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장처럼 써라
(Write Like the Masters)
윌리엄 케인William Cane
「뉴욕시립대학교(CUNY) 와 보스톤 대학에서 영문학 교수로 재직했다. 대표작으로 <나는 이런 키스를 하고 싶다The Art of Kissing>외 다수의 작품이 있으며. 여러 방송 프로그램에 대담자로 활동하고 있다.」
[서문]
나는 왜 위대한 작가들처럼 쓰지 못할까? 답은 간단하다. 당신도 그들처럼 쓸 수 있다. 그러나 먼저 분명하게 알아두어야 할 사실이 있다. 위대한 작가들은 당신이나 나와는 사뭇 다른 방식으로 작가수업을 받았다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지난 80년 동안 작가들은 작법을 향상시키는 데 반드시 필요한 훈련 방법을 배우지 못했다. 반면 그들의 선배 작가들은 그러한 훈련을 의당 거쳐야 할 과정으로 여겼다. ~~~그랬던 이 방법이 어느 날 갑자기 대학의 교과과정에서 쏙 빠져버렸다. ~~~독창적인 글을 써야 한다는 잘못된 가르침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을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허공에서 뚝 떨어진 위대한 작가란 없다. ~~~기존의 작품을 연구하고 구조가 무엇인지 배우고 필수적인 기교를 연마하고 언어의 가능성에 대한 기본 감각을 충분히 익히고 난 후에야 비로소 뮤지코미디의 새로운 결지를 개척한 프레드 어스테어처럼 무거운 외투를 벗어던지고 종이 위에서 가볍고 자유롭게 탭댄스를 출 수 있다.
이제 나는 수사학의 한 가지 측면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 작은 기교는 말 그대로 당신의 작가 경력을 어둠에서 구원해 줄 것이다.
누구나 위대한 작가를 모방할 수 있다. 모방하는 동안 거장의 문체를 구성하는 요소들이 자연스레 내 문체 속으로 흡수되어 노래처럼 부드러운 작품이 탄생할 것이다. 나는 모방이라는 수사학 장치가 당신의 작가적 역량을 크게 향상시킬 것이라고 믿는다.
[1장] 오노레 드 발자크처럼 써라
발자크는 어설픈 작가였다. 문장은 매끄럽지 못하고, 표현은 세련되지 못했으며, 문체도 매력적인 것과 거리가 멀었다.
답은 발자크가 지녔던 또 다른 재능들에 있다. 그의 소설은 사실주의적 인물로 가득 차 있고 구성이 복잡하게 얽혀 있으며 로맨스로 풍성하다. 때문에 독자는 발자크의 촌스러운 문장쯤은 별로 문제 삼지 않았다.
그는 프랑스 문학의 선봉에 서 있었으나 여러 면에서 기이하고 천박하며 자기중심적인 인물이었다. ~~~발자크는 방탕한 천재였다. ~~~결국 발자크는 죽는 날까지 빚에 쪼들리며 살아야 했다.
• 투박한 문체를 극복하는 법
문장 구성의 요령을 배우고, 끊임없이 수정하고, 마음을 열고 편집자의 제안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다시 말해 글이 어떤 리듬을 타고 흘러 갈 수 있도록 작가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당신의 글이 독자의 귀에 음악처럼 들릴 수 있을 때까지 노력을 멈춰서는 안 된다. 그래야만 설령 이야기가 늘어지는 경우가 있더라도 독자는 읊기 편한 시처럼 매끄러운 글을 읽을 수 잇을 것이다.
발자크의 작가 경력은 조금은 장난처럼 시작되었다. 어설픈 문체도 그런 과정에서 비롯되었다. 사업에 잇달아 실패하고 생계 수단을 찾고 있던 발자크는 어느 젊은이들 모임에 흥미를 느꼈다. 이들은 공동으로 책을 써서 수익이 생기면 공평하게 나눠 갖기로 하고 여러 출판사에 자신들의 작품을 팔고 있었다. 이들의 성공을 지켜본 발자크는 여동생에게 자기도 글을 써보겠다고 말했다. 한 가지 차이가 있다면 그는 혼자 책을 쓰고 수익금도 혼자 챙기겠다는 것이었다. 그는 미친 사람처럼 일했고, 무시무시한 속도로 글을 써나갔다.
그는 문체를 가다듬는데 시간을 들이는 대신 이야기를 더 복잡하게 비틀고 더 많은 글을 쓰는 데만 신경을 썼다.
때로는 서툰 문체도 시간이 지나면서 나아진다. 많이 쓸수록 잘 쓰게 되는 것은 명백한 진리다. 매일 네 시간에서 여섯 시간씩 책상 앞에 앉아 혼신의 힘을 다해 글을 쓴다면 글 솜씨가 나아지지 않을 리 없다. 블로그를 만들어 자신의 작품을 화면에 띄어보자. ~~~우리가 발자크에게서 배울 수 있는 점 중의 하나가 바로 이것이다. 가능한 한 많이 써라.
• 감정을 표현하는 수식어구 활용하기
발자크는 감정 묘사의 대가였다. 그의 글엔 감정을 표현하는 수식어구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그는 등장인물의 시시콜콜한 느낌 하나까지도 놓치려 하지 않는다.
글에 힘을 싣고 싶다면 발자크처럼 감정을 표현하는 수식 어구를 집어넣어라. 그렇게 하면 독자들은 문체의 사소한 결함이나 문장의 자잘한 실수쯤은 못 보고 지나치기 쉽다.
감정을 표현하는 수식어구가 풍부함에도 불구하고 발자크의 문장은 여전히 세련됨과는 거리가 멀다. 등장인물의 감정을 표현할 때 발자크가 사용하는 단어를 보면 절반가량은 같은 단어다. 기쁨! 기쁨! 기쁨! 발자크의 수법을 눈치 챈 독자라면 그가 보폭을 고집스레 지키며 걸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북소리에 맞춰 행군하는 군인처럼 발자크는 등장인물의 감정을 규칙적으로 반복한다. 이런 규칙적인 반복이 독자에게 발각된다면 비웃음을 사기 딱 좋다. 그러나 발자크는 마치 물방울이 일정한 시간 간격을 두고 한 방울씩 양동이에 떨어지듯 감정의 규칙적인 반복을 여러 페이지에 흩어놓음으로써 독자가 의식할 수 없게 만든다. 반복 이라는 장치의 단순한 본질을 꿰뚫어보는 사람은 오직 평론가와 초보 작가들뿐이다.
반복은 엄청난 성공을 가져다준다. 반복이야말로 세대를 뛰어넘어 많은 비평가들이 발자크의 작품을 치켜세우는 이유의 하나이다. ~~~감정을 표현하는 수시어구와 감정의 반복은 발자크의 작가 경력을 빛낸 일등공신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발자크의 첫 번째 조언은 수식 어구는 반드시 감정을 묘사하는 데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감정이 격해질수록 수식어구의 효과도 더욱 강력해 진다.
보트랭이 라스티냐크의 앞길에 방해가 되는 누군가를 살해했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라스티냐크는 깊은 죄책감에 빠진다. 발자크는 강렬한 언어를 동원한 감정을 표현하는 수식어구로 라스티냐크의 심정을 멋지게 표시한다. “라스티냐크는 상쾌한 공기를 한껏 들이마시고 싶어 밖으로 나갔다. 질식할 것처럼 숨이 먹혀왔다.” 밖으로 나간 라스티냐크가 뤽상부르 공원에 다다랐을 때 발자크는 이렇게 덧붙인다. “한 무리의 개들이 쫓아오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것은 심연이다. 가장 밑바닥에서 올라오는 감정이며, 비관의 알맹이다. 발자크는 이 순간을 잡아내기 위해, 인간의 마음이라는 지도 위에서 고동치는 맥박을 잡아내기 위해 감정을 표현하는 수식 어구를 사용한다.
등장인물이 강렬한 감정에 휩싸일 때 수식 어구는 생기를 불어넣고 잔잔하던 이야기에 확실한 재미를 준다.
이야기가 정상적인 속도로 흘러가거나 일상적인 일들이 일어나고 있을 때는 굳이 수식어구가 필요 없다. 그러나 이야기에 속도가 붙고 등장인물이 분노, 교만, 자만, 갈망, 사랑, 시기, 증오와 그 밖의 중요하고 강렬한 감정에 휩싸이기 시작하는 순간이 오면 잠잠하던 이야기의 돛을 뒤집을 바람과 독자를 위한 수식 어구를 아끼지 말고 사용해야 한다.
발자크는 감정을 표현하는 수식어구가 머릿속에 떠오르는 즉시 재빨리 낚아챘다. 물론 더 그럴듯하게 다듬거나 다른 표현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뒤돌아보는 일은 없었다. 처음 머릿속에 떠오른 그대로 놔두었다. ~~~영감이 떠오른 순간을 놓치지 마라. 한 두 개의 멋진 문장 전환으로 독자의 뇌리에 못을 박아라. 독자가 등장인물의 마음속을 환히 들여다볼 수 있도록 수식어구라는 등불을 내걸어라.
• 발자크 창작의 비밀
끊임없이 집중력을 방해하는 세상과 거리를 두어라. ~~~조셉 콘래드는 자신을 방에 가두었고. J.D 샐린저는 콘크리트 벙커에 들어가 글을 썼으며, 이언 플레밍은 자메이카의 은신처에 틀어박혀 007시리즈를 완성했다.
발자크는 밤에 작업을 하는 동안 맑은 정신을 유지하기 위해 끔찍할 정도로 검고 진한 커피를 커피포트에 가득 채워놓고 밤새도록 마셨다.
• 발자크는 어디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을까
발자크는 자신의 실제 삶에서 끌어낸 이야기를 소설 속 주인공들의 성적 무용담으로 변형시켰다.
발자크는 도덕이나 교훈을 무시했다. 자기중심적 이야기와 감상주의를 전면에 내세워 소설의 근본적 변화를 주도하며 현대소설 전반에 영향을 미쳤고, 이러한 특징은 오늘날 할리우드를 규정하는 색깔이 되었다. ~~~성장하는 인물보다는 작가 자신의 독특한 상상을 구현할 수 있는 인물에 관심이 더 많았다.
발자크가 창조한 인물들은 자신에 대해 아무런 깨달음을 얻지 못하며 자신의 선한 면을 발견하지도 못한다. 이들은 작가의 상상속에서 나온 이기적인 인물들이기 때문에 오직 작가가 쟁취하기를 원하는 것을 위해 존재할 뿐이다.
아이디어를 얻고 다양한 구성- 발자크처럼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역동적인 구성을 발전시키는 비결은 작가의 상상이 나아가는대로 내버려두는 것이다. 이처럼 상상에 모든 것을 맡기고 글을 써나갈 때 호메로스의 걸작이나 셰익스피어의 교훈극이 나올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천만에! 상상을 가로막지 않고 써내려간 소설 속에는 사회라는 틀 안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아귀다툼을 벌이는 인물들로 가득하게 될 것이다. 이들은 오직 자신의 이익을 챙기는 데만 혈안이 되어 있는 그런 인물들이다.
우리는 발자크를 통해 소설 창작에서 가장 중요한 원동력이 열정이라는 것을 배운다.
• 발자크의 등장인물과 현대 소설에서 캐릭터의 변화
등장인물의 변화와 발전은 소설의 모든 것이자 궁극적인 것이다. 등장인물의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다른 것은 아무래도 상관이 없다고 강조할 정도다. ~~만약 등장인물이 변화할 여지가 없다면 앞으로 어떻게 될지 뻔히 보이기 때문에 독자들이 금세 흥미를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2장] 찰스 디킨스처럼 써라
세익스피어 이래 디킨스만큼 많은 캐릭터를 창조한 작가는 없다.~~~그가 펼쳐 보인 인간 군상은 더할 나위 없이 매력적이었다. 또한 세익스피어 만큼이나 흥미진진한 이야기와 음악을 연상시키는 리드미컬한 언어로 독자를 사로잡았다. 덕분에 이야기가 다소 시들해지는 순간에도 언어가 빚어내는 소리로 독자를 감동시킬 수 있었다. ~~~디킨스의 네 가지 비법은 갈등하는 등장인물의 성격 구축, 유머의 사용, 연민의 활용, 지속적인 서스펜스다.
• 갈등하는 인물을 만들어라
디킨스의 모든 소설은 바로 등장인물이 이끌어간다. 독자들이 디킨스의 소설에서 주로 기억하는 것은 스쿠루지나 핍, 유라이어 힘과 같은 등장인물이다. ~~~그는 인물 풍자에 관한 한 최초이자 최고의 작가라 할 수 있었다. 디킨스는 인물을 다채롭게 묘사하기 위해 끊임없이 사람들을 관찰했다. 비록 비현실적이고 풍부한 상상력이 동원되긴 했지만 디킨스의 인물 묘사는 기본적으로 자신이 살아온 험난한 시절에 바탕을 두고 있다.
체스 챔피언인 이매뉴얼 래스커의 말을 빌려 답하지만, “좋은 묘사가 떠올랐을 때 더 좋은 묘사가 없는지 찾아보는 것”이다. 식상한 것이 안주하지 마라. 상상력을 끝까지 밀고 나가라. 특히 유머를 잃지 말고 터무니없는 상상과 풍자를 활용하라. 자신이 만든 인물을 조롱하고 익살맞으며 아이러니한 별칭을 붙여라. 그들을 엉뚱한 방식으로 묘사하라. 그러면 독자도 당신의 장난에 맞장구를 치며 즐길 것이다.
디킨스는 <황폐한 집>에서 변호사인 털킹혼 씨를 이렇게 묘사했다. “그는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옛날 양반이다. 그러니까 도무지 젊은 시절이라고는 있었을 것 같지 않은 사람이다. 그는 리본으로 묶은 반바지에 각반을 차거나 스타킹을 신고 있다. 특이할 점이라면 실크나 소모사로 만든 게 분명한 검은 옷과 검은 스타킹이 전혀 반짝거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모든 빛을 죽이고 어떠한 빛도 반사하지 않는 옷과 스타킹은 털킹혼 씨 자신을 빼다 박았다. 털킹혼 씨는 직업상 상담을 할 때가 아니면 절대로 입을 여는 일이 없다.”
디킨스는 털킹혼 씨의 인상을 음울하게 묘사하는 것으로 시작하지만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그의 다음 전략은 공들여 깎은 체스 말을 체스판 구석으로 몰아붙여 갈등에 빠뜨리는 것이다. 이것이 디킨스 소설의 모든 장면을 푸는 열쇠이자 당신의 이야기에서 해결되어야 할 숙제다. 털킹혼 씨는 비밀을 남편에게 폭로하겠다고 데들록 부인을 협박하여 그녀와 곧바로 갈등관계에 놓인다. 총알을 발사됐고 독자는 이야기에 빠져들기 시작한다.
갈등하는 캐릭터를 만드는 디킨스의 비결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방법은 두 가지다. 첫째, 풍자의 외양 묘사. 그 밖의 다른 점들을 주의 깊게 관찰하여 인물을 그려낸다. 그렇게 만들어진 인물은 다혈질일 수도 냉혈한일 수도 있다. 혹은 흑인일 수도 백인일 수도 있으며, 젊은 사람일수도 나이 든 사람일수도 있다. 단 이러한 인물 묘사가 지나치게 길어진다 싶으면 과감히 잘라내야 한다. 인물묘사는 짧을수록 좋다. 우리는 디킨스의 인물 묘사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다만 오늘날 독자들의 기호에 맞추고 싶다면 묘사의 분량만큼은 디킨스가 한 것보다 줄이는 게 바람직하다. 갈등을 만드는 두 번째 방법은 디킨스처럼 육체적으로든 언어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주요 등장인물들을 서로 적대관계에 몰아넣고 충돌시키는 것이다. 기억나는가? <돔비와 아들>에서 에디스와 돔비가 충돌했을 때나 <황폐한 집>에서 털킹혼 씨가 데들록 부인의 비밀을 폭로하려고 주변을 맴돌며 염탐하고 다닐 때, 디킨스는 갈등을 전부 드러내지 않고 수면 아래 감춰둔다. 이렇게 숨죽이고 있던 갈등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올 때 독자가 맛보는 희열이란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만큼 짜릿하다.
• 독자를 웃겨라
독자를 웃기고 울리고 애타게 만들어라. 이 세 가지는 디킨스의 좌우명이자 작법의 비밀이다.
디킨스의 유머는 인물 묘사에서부터 조금씩 드러난다. 가령 <돔비와 아들>에서 퍼치를 묘사하는 장면을 보자. “어찌나 정호가하고 꼼꼼하게 문단속을 하는지 마치 일주일쯤 집을 비우기라도 할 사람처럼 보였다.” <데이비드 코퍼필드>의 유라이어 힙에 관한 묘사는 익살스러운 묘사의 고전이다. “나는 그가 웃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입을 크게 벌리고 볼 양쪽에 딱딱한 주름을 하나씩 만드는 것을 웃음이라고 우기지만 않는다면.”
이야기에 유머를 넣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머릿속에 떠오르는 엉뚱한 단상들을 끝까지 발전시켜 보는 방법이 있다. 등장인물을 과장해 보고 풍자적인 말투를 사용해보라. 그걸로 모자랄 땐 디킨스를 읽고 웃음이 터져 나오는 문장에 밑줄을 긋고 등장인물을 묘사할 때 그 문장과 비슷한 말투나 접근 방법을 사용해보자. 인물을 우습게 보이도록 묘사하고 싶다면 디킨스의 말투나 접근 방법은 더욱 효과적이다.
