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 통신
이민정
물건과 물건 사이 조그마한 틈
그 다음의 생각들 꿈틀거린다
초승달의 날렵한 선은 산위의 검푸른 하늘 만들고
내 손안의 작은 수첩은 때론
보고싶다는 전제 하에 첫 장의 메모도 완성했다
성당의 십자가가 교회의 지붕 가까이 있지 않는 것은
우리의 신앙심과 관계없듯이
장마철의 이끼가 도로공사에 관계없는 것처럼
나의 생각들은 터무니없길 바란 적도 있다
다투하는 그녀는 문신을 지우기 위해 진한 문신을 한다
지우고 지우고 또 쓰는 수많은 편지들
쓰레기통에 버려져 공동 수거장에서 폐기물산으로 갔다
아니 썩어 문드러져 종적을 찾을 수도 없다
요즘은 지워지기 쉬운 문신을 선호한다고 뉴스에 떴다
지워지고 상관없고 버려진다면 차라리 낫다
모든 간격들 있기나 한가 틈은 존재하는가
장마철 이끼는 사진사의 렌즈 속으로 아스팔트 밑으로
교회십자가는 에어비엠비호텔로,
남산 케이블카 타고 타임머신 캡슐 속으로
겨울의 쨍한 밤하늘의 초승달도 사진 찍을 필요 없다
우연히 또,
누군가가 전해올 거 같은 두근거리는
너와 나의 눈짓 애당초 사라졌다
부산한 발걸음이 귀찮다
둥지버린 까치가 고속화도로 전신주에서
초고속의 무선으로 둔탁한 울음 울어댄다
알아듣는 이 없기 때문에 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