며 소리를 질렀습니다.
“얘가? 무슨 소릴....”
갑작스런 별이를 본 엄마는 놀란 듯 두 눈을 크게 뜨고 창문을 바라보았습니다.
침대 머리맡에 있는 창문 문턱에는 언제나 같은, 예쁜 인형들과 힘 자랑에넘치는 로봇들이 별이 방을 지키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빨리 학교 갈 준비를 해라!”
“어?”
사방을 둘러보았지만, 별의 눈에는 교실에 가득 찼던 나비들도, 창문 화분마다 예쁘게 피어있던 꽃들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별이, 너 무슨 꿈을 꾸었구나!”
엄마가 벗겨진 별이 모자를 찾아 씌워주며 빙그레 웃었습니다.
“으응? 내가 틀림없이 보았는데......”
별이는 멋쩍은 듯 머리를 긁으며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엄마가 씌워준 머리 보호용 모자가 다시 벗겨졌습니다.
“에잇! 이젠 이 모자 안 쓰면 않돼요?”
언제나 별이가 하는 말이었습니다.
“의사 선생님 말씀, 너도 잘 들었잖니... 참고 견디어야지! 좀 귀찮지만 참아라 별아!”
엄마가 별이 등을 톡톡 두드려 주고는 별이 방을 나갔습니다.
한동안 멍하니 침대에 앉아있던 별이는 그물 같은 모자를 쓴 채 세면장으로 갔습니다.
세면장 벽에 걸린 큰 거울은 오늘도 별이 모습을 그대로 별이에게 보여주었습니다.
세수 할 때마다 잠시 들어나는 별이 머리는, 반 친구들의 놀림대로 까까중이었습니다. 이제는 반 친구들은 그런얘기를 입 밖에 내지 않았지만, 처음 한동안 별이는 장난소리로 하는 ‘까까중’ 소리를 듣고는 몇 번이나 학교가기를 거절했었습니다.
처음 머리를 깎고 학교에 갔을 때 별이는 너무 창피스러웠습니다.
별이에게는 친구들이 다 있는 까만 머리카락이 한 올도 없었습니다.
뇌종양 진단을 받은 별이는 머리를 깍고 방사선 치료를 받아야 했습니다. 벌써 한 달 반이 넘었지만, 방사선치료는 계속되고 있었고, 모자를 계속 쓰고 학교로 가야 했습니다.
창피스러워 학교에 가기 싫었습니다.
친구들과 그전처럼 마음대로 장난도 칠 수 없었고, 아이들이 이상한 눈으로 보는 것 만 같아 친구들을 피해 혼자 책만 읽었습니다.
정말 학교에 가기 싫었습니다. 몇 번 엄마를 졸라 학교에 결석한 날도 몇 번 있었습니다.
“괜찮아! 네 친구들도 이젠 이해해 줄 거야. 학교에 빠지지 말고 그전처럼 잘 다녀야 한다. 내가 반 친구들에게 자세히 얘기 했으니.....”
담임 선생님 말씀을 들은 후부터 별이는 조금 용기가 생겼고, 이젠 결석하는 날이 없어졌습니다. 그러나 별이 마음은 언제나 무거웠습니다.
“꾸준히 방사선 치료를 받으면 날 수 있어! 힘내라 별이!”
아빠 엄마는 별이에게 용기를 주었습니다.
시간이 많이 지나면서 반 친구들도 이젠 이상한 눈으로 보지 않고 더욱 별이와 같이 놀아주려고 했습니다.
별이는 친구들이 고마웠습니다. 그러면서도 한편 자기에게 신경을 써 주는 친구들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꾸 자기 혼자 먼 별나라에서 온 아이처럼 생각되어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을 자기도 모르게 피하곤 했습니다. 다른 반 아이들과 같은 반 아이들이 자꾸만 이상한 눈으로 보는 것 만 같았습니다.
별이의 생각은 혼자만의 생각이었습니다.
친구들의 생각은 별이의 생각과는 달랐습니다. 그전보다 더 친하게 별이와 놀아주고 싶었습니다.
어제는 방사선 치료를 받는 날이어서 학교를 하루 쉬었습니다. 마음이 편했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한나절이 지나자 반 친구들이 보고 싶었습니다.
“빨리 나와 밥 먹고 학교 가거라.”
밥상을 차려 놓은 엄마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옵니다.
“알았어요”
별이는 아침 밥을 먹고 가방을 챙깁니다. 아빠 차에 오름니다. 학교 등교 때 마다 아빠가 학교까지 태워다 줍니다.
어제 하루 병원에 다녀온 것이 무척이나 오래 동안 학교를 결석한 것 같습니다.
별이가 학교에 나타나지 않으면 반 아이들은 이젠 방사선 치료를 받으려 병원에 갔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오늘따라 친구들이 더욱 보고 싶습니다.
아빠는 별이를 교문 앞까지 데려다 주고 아빠 직장으로 떠납니다.
별이는 다시 한 번 둥근 모자를 꾹 눌러쓰며 교실로 향합니다.
드르륵 교실 문을 열었습니다.
“야! 별이 왔다!”
별이의 옆 짝 친구입니다. 순간 교실에 있던 친구들이 반갑다는 듯 모두 손뼉을 칩니다.
여기서도, 저기서도, 짝짝짝 손뼉 소리가 교실 가득 넘칩니다.
“어어?”
교실로 들어 선 별이는 자기 눈을 의심합니다.
여기저기서 손뼉을 치고 있는 반 친구들은 모두 하나같이 반들반들 ‘까까머리’ 입니다.
“어어? 너희들...”
교실 문 앞에 멍하니 서있는 별이 옆으로 친구가 다가옵니다.
“우리, 이제 날씨도 춥지 않아 모두 머리를 깎기로 했어! 자 빨리 들어와”
옆 자리 친구는 별이 의 손을 잡고 별이 자리로 옵니다.
“야! 오늘부터 우리는 모두 똑 같다!”
반장이 크게 외칩니다.
별이는 교실 여기저기에서 손뼉을 치고 있는 친구들 바라보다 덥석 의자에 앉으며 눈을 감습니다.
갑자기 눈물이 흐름니다.
친구들의 마음을 알 수 있을 것 만 같습니다.
교실 창가 화분마다 꽃들이 더욱 활짝 피어났고, 예쁜 나비들이 교실 여기저기서 예쁜 날개로 춤을 추고 있습니다.
따사로운 햇살이 교실 가득 넘칠 때 담임 선생님이 들어오시며 활짝 웃습니다.
“야! 모두 멋진 사내들이다! 파이팅! 푸른 별”
“힘내라! 푸른 별!”
예쁜 나비들이 춤을 추며 힘껏 소리를 지릅니다.
별이는 고개를 들며 눈을 뜹니다. 푸른 별은 더욱 반짝입니다.*
*오래전 글을 다시 수정해 올림니다.-지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