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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三國志249)
장송(張松)의 계략, 이이제이(以異制異)~
마초가 패잔병을 이끌고
몸을 의탁하러 달려간
한중(漢中)의 장로(張魯)란 어떤 사람인가 ?
장로는 그의 조부(祖父)를 거쳐
부친(父親)의 뒤를 이은 오두미교(五斗米敎)
라는 사교(邪敎)의 두령이었다.
서촉(西蜀)과 한중은 워낙 허창에서
멀리 떨어진 험준한 산악지대였던 관계로
(특히 한중)오랜 옛날부터
천하통일의 야심을 가진 영웅들이
눈여겨 보는 곳이 아니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중원 천하의
세력 다툼권에서 밀려난 변방이었고,
이런 지방일수록 사교의 세력이
창궐하기 쉬어, 장로의 조부인 장릉(張陵)이
서천 곡명산 속에서 수행하면서
서천 오두미교라는 새로운 종교를 일으켰다.
그 종교의 신자가 되려면
쌀 다섯 말을 바쳐야 되었기에,
사람들은 그 종교를 그렇게 불렀던 것이었다.
오두미교는
최고 두령을 사군(師君)이라 부르고,
일반 신도들은 귀졸(鬼卒)이라 불렀으며,
신도의 우두머리는 계급에 따라,
제주(祭酒)니 감령제주(監令祭酒)니,
치두대제주(治頭大祭酒)로 높여 불렀는데,
어지러웠던 후한말기(後漢末期)
황건당(黃巾黨)이 만들어진 시기에
창시된 종교집단 이었다.
이 종교는 병도 고치고
모든 죄악도 다스릴 수 있다고 하면서
하늘과 땅과 물에 그 죄를 빌거나 고백하면
영혼이 정화되어 질병과 죄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가 있다고 하여
지역 백성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오두미교는
창시자 장릉이 죽자, 그의 아들인
장형(張衡)이 계승하였다가 지금은
장형의 아들인 장로가
사군지위를 계승하였다.
한중은 워낙 변방인 관계로
관(官)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데다가,
그 지방에서는 오두미교의 세력이
워낙 강대하므로, 한나라에서는 아예
장로를 진남중랑장(鎭南中郞將)으로 삼아,
한중 태수로 봉해 버렸다.
사실이 이렇다 보니,
파촉(巴蜀) 지방에서는 오두미교의 사군인
장로가 사실상 군주(君主)와 다름 없었다.
*주
파촉(서천,익주)은
삼국시대에 <파촉>으로 불리기도 했는데
과거 이 지역에 파국과 촉국이라는
두 나라가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서천과 한중 일대를 아우러서 본 삼국지에서
파촉, 서촉, 한중, 서천, 익주 등으로
함께 어우러 쓰고 있으니
지역의 명칭에 혼동이 없으시길 바란다.
...
마초가 조조에게 패하여 몸을 의탁하러
쫒겨오니 장로가 은근히 불안을 느껴,
수하의 무리를 모아 놓고 상의한다.
"서량의 마등은 이미 죽었고,
이제 그의 아들 마초마저 패해 버렸으니,
조조가 필시 우리를 그냥 두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대비를 해야 할 것인가 ?"
그러자 모사 염포가 아뢴다.
"지금이야말로 사군께서 왕위(王位)에
즉위하실 때가 아닌가 하옵니다.
우리 한천(漢川)으로 말하면
백성이 십만여 호에 이르고,
재물도 풍부하고 양식도 넉넉한 데다가,
사면이 험준한 산악으로 둘러싸여
나라를 보위하는데 조금도 부족함이
없는 곳입니다. 그러하오니 사군께서는
용장 마초의 힘을 빌어,
파촉 사십일 주를 완전히 통합하신 뒤에
한녕왕(漢寧王)으로 취임하신다면
조조도 감히 우리를 넘보지 못할 것입니다."