• 독자를 울려라
디킨스 작법의 두 번째 비밀에서는 연민 또는 강렬한 정서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황폐한 집>에서 에스더는 데들록 부인이 자신의 엄마라는 사실을 알고 충격에 빠진다. 그러나 디킨스는 충격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는 이 장면을 최대한 이용한다. 디킨스는 엄마와 자식, 특히 오랜 세월 동안 엄마가 누군지 모른 채 살아온 딸과 엄마의 재회가 얼마나 감동적인지 알고 있다. 뿐만 아니라 어떻게 하면 감정을 서서히 증폭시킬 수 있는지도 잘 알고 있다. 데들록 부인은 에스더에게 두 번 다시 만나지 않을 것이며 그 어떤 도움도 줄 수 없다고 말한다. 제 아무리 메마른 감성의 소유자라 할지라도 눈물을 짜내려고 철저하게 계산된 이런 장면에서는 배겨낼 도리가 없다.
독자들은 열광적으로 호응했으나 정작 디킨스 자신은 그 장면을 쓰는 동안 친구들과 연락도 끊고 깊은 절망에 빠졌다. 몇 년 전 제대로 손 한 번 써보지 못하고 열일곱의 나이로 디킨스의 품에서 숨을 거둔 처제 메리 호가스에 대한 기억이 그를 괴롭혔기 때문이다. ~~~등장인물의 감정을 만들려면 작가 자신이 먼저 그 감정을 느껴야 한다는 것이다.
• 독자를 애타게 만들어라
어떻게 하면 독자가 다음 페이지를 궁금해 하도록 만들 것인가. ~~우리는 디킨스에게 많은 것을 빚진 셈이다. 그는 필수적인 소설 기법들을 발견하는데 자신의 재능을 쏟아 부었다. 그 기법들은 그의 작품에서 대담하고 눈에 잘 띄며 과장되게 사용되었다. 따라서 무엇을 써야 하고, 이야기를 어떻게 다듬어야 하며, 독자가 기억할 만한 인물을 어떻게 만들고, 그 인물에게 독자가 관심을 갖게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니 궁금해 하는 작가들에게 디킨스의 작품은 그 자체로 교과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디킨스가 사용한 중요한 기법 중 하나가 바로 미스터리와 서스펜스다. 장르문학이나 대중소설과 구분되는 이른바 순수문학 작가들은 미스터리와 서스펜스 기법을 종종 무시한다.
디킨스는 어떻게 하면 이야기가 앞으로 나갈 수 있는지 고민을 거듭했다. 그가 발견한 해결책은 미스터리를 심어주는 것이었다. 미스터리는 또 다른 미스터리를 낳고 그 미스터리가 또 다른 미스터리를 낳는 식으로 번갈아가며 가지를 쳤다. <황폐한 집>에서는 에스더의 엄마가 누구인지를 놓고 미스터리 기법이 사용된다. 데들록 부인과 털킹혼 변호사가 하는 말과 행동은 온통 수상하다. 그러다가 마침내 진실이 밝혀지는 순간 독자의 관심은 최고조에 달한다. 데들록 부인이 자신이 에스더의 엄마라는 사실을 밝히는 장면에서 그동안 쌓여왔던 미스터리가 해결된다.
그러나 데들록 부인이 에스더에게 앞으로 두 번 다시 만나지 못할 것이라고 말하면서 이 장면은 또 다른 슬픔의 출발점이 된다. 에스더는 거대한 미스터리릐 종착역에서 극적으로 엄마와 재회하지만 동일한 장면에서 다시 엄마를 잃는다.
미스터리 기법을 활용하려면 작가는 이야기의 일부분을 독자가 모르게 숨겨두어야 한다. 그런 다음 작가는 전지전능한 신이 되어 정보를 찔끔찔끔 흘려야 한다.
<위대한 유산>은 핍을 몰래 후원해주는 사람이 누구인지에 대한 미스터리가 이야기의 밑바탕에 깔려 있다. 핍은 자신이 사랑하는 에스텔라의 후견인인 미스 해비샴이 문제의 후원자라고 생각한다. 핍은 후원금 덕분에 가난한 집을 떠나 런던으로 진출하고, 그곳에서 성공의 길로 들어서기 시작한다. 그러는 동안에도 정체불명의 후원금 덕분에 핍이 가난을 벗어날 수 있었다는 이야기가 반복해서 등장함으로써 미스터리는 계속 유지된다.
심지어 디킨스는 미스터리를 다루는 장면에서 때때로 미스터리라는 단어를 직접 사용하기도 한다. 핍은 이런 독백을 들려준다. “내가 느꼈던 기분은 말로 설명하기 힘들다. 맥위치, 그의 존재는 내게 무시무시한 미스터리였다. 그가 저녁에 마디가 굵은 두 손으로 안락의자 팔걸이를 꽉 움켜쥐고 주름살이 문신처럼 깊게 새겨진 머리를 가슴팍 위로 떨어뜨린 채 잠들어 있을 때면, 나는 앉아서 그를 바라보며 그가 어떤 짓을 했는지 궁금히 여기곤 했다.” 나중에 핍의 후원자가 맥위치였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미스터리가 풀리는 순간 이야기는 다급하게 돌아간다. 핍은 여태껏 미스 해비샴을 자신의 후원자라고 믿고 있었지만 그녀는 후원자가 아니었다. 그렇다면 미스 해비샴은 핍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그 답을 찾기 위해 핍은 그녀를 찾아간다.
디킨스의 미스터리 기;법을 사용하려면 중요한 정보를 꼭꼭 숨겨두어라. 예컨대 주인공의 진짜 친구는 누구이고 진짜 적은 누구인지 밝히지 마라. 또 핍이 미스 해비샴을 후원자라고 철석같이 믿었듯이 등장인물이 엉뚱한 사실을 진심이라고 믿고 있으면 이를 미끼로 독자를 엉뚱한 곳으로 유인할 수 있으며, 이외의 진실이 밝혀졌을 때 독자가 받는 충격과 놀라움은 두 배로 커진다.
[3장] 허먼 멜빌처럼 써라
시처럼 아름다운 소설을 쓰고 싶다면 멜빌의 소설보다 훌륭한 스승은 없다. ~~~멜빌은 매사추세츠에서 너대니얼 호손을 만났다. 호손은 훗날 맬빌의 문체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 멜빌의 초고에서 배우는 비밀
멜빌은 밤을 새우면 다음 날 작업에 집중하지 못했다. 그러자 아내는 매일 일정한 시간을 정해두고 작업을 해보라고 권했다. <모비딕>을 쓸 당시 멜빌은 초고에 집중하기 위해 친구는 물론이고 가족으로부터도 자신을 격리시켰다.
멜빌은 너대니얼 호손에게서 이야기 전개 방법을 배웠다고 인정했다.
• 시적 소설, 어떻게 쓸 것인가
멜빌의 문체는 거대한 해일처럼 장면에 정면으로 부딪친다. ~~숨 가쁘게 몰아치는 <마디>의 도입부는 이 혁신적인 작가의 시적 문장이 어떤 것인지 잘 보여준다.
“마침내 출항이다! 항로를 결정하고 돛을 올린다. 산호에 걸린 닻이 뱃머리 쪽에서 덜컹거린다. 사냥개 무리처럼 먼 바다까지 우리를 쫓아온 미풍이 세 개의 돛을 뒤흔든다. 위아래로 활짝 펼쳐져 날아갈 듯한 돛이 여러 개의 보조 돛과 함께 펄럭거리는 소리가 요란하다. 양 날개를 겨드랑이에 접은 매처럼 우리는 바다 위에 돛의 그림자를 드리울 때까지 거친 물살을 가르리라.”
시적 효과를 내기 위해 멜빌은 쓰고 또 썼다. 멜빌과 같은 시적 문체를 쓰려면 우선 시인이 되어야 한다는 얘기인가? 물론 아니다. 소리와 감각에 반응하는 어느 정도의 예술적 감성만 있으면 충분하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모비딕>의 중심 사건이 벌어지기 전인 13장에서 소설의 화자는 뉴베드퍼드의 고래 마을에 도착한다. 13장의 다섯 번째 단락은 두운으로 가득하다.
“테라스가 늘어선 거리 위로 뉴베드퍼드가 보였다. 얼음을 뒤집어 쓴 거리의 나무들은 맑고 차가운 공기 속에서 반짝반짝 빛났다. 술통 위에 술통이 거대한 구릉과 산처럼 쌓여 있는 부두에 온 세계를 돌아다니던 포경선이 마침내 안전하고 조용하게 정박한다. 가까운 곳 어딘가에 목수와 술통 만드는 사람이 있는지 배의 갑판에 방수재로 쓸 역청을 녹이기 위해 불을 지피고 금속을 내려치는 소리가 요란하다. 이 모든 것이 새로운 항해가 시작될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다. 가장 길고 위험한 항해가 끝났다는 것은 두 번째 항해가 시작되었음을 의미하고, 두 번째 항해의 끝은 세 번째 항해의 시작을 의미한다. 항해는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끝도 없는, 아니 참을 수 없는 이 세상의 일상이다.”
• 멜빌은 상징을 어떻게 사용했을까
멜빌은 상징을 사용하는 법을 공부하기에 좋은 작가다. 그는 많은 상징을 사용했을뿐 아니라 그러한 상징을 자신의 작품에 결합하여 핵심 주제를 뒷받침했다. 고래는 분명히 자아의 상징으로, 카를 융이 말한 통합적 인격의 전형이다.
우선 작품에 사용할 핵심 상징을 찾아야 한다. 그러고 나면 부수적인 상징들을 더 깊은 의미와 중요성을 위해 조절할 수 있다. 고래가 인간이 갈망하는 통합적 인격, 즉 자아를 상징한다는 말에 동의한다면, 에이해브가 자아를 찾을 수 없는 이유는 너무나 명백하다. 그는 자신의 가슴에 용서가 깃드는 것을 용납하지 않고, 복수를 향한 삐뚤어진 욕망도 극복하지 못한다. 이런 인물은 결코 행복한 삶을 살 수 없다. 그런 점에서 퀴퀘그가 이상적인 인간의 상징에 더 가깝다. 멜빌은 34장에서 퀴퀘그를 ‘고귀한 야만인’이라고 부른다.
• 등장인물을 만드는 비결
에니해브 선장에 대한 인물 묘사는 모든 문학작품 가운데 가장 유명한 묘사의 하나로 꼽힌다. 기법상의 완성도 면에서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등장인물의 성격을 만들 때 멜빌이 사용한 문학적 장치는 네 가지다.
우선 ‘복잡성’이다. 그는 에이해브를 여러 가지 성격이 충돌하는 인물로 그렸다. 에이해브는 악과 광기로 무장했으며 예측이 불가능한 인물인 동시에 선과 이성, 그리고 예측가능성을 지닌 인물로도 묘사된다.
두 번째 장치는 ‘불확실성’이다. 우리는 펠레그 선장이나 빌다드 선장처럼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 에이해브 선장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그러나 펠레그와 빌다드라는 두 인물은 에이해브에 대해 편향된 시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독자는 그들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수가 없다. 그 바람에 에이해브의 성격은 오히려 더 모호하고 불확실해진다.
세 번째 장치는 ‘선택’이다. 이는 몇 가지 주요 특징에만 집중해서 조명하는 것을 뜻한다. 가령 멜빌은 에이해브를 묘사할 때 그의 광기와 편집증에만 모든 관심을 집중시킨다.
멜빌이 사용한 마지막 장치는 ‘미스터리’다. 그는 에이해브에 대해 아직 알려지지 않았거나 알 수 없는 사실이 몇 개 더 있다고 슬쩍 흘려놓는다. 이 말을 들은 독자는 이 남자에 대해 더 알아야 할 것이 대체 무엇인지 궁금증이 커질 수밖에 없다.
등장인물에 여러 가지 성격을 한꺼번에 부여하는 기법을 과감하게 이용하라. 동일한 등장인물에게 복잡성과 단순성을 함께 부여하는 것을 잊지마라. 오로지 나쁘기만 하거나 오로지 착하기만 한 인물은 에이해브나 홀든 콜필드처럼 선과 악을 동시에 지닌 인물에 비해 설득력이 떨어진다. 주인공을 너무 완벽한 인물로 만들지 마라. 결함과 약점을 부여하라. 그래야 독자는 등장인물을 진정으로 받아들인다. 완벽하지 못한 등장인물의 모습에서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인물을 만드는 과정에 미스터리도 포함시켜라. 몇 가지 정보는 아예 드러내지도, 설명하지도 마라. 등장인물끼리 서로 궁금해하도록 만들어라. 그들의 동기와 행동과 목적을 궁금해 하도록 만들어라. 이러한 긴장과 미스터리는 등장인물의 존재감을 풍부하게 만들어주며 더욱 생동감 넘치는 인물 묘사를 가능하게 해준다.
불확실성의 요소도 첨가할 수 있으면 좋다. 이를 위해 신뢰가 가지 않는 화자를 등장시키거나 제3자의 말이나 생각을 이용하라. 불확실성은 독자 스스로 등장인물에 대한 그림을 그려야 하기 때문에 등장인물의 성격을 만드는 과정에 독자를 참여시킬 수 있는 장치다.
마지막 장치인 선택도 앞에서 말한 세 가지 못지않게 중요한 장치다. 등장인물의 몇 가지 특징만을 부각시켜라. 입체적인 인물을 만들려는 노력은 좋지만 자연주의자들처럼 평범한 사람들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있는 것 전부를 묘사하고자 하면 지나치게 완벽해서 오히려 현실감이 떨어지는 인물을 만드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두세 가지 특징만 잘 선택해도 당신의 에이해브를 만드는 데는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4장]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처럼 써라
도스토예프스키가 다른 어떤 작가들보다도 잘한 것이 한 가지 있다. 그는 굴욕과 수치가 중요한 감정으로 작용하는 세계를 생생하게 그려 독자를 끌어들일 줄 안다. ~~독자 스스로 깊은 수치심을 맛보도록 하는 게 도스토예프스키가 구사한 내러티브 전략의 하나다.
• 도스토예프스키의 최대의 장점 - 관점 장악
불안하면서도 강렬한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도스토예프스키는 치밀하게 계산된 방식으로 인물들의 마음 사이를 이동한다.
구체적으로 그가 사용하는 방법은, 우선 장면을 설정하고 A라는 인물의 마음속으로 침투한 다음 B라는 인물의 마음속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일단 이 기교에 능숙해지면 굴욕이나 수치는 물론이고 모든 감정을 통틀어 지금 진행 중인 이야기에 가장 적합한 감정을 찾아 강렬한 장면을 만들 수 있게 된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죄와 벌>~~~라스코라니코프가 여자 친구인 소냐에게 자신이 살인자임을 고백하는 이 장면은 <죄와 벌>에서 가장 훌륭한 장면 가운데 하나이다. 라스콜리니코프는 당연히 소냐가 자신을 다시는 만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뜻밖에도 소냐는 그를 사랑하며 그가 가엽다고 말한다. 소냐는 라스콜리니코프를 짓누르는 죄책감이 그 어떤 벌보다 고통스럽다는 것을 알고 있다. 친구의 아파트에서 벌어지는 이 장면의 설정은 속전속결로 마무리된다.
“그는 재빨리 문을 열고 문지방에 서서 소냐를 바라보았다. 소냐는 탁자에 팔을 괴고 두 손에 얼굴을 파묻고 앉아 있었다. 그녀는 라스콜리니코프와 눈이 마주 치자마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마치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라슬리니코프에게 다가갔다.” 장면 설정에서조차 긴박함이 느껴지지 않는가? 도스토예프스키는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인물과 그들이 처한 상황을 독자가 분명하게 알 수 있도록 이 장면을 썼다.
다음 단계는 인물의 마음속으로 침투하기다. 이 방법은 혼란의 와중에 있거나 강렬한 감정을 느끼고 있는 인물을 묘사할 때 도움이 된다. 도스토예프스키는 라스콜리니코프가 자신이 리즈베타를 죽인 살인자라고 털어놓자마자 곧바로 그의 마음속을 파고든다.
“그 사실을 털어놓자마자.... 그 장면이 다시 생생하게 떠올랐다. .....그가 도끼를 들고 다가서자 팔을 내저으며 벽을 향해 뒷걸음 질 치던 리즈베타가 짓던 그 표정.... 영락없이 공포에 질린 아이 같던 그 표정이 다시 떠올랐다.”
이 묘사는 기교의 극치를 보여준다. 놀라우리만치 적절한 시점에 라스콜리니코프의 마음을 파고들어 가장 깊숙한 곳에 숨어 있는 감정을 폭로한다.
마지막 단계는 상대 등장인물의 마음속으로 이동하기다. ~~~라스콜리니코프스의 마음속에서 흘러나오는 후회의 목소리를 듣고 난 독자는 이제 소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소냐는 얼른 그를 쳐다봤다. 처음엔 이 불행한 남자에 대한 연민으로 그녀의 가슴은 찢어지는 듯 했다. 그러나 이내 살인이라는 무시무시한 생각이 들자 그녀는 온몸이 얼어붙었다. 소냐는 놀란 얼굴로 라스콜리니코프를 쳐다봤다. 그녀는 왜, 어떤 방법으로, 무엇 때문에 그런 끔찍한 일이 일어났는지 아직도 알지 못했다.”
