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율법 [신 21장]
[내용개요]
본장은 사회와 가정에서 발생한 각종 문제에 대한 처리 규례를 언급하고 있다. 먼저 범인을 알 수 없는 피살자가 발생한 각종 문제에 대한 처리 규례를 언급하고 있다. 먼저 범인을 알 수 없는 피살자가 발견된 경우의 처리 규정(1-9절), 전쟁 포로인 여자를 아래로 삼고자 할 때의 규례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10-14절). 한편 가정 문제 중에서 다처인 경우의 유산 상속은 장자에게 우선권을 주도록 규정하고 있으며(15-17절), 부모를 거역하는 패역한 자식은 돌로 쳐죽이도록 명령하고 있다(18-21절). 마지막으로 범죄자의 시체를 나무에 새달 때는 밤새도록 두지 말고 진 안의 땅에 매장하는 것을 금지하였다. 이는 하나님의 거룩한 땅이 그의 시체로 인해 더럽혀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22-23절).
[강 해]
본장에는 각기 다른 율법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피살당한 시체의 처리와 포로 된 여인을 아내로 맞이하는 규례, 사랑받지 못하는 아내의 장남과 패역한 아들에 대한 율법, 처형당한 자에 관한 율법 등을 다루고 있습니다.
1. 무지한 피를 대속하는 율법
1) 피살당한 시체의 처리
고의적인 살인자에 대해서는 엄격한 법 적용으로 처벌하라고 강조한 모세는(참조, 신19:11-13) 피살된 시체의 살해범이 발견되지 않을 경우에 대한 율법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고대 사회라고 할지라도 이러한 일은 가끔씩 발생하는 일이었을 것이며 그에 대한 명문화된 규정이 반드시 필요했을 것입니다. 더구나 괴는 생명을 의미한다는 사상을 가지고 있는 히브리 민족에게 있어 범인이 밝혀지지 않은 살인 사건이 라고 할지라도 모종의 조치가 반드시 필요했을 것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a. 사람의 시체를 만지는 것은 부정함(레21:11)
b. 접촉 시에는 몸을 깨끗케 해야 함(민31:19)
2) 무죄자의 피를 흘린 죄를 대속받아야 함
살해범이 누구인지 알 수 없더라도 무죄한 자를 피 흘리게 한 살인자의 죄는 반드시 대속받아야 했습니다. 그 대속의 절차에 대하여 모세는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먼저 시체가 발견된 곳의 가장 가까이에 있는 성읍의 장로가 대속을 담당할 희생 제물로 멍에를 멘 적이 없는 송아지를 골라야 했습니다. 그리고 그 송아지를 험한 산골짜기로 끌고 가서 그 목을 꺾어 피 흘리게 하여 대속하고 대표인 장로들은 자신들이 그 주검에 대해 전혀 무죄하다고 선언하며 죽은 암송아지 위에서 물로 손을 씻어야 했습니다. 이러한 속죄 의식은 피는 피로 갚아야 한다는 하나님의 공의를 만족시키며(참조, 창9:6) 피흘림이 없이는 결코 사죄함이 없다는 히9:22의 교훈을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물론 예표론적으로는 이 무죄한 피 흘림에 의한 대속은 그리스도의 인간을 위한 대속 사역을 예표하고 있는 것입니다.