장로가 그 말을 듣고 크게 기뻐하였다.
"음 !... 매우 좋은 생각이오.
그면 마초를 받아들이고,
그의 옹맹함을 앞세워 군사를 일으켜
파촉 전체를 취할 수 있도록 도모해 봅시다 !"
하고, 쾌락하였다.
...러
그 당시 파촉(서천)의
영주(領主)는 유장(劉璋)이었다.
유장은 한나라 노공왕(魯恭王)의 후예인
유언(劉焉)의 아들로, 그는 부친으로 부터
영주의 지위를 물려 받은 뒤에는
정사를 게을리하고 날마다 주색에만 빠져 있는
우유부단(優柔不斷)한 인물이었다.
마초가 장로에게 귀순하여
서천 공략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
비밀리에 전해지자 장송과 법정이
그 소식을 먼저 알고 군주 유장을 찾아갔다.
그날도 유장은 많은 무희들을 불러들여
춤을 추는 것을 감상하면서
미인도(美人圖)를 그리고 있었다.
유장이 미인도에 미인의 눈을
그려 넣으려는 바로 그때,
장송과 법정이 들어섰다.
그리하여
법정과 장송이 무희들 틈을 비집고
유장앞으로 나아가 인사를 여쭌다.
"아뢰옵니다."
그러나 유장은 대답은 물론,
법정과 장송을 한번도 쳐다보지 않은 채로
그림 그리기에 몰두하고 있었다.
"음 !..."
법정과 장송은 서로 눈을 마주치며,
걱정반 한심 반의 얼굴로 다시
한번 유장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그제서야 미인도의 눈(眼)을
모두 그려 넣은 유장이 그림에서
눈을 떼지 않은 상태로 말 문을 연다.
"눈을 그릴 때에는 실수를 하기 쉬워..
자칫 한눈을 팔면 애써
그린 그림을 망치게 되거든 ..."
그러자 키는 다섯 자가 될까 말까하게
작은 데다가, 코는 삐뚤어지고
이빨이 뻐드러진 볼품없는 사내
장송(張松)이 나서며 말한다.
"허 ! 주공께서 그리신 미인도는 지금
춤추는 미인들 보다, 훨씬 아름답습니다."
"허허.. 자네가 뭘 좀 볼 줄 아는구먼 !"
유장은 장송의 칭찬을 듣자,
순간 마음이 바뀌어 무희들을
그만 물러가란 손짓을 해보인다.
무희들이 물러감과 동시에
유장이 두 사람에게 명한다.
"무엇때문에 왔는지 말해 보게."
"예, 아뢰옵니다. 조조가 위수 강변에서
마초군 이십 만을 격퇴하고
그 틈에 서량을 취했으며,
갈 곳없는 마초가 패잔병 오만을 규합해서
한중의 장로에게 투항했다고 합니다."
법정이 최근에 일어난
외세의 변화를 일목요연하게 아뢰었다.
그러나 유장은 아직도
미인도에 미련이 남아 있었던지,
그림을 계속 주시하면서,
"음 ?... 대단한 조조로다,
서량까지 손에 넣다니...
조조에게 패한 마초가 장로에게로 갔다면
이젠 장로가 조조에 맞서기 바쁘겠구먼 ?"
하고, 다른 집 불구경 하는 듯이
대답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법정이 안타까운 얼굴을 하면서,
"예 ? 주공, ! 그때문에 장로가
우리 서천을 노리고 있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뭐라구 ? 조조와 대항 할 생각을
하지 않고, 우릴 노린다구 ? "
법정은 주군 유장의 대답이 하도 기막혀서
대답을 하는 대신 장송을 쳐다 보았다.
장송은 법정이 자신을 건너다 보는
의미를 알아채고 유장에게 아뢴다.
"주공, 생각해 보십시오. 지금 마초도
조조의 적수가 안 되는데, 장로가 어찌
조조를 막을 수가 있겠습니까 ?