도스토예프스키가 얼마나 절묘한 타이밍에 전환을 시도하는지 주목하라. 소냐의 감정에 어떤 동요도 일어나지 않는 평범한 순간에는 도스토예프스키의 관점 전환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소냐의 고통이 절정에 도달하는 순간, 그녀가 감정에 휩싸여 거의 제정신을 잃다시피 하는 순간, 살인 이야기를 듣고 충격을 받는 순간, 그리고 그녀의 생각과 감정이 갈등과 혼란으로 소용돌이치는 순간, 도스토예프스키는 비로소 라스콜리니코프에서 소냐로 관점을 이동한다. 또 하나 눈여겨볼 점이 있다. 도스토예프스키는 등장인물이 하는 생각을 무조건 많이 쌓아놓고서 정리와 선택은 독자가 알아서 하라고 책임을 미루지 않는다. 이는 작가에게 중요하고 유용한 기법이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소냐의 생각과 행동을 번갈아 가며 보여준다. 우리는 소냐의 생각을 듣는 동시에 그녀가 하는 행동을 보게 된다. “소냐는 놀란 얼굴로 라스콜리니코프를 쳐다봤다.” 행동은 바로 생각으로 전환된다. “그녀는 왜, 어떤 방법으로, 무엇 때문에 그런 끔찍한 일이 일어났는지 아직도 알지 못했다.” 생각과 행동의 교차는 지금 생각을 하고 있는 인물이 누구인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지 끊임없이 독자의 주의를 환기시킨다. 그 결과 독자는 소설 속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더욱 더 실감나게 받아들인다. 독자는 그녀의 행동을 보고나서 그녀의 마음속으로 들어간다.
완벽한 흐름이다! 하나의 장면 안에서 바늘로 꿰맨 자국이 드러나지 않도록 자연스럽게 한 인물의 마음에서 다른 인물의 마음속으로 이동하는 이 기법만 알고 있으면 산을 움직이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다.
• 도스토예프스키에게서 배우는 장면 전환의 비밀
장면전환은 이야기를 만드는 작가라면 누구나 터득해야하는 필수적 기교다. ~~~<지하로부터의 수기>를 보자. 주인공이 호텔에서 열리는 파티에 가기 위해 마차를 잡는 장면으로 한 장이 끝나고 바로 이어지는 다음 장에서 이미 독자를 위해 장면전환이 이루어져 있다.
“하지만 누가 먼저 도착했는지는 더 이상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도착한 사람이 아무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나는 파티가 열리는 방을 찾지도 못하고 헤매고 있었다.”
많은 말을 하지 않고도 장면 전환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졌다. ~~~특히 도스토예프스키가 화자의 의식을 통해 우리를 새로운 장소로 데려왔음에 주목하자. 이로써 독자는 물리적 묘사와 주인공의 감정에 의해 새로운 장소에 대한 정보를 얻는다. 이때 물리적 묘사는 사실상 최소한으로 사용되고 그보다는 주인공의 감정이 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장면 전환 시 도스토예프스키처럼 감정을 이용하는 방법은 세련된 테크닉에 속한다.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에서도 <지하로부터의 수기>에서와 마찬가지로 세련된 장면 전환이 이루어진다. 표트르 미우소프와 표트르 칼가노프가 새로운 장소에 도착한다. 여기서 도스토예프스키는 두 남자에게 각각 다른 상황을 부여한다. 한 사람은 그곳에 도착하는 순간까지 대학에 입학할지 말지 마음의 결정을 내리지 못한 상태로 남겨둔다. 다른 한 사람은 새로운 장소에 예정된 시간보다 늦게 도착 시킨다. 신속하게 전환되는 두 장면 속에서 독자는 아직도 마음의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는 감정의 짐을 안고 있는 한 남자와, 예정보다 늦게 도착했다는 감정의 짐을 안고 있는 또 다른 남자를 지켜본다. 따라서 독자는 단순히 두 남자가 새로운 장소로 이동했다는 사실 뿐만 아니라 두 인물의 정서적 느낌을 통해서도 새로운 장소에 발을 들여놓는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장면 전환을 따라하고 싶다면 단순히 장소만 바꾸는데 그치는 오늘날 대부분의 작가들은 무시하라고 말하고 싶다. ~~~~명심할 것. 장면 전환은 빨라야 한다. 그리고 단순히 장소를 이동하는 데 그치지 말고 정서적 요소를 보태라. 장소의 빠른 전환과 정서적 요소의 추가, 이 두 가지 방법을 통해 더욱 효과적인 장면 전환이 가능하다.
• 작가의 목소리를 좋아하게 만들려면
여기서 말하는 목소리란 어휘 선택과 문체, 그 밖의 언어 장치를 통해 표현되는 작가 고유의 어조와 느낌, 개성을 가리키는 예술 용어다.
도스토예프스키는 두 가지 방법을 쓴다. 첫째, 그는 1인칭 화자가 등장할 때 종종 화자 스스로 자신의 병약함이나 노쇠함, 나약한 등을 인정하게 한다. 이 방법은 J.D샐리저의 <호밀밭의 파수꾼>, 헤르만 헤세의 <황야의 이리>에서도 효과적으로 쓰였다.
두 번째 비결은 독자와 허물없는 사이가 되는 것이다. 이를 앨버트 삼촌 문체라 부르기도 한다. 두 방법 모두 의심의 여지없이 도스토예프스키가 활동하던 19세기는 물론이고 오늘날까지도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j.D셀린저는 <호밀밭의 파수꾼>에서 홀든 콘필드는 독자에게 자신의 모든 약점과 기벽을 숨김없이 털어놓는다. 셀린저는 이 방법을 누구에게 배웟을까? ~~도스토예프스키다. 도스토예프스키는 독자가 자신의 목소리를 좋아하게 만드는 데 대가였다. 다음은 주인공의 독백으로 유명한 <지하로부터의 수기> 도입부다.
“나는 병자다..... 나는 심술궂은 인간이다. 이것은 아무래도 간장이 나쁘기 때문인 것 같다. 하기는 나 자신의 병에 관해선 아무것도 아는 게 없을 뿐 아니라 내 몸의 어디가 나쁜지 그것조차 확실히는 모르고 있다. 나는 의학이나 의사를 존경하고는 있지만 치료라는 걸 받고 있지는 않다. 그리고 여태까지 받아본 적도 없다. 게다가 나는 극단적인 미신가이다. 이를테면 의학 따위를 존경할 만큼 미신가란 말이다.(나는 미신가가 되지 않아도 될 만큼은 충분한 교육을 받았지만 그래도 역시 미신가이다). 좋다. 오기로라도 의사의 치료 같은 건 받지 않을 작정이다.”
~~~독자는 이 인물에 대해 거부감보다 호기심이 더 커진다. 말하자면 ‘세상에 뭐 이런 괴상한 인간이 다 있지? 분명 뭔가 흥미로운 이야기가 숨어 잇을 것 같군!’하는 식이다. 도스토예프스키는 독자로부터 이런 반응을 끌어내어 책장을 넘기게 만든다.
• 도스토예프스키의 등장인물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이유
도스토예프스키는 등장인물을 묘사할 때 인물의 개성을 확실히 드러낸다. “드미트리 표도로비치는 보통 키에 호감이 가는 용모를 지닌 스물여덟 살의 청년이었지만 나이보다 더 늙어 보였다.” 척 문장부터 독자의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드미트리는 왜 나이보다 더 들어 보일까? 이것은 무슨 의미일까? 구성이 완벽한 소설에서는 묘사 하나조차 의미 없이 쓰이는 경우란 거의 없다.
“그는 근육질의 몸을 자랑하며 매우 건강해 보였지만 얼굴에서는 뭔지 모를 병색이 느껴졌다. 약간 튀어나온 크고 까만 두 눈은 한 곳에 시선을 집중하고 있는 것 같으면서도 어딘가 안전성이 없어 보였다.” 드미트리에 대한 묘사가 길어질수록 궁금증이 해결되기는커녕 호기심만 더 커진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인물의 안에 숨어 있는 특징은 밖으로 드러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등장인물의 외모는 곧 그 인물의 내면이며 성격이다. 이를 아는 작가들은 등장인물을 묘사할 때 인물의 미묘한 성격적 특성에 초점을 맞춘다.
도스토예프스키의 등장인물이 깊은 인상을 남기는 또 다른 이유는 그들의 격정적이고 혼란스러운 생각 때문이다. <지하로부터의 수기>에서 화자는 리자라는 매춘부를 만난다. 그러나 막상 그녀가 집으로 찾아오자 몹시 당황한다. 돼지우리나 다름없는 곳에서 비참하게 살고 잇는 자신의 처지를 보이기 창피해서다. “나는 무엇에 호되게 얻어맞은 듯 볼썽사나운 꼴로 그녀 앞에 서 있었다. 넝마가 다 된 옷 앞섶을 서둘러 여미면서 빙그레 웃고 있었던 것 같다.” 작가가 인물을 격정과 혼란에 빠트리는 순간 그 인물은 더 이상 평범한 사람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 독자의 맥박을 빨라지게 하는 도스토예프스키의 묘사 방법
[5장] 크누트 함순처럼 써라
• 작가의 장애물 극복하기
• 헤밍웨이와 카프카를 가르친 남자
• 지배적 특징을 넘어서는 글쓰기
• 다중 시간대 기법
• 꿈 활용하기
함순은 중니공의 생각을 더 깊숙이 파고들기 위하여 도스토예프스키에게 배운 한 가지 기법을 사용했다. 꿈 장면을 이야기 속에 집어넣는 것이다.
<신비>의 마지막 페이지에서 함순은 독자가 소설이 끝날 때까지 그것이 꿈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하도록 꿈 장면을 사용한다. 그는 소설 초반부에서도 꿈을 사용하여 독자에게 중니공인 네이글이 목에 걸고 다니던 약병에 든 독약을 먹고 자살하려 한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6장] 이디스 워튼 처럼 써라
워튼만큼 문장을 다듬는 데 많은 공을 들이면서 정제된 우아함을 선보인 작가도 흔치 않다.
• 워튼처럼 간결하게
간결한 문장을 위해 워튼이 사용한 문학적 기교는 모든 희극 배우들이 훌륭한 공연을 위해 갈고 닦는 기술과 다르지 않다. 문장의 간결함은 작가들에게 기대 이상의 효과를 가져다준다.
윌리엄 포크너나 제임스 조이스만 봐도 간결함이라는 말과는 너무나 동떨어져 있다. 그러나 워튼에게는 자신의 작품을 간결하게 압축해야 하는 분명한 문학적 이유가 있었다.
간결한 문장은 엄청난 노력의 산물이었다. “워튼은 초기에 문장의 간결함과 엄격함에 사로잡힌 나머지 형용사를 사냥하며 글을 썼다고 자서전에서 밝혔다.
<이선 프롬>에서 ~~~메티가 자신의 집에 머문 지 얼마 되지 않아 이선은 그녀를 사랑하게 된다. “매티 실버의 모습과 목소리만이 그의 모든 인생이 되었다.” 얼마나 짧고 달콤한 문장인가.
이선과 매티가 운명의 나무를 향해 돌진 하는 장면에서도 워튼은 장황한 묘사로 속도를 늦추지 않고 곧장 핵심으로 들어간다. “마지막 순간, 수백만 개의 전깃불이 타오르듯 세찬 바람이 그를 때렸다.” 문장은 직접적이다. 복잡한 추가 설명도 없다. 그럼에도 강렬하다.
• 첫눈에 반한 사랑을 묘사할 때
워튼의 영향력이 특히 강하게 그리워진 분야는 연애와 사랑을 다룬 소설이다. 그녀가 사용한 전통적인 기교는 ‘첫눈에 반한 사랑’이다. 이선은 매티를 보자마자 홀딱 반한다. “그녀가 도착하던 날 이선은 플랫스로 마중을 나갔다. 그녀는 손을 흔들며 ‘이선 맞죠?’ 하더니 짐을 들고 기차에서 뛰어내렸다. 이러한 장치는 <아이들>에도 등장한다. 이 소설은 노골적인 성적 묘사가 빠진 나보코프의 <롤리타>를 떠올리게 한다. <이이들>의 중니공인 중년의 엔지니어는 열다섯 살 소녀에게 반한다. 그는 소녀가 동생과 함께 유람선의 계단 위를 오르고 잇을 때 그녀를 처음 본다.
“남자 나이가 마흔여섯쯤 되면 스무 살 때 그랬던 것처럼 매력적인 여자의 얼굴을 보고 숨이 멎는 경우가 드물다. 그러나 정말 드믄 경우이긴 하지ㅐ만 거부하기 힘들 만큼 매력적인 얼굴을 보았을 때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보인은 예쁜 얼굴보다는 흥미로운 얼굴을 좋아했다. 그러나 이제 자신의 기준을 바꿔야 할 것 같다는 불안한 느낌이 엄습했다. 그렇게 어린 소녀의 얼굴에서 그토록 슬픈 우아함을 본 적은 없었다.”
사랑이라는 주제를 파고들 때 사용할 수 있는 또 다른 장치는 등장인물의 마음을 열고 들어가 다른 사람들에게 숨기고 있는 갈망과 욕망을 드러내는 것이다. <순수의 시대>에서 뉴랜트 아처와 올렌스카 백작부인은 각자 아내와 남편이 있는 기혼자들로, 백작부인은 아처의 아내와는 사촌지간이다. 아처가 백작부인을 마중하러 기차역으로 가는 장면에서 워튼은 아처의 마음을 열고 들어가 앞으로 일어날 장면을 위해 로맨틱한 설정을 해 둔다.
“그는 마치 철부지 남학생처럼 기대에 부풀어 올렌스카 부인이 기차에서 내리는 장면을 그려보았다. 저 멀리 그에게는 아무런 의미도 없는 사람들의 얼굴 사이로 그녀가 보인다. 그가 마차로 안내하는 동안 그녀는 그의 팔에 착 달라붙어 떨어질 줄 모른다. 부두로 가는 길은 더디다. 무거운 짐을 가득 실은 마차, 발을 헛디디는 말들, ‘이랴 이랴’ 외치며 말을 재촉하는 마부들의 소음이 지나가면 어느새 사방에 고요함이 감도는 배 안에 들어와 있다. 두 사람은 지붕에 눈을 뒤집어쓴 마차 안에 나란히 앉아 있다. 온 세상은 그들 밑으로, 태양의 반대편으로 지나가고 있는 듯하다. 그녀에게 하고 싶은 말이 넘쳐흐른다. 그의 입술 끝에는 그녀를 현혹할 말들이 매달려 있다....”
도리트 콘도 지적한 바 있지만, 작가가 등장인물의 생각을 드러내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그는 생각했다”, “~~~했던 일이 떠올랐다.” 처럼 생각을 서술하는 구절을 이용하여 등장인물의 생각을 말로 드러내는 것이다.
사랑을 표현하는 또 다른 수단은 대화다. 아처는 백작부인에게 말한다. “그래요, 나는 정말이지 당신을 훔쳐서 그런 단어, 그런 분류가 존재하지 않는 세상으로 달아나고 싶습니다,. 그곳에서 우리는 단지 서로 사랑하는 두 사람의 생각일 뿐이겠지요. 당신은 나의 모든 것이고, 나는 당신의 모든 것인 두 사람의 인간일 뿐입니다. 이 세상의 어떤 일도 우리와는 상관이 없습니다.”
• 중요한 정보는 반복하라
작가가 너무 많은 것을 이야기하는 것도 문제지만 지나치게 정보를 아끼는 것도 올바른 선택은 아니다.
<이선 프롬>에서 워튼은 초반부에 이선의 짧은 학력에 대한 몇 가지 정보를 구체적으로 밝힌다. “그는 우스터 공대를 1년 정도 다녔다.” 워튼은 몇 페이지 뒤에서 메티와 사랑에 빠진 이선을 묘사하면서 그의 학력을 다시 한 번 언급한다. “w마시 맛본 대학교육이 이선에게 그런 감수성을 선사했다. 아무리 비참한 순간에도 이선은 대지와 하늘이 자신에게 걸어오는 말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럴 때마다 이선은 깊고 강렬한 감동을 느꼈다.”
중요한 정보를 반복할 때는 다른 단어를 사용하고, 이를 의미 있는 문맥 속에 끼워 넣는 것이 요령이다.
• 워튼의 배경 묘사
적어도 작가라면 실제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세 가지 도구를 이용하여 이야기로 옮길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세 가지 도구란 선택과 압축, 통합이다.
선택은 묘사할 내용을 그리는 과정을 말한다. 사람은 눈으로 수없이 많은 r서들을 보고 귀로는 온갖 소리를 듣는다. 눈과 귀뿐 아니라 그 밖의 다른 감각기관들도 엄청나게 많은 것들을 받아들여 포화상태에 이른다. 이러한 불협화음속에서 작가는 중요한 것을 선택해야 한다. <이선프롬>의 첫 장면에서 이선은 눈을 헤치고 메티를 만나러 간다.
