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혁신기업 육성에 앞장서는 이노비즈협회가 최근 ‘스타트업 러시아 진출 지원 사업’에 참여할 기업을 모집하는 보도자료를 배포하면서 지난해 이 사업을 통해 일군 성과를 일부 소개했다. 그 중에는 지난 2월 러시아에 현지 법인을 설립한 ㈜웨코(대표 박하규)도 포함됐다.
지난해 '러시아 진출 지원 사업'에 선정된 ㈜웨코는 중소벤처기업부와 이노비즈협회의 지원을 받아 8개월여 만에 현지법인 ‘웨코-루스텍(WECO RUS-TECH)’을 설립하고, 모스크바의 혁신도시 '스콜코보 테크노파크(혁신단지)' 입주를 추진하는 등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웨코의 사업 주력 분야는 FPD·반도체 등 자동화 설비 제작및 설치. 일본의 LCD 제조 장비를 국내에 들여와 설치, 관리해온 SK하이테크가 2015년 설립한 업체다. 그러나 LCD 제조업의 비중이 중국으로 거의 넘어가면서 신 사업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웨코가 러시아 진출에 관심을 가진 것은 뒤늦게 회사에 합류한 이노베이션 전문가 장의찬 전무 때문이라고 한다. 28년간 삼성그룹에서 근무한 장 전무는 1999년~2005년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의 러시아 연구소에 주재원으로 나가 현지 기업들과 기술 혁신 사업을 함께 한 러시아통이다. '러시아 진출 지원 사업'에 대한 이노비즈협회 측의 설명을 듣고 곧바로 지원서를 낸 이유다.
정 전무가 주목한 것은 '러시아 진출 지원 사업'이 스콜코보 혁신센터와 함께 진행된다는 점. 지난 6년간의 러시아 근무 경험으로 미루어, 러시아 원천기술과 혁신 기업들이 몰려 있는 스콜코보 혁신센터와 함께라면 새로운 사업 발굴및 진행이 가능할 것으로 믿었다고 한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러시아에서 6년간 근무하면서 플라즈마와 광학, RF, 소프트웨어, 신소재 합성 등 러시아의 강점 분야들을 위탁 R&D하고, 10여개 조인트랩(Joint Lab)을 운영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우수한 원천 기술을 활용하는 방법을 이미 터득한 셈이다.
그가 주도하는 ㈜웨코의 러시아 진출은 '혁신기업'답게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이노비즈협회의 지원 대상 기업으로 선정된 뒤, 지난해 6월 러시아에서 3주간 인큐베이팅 교육을 받고, 스콜코보 혁신센터의 5대 중점 육성 기술군 중 하나인 '헬스케어' 분야를 개발 과제로 선정했다. 그리고 현지 법인을 설립했다. 인큐베이팅 교육에서 현지 법인 설립까지 8개월이 걸렸다.
앞으로 남은 것은 스콜코보 혁신센터 입주와 과제로 선정한 '헬스케어' 분야의 ‘의료용 오존 저온 멸균기' 개발이다. ㈜웨코는 '의료용 오존 저온 멸균기 개발’ 제안서를 스콜코보 혁신센터에 보내 1, 2차 심사에 통과했다. 최종 결정이 내려지면 현지법인 ‘웨코-루스텍(WECO RUS-TECH)은 스콜코보 혁신센터의 일원이 된다.
스콜코보 혁신센터에 입주하면 받을 수 있는 혜택이 쏠쏠하다. 혁신센터가 운영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고, 스콜코보 입주업체의 우수 인력들과의 협업도 가능하다. 그는 “스콜코보 혁신센터에 입주해 혁신 제품의 개발에 매진 중인 현지 하이테크 벤처기업들과의 협업을 통한 R&BD(사업화 연계기술개발)에 거는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웨코의 목표는 러시아 혁신기업들과 협업을 통해 '오존 멸균기'를 상용화한 뒤 러시아 시장, 나아가 세계시장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우수한 원천 기술은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응용하는 과정이 쉽지 않다. 또 러시아는 기본적으로 비즈니스 진행 속도가 늦은 편이다. 그래서 대안으로 생각한 것이 스콜코보 혁신센터에 입주하는 국내 혁신 기업들의 '클러스터'화. 현지의 사무실이나 우수 인력을 공동으로 활용하는 방법으로 비용도 줄이고, 시간을 단축하자는 의도다. 러시아 진출 효과도 훨씬 크고 뚜렷하게 나타날 수 있다.
장 전무가 앞장선 ㈜웨코의 러시아 진출 전략은 사업 리스크까지 감안한 '혁신적인 길'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