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에는 아름다운 생물들이 많이 살고 있다. 이 중에서 나무는 독특한 모습으로 우리를 즐겁게 한다. 땅바닥을 기는 앙증맞은 난쟁이나무, 우리 눈높이에서 아름다운 꽃을 피워내는 관목, 그리고 하늘 높이 자라 올라가는 교목까지 그 형태는 다양하다. 특히 자연 그대로 잘 보존된 숲 속에서 하늘을 찌를 듯 솟아 있는 거목(巨木)을 보면 나의 마음은 즐거움을 넘어 흥분되기 시작한다. 어떤 종류의 나무들이 어떤 환경에서 크게 그리고 높게 자랄 수 있는 것일까? 국내에서는 급격한 인구 증가로 인해서 수목의 자생지가 많이 훼손되었고, 큰 나무로 자라는 수종이 몇 종밖에 없어서 거목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적다. 세계에서 거목으로 자랄 수 있는 수종은 제한되어 있는 셈이다. 거목의 기준을 정하는 것이 쉽지 않지만, 키가 50m 이상 되는 나무를 거목이라고 한다면, 거목으로 자라는 수종은 세계적으로 31종에 달한다. 이 수종들은 주로 북미, 남미, 아시아, 호주 대륙에 분포한다. 키가 50〜60m까지 자라는 그룹에는 5종을 열거할 수 있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 주(New South Wales)에서 참나무과에 속하는 오스트레일리아너도밤나무(Nothofagus moorei)는 50m 정도까지 자란다. 그 밖에 브라질의 아마존 강 전역에서 자라면서 브라질넛(Brazil nut)으로 불리는 브라질넛오일(Bertholletia excelsa)과 칠레에서 칠레소나무 혹은 멍키퍼즐(monkey puzzle)로 불리는 아라우카리아과의 칠레소나무(Araucaria araucana)도 50m 이상 큰다. 뉴질랜드에서 마오리족에 의해서 숭상되던 카우리(kauri)로 알려진 카우리나무(Agathis australis)는 영국 정착민에 의해서 거의 없어졌지만 키가 최대 51.5m로 기록되어 있으며, 토타라(totara)로 불리는 나한송(Podocarpus totara)은 55m까지 자란다. 키 60〜70m 그룹에는 8종이 있다. 미국 서부 워싱턴 주의 측백나무(Thuja plicata)와 인디애나 주의 백합나무(목백합 혹은 튤립나무, Liriodendron tulipifera)는 61m까지 자란다. 특히 백합나무는 1968년 산림청 임목육종연구소의 현신규 박사가 국내에 도입한 수종으로서 요즘 그 우수성이 늦게 입증되었다. 빨리 자라면서 목재도 좋고 밀원식물이라서 산림청에서 가장 경제성이 있는 조림수종으로 권장하고 있다. 경기도 용문사의 은행나무(Ginkgo biloba)는 천연기념물 제30호로 지정되어 있는데, 외국 문헌에는 키가 63.6m로서 세계에서 가장 큰 은행나무로 기록되어 있다. 이것은 1919년 조선총독부가 발행한 『조선거수노수명목지(朝鮮巨樹老樹名木誌)』에 기록된 것을 그대로 인용한 것이며, 애석하게도 7년 전에 필자가 이 나무의 키를 측정하였을 때 39.2m로 줄어 있었다. 은행나무의 원산지인 중국에는 은행나무를 포함하여 거목이 거의 남아 있지 않아서, 거목을 신목(神木)으로 숭배하고 보호하는 한국이나 일본과 대조적이다. 미국 서부지역에는 거목들이 많은데, 엥겔만가문비나무(Picea engelmannii)는 64.9m, 편백의 일종인 Chamaecyparis lawsoniana는 68.2m, 블랙코튼우드(black cottonwood)로 알려진 워싱턴 주의 포플러의 일종인 Populus trichocarpa는 68.6m, 오리건 주의 Calocedrus decurrens는 69.8m로 기록되어 있다. 일본 고치현(高知縣)의 삼나무(스기, Cryptomeria japonica)는 68m로서 일본에서 가장 키가 큰 나무에 해당한다. 키 70〜80m 그룹에는 9종이 있는데, 이 중에서 7종이 미국산이다. 미국 서부의 전나무 3종이 포함되는데, 시에라네바다 산맥의 회색 전나무(Abies concolor)는 70.1m, 붉은 전나무(Abies magnifica)는 73.1m, 워싱턴 주의 은빛 전나무(Abiea amabilis)는 74.7m이다. 