“온 동네가 60센티미터 깊이의 눈에 묻혀 있고, 발람 부는 골목 모퉁이에는 눈 더미가 쌓여 있었다. 쇳빛 하늘엔 북두칠성이 고드름 같이 매달렸고, 오리온자리는 차가운 빛을 내뿜었다.”
매티를 만나러 가는 도중에 나무들도 있었지만 워튼은 나무에 눈길 한 번 주지 않는다. 지평선도 보였지만 역시 워튼은 지평선에 대해 단 한 마디도 해야 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다른 세부적인 배경들은 모두 무시한 채 워튼은 마치 화가처럼 오직 자신이 필요한 것들만 선택했다. 그녀는 빛을 이용하여 최대의 효과를 얻기로 하고, 교회 창문에서 흘러나오는 빛이 눈 덮인 거리를 비추는 모습을 묘사한다.
“교회 창문에서 흘러나오는 빛이 눈 덮인 거리를 비추는 모습을 묘사한다.
“교회 지하실에서 새어나온 노란 불빛들이 끝없이 일렁거렸다.” 배경을 최대한 신중하게 선택하여 펼쳐 놓으면 독자는 비로소 작품 속의 세상으로 성큼 발을 들여놓고 그 세상에서 살고 있는 등장인물들을 마음속에 그리기 시작한다.
압축은 몇 개의 단어로 묘사를 대신하는 기법이다. <순수의 시대>에서 백작부인은 유럽으로 떠나기 전 아처와 마지막 작별 인사를 나눈다. 이 장면에서 워튼은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 위해 몇 가지 세부사항만을 사용한 압축 기법을 보여준다. 백작부인은 마차를 타고 있고, 마차 안은 어둡다. 아처는 영원히 다시 보지 못할 그녀가 곧 떠나려 하는 데도 여태 그녀와 제대로 된 대화 한 번 나눌 기회를 갖지 못했다. 워튼은 한 줄의 짧은 문장으로 두 연인의 관계를 요약한다.
“잠시 그는 대형 란다우 마차 안의 어둠 속에서 갸름한 얼굴과 빛나는 눈을 어렴풋이 보았다. 그녀는 떠나 버렸다.”
무엇이 더 필요한가? 워튼은 이 장면의 정수만을 압축하여 뽑아냈다. 단어를 생략하고 묘사를 줄이고 초점을 좁힌다면 워튼처럼 압축의 묘를 살릴 수 있다.
세 가지 방법 중에서 아마도 가장 세련되고 정교함을 필요로 하는 기법은 통합이 아닐까 싶다. 통합은 행동이 벌어지는 동안 배경이 되는 장소를 묘사하는 기법이다. <이선 프롬>에서 워튼은 눈 덮인 쓸쓸한 공간에 대한 묘사를 서시와 결합하면서 마치 다른 세상에 와 있는 듯 한 낯선 감정을 낳는다. 이런 장면은 통합이 무엇인지, 특히 사적인 통합이 무엇인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전나무 밑이 너무 어두워서 바로 옆에 있는 그녀의 머리가 윤곽만 겨우 보였다.”
전나무들이 어둠을 알려주는 역할을 하는 동시에 낭만적인 고립을 암시하는 장치로도 사용되고 있다. 잠시 후 그들은 함께 걷는다.
“그들은 말없이 짙은 솔송나무 그늘을 지나 걸었다. 어둠 속에 이선의 정미소가 솟아 나와 있었다.”
다시 한 번 배경은 두 사람의 관계를 더욱 의미 있게 만들어 주는 고립감을 주며 그들의 행동과 결합된다.
썰매 타기가 있기 직전 이선과 매티는 결말을 향해 가고 있다는 암시라도 되는 양 교회에서 울려 퍼지는 종소리를 듣는다.
“정적을 뚫고 교회 종이 다섯 번 울렸다.”
• 전조
<이선 프롬>은 비극적 사랑으로 끝나는 절망적인 이야기이다. 워튼은 독자가 비극적 결말에 대비할 수 있도록 다가올 일들을 암시하는 단어들을 흘려 놓는다. 소설 중반쯤 우연히 부모의 묘지를 지나가던 이선이 비석에 쓰인 문구를 바라보는 장면에서 워튼은 이렇게 쓴다.
“그는 문득 자신과 지나가 죽은 후에도 그런 문구가 새겨질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즉 보모의 비석을 통해 한찬 후에 일어날 그의 죽음이 미리 예고되고 있다.
• 워튼이 활용한 깨달음의 순간
깨달음의 순간이란 등장인물이 자신의 세계에 대해 눈을 뜨는 시점을 말한다. ~~~아하! 하고 무릎을 치는 순간이다.
[7장] 서머싯 몸처럼 써라
몸의 문체는 복잡함과는 거리가 멀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가리켜 “감결한 문체를 지닌 최초의 거장” 이라고 부른다.
• 몸은 어떻게 등장인물을 선택했을까
등장인물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목표는 서로 대조적인 성격을 지닌 인물을 균형 있게 등장시키는 것이다.
<인간의 굴래>의 주인공 필립 케리는 예민한 감수성을 지닌 젊은 의사로 몸 자신의 모습을 반영한 인물이다. 또 다른 주요 인물인 멜드레도 로저스는 필립과는 정반대의 인물이다. 자신만만하고 음탕하며 잔인한 그녀는 사사건건 필립과 충돌한다. 둘의 관계가 깊어질수록 밀드레드는 점점 가학적이 되고 필립은 그녀가 주는 고통을 오히려 즐기는 지경에까지 이른다.
“그들은 눈만 마주치면 싸우려 들었다. 하지만 그는 사실 그녀를 사랑하는 자신을 증오했고, 그녀는 언제까지고 그를 업신여길 것처럼 보였다.”
항상 상대방의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두 사람은 완벽하게 의견이 일치하는 경우가 단 한 번도 없다.
폴 고갱을 소재로 한 실화 서설<갈과 6팬스>에도 정반대의 성향을 지닌 인물들이 등장한다. 주인공 찰스 스트릭랜드는 잔인하고 냉정한 화가다. 그는 오로지 예술에만 관심이 있을 뿐 인간 따위는 그에게 아무런 의미를 지니지 못한다. 아내를 존중하는 마음 또한 전혀 없어서 그림 공부를 위해 파리로 훌쩍 떠나버리면서도 혼자 남을 아내는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 또 다른 인물인 덕 스트로브는 이류 화가로 스트릭랜드의 친구가 된다. 두 사람은 서로 멋진 조합을 이루면서도 성격 면에서는 정반대 성향을 보인다. 스트릭랜드가 냉정하고 타인에게 관심이 없는 반면 스트로브는 마음이 여리고 타인에게 친절하다. 스트로브는 친구인 스트릭랜드에게 호의와 친절을 베풀지만 이기작인 스트릭랜드는 스트로브의 아내를 빼앗는 것으로 그 친절을 되갚는다.
• 장 나누기
가장 소홀히 다루고 있는 기교 중의 하나가 빠르고 느린 장의 교차 편집이다. ~~~극적인 행동이 중심이 되는 장과 설명이 중심이 되는 장을 번갈아 배치할 때 독자의 즐거움은 두세 배 늘어난다. 몸은 빠른 장과 느린 장을 교대로 배치했다.
<면도날>의 주인공은 정신적 깨달음을 얻고 싶어 하는 래리 다랠이라는 청년이다. 소설 초반에는 래리가 사업 대신 공부를 하고 싶다는 말로 약혼녀를 놀라게 하는 극적인 장면이 배치된다. 약혼녀가 실망감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애쓰면서 이 장면의 극적 긴장은 한층 강화된다. “그녀의 가슴은 미칠 듯 뛰었고 걱정이 밀려들었다.” 겉으로는 태연한 척 하지만 그녀는 래리와 결혼하지 않기로 결심하고 약혼반지를 돌려달라고 한다. 이 장이 끝나면 그녀는 차분하게 가족과 친구들에게 래리와의 약혼이 깨졌음을 알린다. 느린 장으로 바뀐 것이다.
문단의 길이를 조절하여 교차 편집과 똑같은 효과를 거둘 수도 있다. 길이가 긴 문단은 느린 장면인 경우가 많다. 전체가 짧은 문단으로 구성된 장을 앞에 배치하고 바로 뒤에 긴 문단으로 구성된 장을 배치할 수도 있다.
• 이야기를 앞으로 밀고 나가기
이야기를 진전시키는 한 가지 방법은 힘든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 속으로 등장인물을 밀어 넣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독자는 등장인물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궁금해할 수밖에 없다.
<인간의 굴레>에서 몸은 등장인물을 난처한 상황에 빠뜨려 결정을 내리길 요구한다. 열여섯 살의 세실리아는 아시아 남자와 관계를 갖는다. 하숙집 주인은 용서할 수 없다며 그녀를 내쫓겠다고 협박한다. 선택의 기로에 놓인 세실리아는 수많은 갈등 끝에 결국 연인과 함께 달아나기로 한다.
미래에 벌어질 사건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고 앞으로 일어날 일을 광고하여 독자의 기대를 부풀리는 것은 이야기를 속도감 잇게 진행시킬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이다.
• 깜짝 놀라게 하기
글쓰기란 결국 당장 필요한 만큼만 이야기를 드러내고 나머지 사건은 마지막에 독자를 놀라게 하기 위해 숨겨놓은 일종의 게임이다.
몸이 뜻밖의 사건으로 독자를 놀라게 할 때 결코 의외의 인물에게 사건이 일어나게 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하라. 몸은 뜻밖의 사건을 일으킬 때 항상 개연성을 염두에 둔다. 그렇다. 뜻밖의 사건에는 반드시 타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뜻밖의 사건은 전체 이야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야 한다.
밀드레드가 돌아온 것은 놀랍지만 한편으로는 충분히 있을 법한 일이며 전체 줄거리에도 들어맞는다. 독자는 밀드레드가 애정에 굶주린 인물이고 한때 필립을 사랑했음을 알고 있다. 따라서 독자는 그녀가 찾아온 시점에 놀라기는 하지만 필립을 찾아온 것 자체는 당연한 일로 받아들인다. ~~~뜻밖의 사건은 사실상 미리 준비되어야 한다.
개연성과 더불어 뜻밖의 사건이 갖추어야 할 또 다른 조건은 그 사건을 통해 독자가 알지 못했던 등장인물의 면모가 드러나야 한다는 것이다. 결혼보다는 공부를 하고 싶다는 래리의 발언을 통해 우리는 그가 깨달음을 추구하는 인물이라는 사실을 확실하게 알 수 있다. 돌아온 밀드레드와 노라 사이에서 밀드레드를 선택하는 필립을 보면서 독자는 그가 어떤 인물인지 더 잘 알게 된다.
• 작가의 인생을 작품 속에 집어넣기
몸은 작품 속에 자신의ㅐ 모습을 집어넣기 좋아했다. 몸 스스로 “나는 내가 살아온 인생을 작품 속에 집어넣는다.”라며 이 점을 인정했다.
예를 들어 어린 시절 말을 더듬었던 몸의 장애가 소설에서는 필립이 다리를 저는 것으로 바뀌어 묘사된다.
개인의 경험을 작품에 이용할 때 그 경험과 관련된 실존 인물이 글 속에 묘사된 인물이 자신이라는 사실을 눈치 채면 명예훼손으로 소송을 걸어올 수 있으므로 조심 해야 한다. 그들의 눈을 속이려면 두 명의 실제 인물을 한 사람의 가상의 인물 속에 섞어놓거나 직업으로 장소를 바꿔줄 수도 있다.
• 몸처럼 꾸준히 작업하기
몸은 규칙적인 생활을 유지하면서 아흔한 살까지 장수를 누렸다. ~~~“어디에 있든지 매일 아침 여덟시면 눈을 뜨고 아침을 먹고 나서 잡다한 일을 처리한 후 늦어도 아홉 시에는 책상에 앉아 네 시간 동안 글을 쓴다고 몸은 말했다” -가슨 캐닌의 증언.
그 네 시간 동안 몸은 자신의 인생 경험이라는 거대한 창고를 이 잡듯이 뒤졌다. ~~~“작가가 되고 싶다면 인생의 모든 우여곡절을 겪어 봐야 한다.”
작가는 책상 앞에서만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하루 종일 쓴다. 생각에 잠길 때나 책을 읽을 때, 그리고 무언가를 경험하고 잇을 때 작가가 보고 느끼는 모든 것은 글쓰기에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의식하든 의식하지 못하든 작가는 항상 자신이 받은 인상을 가슴 속에 저장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몸이 우리에게 전하는 가르침은 두 가지다. 첫째, 규칙적으로 글을 써야 한다. 둘째, 개인의 경험을 작품 속에 녹여야 한다. 그러려면 피상적인 인생을 뛰어넘어 다양한 인간관계를 진심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한 경험을 해본 것만으로도 당신의 작품에 그 경험들이 반영될 수 있다.
[8장] 에드거 라이스 버로스처럼 써라
어느 날 싸구려 잡지에 실린 소설을 읽던 버로스는 친구에게 이렇게 말했다. “내가 써도 이거보단 잘 쓰겠다.” 친구는 어디 한번 써보라고 버로스를 부추겼고, 그 결과 새로운 역사가 탄생했다. 버로스의 첫 소설 <화성의 공주>는 역사상 가장 성공한 과학소설 시리즈 중 하나로, 가상의 행성 바르숨(화성을 가리킴)을 중심으로 빠른 속도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 타잔에서 배울 수 있는 것
버로스가 오늘날의 작가들보다 뛰어난 점 한 가지는 이야기를 정상적인 상황에서 시작한다는 점이다. 그는 혐오감을 주거나 거부감을 주는 이름을 가진 인물로 이야기를 시작하지도 않고, 낯설거나 생소한 장소에서 이야기를 꺼내지도 않는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사실 주류 문학계의 소설들조차도 매번 이 함정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 그들은 이야기를 시작하자마자 한 번도 보지 못한 가상의 세계를 보여주거나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괴상한 이름을 들려주면 독자의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이는 처음부터 독자에게 소외감을 느끼게 한다. ~~~익숙한 것을 먼저 소개 하고 나서 덜 익숙한 것으로 넘어간다.
<유인원 타잔>의 도입부에는 제목과 달리 동물들과 대화를 나누는 유인원이 등장하지 않는다. ~~~소설은 아프리카로 여행을 간 영국인 존 클레이든이 아내와 함께 정글에서 길을 잃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곳에서 클레이튼 부부는 암컷 침팬지가 훔쳐 가서 키우고 있던 인간 갓난아기를 발견한다. 이 아이가 바로 타잔이다.
• 이름도 중요하다
• 버로스처럼 이야기의 완급 조절하기
첫째, 빠르게 전개되는 장면이 끝난 후 잠시 한숨을 돌리며 극적인 휴식을 취했다. 극적인 휴식 또는 극적인 대비는 효과적인 완급 조절에 기여하기 때문이다. 몸과 달리 버로스는 속도를 줄이는 대신 지금까지 진행하던 줄거리에서 그에 못지않게 흥미진진한 새로운 줄거리로 이동함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새로운 장면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일으킨다.
두 번째 방법은 문학작품에서 가장 흔하게 사용하는 방법으로 어떤 특정 부분에서 행동의 속도를 올렸다가 그 다음에 속도를 늦추고 숨을 고르는 방법이다.
• 갈등은 왜 반드시 필요할까
버로스는 다작가였다. 그는 작품을 빨리 썼다. ~~~몇 가지 방법을 공식처럼 써먹었다.
-“낯선 이방인이 등장한다.” 정글의 타장, 화성의 존 카터, 내부세계의 데이비드 인스, 금성의 카슨 네이피어가 그렇다.
-주인공은 “타고난 전사이며 훈련받은 전사이다.”
-주인공은 수적 열세에서 시종일관 야만인 무리에 쫓기다가 캄캄한 감방에 갇힌다.
-버로스의 모든 주인공은 낙천적이다.
-궁극적으로 주인공은 강인한 체력과 뛰어난 두뇌, 용맹함을 앞세워 적들을 물리친 다음 집으로 돌아가거나 더 살기 좋은 새로운 장소를 발견하면 그곳에 눌러앉기도 한다.
-단 한 번의 예외도 없이 주인공은 위험에 처한 아가씨를 구해 주고 반드시 그녀와 사랑에 빠진다. 주인공이 사랑하는 아가씨는 명문가 출신에 아름답고 도발적이다.
-수많은 전투와 목숨을 건 아슬아슬한 탈출을 한다.
이 모든 것 하나하나가 갈등과 관련되어 있다. ~~~버로스의 어떤 책을 펼치더라도 갈등이 꿈틀거린다. 그의 소설에서는 팔다리가 여섯 개인 거인이나 날개 달린 인간들에게 쫓기는 주인공, 전쟁 중인 부족의 포로가 되거나 미개한 원시인에게 위협ㄷ아하고 짐승이나 공룡에게 공격당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중니공이 사랑하는 여인은 항상 사악한 부족의 포로가 된다. 대게 이런 부족의 우두머리는 욕정이 넘치고 잔인하기 짝이 없어서 매번 붙잡아온 여인들을 겁탈하려고 한다.
• 이야기 속에 로맨스를 집어넣는 법
[9장] 프란츠 카프카처럼 써라
• 카프카의 성공 비결
때때로 카프카의 문장을 읽다 보면 꼭 변호사가 작성한 계약서 같다는 느낌이 든다. ~~~신기한 것은 그런데도 무척 재미있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분명하고 정확한 언어의 사용이다. 이러한 특징은 특히 소설의 도입부에서 두드러진다.