한중 땅은 수비가 어려워 장로가
살아남기 위한 방법이 바로,
마초를 앞세워 우리 서천을 취해서,
서천과 한중을 하나로 묶어서
조조에게 대항하겠다는 거지요.
혹시 패해서 한중을 잃더라도
서천으로 후퇴하면 수비는 되니까요..."
"그렇다면 우리 서천이 험준한 것을
알면서 뭘 걱정하는가 ?
장로가 쳐들어 온다고 해도
걱정할 일이 아니지, 우린 이십 만대군이
있는데 뭐가 걱정이란 말인가 ? "
"주공, 장로는 계속 서천을 노려왔고,
지금은 맹장 마초를 얻어
더욱 강해졌습니다."
"마초가 그리 대단한가 ?
우리 서천 장수들이 못 당하나 ?"
"그렇다면 주공께서는
여포를 아시겠지요 ?"
"당연하지, 방천화극에 적토마를 타고,
중원을 누비던 천하무적이 아니었나 ?"
"그렇습니다. 헌데, 조조는 마초의 무예를
여포에 비교 했습니다.
위수 전투에서 조조는 마초에 쫒겨,
전포를 벗어 던지고 수염을 잘라가면서
필사의 도망을 치다가 마초에게
죽을뻔 했지요. 그러나 조조가
마초와 한수 사이를 이간해서
결국 승리를 거둔 겁니다. "
"허 !... 장송 ,
그럼 우린 어찌했으면 좋겠나 ?"
유장은 그제서야 외세의 세력변화가
서천을 향해 심상치 않게 다가오는
것을 깨닫고 향후 대책을 묻는다.
"제가 진헌(進獻)할 공물을 가지고
허창으로 조조를 찾아가 우리와 동맹을
맺도록 한 뒤, 조조로 하여금 장로를
치게 유도 한다면, 장로가 조조를
막아내기도 바쁜데 무슨 힘으로
우리를 침범하겠습니까 ?
말하자면 우리는
이이제이(以異制異)의 술책을 써야 합니다."
"하 ! ...그래 ! 좋아 ! 장송 ! 사자로 명하니
즉시 허창으로 건너가 조조를 만나보게 !"
"알겠습니다 !"
유우부단한 유장은 이때 만큼은
자신의 신변에 몰려오는 위급함을 느끼고
장송으로 하여금 그의 계획대로
실행할 것을 즉석에서 명하였다.
유장앞에서 물러나온 법정은
장송의 집에서 단 둘이 만나,
조금 전에 유장과 겪었던 일을 되새기며,
"저리 아둔한 군주가 어찌
서천을 지키겠습니까 ?
이번에는 형님 덕분에 어떻게 넘긴 줄은
몰라도 다음에는 힘들 것입니다."
하고, 자기 분을 삭이지 못하고 말한다.
그러자 장송이 한탄하는 어조로,
"애석하네,
우리의 넓은 포부와 가득한 지략을...
아둔한 군주가 집을 지키는데 쓰다니..."
하고, 법정의 분개에 동조하는 말을 하였다.
그러자 법정은 더욱 목소리를 높여,
"하늘이 내려주신 서천을 유장은 등한시 하니,
서천의 오십이개 주 백성을 위해 ...
처라리 서천을 위해 명군(名君)을
찾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
하고, 말하면서
장송앞으로 고개를 기울였다.
"응 ?..."
법정의 말이 끝나자,
갑자기 장송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장도(長刀)를 집어들고,
"스르릉 !"
하고, 곧 칼을 뽑아,
법정을 향해 휘두를 듯이
위협하며 날카로운 소리를 내질렀다.
"법정 ! 반역을 할 셈인가 ?"
"어 엇 ? ... 장송 ! 여태껏 나는
그대를 우리 서천에 인재로 여겨왔는데,
이리 경박할 줄은 몰랐소. 좋아 !
나를 밀고하여 상금이나 챙기거라 !"