서부지방의 낙엽송(Larix occidentalis)은 71m이다. 잣나무 2종도 거목으로 자란다. 동부지방의 스트로브잣나무(Pinus strobus)는 73.1m(현재 기록은 61.3m)로서 일제 강점기부터 국내에 도입되어 관상수로 널리 심어지고 있다. 서부지역의 몬티콜라잣나무(Pinus monticola)는 72.8m이다. 캐나다 서부 브리티시컬럼비아 주(British Columbia)의 솔송나무(Tsuga heterophylla)는 75.6m, 폰데로사소나무(Pinus ponderosa)는 서부 영화에서 배경으로 자주 등장하는데, 콜로라도 주에서 79.8m로 기록되어 있다. 그 밖에 인도에서 유파스(upas)로 알려진 유파스나무(Antiaris toxicaria)는 76.2m까지 자란다. 키 80〜90m 그룹에는 2종이 있다. 미국 서부의 설탕잣나무(Pinus lambertiana)는 솔방울의 길이가 45cm까지 길게 자라서 세계에서 가장 긴 솔방울을 만드는 잣나무다. 요세미티 국립공원에서 82.3m까지 자란 설탕잣나무가 세계에서 가장 키가 큰 소나무류(Pinus)로 인정받고 있다. 미국 서부의 노블전나무(noble fir, Abies procera)는 89.9m(과거 기록)까지 자랐다. 키 90〜100m 그룹에는 4종이 있다. 말레이시아에서 타팡(tapang)으로 알려진 투알랑(Koompassia excelsa)은 90m, 미국 서부지방의 그랜드전나무(Abies grandis)는 91.4m(현재 81.4m), 캐나다 밴쿠버 섬에서 1988년 발견된 가문비나무(Picea sitchensis)는 95.7m(현재), 호주 태즈메이니아 섬의 유칼리(Eucalyptus regnans)는 98.5m(현재 84.1m)까지 자라는 거목이다. 키 100m 이상 그룹에는 3종이 기록되어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 거목 세쿼이아(Sequoiadendron giganteum)는 미국에서는 자이언트 세쿼이아(giant sequoia)로 불리는데, 레드우드(redwood)보다 키가 작은 대신 직경이 훨씬 더 크게 자란다. 105.7m(과거)까지 자란 기록이 있으며, 이 나무의 나이는 약 3,200년으로 추정되었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부피가 큰 생물은 이 수종으로서 세쿼이아 국립공원(Sequoia National Park)의 ‘셔먼 장군(General Sherman) 나무’로 불리며, 부피가 1,487m3, 최대 근원경이 11.1m, 가슴높이지름이 7.65m에 달한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키가 큰 나무는 레드우드(coast redwood)로 불리는 세콰이아 셈페르비렌스(Sequoia sempervirens)이다. 얼마 전까지 레드우드 국립공원(Redwood National and State Parks) 내에서 자라는 112.6m 되는 개체가 세계 챔피언(champion)이었는데, 2006년 가을 훔볼트레드우드 주립공원에서 115.2m 되는 개체가 새로 발견되어 그 자리를 내주었다. 1990년대 조사에서 이 지역에는 키가 105m 이상 되는 개체가 86 그루가 있음이 알려지고 있어서 당분간 세계 챔피언은 이 지역에서 나올 것으로 예측된다. 기록상으로 볼 때 세계에서 가장 키가 컸던 나무는 그 목재가 한국으로 많이 수입되는 미송(美松, Pseudotsuga menziesii)이다. 1902년 캐나다 노스밴쿠버(North Vancouver)의 버라드만(Burrard Inlet)에서 트램블리(Trembly) 형제가 벌채한 미송을 잭 나이(Jack Nye)가 측정하여 기록으로 남겼는데, 415피트(126.5m)이었으며, 가슴높이지름은 4.33m로서 232m3의 제재목을 얻었다고 한다. 위에 총 31종의 수종을 열거하였는데, 이 중에서 19종이 미국에 분포한다. 현재 세계 3대 거목은 세쿼이아류 2종(거목 세쿼이아, 레드우드)과 유칼리라고 할 수 있다. 위의 31종에서 23종이 침엽수에 속하고, 100m 이상 자라는 수종은 모두 침엽수임을 알 수 있다. 