카프카처럼 핵심을 찌르는 간단명료한 문장으로 시작해본 적이 있는가?
“누군가 요제프 K 를 중상 모략한 것이 틀림없다. 왜냐하면 어느 날 아침 그는 잘못한 일이 전혀 없는데도 체포되었기 때문이다.”
<심판>의 첫 문장에서는 소설 전체의 줄거리와 갈등이 압축되어 있다.
• 카프카의 위대함은 줄거리에 접근하는 방법에 있다.
[10장] D.H. 로렌스처럼 써라
• 구성과 원고 쓰기
로렌스는 최대한 빨리 초고를 완성하고 원고 수정에 들어갔다. 로렌스의 수정 작업은 단순히 초고를 수정하는 작업이 아니었다. 윌리엄 포크너는 수정 작업을 할 때 단순히 페이지의 배열을 다시 하는 정도였고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교정을 보는 정도였지만 로렌스는 처음부터 완전히 새로운 작품을 쓸 때가 많았다.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그는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은 첫 페이지부터 이야기를 완전히 새로 썼던 것이다! 이런 작업을 통해 주요 인물들 간의 관계나 동기가 초고와 180도 달라지기도 했다.
최초의 <사랑에 빠진 여인들>은 1913년에 완성되었다. 당시 제목은 <자매들>이었다. ~~~1914년 초반에 세 번째 버전이 완성됐고 이 작품에는 <결혼반지>라는 제목이 붙었다. ~~~1916년에 다섯 번째 시도가 있었고, 로렌스는 이 작품을 타자로 친 다음 수정작업을 했다.
많은 작가들은 이야기의 절정이나 결론을 정해놓지 않고 글을 시작한다. 로렌스도 마찬가지였다. 이 방법을 ‘등장인물의 망령’이라 부른다. ~~~로렌스의 방법은 주먹구구식이며 체계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긴장을 풀고 로렌스처럼 등장인물을 살아 움직이게 만들어 보면 뜻밖에도 로렌스의 방식이 매우 효과적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이야기를 구성하는 일은 두 번째 순서에 밀려나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초고를 쓰는 일이 더 쉬워질 것이다.
• 로렌스는 단순한 장면에서 어떻게 흥분을 만들어냈을까
로렌스는 눈에 띄는 액션 장면이나 총격전 대신에 사람들의 관계를 묘사하는 데 심혈을 기울인 작가다. 하지만 사람들 간의 관계를 묘사하면서도 액션 장면 못지않은 흥분을 만들어냈다.
• 로렌스와 상징의 힘
[11장] 윌리엄 포크너처럼 써라
어떤 독자들은 실제로 포크너라는 이름난 들어도 지레 겁을 집어 먹는다. 그만큼 그의 작품은 어렵고 복잡하기로 유명하다.
대단한 술고래였던 포크너는 그의 많은 소설에서 배경이 된 미시시피 주의 요크나파타파는 실제로 존재하는 곳이 아니라 그가 만들어낸 가상의 공간이다. ~~~대단히 복잡한 데다 방대한 어휘를 사용하여 지나치게 장식적인 문장으로 흐르는 경향이 있다.
포크너는 지독하게 단어를 사랑한 사람으로 유명하다. 그의 동생은 포크너가 사용하던 사전이 책장마다 접힌 자국으로 너덜너덜했다고 전한다. 포크너는 언젠가 너무 안전한 단어만 사용한다는 이유로 헤밍웨이를 비난했다. 포크너와 헤밍웨이는 거의 동시대에 인기를 누렸지만 여러 면에서 두 사람은 정반대의 유형이었다. 헤밍웨이가 단어를 아끼고 압축된 글을 쓴 반면 포크너는 주로 복잡하고 장황한 글을 썼다.
포크너가 즐겨 다룬 주제는 인종 관계다. ~~~때때로 지나치게 미사여구가 많고 이해하기 어려운 문체를 사용했지만 그렇지 않았을 때 포크너의 소설은 비교 대상을 찾아보기 힘들 만큼 아름답다.
• 소설가와 논픽션 작가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포크너의 작업 방법
글을 쓸 때 다른 일들은 생각하지 마라. 모든 걱정을 제쳐 두고 지금 쓰고 있는 이야기에만 집중한다면 하찮은 일들에 신경 쓰느라 시간을 낭비하는 때보다 더 빠른 속도로 작품을 진행할 수 있다.
포크너는 작품을 진전시키기 위해 또 다른 방법도 활용했다. 글쓰기의 문체의 비밀을 배우기 위해 아무 거리낌 없이 다른 작가들의 글을 모방한 것이다. 시를 쓸 때는 영국 시인인 A. E. 하우스먼이나 엘저넌 스윈번, 알프레드 테니슨이나 T. S. 엘리엇의 시를 거리낌 없이 모방했다. 이렇게 배운 시적 문체는 소설에도 반영되었다.
• 어디서 이야기를 시작할 것인가
<성역>은 물을 마시기 위해 분수 앞에 멈춰선 호레이스와 건너편에 서 있던 포파이가 마주보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내가 죽어 누워 있을 때>는 애디 번드런을 위해 관을 만드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음향과 분노>는 제정신이 아닌 벤지의 횡설수설로 시작하고 <8월의 빛>은 엘라배마를 떠난 라나 그로브가 미시시피 주에 도착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포크너는 이미 이야기가 진행 중인 상황에 뛰어들어 소설을 시작하는 방식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포크너는 주로 이야기의 한복판이 아니라 주변부에서 소설을 시작한다. <성역>은 포파이와 호레이스가 만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즉 포파이가 템플 드레이크를 납치해서 강간하는 소설의 주요 행동은 나중에 일어난다.
<8월의 빛>도 시간이 뒤죽박죽이다. 회상 기법까지 빈번하게 사용된 이 소설은 조 크리스마스라는 인물에 관한 이야기다. 흑인과 백인의 피가 반반씩 섞인 그는 정당방위 차원에서 백인 여자를 살해하고 자신도 잔인하게 살해당한다.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하기까지 뜸을 들이면서 소설의 배경이 되는 이야기를 깊이 있고 복잡하게 쌓아나감으로써 포크너는 입체적이고 그럴듯한 세계를 창조한다.
• 장면, 장, 책의 마무리
포크너는 소설의 시작도 독특하지만 이야기의 결론을 내리는 방법도 눈에 띄게 예술적이다. 존 가드너는 이를 가리켜 ‘울림이 있는 결말’이라고 부른다. 이런 결말에서는 등장인물이나, 이미지, 사건들만으로 지금까지 한 이야기를 요약하거나 다시 떠올리게 하여 감동을 주지는 않는다. 독자는 그동안 연관성을 찾기 힘들었던 인물과 이미지, 사건이 서로 앞뒤가 들어맞아 마침내 중요한 것들이 모두 연결되는 느낌을 통해서 감동을 얻는다.
포크너의 특징인 복잡함은 장면과 장, 소설을 마무리하는 방식에서 뚜렷하게 드러난다. 포크너는 종종 울림이 잇는 결말을 통해 이전의 사건들을 떠올리게 만들고 연관성의 그물망 위에서 그 사건들을 연결시켜 의미를 강화하고 인상을 극대화한다. ~~~마지막 문장에서 ‘그러나’라는 단어는 피해라. ‘그리고’가 들어간 문장이 작품을 훨씬 강력하게 마무리하는데 도움이 된다.
• 등장인물 만들기와 주제
포크너는 <8월의 빛>에서처럼 란 장 전체를 등장인물이 현재 하고 있는 행동을 묘사하는 게 아니라 그들은 어떤 사람이고 어디에서 왔으며 과거에는 어떤 일을 했고 어째서 미래에는 기이하고 예상치 못한 일을 저지를 것 같은가에 대한 설명으로 가득 채우기도 한다.
이런 방법에서 배울 수 있는 점은 무엇일까? ~~~
첫째, 등장인물 창조를 하나의 장사 수단으로 생각해야 한다. 작가는 등장인물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이야기 전개에 따라 인물에 변화를 주어야 한다. 그러나 동시에 등장인물에 대한 윤곽이 머릿속에 대충 잡힌 다음에는 그들 스스로 나아가도록 내버려둘 필요도 있다.
포크너는 “일단 등장인물들이 살아 움직이기 시작하면 그들은.~~~~ 순식간에 뛰어나간다. 작가는 그들이 하는 말과 행동을 제때 받아 적기 위해 전력으로 질주해 그들을 뒤쫓는다.~~~~이야기의 주도권은 그들이 쥐고 있다.~~~ 작가는 그저 그들을 따라다니며 받아 적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둘째, 관찰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훌륭한 등장인물은 입체적이고 진짜 살아 있는 인물처럼 보인다. 그들은 스스로 일어서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라고 포크너는 말했다. 그런 인물을 만들려면 사람을 관찰하고 다른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이 서로 어울리는 모습을 지켜봐야 한다. “대화를 쓰는 법을 배우는 길은 딱 한가지뿐이다. 사람들이 이야기할 때 귀를 기울여라.”
마지막으로, 상상력과 함께 자신의 영감을 믿고 따를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상상력에 관한 포크너의 조언은 뇌의 시각적 본질과 이미지가 무의식에 얼마나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관한 현대의 우뇌 식 사고와 완벽하게 일치한다.
“내 경우, 이야기는 하나의 아이디어나 기억 혹은 머릿속에 떠오른 하나의 그림에서 출발한다. 이야기를 쓴다는 것은 사실 별것 아니다. 그런 아이디어나 기억, 그림이 떠오르는 순간까지 나아갈 수 있는지, 왜 그런 생각이 떠올랐고 그로 인해 어떤 사건이 뒤따라올지 설명할 수 있다면 이야기는 다 쓴 것이나 마찬가지다.”
• 포크너의 미스터리 기법
디킨스처럼 포크너도 거의 모든 작품에 미스터리 기법을 사용했다. 그러나 디킨스와 달리 포크너의 미스터리는 논리적이거나 추론적이지 않다. 포크너의 작품은 또 다른 차원의 미스터리 요소를 담고 있었다. 굳이 표현하자면, 놀랍도록 문학적인 미스터리였다.
포크너는 복잡함 그 자체는 장점을 지닌다고 믿었다. 그는 복잡한 인물과 줄거리, 문체를 통해 그러한 신념을 자신의 작품에 고스란히 반영했다. 독자가 포크너의 소설의 첫 장을 펼치자마자 부딪치는 첫 번째 미스터리는 누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이다. 이 사람들은 누구인가? 어디에서 왔는가? 서로 어떤 관계인가? 아마도 <성역>은 미스터리 장치로 독자를 어떻게 끌어들여야 하는지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일 것이다.
포크너가 복잡함을 선호했던 이유는 뭘까? 복잡한 분위기에서는 독자의 반응을 지나치게 신경 쓰지 않으면서도 이야기를 비틀어 자신의 독특한 상상을 펼쳐 보일 수 있기 때문이었다.
현대의 작가들은 글이란 불분명함을 제가하고 명쾌하게 써야 한다고 배웠다. 오늘날의 독자는 다섯 페이지, 아니 다섯 문단, 아니 다섯 문장을 읽는 동안 흥미를 느끼지 않으면 그대로 책을 덮어버리기 때문이다.
베스트셀러들은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우선 독자의 관심을 잡아채기 위해 문장이 상당히 짧다. 첫 페이지에는 살인 장면이 나오고 그 다음 장면에선 자동차 추격전이 뒤를 잇는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총격전과 칼부림이 난무한다.
빠른 시작과 단순하고 명확한 인물 관계로 가득한 현대 소설만이 글을 쓰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다. 깊이 있는 의미와 입체적인 등장인물, 등장인물이 안내 하는 대로 독자가 복잡한 숲에 기꺼이 발을 들여놓을 것이라는 자신감으로 압축되는 소설의 모든 미덕은 포크너의 유산이다.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이야기를 복잡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주인공을 만들 때마다 포크너의 등장인물처럼 복잡한 인물을 만들라는 것도 아니다. 요점은 포크너의 방식이 평균적인 소설보다 더 깊이 있는 작품을 만드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12장] 어니스트 헤밍웨이처럼 써라
헤밍웨이 문체의 특징은 네 가지다. 짧은 문장, 종속절을 거의 보기 힘든 문장, 형용사나 부사 대신 명사와 동사에 의존하는 문장, ‘그리고’ 라는 단어의 지나친 사용,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여기에 한 가지 빠진 게 있다. 헤밍웨이는 전통적인 구조적 요소들과 등장인물 개발도 효과적으로 사용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헤밍웨이는 대학에 진학하는 대신 신문사에 들어가 기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당시 그가 근무하던 신문사의 문장 지침서에는 다음과 같은 기준이 실려 있었다. “문장을 짧게 쓸 것, 첫 문단을 짧게 쓸 것, 활기찬 표현을 사용할 것, 긍정적인 표현을 쓸 것, 부정적인 표현을 피할 것.”
• 문장의 길이
짧고 직접적인 문장은 표현의 정확함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다. ~~~주저하지 말고 길고 복잡한 문장을 작은 조각으로 분해하라. 가독성이 높아진다.
• 문장의 속도
문장의 속도란 소리를 내어 읽든 속으로 읽든 문장이 읽히는 속도를 말한다. ~~~헤밍웨이가 문장의 속도를 끌어올리는 방법은 무엇인가?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 더 쉽게 읽히기 위해 더 짧은 단어를 사용했다. 이는 잠시 후에 다룰 것이다. 둘째, 쉼표를 생략했다.
조셉 콘래드 같은 작가도 하루 종일 쉼표 하나를 놓고 넣을지 말지 고민했다. ~~~헤밍웨이는 쉼표와 전쟁을 벌였다. ~~~그의 가장 위대한 기법상의 혁신은 종종 중문에서 쉼표를 빼버렸을 때 이루어졌다. 중문은 두 개 이상의 독립절로 구성된다. 각각의 절은 보통 쉼표와 ‘and', 'but'과 같은 동위접속사에 의해 연결된다.
“종종 아무도 스타인 양을 찾아오지 않았으나, 그녀는 항상 친절했으며, 오랫동안 다정한 태도를 보여주었다.” 해밍웨이는 이 문장을 어떻게 썼나 보자. “종종 아무도 스타인 양을 찾아오지 않았다, 그녀는 항상 친절했고 오랫동안 다정한 태도를 보여주었다.”
• 용어 선택
해밍웨이는 단순한 앵글로 색슨 계열의 단어를 주로 사용한다. ~~~<가진자와 못 가진자>에서 “집 안으로 들어온 그는 불을 켜지 않은 채 복도에서 신발을 벗고 양말 차림으로 빈 계단을 올라갔다.” 한 단어만 빼고 모든 단어가 1음절이다. 헤밍웨이가 쓴 단편과 장편의 어느 페이지를 펼쳐 봐도 이와 비슷한 문장을 발견할 수 있다.
단순한 어휘를 사용하면 가독성이 크게 높아진다. ~~~당신의 글이 지나치게 전문적인 느낌을 풍기거나 숨이 막히는 느낌이 들 때는 해밍웨이의 방법을 시도해 보라. 형용사와 부사를 엄격하게 사용하는 대신 동사에 의존해 보라.
• 세부묘사와 색깔
<노인과 바다>를 보자. “그는 금세 w마이 들었고 아프리카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그는 소년이었다. 금빛 해변을 따라 눈부시도록 하얀 해안선이 이어졌다. 그 하얀색은 눈을 찌를 만큼 강렬했다.” 여기서 하얀색의 반복은 마음의 눈까지도 멀게 할 만큼 강렬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세부묘사나 색깔을 사용할 때는 사람의 머리가 동시에 여러 가지에 집중할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하라. 한 장면을 생동감 넘치게 만들 때 세부 묘사는 서너 가지로 제한하는 것이 좋다. 나머지는 독자의 상상에 맡겨라.
• 'And' 사용하기
“비가 오자, 그는 안으로 들어갔다.”라는 문장을 보자. “그는 안으로 들어갔다”는 독립절이고, “비기오자”는 종속절이다. 해밍웨이라면 이 문장을 “비가 왔고 그는 안으로 들어갔다”라고 썼을 것이다. 구어에 더 가깝게 들리고 쉼표가 빠져 있어 읽기도 더 쉽다. 종속절이 나쁘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종속절을 사용한 글은 엄숙한 느낌을 주는 경향이 있다. 특히 반복해서 사용할수록 그런 느낌이 더 강해진다. 해밍웨이는 자신의 글에서 엄숙한 분위기가 풍기는 것을 매우 싫어했다. 만약 해밍웨이처럼 글을 쓰고 싶다면 지나치게 격식을 고집하는 문체를 피하고, 문장에서 종속절의 양을 줄여보라.
<무기여 잘있거라> 의 결말 부분은 종속절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보여준다. 우선 당신이 이렇게 초고를 썼다고 가정해 보자.