법정은 단발마적인 대꾸를 내질렀다.
두 사람간의 싸늘한 시간이
잠시 흐르고 장송이 갑자기,
"으하하하하 !"
하고, 웃는 것이 아닌가 ?
그러면서 뽑다 만 칼을 칼집에
도로 넣는 것이었다.
이런 장송을 바라보는 법정은
의문을 몰라 어리둥절하는데, 장송이,
"효직,(법정의 字) 역시 용기가 있구먼 ! "
하고, 법정을 추켜세우는 것이었다.
그러자 법정은,
"아 ! 영년(장송의 字)형 ! ..
.영년 형도 내 뜻과 같습니까 ?"
하고, 동지를 만난 듯이
기쁜 어조로 소리쳤다.
"자, 이쪽으로 !..."
장송은 칼을 내려 놓으며 법정을
자신의 깊숙한 내실로 안내한다.
그러면서 두루마리 한 필을
펼쳐 보이며 말한다.
"보게, 이게 뭔지 !..
"서천 오십이개 주(州) 지도 ?"
법정은 서천 전체의 지도임을
단박에 알아 보고 대꾸한다.
"서천은 험하고 웅대한 곳이라,
지리를 모르고서는 천군 만마를
동원해도 공격하기는 어렵지, 이 지도는
내가 후일을 생각해서 삼년 동안이나
공을 들여 만든 것이네.
서천의 지리와 도로, 계곡 속에 요새,
군대의 요새, 군량고 까지
상세히 기록해 놓았다네,
이것만 있으면
서천의 절반을 얻는 셈이지."
"그럼 영년형은 이 지도를
누구에게 바칠 겁니까 ?"
"응 ?... 허창의 조조네,
그는 뛰어난 지략에 대군을 보유해,
천자를 등에 업고 천하를 호령하니,
조조야 말로 천하를 통틀어 최고의 군주일쎄,
그러니 우리 서천이 그의 손에 들어간다면
백성들이 태평성세를 누리게 될 것이고,
우리도 재능을 펼칠 수가 있을 것이야 !"
"조조는 명군을 가장한 한실의 역적인데,
어찌 유비에게 바칠 생각을 안하시는 겁니까 ?
그는 한실의 후예로 형주를 점거하고 있고,
제갈양의 지략에 명장 셋이 있으니,
장차 대업을 이룰 것입니다. "
"으흠 !... 형주 땅은 조조와 손권사이에
있기 때문에 곧 잃게 될 것이야,
유비는 제 앞가림도 힘든 처지인데,
무슨 대업인가 ? ...방금 아우가 했던,
조조가 한실의 역적이란 말은
너무 고루한 생각이네,
천하에 누가 욕을 먹지않고
정세를 다스릴 수가 있으며
누가 욕을 안 하겠는가 ?
욕이 오가면서도 조조는
대업을 이루지 않았던가 ?
유비가 현명한 군주라면,
조조는 타고난 군주일세 !
난세 속에서는 타고난 군주가 명군이야 ! "
"그럼, 언제 허창으로 가시렵니까 ?"
"내일 출발하면 열흘 뒤면
허창에 당도할 것이네."
"좋습니다. 영년형 ! 다녀오십시오 !"
법정이 존경의 표시로 두 손을 읍하여
허리를 깊숙히 숙여 인사한
"그럼, 뒷 일을 잘 부탁하네 !"
장송이 만면에 미소를 머금고 당부하였다.
...
첫댓글 군주를 섬기려 하지 않고,
자기 이득을 취하려는 참모들..
군주의 무능력인가?
아니면 참모의 배신인가?
적을 이용하여 다른 적을 제어한다는 이이제이~
장송의 계략이 성공할까??요~~~
누구나 욕심이 있습니다만,
자기가 모시고 녹을 먹는 사람이라면
배신배반은 삼가해야 하건만..
욕심이 화를 불러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