이렇듯 세계적인 거목이 대부분 침엽수(나자식물, 裸子植物)인 것은 뿌리에서 흡수된 물이 줄기를 타고 올라갈 때, 약 35um(0.035mm)의 작은 직경을 가진 가도관(假導管)이 물분자 간의 응집력(凝集力, cohesion force)을 높여서 물기둥이 끊어지지 않고 물이 올라가는 데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관찰된 나무들의 키가 최고 127m를 초과하지 못하는 것은 물이 중력을 역행하여 나무줄기를 타고 올라갈 수 있는 한계가 과학자들에 의해서 최고 130m로 계산되기 때문이다. 유럽과 아프리카 대륙에는 키가 50m 이상 되는 거목들이 거의 없다. 유럽 대륙은 오랜 동안 많은 도시의 발달과 전쟁으로 숲이 파괴되면서 거목들이 모두 없어진 것으로 보이며, 아프리카 대륙과 같은 열대지방은 나무가 빨리 자라지만 덥고 습한 기후로 인하여 빨리 노쇠하거나 부패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오히려 춥거나 서늘한 온대지방의 수종들이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자라 올라가서 세계적인 거목으로 자라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의 서부지역은 세계적인 거목들의 집합장소라고 할 만큼 거목들이 많이 자라고 있다. 그만큼 이 지역은 얼마 전까지도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았으며, 산불이 잦은 대신 태풍의 피해가 적은 계곡에서 나무가 크게 자랄 수 있는 환경을 가지고 있다. 위의 거목들, 특히 세쿼이아는 두께가 보통 50cm에 이르는 두꺼운 수피를 가지고 있어 산불에 견디는 대신, 경쟁이 되는 다른 수종들은 상대적으로 산불에 약하여 죽어버린다. 이런 상황에서 큰 나무들끼리 경쟁하다보니 이 지역에서는 웬만큼 키가 크지 않으면 다른 거목들과 경쟁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 오랜 세월 동안 더 많은 수종들이 거목으로 진화한 듯하다. 세계적인 거목의 명단에 한국의 은행나무가 끼어 있어서 우리 조상들이 노거수(老巨樹)를 얼마나 사랑하고 보호해 왔는지 알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에 이러한 노거수의 보호가 소홀히 다루어지고 있어 걱정스럽다. 마을을 중심으로 한 옛날의 전통을 다시 살려 ‘마을숲 가꾸기’ 등의 자연보호운동을 전개하고, 나무 주변(특히 토양 표면)을 손대지 않고 그대로 두는 미덕을 보여야 할 것이다.
미국 워싱턴 주 칼라로치에서 자라는 측백나무류(Thuja plicata)는 61m까지 자란다.(사진: Remarkable Trees of the World).
뉴질랜드 마오리족에 의해 숭상을 받는 카우리나무(Agathis australis)는 키가 51m까지 자란다.(사진 출처: Lewington 저 Ancient Trees)
뉴질랜드에서 토타라로 알려진 나한송(Podocarpus todara)은 키가 55m까지 자란다.(사진: Lewington저 Ancient Trees)
미국 오리건 주 시스쿠유 산맥의 설탕잣나무(Pinus lambertiana)는 솔방울의 길이가 45cm에 달하며, 키가 80m까지 자란다.(사진: Leathart 저 Trees of the World)
미국 요세미티 국립공원의 거목 세쿼이아(Sequoiadendron gigantium)는 키가 105m까지 자란다 (사진: Remarkable Trees of the World)
미국 캘리포니아 주 칼라버라스 주립공원의 거목 세쿼이아(Sequoiadendron gigantium)는 직경이 12m에 이르며, 지구상에서 가장 부피가 큰 생물이다. 밑동의 구멍으로 자동차가 다닌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레드우드 국립공원에서 자라는 레드우드(Sequoia sempervirens)는 지구상에서 가장 키가 큰 생물이며, 키가 115m에 이른다.
첫댓글 정말 어마아마 하군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