“잠시 후 밖으로 나갔을 때 나는 병원을 떠났다. 그리고 비를 맞으며 호텔로 돌아왔다.(When I went out after a while, I left the hospital and walked back to the hotel in the rain)”
이 문장엔 종속절이 쓰였다. 주절은 “병원을 떠났다. 그리고 비를 맞으며 호텔로 돌아왔다”이다. 종속절은 “잠시 후 밖으로 나갔을 때”이다. 원래 주절인 “나는 밖으로 나갔다”에 종속접속사 'When'이 붙으면서 종속절이 되었다는 점에 주목하라. 따라서 종속절을 고치는 첫 단계는 종속접속사 ‘When’을 없애는 것이다. 그러면 이런 문장이 남는다. “나는 잠시 후 밖으로 나가 병원을 떠났다. 비를 맞으며 호텔로 돌아왔다.(I went out after a while, I left the hospital and walked back to the hotel in the rain.)" 두 번째 단계는 쉼표를 없애고 그 자리에 and'를 집어넣는 것이다. 그럼 이런 문장이 된다. ”나는 잠시 후 밖으로 나갔고 병원을 떠났고 비를 맞으며 호텔로 돌아왔다.“ 이제 우리는 거의 목표 지점에 다다랐다. 이제 첫 두 절의 순서를 바꿔주는 일만 남았다. 그럼 이런 문장이 된다. “잠시 후 나는 밖으로 나갔고 비를 맞으며 호텔로 돌아왔다.(After a while I went out and left the hospital and walked back to the hotel in the rain.)”
종속절 자체는 나쁘지 않다. 문제는 종속절을 지나치게 사용하면 고풍스럽고 학문적인 느낌이 강하게 난다는 점이다.
• 당신의 페이지는 어떻게 생겼는가
헤밍웨이는 빼곡하게 글이 들어찬 문단을 싫어했다. 그래서 문단이 옆으로 퍼지면서 뚱뚱해진다 싶으면 슬쩍 대화를 끼워 넣어 여백을 만들었다. 그가 특히 즐겨 쓴 방법은 두 인물이 짧은 대화를 주고받게 한 것이다. ~~~최초로 이 기교를 만들어낸 사람은 고대 그리스의 극작가들이었다. 그들은 격행대화(隔行對話)라 불렀다. 문자 그대로 한 줄짜리 짧은 시나 대화를 뜻한다.
예를 들어 아이스킬로스의 <코예포로이>에는 이런 대화가 나온다.
클리템네스트라: 그러니까 너를 낳아준 어미를 살해하겠다는 거냐?
오레스테스: 당신이 죽음을 자초했습니다
클리템네스트라: 어미의 저주와 분노가 두렵지 않느냐?
오레스테스: 제가 복수하지 않으면 아버지가 분노하겠지요.
클리템네스트라: 내가 아들이 아니라 뱀을 낳았구나.
대화가 전부 짧은 줄로 이루어져 있고, 질문과 대답도 거의 똑같은 길이를 이루고 있다. ~~~해밍웨이도 격행 대화를 사용했지만 이를 눈치 챈 사람들은 거의 없다.
짧은 대화를 사용하면 내용 전달도 쉽고 속도감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헤밍웨이의 주된 목적은 페이지를 보기 좋게 만드는 것이었다.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그는 이야기의 내용과는 별개로 시각적 호소에도 신경을 썼다.
책을 구입하기 전에 책장을 넘기며 훑어보는 사람들이 쉽게 눈에 띌 것이다. 책을 잠깐 훑어보는 사이에 실재로 내용은 몇 줄 읽지 못한다 하더라도 적어도 페이지가 어떻게 생겼는지에 대한 인상을 결정하기엔 충분한 시간이다. 아예 내용은 단 한 글자도 읽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 ~~~의식적으로 페이지 모습을 다듬어라.
긴 문단을 너무 많이 사용하지 마라. 긴 문단 사이에 짧은 문단을 끼워 넣어보라. 이 기법의 대가는 찰스 디킨스였다. 그는 종종 한두 문장으로 이루어진 짧은 문단을 긴 문단들 사이에 끼워 넣었다. ~~긴 문단이 너무 많으면 독자들은 겁부터 집어 먹는다. ~~~현대 독자들은 여백을 사랑한다. 여백은 솔깃한 유혹이고 더 재밋게 책을 읽을 수 있게 해준다. p243
• 실제 인물에서 영감을 얻어 등장인물 만들기
일부 초보 작가들은 실제 인물을 토대로 소설의 주인공을 만드는 것을 꺼린다. ~~~오로지 상상으로만 만들어낸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는 쓰지 마라. 현실에서 알고 있는 사람들을 토대로 인물을 만들어라. 그렇게 하면 현실과 멀리 떨어진 곳을 흐르고 있던 당신의 이야기가 마침내 살아 솟구쳐 오를 것이다. 그런 이야기는 반드시 독자의 마음을 움직이게 마련이다.
그들은 격행대화(隔行對話)라 불렀다. 문자 그대로 한 줄짜리 짧은 시나 대화를 뜻한다.
예를 들어 아이스킬로스의 <코예포로이>에는 이런 대화가 나온다.
클리템네스트라: 그러니까 너를 낳아준 어미를 살해하겠다는 거냐?
오레스테스: 당신이 죽음을 자초했습니다
클리템네스트라: 어미의 저주와 분노가 두렵지 않느냐?
오레스테스: 제가 복수하지 않으면 아버지가 분노하겠지요.
클리템네스트라: 내가 아들이 아니라 뱀을 낳았구나.
• 헤밍웨이에게서 배우는 구조
헤밍웨이의 소설은 도입부보다 결말이 훨씬 인상적이다. ~~~대부분의 작가는 글을 써나가는 과정에서 결말을 찾아내기를 더 좋아한다.
[13장] 마거릿 미첼처럼 써라
• 내면 독백의 장인
미첼은 등장인물의 내면의 소리를 능수능란하게 활용한 작가였다. 그녀의 글이 독자를 사로잡은 이유는 소설의 대부분이 주인공인 스칼렛 오하라가 바라보는 제한된 3인칭 시점으로 서술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이야기는 대부분 여주인공의 시점을 통해 펼쳐진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처럼 규모가 방대한 소설에서는 때에 따라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바꾸어주면 더 좋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그러나 미첼은 그와 같은 시점 변화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독자는 소설의 어느 페이지를 펼치든 거의 항상 ‘생각’하고 있는 스칼렛을 만난다. 여기서 말하는 생각이란 차분한 심사숙고라기보다는 불안하고 감정적이며 심장이 터질 듯 한 흥분과 자각에 가깝다.
가령 기분이 나쁜 스칼렛은 “난 왜 이렇게 바보같을까, 이런 바보, 멍청이. 그녀는 미친 듯이 생각했다.” 북군 병사들을 바라볼 때 그녀의 가슴엔 작으심이 차오른다. “정말 잘생긴 남자들이야. 가슴 가득 차오르는 자긍심을 느끼며 스칼렛은 생각했다. 그런가 하면 레트에 대해서는 분노와 격렬한 감정을 느끼기도 한다. ”분노와 증오가 그녀의 골수에 흘러들었고, 그녀는 그의 포옹을 거칠게 뿌리쳤다.“ 이런 생각들은 스칼렛의 가슴을 관통하고 있는 다양한 감정 가운데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3인창 시점으로 글을 쓰는 작가라면~~~주요 등장인물의 생각 속으로 들어갈 때 스스로 제한을 둘 필요가 있다. 때로는 등장인물의 생각을 드러내야 하지만 그들의 말과 행동도 드러내야 한다. 등장인물의 생각에 할애하는 비중은 전체 이야기에서 10% 정도가 적당하다. ~~~10%는 절대로 적은 분량이 아니다. 그 정도면 독자의 관심과 공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분량이다.
• 미첼처럼 줄거리 비틀기
비틀기는 제법 긴 이야기가 진행되는 동안 극적 긴장감을 상승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일단 줄거리의 뼈대가 갖춰지면 작가는 주제를 순서대로 늘어놓을 수도 있고 순서에 변화를 줄 수도 있다. ~~~미첼은 줄거리를 비틀거나 이야기의 방향을 바꿀 때 비극적인 사건을 일으킨다. 등장인물 중 누군가가 죽으면 상황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결혼이 깨지면 관련된 사람들은 변해야 하고 새로운 짝을 찾아야 한다. 전쟁이 터지면 사회는 변해야 하고 사람들은 새로운 곳으로 떠나야 한다. 소설 속에서 스칼렛은 불타는 조지아에서 쫓겨나듯 떠난다. 이제 그녀는 변해야 하고 무언가 새로운 미래와 인생을 찾아야 한다.
• 독자를 매혹시켜라
• 설득력 있는 배경을 만들어라
[14장] 조지 오웰처럼 써라
조지 오웰의 <1984년> 같은 작품이 다시 쓰일 가능성은 많지 않아 보인다. ~~~유사한 작품을 찾아보기 힘들 만큼 이 장르에서 거의 유일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이 소설은 희귀종이다.
• <1984년>의 흡인력은 어디에서 나올까
<1984년>이 가진 흡인력은 주로 한 명의 매혹적인 캐릭터에 초점을 맞추는 데서 나온다. 오웰은 몸에 비하면 캐릭터를 빚어내는 일에 신경을 덜 쓰는 편이었지만 ‘윈스턴 스미스’라는 인물을 창조해낼 때만큼은 열과 성을 다했고 그 덕분에 소설은 강력한 흡인력을 띠게 되었다. 제한적 3인칭 시점을 사용한<1984년>은 모든 사건을 윈스턴 스미스라는 편집증적 인간을 통해 바라보면서 그의 눈에 비친 기이한 세계를 독자 앞에 자세하게 펼쳐놓는다.
윈스턴 스미스는 소설의 도입부에서부터 위협을 느끼기 시작한다. 특히 자신의 비밀 일기를 펼치면서 “발각당하면~~~~ 사형을 면치 못할 것이다. 적어도 강제노동수용소에서 25년은 썩어야 할 테지.”라며 목숨의 위험을 느낀다. 이토록 혹독한 정권 아래에서 살아가는 인물에게 어찌 동정을 느끼지 않을 수 있겠는가! 처음부터 오웰은 독자의 관심을 사로잡는 데 성공한다.
• 오웰은 어떻게 캐릭터를 만들었을까
<1984년>에서 가장 완성도 높게 창조된 등장인물을 꼽으라면 단연 윈스턴 스미스다. 소설 전체를 윈스턴의 관점에서 풀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오웰은 <1984년>을 집필하는 동안 폐결핵으로 심하게 고생하고 있었다. 소설 속의 윈스턴도 오른쪽 발목 뒷부분의 정맥류성 궤양으로 고통을 겪는다.~~~작가의 병이 주인공에게 전이된 셈이다.
여기서 우리는 인물을 만드는 기본적 방법 한 가지를 맛볼 수 있다. 작가 자신을 비롯한 실제 인물의 특징은 바탕으로 인물을 만드는 방법이다. 단, 진행중인 줄거리에 적합한 방향으로 실제 인물의 특징에 변화를 주는 게 필요하다.
오웰은 매우 직설적으로 꿈을 활용한다. ~~~~“윈스턴은 어머니에 대한 꿈을 꾸고 있었다.” 꿈 장면은 윈스턴이라는 등장인물의 성격 구축을 돕고 그의 정신 상태나 친척과의 관계,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세부 사항을 제공한다. 더 나아가 오웰은 타인과 주변 세상으로부터 동떨어져 사는 윈스턴의 고립감까지 꿈을 통해 표현한다.
또 다른 방법은 ~~~‘반 그림자‘ 접근법이라 부른다. 특정 인물에 대한 명쾌한 단정 보다는 모호한 암시에 의존하는 방법이다. 독자에게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고 독자 스스로 전체 그림을 완성하여 빈자리를 메우도록 하기 때문에 모호성은 반그림자 접근법의 최대 장점이다.
줄리아에게 사랑의 쪽지를 받고난 윈스턴은 여러 가지 상상을 하기 시작한다. 줄리아의 정체는 뭘까? 무슨 속셈으로 내게 그런 쪽지를 건넨 것일까? 그 과정에서 여러 가지 생각이 윈스턴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고, 이는 결국 줄리아란 인물의 캐릭터를 형성하는 데 기여한다.
• 오웰처럼 이야기 구성하기
• 오웰의 반복 기법
장편에서는 주요 모티프와 주제, 상징을 여러 차례 반복해야 한다. 등장인물은 다른 사람들과 한 번 이상 갈등을 겪어야 비로소 실제 인물처럼 다가온다. 예를 들어 <1984년>에서는 “빅브라더가 당신을 지켜보고 있다.”라는 메시지가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이런 반복은 이곳이 전체주의 정권의 지배를 받는 사회임을 끊임없이 상기시킨다.
기억해야 할 것은 주제든, 인물 사이의 반응이든, 혹은 사건이든, 무언가를 반복할 경우에는 그렇게 하는 것이 줄거리의 필수적인 요소여야 하고 줄거리를 진전시키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복되는 생각이나 묘사를 모티프motif라 하는데, 문학의 모티프는 음악의 푸가처럼 작품 전반의 주제와 어울리는 하나의 패턴을 형성한다.
예를 들어 윈스턴의 일기 쓰는 장면이 반복해서 등장하는 이유는 그가 전지전능한 국가에 저항하는 하찮은 개인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죽음이 반복해서 언급되는 이유도 윈스턴이 결국은 반란 음모를 털어놓고 저항의지를 꺾게 된다는 암시를 미리 깔아놓으려는 데 있다. 또 빅브라더가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이유는 이곳이 사생활이 허락되지 않는 미래사회라는 점을 독자의 뇌리에 각인시키기 위해서다.
• 악당 캐릭터 만들기
악당 캐릭터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악당의 모든 측면을 악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런 인물은 현실감이 없을뿐더러 독자에게 외면당하기 십상이다. 악당에게도 반드시 선한 면모가 있어야 한다.
오웰은 소설의 3분의 2가 지날 때까지도 오브라이언의 가면을 벗기지 않는다. ~~~오웰은 윈스턴이 오브라이언에 대해 궁금해 하도록 줄거리를 끌어감으로써 독자도 오브라이언에게 호기심을 느끼게 한다. 더구나 독자는 오브라이언이 선한 사람이 될 수도 있다는 희망마저 품게 된다. 이렇게 악당은 불확실한 묘사를 통해 입체적 캐릭터로 거듭난다.
악당 캐릭터를 가장 그럴듯하게 만드는 방법의 하나는 악당의 무의식 속에 선한 면모를 섞어 넣는 것이다. ~~~~오브라이언은 이중적 성격을 갖고 있다. 어떨 땐 윈스턴에게 친절하다가 어떨 땐 가혹한 전기 고문을 가한다.
• 주제는 왜 중요할까
한 평론가는 오웰의 중신 주제는 개인의 소외라고 망한 적이 있다. 그는 오웰의 소설에서 중심인물은 자신에게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치며 낡은 자아에서 탈피하여 새로운 인격체로 태어나는 변화를 겪는다고 지적한다.
크리스토퍼 부커는 어두운 권력에 의한 자아의 파괴가 오웰의 주제라고 말한다. <1984년>에서 윈스턴은 “인간의 정체성에서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자아를 상징하는 인물이었다. 자아는 결코 완전히 억압될 수 없다.” 짓밟히고 파괴된 윈스턴은 결국 줄리아를 포기한다. “그는 마침내 배신을 선택했다. 자신의 영혼을 버린 것이다.” 이 지점에 이르면 독자는 어둠의 세력에 저항하는 개인이라는 주제가 작품의 논리를 지배하고 있다는 사실에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주제는 중요하다. 작품에 의미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의미는 독자의 마음을 움직인다. “의미가 감정을 낳는다.” 주제는 작품에서 가장 중요하므로 그 작품의 성공 여부를 따지는 척도가 되기도 한다.
작가는 주제를 통해 자신의 작품을 바라보고 수정하고 윤을 내며 더 흡인력 있게 만든다. 주제를 뒷받침하거나 구현하는 사건이 있다면 최대한 활용하라. 주제에서 걷 돌거나 주제를 구현하지 못하는 대화나 장면이 한 토막이라도 있다면 인정사정없이 잘라내라.
[15장] 이언 플레밍처럼 써라
• 플레밍에게서 배우는 세부 사항의 중요성
-음식을 자세하게 묘사하라. 단, 고급 음식이어야 한다.
-등장인물에게 많은 술을 마시게 하라. 단, 고급술이어야 한다.
-멋있는 옷에 대해 감각적으로 자세하게 묘사하라.
-등장인물이 편안하게 시면서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시간을 줘라.
-간간이 성적인 것을 빗대어 묘사하거나 언급하라.
-특정 브랜드나 고급 차량, 이국적 장소를 언급하라.