a. 피는 생명을 상징함(창9:5)
b. 피는 죄 값을 상징함(삼하1:16)
2. 포로 된 여인을 아내로 맞이하는 율법
1) 포로로 잡힌 여인을 아내로 맞을 경우
전쟁에서 포로 된 여인을 사랑하여 아내로 맞이하려면 자기 집으로 데려가 그 머리를 밀고 손톱을 베고 포로의 의복을 벗기고 그 부모를 위하여 일 개월 동안 곡한 후에 동침해야 했습니다. 이러한 포로의 성결 의식은 단순히 과거를 끊는다는 의미만이 아니라 이방에서 우상 숭배하던 삶의 습관과 신앙을 버리고 이스라엘의 공동체 속으로 들어옴을 서약하는 정결 의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남자들은 그 의식으로 할례를 행했지만 여자들은 위와 같은 의식을 통하여 이스라엘 공동체로 들어왔습니다. 하지만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있어서 가나안 족속의 여인을 아내로 삼는 것은 절대 금지되었습니다(참조, 신7:3). 왜냐하면 그들을 하나님의 진노를 받아 헤렘 전쟁으로 진멸될 족속이었기 때문입니다.
a. 종 되었던 자를 불쌍히 여기신 하나님(출6:4-5)
b. 포로는 그리스도의 구원을 기다리는 자를 상징함(눅4:18)
2) 제한 장치
이방의 여인을 아내로 맞이하는 일은 자유스러웠지만 제한 장치가 있었습니다. 그것은 결혼한 후에 그 여인을 기뻐하지 않아 이혼할 경우에는 자유를 주고 내보내야지 노예로 취급해서 팔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이방의 법이 전쟁 포로 여인들을 종으로 취급했던 것과는 다른 고차원적인 윤리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a. 여자 포로를 욕보인 경우(애5:11)
b. 포로는 보살펴 주어야 함(대하28:15)
3. 아들에 관한 율법
1) 사랑받지 못하는 아내의 장남에 대한 규례
모세는 두 아내를 둔 가정에서 남편의 사랑을 받지 못하는 아내가 장자를 낳았을 경우 유산을 분배하는 데 있어서 사랑받는 아내의 아들을 장자로 내세우지 말라고 명령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장자의 권리를 명백하게 보여 주는 율법 규정으로서, 어떠한 인간적인 편견이나 편애로 인해 가정의 질서를 허물지 않도록 제한하고 있는 율법인 것입니다. 물론 여기에서 율법이 일부다처주의의 배경을 전혀 문제삼지 않고 있다는 지적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당시의 시대상과 계시의 점진적인 발전 과정에 있어 아직 완전한 계시가 드러나지 않았던 상황으로 인해 그러한 일부다처제가 잠정적으로 묵인된 것입니다. 이스라엘이 그러한 상황을 당장 벗어나지 못하더라도 그 상황하에서 하나님의 율법이 적용되고 활용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오늘날 우리가 이 율법을 보고 취할 교훈은 외형적 틀이 아닌 내면적인 법 정신입니다.
a. 장자는 첫 아들(창10:15)
b. 장자의 특권은 아들들 중 우선적 특권을 가지는 것(창43:33)
2) 패역한 아들을 징벌하는 율법
부모의 권위를 모독하는 자는 이스라엘 사회에서는 하나님께서 가정에 허락하신 하나님의 권위를 파괴하는 자로 인식되었습니다. 따라서 그러한 자에 대해서는 가차없는 공개 처형으로 그 죄의 씨가 제거되었습니다. 이스라엘 사회는 그 전체 사회의 질서가 강조되는 사회였는데, 그 근간은 바로 가정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므로 가정의 권위인 부모를 공경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일이었던 것입니다.
a. 부모에 불순종하면 저주받음(잠20:20)
b. 부모에게 순종해야 함(골3:20)
c. 부모 공경은 계명으로 주어짐(출20:12)
4. 처형당한 자에 관한 율법
1) 나무 위에서 처형당한 시체는 밤새 두지 말 것
율법에 의하면 시체는 그 자체가 부정한 것이었습니다(참조, 민6:11). 그러므로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에게 주신 거룩한 땅인 가나안에서 시체가 방치됨으로 인해 그 땅을 부정하게 할 수는 없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처형당한 당일에 시체를 진 밖으로 가져가 매장함으로 그 시체로 인한 땅의 부정을 장지해야 했습니다.