이런 기교들은 플레밍이 쓴 모든 소설, 거의 모든 페이지에서 뚜렷이 드러난다. ~~~<위기일발>을 보자. 본드는 이스탄불에 있는 다르코 케림 베이의 사무실에 앉아 있다. “노크 소리가 들리더니 서기장이 들어와 그들 앞에 도자기 찻잔을 하나씩 내려놓고 나갔다. 금줄로 장식된 찻잔이었다. 본드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찻잔을 내려놓았다. 맛은 훌륭했지만 약간 진한 느낌이었다.” 이탤릭체가 플레밍의 장기인 감각적인 세부묘사다. 이런 세부묘사가 살짝 들어가면 장면에 사실적인 느낌이 더해진다. ~~~이 기교를 재대로 구사하면 소설이나 논픽션을 가리지 않고 모든 장르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
허구의 세계를 창조할 때 허구의 세계를 살아 숨쉬게 하는 피를 공급한다. 세부묘사는 독자에게 풍부하고 생생한 즐거움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세부묘사는 대개 여러번 수정을 거치는 과정에서 계속 추가되었다. ~~~<두 번 산다>에서 ~~원래는 이렇게 썼다. “가까이에서 보니 거대하게 솟은 검은 황금빛 성이 매우 장엄했다. ” 그러나 플레밍은 다소 무미건조한 이 묘사를 이렇게 바꾸어 썼다. “가까이에서 보니 거대하게 솟은 검은 황금빛 성은 마치 괴물처럼 그를 덮쳐올 듯했다. ”
• 플레밍처럼 전형 사용하기
또 다른 비밀은 갈등을 구축하고 마지막에는 그 갈등이 만족스럽게 해결되도록 이끌어 주는 단단한 틀에 있다.
첫 번째 전형이자 가장 중요한 전형은 제임스 본드라는 슈퍼히어로 주인공이다. ~~~배운적도 없이 그는 처음부터 초인적인 힘을 지닌 주인공이다.
두 번째 전형은 괴물이다. 이들은 반드시 제거되어야만 하는 사악한 스파이로 등장한다. ~~~뼛속까지 악당이며 세상을 전부 자신의 지배하에 두겠다는 자아의 소유자들이다.
세 번째 전형은 남성 속에 자리 잡은 여성성이다.
네 번째 전형은 조력자이다. 조력자의 전형은 주로 나이들고 지혜로운 남자들이다.
전형 중 두 가지 전형의 충돌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즉 처음 언급한 두 개의 전형, 즉 슈퍼히어로와 괴물의 충돌이다. 슈퍼히어로는 선한 세력을 상징하고 괴물은 악의 세력을 상징한다. ~~~~슈퍼히어로가 친구와 여성 캐릭터의 도움을 받아 괴물을 제압함으로써 갈등이 해결된다. ~~~당신도 이와 같은 전형을 작품에 활용할 수 있다.
• 플레밍과 시점
[16장] J. D 샐린저처럼 써라
• 문체의 거장에게서 배우는 목소리에 관한 가르침
<호밀밭의 파수꾼>에서 홀든은 샐리에게 뉴잉글랜드로 도망가서 “실개천이 흐르는 어딘가에” 오두막을 짓고 겨울엔 장작을 패면서 둘이서 조용히 살자고 애원한다. 샐린저는 홀든이라는 캐릭터를 창조할 때 신경쇠약을 포함하여 자신의 많은 면을 반영했다.
• 작가들에게 해준 조언을 샐린저 자신은 왜 따르지 않았을까, 그리고 우리는 그의 조언에서 어떤 가르침을 얻을 수 있을까.
조이스 메이너드는 샐린저의 집에서 보낸 열 달을 기록한 책 <호밀밭 파숚누을 떠나며>는 조금의 과장도 없이 두 눈을 번쩍 뜨이게 만드는 책이다.
샐린저는 메이너드에게 글을 쓰는 분명한 목적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단순히 물질적 욕심을 채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고귀한 목적을 갖고 글을 쓰는 것이 훨씬 훌륭하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사람들을 위한 메시지와 실질적으로 그들에게 도움이 되는 메시지를 가지고 글을 쓰는 것이 바람직한 글쓰기라는 것이다.
• 줄거리보다 등장인물에 초점을 맞추려면
• 독자의 기억에 남는 여성 캐릭터 만들기
• 최고의 결과를 얻으려면 언제 어디서 써야 하는가
샐린저는 집에서 400미터 가랑 떨어진 곳에 콘크리트 벙커를 지어놓고 안 번 들어갈 때마다 몇 시간씩 틀어 박혀 나오지 않고 글을 썼다.
• 독자를 놀라게 하는 이유와 방법
작가는 나중에 벌어질 사건을 미리 심어둠으로써 충격적인 결말을 접한 독자가 이야기의 처음으로 돌아가 숨어 있던 의미를 발견하도록 이끈다.
[17장] 레이 브래드버리처럼 써라
• 산문작가가 시를 읽어야 하는 이유
매일 시를 읽어라. 시는 속이 꽉 찬 은유이며 직유다. ~~~브래드버리 뿐 아니라 상당수 작가들도 시 쓰기가 훌륭한 산문을 쓰기 위한 좋은 훈련이라고 말한다. 윌리엄 포크너와 토마스 하디, D. H. 로렌스도 뛰어난 시인들이었다.
브래드버리는 <무언가 위험한 것이 다가오고 있다>에서 미스터 일렉트리코를 묘사하는 장면에서 이렇게 표현했다.
“어딘가에서 다이나모스가 찢어지는 소리를 냈다. 날카롭고 새된 소리와 끙끙거리는 신음 같은 소리가 흘러나왔다. 암녹색 빛이 흘러나왔다. 윌은 죽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살아있었다! 기계가 울부짖고 불길과 불꽃이 울부짖었다! 격노한 짐승의 무리들이 울부짖었다.”
소설 속에 시를 포함시킬 때는 이야기의 진행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 브래드버리가 하루 만에 단편 초고를 끝낼 수 있었던 비결
많은 작가들은 초고를 쓸 때 머리에서 나오는 이야기를 걸러내지 않고 빨리 써야만 최상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나오는 대로 그냥 받아써라“ 스티븐 킹과 어니스트 헤밍웨이, 윌리엄 포크너도 모두 그런 식으로 초고를 썼다. 그리고 나서 처음으로 돌아가 수정을 했다.
브래드버리도 그런 식으로 썼다. 그러나 그는 한 걸음 더 나아가 겹쳐 쓰기ㅐ를 한다. 나중에 수정할 때 잘라내고 편집할 요량으로 문장이나 대화마다 다양한 대안을 적어놓는 것이다. ~~~실제로 그는 초고를 쓸 때 겹쳐 쓰기를 하고 나중에 편집단계에서 가장 좋은 표현이나 적절한 대화를 골라낸다.
• 브래드버리처럼 향수 사용하기
• 단짝 캐릭터를 사용할 때의 장점
• 청소년 문학은 어떻게 쓸까
• 제한적 3인칭 시점
[18장] 플래너리 오코너처럼 써라
• 진지한 소설에 유머 끼워 넣기
그녀가 작품에 유머를 집어넣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과장, 웃음 요소의 강조, 그리고 웃음 요소 나란히 늘어놓기가 그것이다.
<폭력이 그를 끌고 간다>에서 타워터가 보청기를 낀 비숍의 아버지 레이버를 처음 만나는 장면에서 오코너가 어떻게 ‘과장’을 사용하는가 보자. “그는 맨발에 잠옷 차림이었다. 눈 깜짝할 새 돌아온 그의 귀에는 무언가 끼워져 있었다. 그는 검은 뿔테 안경을 서둘러 쓰고 잠옷 허리띠에 금속 상자를 부착했다. 그런 다음 그것을 귀에 낀 보청기 줄과 연결시켰다. 순간 소년은 그의 머리가 전기에 의해 돌아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과장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려면 의식적으로 오코너의 접근 방법을 이용하여 등장인물의 특징을 강조하고 그 인물에 대해 언급하라.
두 번째 방법인 ‘웃음’ 요소 강조하기에 다른 이름을 붙인다면 아마도 ‘문장의 끝까지 기다렸다가 마지막 한 방 날리기일 것이다.
끝으로 웃음 요소 나란히 늘어놓기란 웃음을 강조하거나 독자를 놀라게 하는 기법의 또 다른 버전이라 할 수 있다. 어울리지 않는 것들을 서로 연결시키거나 하나로 묶는 방법은 희극의 주요 기법 중 하나이다. ~~~“비숍에게 세례를 주겟다는 그 마음을 없애지 못하면 넌 절대로 정신병을 고칠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해.” 세례와 정신병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 상징은 작품을 어떻게 강화시킬까
• 오코너와 자유간접화법
• 어떻게 하면 재미있는 결말을 끌어낼 수 있을까
오코너는 항상 모든 문제를 해결 짓고 소설을 끝낸다.~~~첫째, 이전에 일어났던 일들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킨다. 둘째, 항상 반전을 준비해 둔다. 셋째, 독자에게 메시지를 남긴다.
[19장] 필립 K. 딕처럼 써라
• 빨리 쓰면서 훌륭한 작품을 쓰려면
• 상상력은 왜 중요한가
창의력과 상상력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어쩌면 분석적이고 비판적인 내부 검열, 즉 뇌의 편집 기능을 잠시 잊어야 할지도 모른다. 이를 위한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한 가지 방법은 닥처럼 빨리 쓰는 것이다. 당신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 편집자의 입에서 “이봐, 좀 천천히 써주게. 내가 읽어볼 시간을 줘야 하잖아.”라는 말이 나올 만큼 빨리 초고를 완성하는 것이다.
• 현대적 문체란 무엇일까
등장인물에게 동기를 부여할 때 딕의 현대적인 접근 방식을 활용하고 싶다면 배경 지식이나 세부묘사를 최소한 생략하고 압축하라. ~~~등장인물의 동기가 개연성이 있다면 굳이 길게 묘사하지 않고 간단히 언급만 해줘도 충분하다. 그것이 현대적 방식이다.
디킨스는 <황폐한 집>에서 데들록 부인을 소개하면서 부인의 외모를 묘사한다. ~~~현대 독자들에게는 장황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녀는 여전히 아름답다. 비록 봄날의 전성기는 지났을지 모르지만 아직 가을은 아니다. 그녀는 멋진 얼굴을 갖고 있다. 아름답다기보다는 귀엽다는 말이 더 어울릴 듯한 얼굴. 게다가 옷을 그렇게 입으니까 고전적인 아름다움까지 풍긴다. 우아한 옷차림 덕분에 키도 커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다지 큰 키는 아니다. 친애하는 밥 스테이블스로 씨도 입버릇처럼 말하지 않던가. ”그녀의 아름다움은 대부분 스스로 연구하고 연출한 결과이다. 철저하게 만들어진 것이라 할 수 있다.“라고. 그는 특히 데들록 부인의 헤어스타일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그녀는 작은 금속 단추까지 신경 써서 꾸미는 여자이다.
흠잡을 데가 있는가? ~~~~그러나 현대의 문체는 이와 다르다. 모든 것을 줄여 쓴다. 특히 현대 소설에서는 등장인물의 외모 묘사를 최대한 줄인다. 예전에 외모 묘사에 한 문단 이상을 할애했다면, 오늘날엔 한 문장으로도 충분하다.
딕은 디킨스가 즐겨 사용한 기발한 방식으로 미시즈 프릭을 묘사한다. “그녀는 런사이터 회장을 향해 걸어가는 동시에 뒤로 물러서는 동작을 해 보였다. 그녀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어려운 동작이다. 이 동작을 익히기까지 무려 100년이나 걸렸다.”
딕은 디킨스식 유머를 끌어들이면서도 묘사 분량은 디킨스의 5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압축! 압축! 압축! 현대 문체의 핵심은 바로 압축이다.
• 딕처럼 대화 이어 나가기
첫 문장에서 화자가 누구인지 나타내기 위하여 대화로 이루어진 한 단락을 두 단락으로 나누는 방법과, 여러 명의 인물이 등장하는 장면에서 오직 두 인물만 대화를 나누도록 하는 ‘타이트 포커스’라는 방법이 있다.
첫 번째 기법의 예는 <스캐너 다클리A Scanner Darkly>에서 마약 수사국 요원이자 마약중독자이기도 한 주인공 밥 악터가 친구 배리스와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다. 악터는 간밤에 꾸었던 꿈 이야기를 한바탕 늘어놓으려는 참이다. 딕은 누가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알려주기 위해 이렇게 대화를 시작한다.
“꿈 때문에 잠이 깼어, 악터가 말했다. 종교적인 Ran이었어. 진짜 엄청나게 큰 천둥소리가 들렸지....” 그러고는 악터가 이야기를 직접 들려준다. 이처럼 첫 문장에서 화자의 이름을 짧게 언급해주면 따로 화자를 지시한다거나 설명할 필요 없이 손쉽고 빠르게 이야기 하고 있는 사람의 정체를 밝힐 수 있다.
두 번째 방법은 한 장면 안에서 대화의 이동을 가급적 줄이는 것이다. 딕은 종종 여러 인물이 등장하는 장면에서 오직 두 사람만 대화를 나누게 했다. <스캐너 더글리>에서 행사 주최자의 소개가 끝나자 밥 악터는 애너하임 라이온스 클럽의 회원들 앞에서 연설을 시작한다. 딕은 주최자와 밥 악터에게만 발언권을 줌으로써 독자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효과를 거둔다.
[20장] 톰 울프처럼 써라
• 뉴저널리즘의 거장
뉴저널리즘은 소설기법을 이용하여 논픽션을 쓰는 방식이다. 여기서 말하는 소설 기법이란 장면 개념에서부터 등장인물의 성격 발전, 대화, 그리고 등장인물의 생각을 드러내기 위해 그들의 의식을 파고들어가는 기법까지 모두 포함한다. 때때로 저자 자신이 이야기 속에 등장하기도 한다.
<허영의 불꽃>에서 울프는 장면을 이용하고 캐릭터를 발전시키며 사실적인 대화로 작품을 가득 채운다. ~~~캐릭터의 마음속으로 파고들어가 인물 내면의 독백까지 끄집어낸다. 두 명의 형사가 셔먼 맥코이를 조사하고 돌아간 후, 울프는 맥코이의 마음 속으로 들어가 독자들에게 그의 속마음을 드러내 보여준다.
“그는 걷잡을 수 없는 공포에 휩싸였다. 그의 중추신경계는 그가 방금 파멸에 가까운 패배를 당했다고 말해주고 있었다. ~~~이건 도무지 말이 안 되는 모욕이었다. 대체 어쩌다가 이런 일이 일어난 걸까~~~~무례하고 천박한 짐승들 주제에~~~감히 내 인생을 침범하다니.”
울프는 셔먼의 내밀한 생각 속으로 곧장 들어가 그가 느끼는 위기와 혼란을 드러낸다. 그와 동시에 등장인물들의 신분에 대한 세부 사항까지 드러난다. 즉 셔먼의 생각을 통해 셔먼은 상류계층이고, 그를 취조하고 돌아간 ‘천박한’ 두 짐승들은 경제적으로나 신분적으로 셔먼과는 정반대 쪽에 있는 인물들임을 알 수 있다.
인물의 생각을 겉으로 드러낼 때는 독자의 머릿속에 중요한 내용이 떠오르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셔먼 맥코이가 체포된 뒤 울프가 맥코이의 마음속으로 들어가는 장면을 보자.
“셔먼은 오른손으로 손을 뻗어 재킷을 잡아 수갑을 덮었다. 그러나 수갑을 찬 상태였기 때문에 재킷을 잡으려면 두 손을 함께 움직여야 했고, 손을 움직일 때마다 수갑이 손목을 조여 왔다. ~~~순간, 마치 거대한 해일처럼 굴욕감과 수치가 밀려들었다. 이것이 지금 셔먼이 처한 상태였다. 이것이 지금 셔먼의 모습이었다. 유례없고 하나님의 도움을 바랄 수도 없으며 그 무엇으로도 벗어날 수 없는 시련 속에 놓인 남자. 수갑을 차고 있는 남자~~~~브롱크스에서 말이다. ~~~~아니야, 이건 꿈일 거야. 암, 그렇고말고.~~~~이 불투명한 막을 벗겨내면 진실이 드러날 거야~~~”
이 장면에서 울프는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을 묘사하는 동시에 중니공의 마음을 열어젖힌다. 실제로 이 짧은 단락은 다소 자기지시적이다. 그리고 울프가 정확히 어떤 방법으로 자신이 의도한 효과를 거두는지 실마리를 제공한다. 등장인물의 머릿속을 열어젖혀 인물의 무의식 속으로 독자를 초대하는 ‘교묘한 속임수’를 쓰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 울프는 작가가 캐릭터의 머릿속을 들여다보는 현미경으로 정확히 어느 지점을 향해 겨냥해야 하는지 알려준다. 그곳은 마도 ‘전혀 겪어보지 못했고 하나님의 도움을 바랄 수도 없으며 어떤 수를 써도 벗어날 수 없는 시련 속이다. 작가가 그곳을 목표로 정한다면 등장인물의 머릿속을 뚫고 들어가는 게 전혀 불가능하지는 않다. 이것이야말로 뉴저널리즘 스타일의 글쓰기에서 가장 큰 즐거움 중 하나다. ~~~이것이 톰 울프에게서 배울 수 있는 가장 큰 가르침일 것이다.
• 톰 울프처럼 등장인물 만들기
등장인물의 주요 특성을 과장하고, 자신이 만든 등장인물을 냉소적으로 조롱하며, 그들의 허물이나 기벽을 실제보다 과장하여 드러내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울프는 막돼먹고 추잡하며 무례하기 짝이 없는 부동산 개발업자 찰리 크로커를 묘사할 때 그의 신체적 힘이나 재산보다는 그의 약점을 드러내는 데 초점을 맞춘다. ~~~주인공을 부드럽게 다뤄서는 안 된다. 작가가 주인공에게 지나치게 많은 연민을 품게 되면 울프가 찰리에게 그랬던 것과 달리 당신의 주인공을 고통에 빠트리는 데 망설이게 된다. 주인공이 수치심과 모욕, 불안과 동요, 추락을 경험케 하라. 그렇게 하면 독자의 관심은 주인공에게 쏠릴 수밖에 없고, 주인공이 처한 상황을 독자 자신이 처한 상황처럼 받아들이게 된다.
• 죽음과 파괴로 독자를 사로잡기
• 신분을 드러내는 단서를 작품 속에 담기
사람들에 대하여 쓸 때 그들이 입고 있는 옷과 살고 있는 집을 묘사한다면 작품에 도움이 된다. 특히 이러한 세부묘사가 다른 사람들과 차별되는 그 인물만의 신분을 드러내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바람직하다.
• 톰 울프와 등장인물의 언어
울프는 작중 인물이 실제로 사용할 법한 어휘를 소설 속에서 사용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꼭 필요한 것>에서 척 이거와 동료 파일럿들은 기자들 때문에 매스컴의 관심이 자신들에게 쏠리고 있어 매우 불쾌해한다. ~~~울프는 이들 비행조종사들의 불만을 묘사하면서 실제 비행조종사들이 쓸 법한 단어를 찾아낸다. 울프가 사용한 표현은 “추잡한 인간들!” 혹은 “역겹군~”이다. 이런 표현은 울프의 머릿속에서 나온 것들이 아니다. 이야기 속에 스며든 실제 파일럿들의 목소리이다. 동시에 이러한 반응이 비행조종사들의 전형적인 사고방식이란 점을 은연중에 내비친다.
<허영의 불꽃>에서도 울프는 처음부터 끝까지 등장인물의 언어를 구사한다. 예를 들어 셔먼이 침대에 재킷을 벗어 던지며 이렇게 말한다. “옷 한번 엄청 비싸군.” 이런 표현은 단순히 한 줄의 대사에 그치지 않ㄴ느다. 그 속엔 전체 등장인물의 관점이 담겨 있다.
등장인물이 실제로 사용할 법한 어휘를 사용하는 것은 주요 인물의 관점에 기대어 진행되는 작품의 경우 가장 핵심적인 사항이다.
등장인물들이 쓰는 어휘를 실감나게 사용하려면 조사가 필요하다. 그들이 실제 살아가는 모습을 알고 싶다면 직접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게 중요하다. 울프는 사람들을 만나서 인터뷰할 때 그들과 함께 어울리며 인간적으로 친해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허영의 불꽃>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취재하는 데 3년이 걸렸다. <한 남자의 모든 것>은 무려 11년 동안의 취재 끝에 나온 작품이다.
[21장] 스티븐 킹처럼 써라
• 서스펜스란 정확히 무엇인가
독자가 미래에 벌어질 어떤 사건을 기대하게끔 만드는 것이다.
• 문학과 서스펜스
• 스티븐 킹의 서스펜스는 어떻게 다를까
스티븐 킹의 작품을 분석해보면 서스펜스를 만들때 항상 세 단계로 구성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첫 번째 단계에서 킹은 독자가 궁금해 하거나 염려하는 일이 조만간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언급이나 단서를 흘린다. 두 번째 단계에서는 일어날지도 모르는 그 일을 여러 차례 반복적으로 언급한다. 무대 위의 코미디언이 방금 전에 했던 농담을 다시 언급하여 관객을 웃기는 것과 비슷하다는 점에서 나는 이 두 번째 단계를 ‘재통보callback’라고 부른다. 세 번째 단계에 이르면 킹은 이야기의 전개상 공포가 최고조에 달하는 지점에서 서스펜스를 절정으로 끌어올린다.
킹은 등장인물에게 뭔가 안 좋은 일이 벌어지리라는 예감 때문에 독자가 불안해하길 원한다. 예를 들어 <미저리Misery>의 서스펜스는 폴이 애니의 집에 감금되어 그녀에게 자비를 구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음을 독자가 깨닫는 순간 시작된다. 독자를 불안하게 만드는 건 집 안에 갇힌 폴의 독백이다. “그녀는 지금 외출하려고 한다. 외출할 때면 싱크대에서 물 트는 소리가 들려온다. 애니는 몇 시간 후에 돌아올 것이다. 아직 까지는 내게 벌을 주지 않을 모양이다.” 폴의 불안한 내면의 소리는 소설이 끝날 때까지 계속된다. 뭔가 나쁜 일이 일어날 조짐이 보일 때마다 폴은 걱정에 휩싸이고 독자들 역시 그를 동정하는 마음에 걱정에 동참한다.
[글을 마치며]
지금까지 우리는 문체를 향상시키기 위한 방법으로 모방이 가능한 고전 작품들을 분석해보았다. 그 과정에서 초고 쓰기, 줄거리와 등장인물을 발전시키기, 전조, 시점, 서스펜스를 비롯한 여러 가지 기교를 살펴보았다. 물론 이러한 훌륭한 기교들을 자유자재로 사용하기까지는 숱한 시행착오가 필요하고, 이 책에서 다룬 내용 중에 특별히 흥미를 갖고 읽어 내려간 부분도 독자마다 다를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 책을 다 읽고 난 지금 당신은 스스로 문학작품을 분석할 수 있는 방법을 습득하게 되었으며, 작품을 해부하고 작품 속에서 기교가 활용되는 방식을 엑스레이로 들여다보듯 파악하는 능력을 갖추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제 한 권의 책을 뚫어지게 응시하고 있으면 마치 그 책이 분해되고 녹아내려 손에 착 달라붙는 듯한 느낌이 들 것이다. 당신은 그 속에 녹아 있는 다양한 기교를 당신의 작품에 어울리게 변형해 사용할 수 있다.
모방은 고대인들에게 매우 중요한 기법이었다. 실제로 고대 로마나 그리스의 거의 모든 작가들은 글을 쓸 때 공공연히 이전의 작품을 모방했다. 로마의 가장 대표적인 수사학자였던 퀸틸리아누스는 진심으로 모방을 장려했다.
“진정한 모방이란 단순한 베끼기가 아니다. 훌륭한 모방은 원작의 정신적 밑바탕에서부터 단어, 편집, 태도, 주제 선택에 이르기까지 앞선 세대의 작가들이 지닌 훌륭한 점을 통틀어 이해하는 것을 뜻한다. 단 하나의 작품을 모델로 삼아 글자 하나, 표현 하나까지 똑같이 흉내 내는 것은 창조적 모방이 아니라 표절이며 맹종이다. 작가는 다른 방식으로 무언가 더 나은 것을 보여주거나 더 낫진 않더라도 나름 훌륭한 결과물을 보여주기 위해, 모델로 삼고 있는 작품의 정신을 내 것으로 만들어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어야 한다.” ■
[Review]
어두운 방안은 시간이 지나자 희미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잠을 자고 있었든지 깨어 있었든지 아무튼 거기에는 침대가 있었고, 노란 색깔의 홑이불과 베개가 있었고, 그 베개를 베고 있는 누렇게 야윈 얼굴, 감고 있는 눈자위는 속이 들여다보일 것만 같고 가슴 위에 뼈만 앙상한 두 손이 마치 시체의 손처럼 포개져 있었다.
당신은?
헨리 서트펜이요.
이곳으로 돌아온 지는 ?
사 년 전이오
그럼 집에 돌아온 까닭은?
죽기 위해서죠
죽기 위해서라니?
그렇소. 죽기 위해서요.
이곳에 돌아온 지는?
사 년 전이오
그럼 당신은?
헨리 서트펜이오.
‘윌리엄 포크너’의 책<압살롬 압살롬>에서 마지막 대목이다. 포크너는 알쏭달쏭 독자를 힘들게 하는 작가로 유명하다. 지루하도록 긴 단락의 글을 쓰면서 스토리를 비틀고 갑자기 장면을 바꾸고, 딴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여간 인내심 없이는 읽기 어렵다.
케임브리지 대학에 다니던 ‘헨리 서트펜’은 방학을 맞아 친구와 함께 아버지의 농장이 있는 시골집에 내려왔다. 그리고 자기 여동생을 친구에게 소개했다. 그러나 그 친구가 이미 결혼한 사실을 숨겼을 뿐 아니라 자신의 이복형제임을 알게 되자 마음에 상처받는다. 결국 서트펜은 집을 나가 친구와 함께 남북전쟁에 참전하며 갈등하다가 끝내 친구를 살해한다. 그 후 포크너는 서트펜의 이야기를 감추고 있다가, 책의 말미에 그가 본가로 다시 돌아와서 비참하게 죽어가는 모습을 드러내 보여줌으로 독자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나는 왜 위대한 작가들처럼 쓰지 못할까? 답은 간단하다. 당신도 그들처럼 쓸 수 있다. 그러나 먼저 분명하게 알아두어야 할 사실이 있다. 위대한 작가들은 당신이나 나와는 사뭇 다른 방식으로 작가수업을 받았다는 것이다.”(본문)
한 번 본 책을 다시 보는 경우는 거의 없다. 책의 내용이 기억에 남지 않아서 궁금해질 때도 있지만, 한 번 읽은 책을 다시 뒤적이려면 그만한 이유가 있어야만 한다.
그러나 책의 한 단락이라도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면 스토리가 오랫동안 남는다. 그런 책은 다시 읽고 싶다. 책을 메모하면서 읽게 된 것은, 쉽게 어느 때나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핸드폰으로 불러내서 다시 볼 수 있고 전체적인 스토리를 기억에 담아두는 데 유용하기 때문이다. 특히 인상 깊은 단락을 인용하거나 받은 느낌을 창의적으로 활용하여 작은 글이라도 쓸 때 도움이 된다.
사람들은 어떤 기준으로 책을 고를까? 짧은 시간 책장을 넘기며 훑어보는 사람들은 책의 전체 내용을 파악하고 고르지는 않는다. 어떤 책은 눈 깜짝할 사이에 책장을 넘기면서도 유머 감각이 있거나 압축된 언어표현의 활자가 눈에 훅하고 들어오면 그 책을 선택하게 된다. 이와 달리 문단이 길고 비틀어놓은 글은 쉽게 마음이 가지 않는다. 개인적으로는‘ 빅토르 위고’나 ‘찰스 디킨스’ 같은 작가가 마음에 든다. 디킨스는 유머 감각이 마음에 들고 위고의 작품은 힘이 느껴진다.
어느 날 갑자기 허공에서 뚝 떨어진 위대한 작가란 없다. 어떤 작가든 책 한 권을 쓰려면 자신의 모든 것을 다하는 혼신의 힘을 기울인다. 그런 점에서 책 속에는 작가마다 독특한 개성이 녹아 있고 대중의 찬사를 받는 작품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이 책은 스물한 명의 위대한 작가들에 대한 문학평론과 같은 책이지만, 작가만이 지닌 글쓰기 과정에서 초고 쓰기, 줄거리와 등장인물을 발전시키기, 전조, 시점, 서스펜스를 비롯한 여러 가지 특색 있는 점만을 골라 비교 분석한 책이다. 전문작가를 희망하는 사람이라면 글의 방향을 정하는 데 유익하고, 일반 독자들에게도 책을 분석적으로 읽는 즐거움으로 독서 수준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이다.
“훌륭한 기교들을 자유자재로 사용하기까지는 숱한 시행착오가 필요하고, 이 책에서 다룬 내용 중에 특별히 흥미를 갖고 읽어 내려간 부분도 독자마다 다를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 책을 다 읽고 난 지금 당신은 스스로 문학작품을 분석할 수 있는 방법을 습득하게 되었으며, 작품을 해부하고 작품 속에서 기교가 활용되는 방식을 엑스레이로 들여다보듯 파악하는 능력을 갖추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제 한 권의 책을 뚫어지게 응시하고 있으면 마치 그 책이 분해되고 녹아내려 손에 착 달라붙는 듯한 느낌이 들 것이다. 당신은 그 속에 녹아 있는 다양한 기교를 당신의 작품에 어울리게 변형해 사용할 수 있다.”(본문)
저자는 뉴욕시립대학교(CUNY) 와 보스톤 대학에서 영문학 교수로 오랫동안 재직했으며, 이 책은 2009년도 출판되었다. 대표작으로 <나는 이런 키스를 하고 싶다The Art of Kissing>외 다수의 작품이 있으며. 여러 방송 프로그램에 대담자로 활동하고 있다. ■
(본문)
“진정한 모방이란 단순한 베끼기가 아니다. 훌륭한 모방은 원작의 정신적 밑바탕에서부터 단어, 편집, 태도, 주제 선택에 이르기까지 앞선 세대의 작가들이 지닌 훌륭한 점을 통틀어 이해하는 것을 뜻한다. 단 하나의 작품을 모델로 삼아 글자 하나, 표현 하나까지 똑같이 흉내 내는 것은 창조적 모방이 아니라 표절이며 맹종이다. 작가는 다른 방식으로 무언가 더 나은 것을 보여주거나 더 낫진 않더라도 나름 훌륭한 결과물을 보여주기 위해, 모델로 삼고 있는 작품의 정신을 내 것으로 만들어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어야 한다.”
“감정을 표현하는 수식어구가 풍부함에도 불구하고 발자크의 문장은 여전히 세련됨과는 거리가 멀다. 등장인물의 감정을 표현할 때 발자크가 사용하는 단어를 보면 절반가량은 같은 단어다. 기쁨! 기쁨! 기쁨! 발자크의 수법을 눈치 챈 독자라면 그가 보폭을 고집스레 지키며 걸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북소리에 맞춰 행군하는 군인처럼 발자크는 등장인물의 감정을 규칙적으로 반복한다. 이런 규칙적인 반복이 독자에게 발각된다면 비웃음을 사기 딱 좋다. 그러나 발자크는 마치 물방울이 일정한 시간 간격을 두고 한 방울씩 양동이에 떨어지듯 감정의 규칙적인 반복을 여러 페이지에 흩어놓음으로써 독자가 의식할 수 없게 만든다. 반복 이라는 장치의 단순한 본질을 꿰뚫어보는 사람은 오직 평론가와 초보 작가들뿐이다.”
“갈등하는 캐릭터를 만드는 디킨스의 비결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방법은 두 가지다. 첫째, 풍자의 외양 묘사. 그 밖의 다른 점들을 주의 깊게 관찰하여 인물을 그려낸다. 그렇게 만들어진 인물은 다혈질일 수도 냉혈한일 수도 있다. 혹은 흑인일 수도 백인일 수도 있으며, 젊은 사람일수도 나이 든 사람일수도 있다. 단 이러한 인물 묘사가 지나치게 길어진다 싶으면 과감히 잘라내야 한다. 인물묘사는 짧을수록 좋다. 우리는 디킨스의 인물 묘사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다만 오늘날 독자들의 기호에 맞추고 싶다면 묘사의 분량만큼은 디킨스가 한 것보다 줄이는 게 바람직하다. 갈등을 만드는 두 번째 방법은 디킨스처럼 육체적으로든 언어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주요 등장인물들을 서로 적대관계에 몰아넣고 충돌시키는 것이다. 기억나는가? <돔비와 아들>에서 에디스와 돔비가 충돌했을 때나 <황폐한 집>에서 털킹혼 씨가 데들록 부인의 비밀을 폭로하려고 주변을 맴돌며 염탐하고 다닐 때, 디킨스는 갈등을 전부 드러내지 않고 수면 아래 감춰둔다. 이렇게 숨죽이고 있던 갈등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올 때 독자가 맛보는 희열이란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만큼 짜릿하다.”
(허먼 멜빌) <마디>의 도입부는 이 혁신적인 작가의 시적 문장이 어떤 것인지 잘 보여준다. “마침내 출항이다! 항로를 결정하고 돛을 올린다. 산호에 걸린 닻이 뱃머리 쪽에서 덜컹거린다. 사냥개 무리처럼 먼 바다까지 우리를 쫓아온 미풍이 세 개의 돛을 뒤흔든다. 위아래로 활짝 펼쳐져 날아갈 듯 한 돛이 여러 개의 보조 돛과 함께 펄럭거리는 소리가 요란하다. 양 날개를 겨드랑이에 접은 매처럼 우리는 바다 위에 돛의 그림자를 드리울 때까지 거친 물살을 가르리라.”
(서머싯 몸)에게 글쓰기는 책상 앞에서만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하루 종일 쓴다. 생각에 잠길 때나 책을 읽을 때, 그리고 무언가를 경험하고 있을 때 작가가 보고 느끼는 모든 것은 글쓰기에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의식하든 의식하지 못하든 작가는 항상 자신이 받은 인상을 가슴 속에 저장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몸이 우리에게 전하는 가르침은 두 가지다. 첫째, 규칙적으로 글을 써야 한다. 둘째, 개인의 경험을 작품 속에 녹여야 한다. 그러려면 피상적인 인생을 뛰어넘어 다양한 인간관계를 진심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한 경험을 해본 것만으로도 당신의 작품에 그 경험들이 반영될 수 있다.
(필립 K. 딕) 창의력과 상상력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어쩌면 분석적이고 비판적인 내부 검열, 즉 뇌의 편집 기능을 잠시 잊어야 할지도 모른다. 이를 위한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한 가지 방법은 닥처럼 빨리 쓰는 것이다. 당신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 편집자의 입에서 “이봐, 좀 천천히 써주게. 내가 읽어볼 시간을 줘야 하잖아.”라는 말이 나올 만큼 빨리 초고를 완성하는 것이다.
Go My Book Re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