a. 시체는 우상의 제물을 비유함(렘16:18)
b. 시체는 지옥에 있는 자를 비유함(사66:24)
2) 사도 바울의 오해
본문에서 모세는 나무에 달린 자는 하나님의 저주를 받은 자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규정은 신약 시대 사도 바울에게 심각한 오해를 유발했을 구절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바로 나무에 달려 죽은 자였기 때문에 바울이 파악하고 있는 율법에 의 하면 그는 하나님의 저주를 받은 자였습니다. 그러므로 그는 예수가 하나님이 보내 신 아들이요 메시야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그 갈등 상황은 갈3:13에서 잘 표현해 주고 있습니다. 후에 그가 다메섹 도상에서 부활하신 예수를 만난 후에 그 생각이 바뀌기는 했지만 일단 이 구절로 인해서 바울은 오해했던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이 말씀대로 나무에 달리셔서 우리 인간들이 당할 하나님의 모든 저 주를 홀로 감당하셨던 것입니다. 그 그리스도의 저주받으심으로 인해 오늘날 우리 성도들은 구원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사람의 시체를 만지는 자는 부정함(민19:13,18)
결론
본장에서 서술하는 여러 가지의 다양한 율법들은 율법이 이스라엘 백성들의 삶을 규정하는 데 있어 추상적인 측면이 아닌 매우 구체적인 측면까지 규정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줍니다. 또한 말씀은 오늘날 우리들에게 있어서도 구체적으로 우리의 삶을 규정하고 교훈을 주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 말씀을 읽고 묵상하는 데 더욱 열심을 내어 말씀에 근거한 삶을 살아나가야 할 것입니다.
[단어해설]
2절. 재판장. <tp'v;:솨파트>는 법적 실무자. 살인 사건 장소에 파견되어진 이스라엘의 천부장, 백부장, 오십부장 및 십부장을 지칭.
3절. 멍에. 쟁기나 수레를 끌도록 소나 말의 목에 가로 얹는 나무.
4절. 물이 항상 흐르고. 이스라엘 공동체로부터 살인자의 죄를 대속한 송아지 피를 떠내려 보냄을 의미.
6절. 손을 씻으며. 한 성읍을 대표하는 장로의 행위는 자신의 성읍의 결백함을 표명.
8절. 속량하신. 원어 <hd:P;:파다>는 '끊다'라는 뜻. 애굽의 압제로부터 해방시켜 주신 하나님의 큰 권능을 의미.
9절. 정직한 일. 원어 <rv;y::야솨르>는 '기뻐하다, 공평하다'라는 뜻. 죄 사함의 의식은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일임을 보여 줌.
10절. 대적. 가나안에서 멀리 떨어져 사는 가나안 족속을 제외한 이방 족속들.
11절. 연연하여. 사랑하는 자를 얻고자 하는 간절한 바람.
17절. 기력의 시작. 문자적으로 '힘의 첫 열매'란 뜻. 맏아들은 후손을 잇는 첫 근거가 됨.
18절. 징책하여도. 체벌과 말로 올바르게 인도함.
20절. 방탕하며. 부도덕하여 행실이 추저분함을 지칭.
21절. 제하라. 문자적으로 '불을 붙이다, 소멸하다'란 뜻의 <r['B;:바아르>는 남김없이 모조리 쓸어 버림을 의미.
22절. 나무 위에 달거든. 이스라엘은 죽은 자에 대한 치욕과 죄악의 엄중한 경고를 위해 시신을 나무에 매달아 두었다.
[신학주제]
장자 상속. 일부 다처제가 보편화되었던 고대 근동에서 흔히 발생하는 가정 문제 중의 하나는 상속에 관한 것이다. 원래 이스라엘의 관습상 모른 상속의 우선권은 장자에게 있었다. 이는 장자가 하나님의 축복으로 가문을 대표하고 가문의 영광을 존속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감당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러 명의 아내 중 특별히 남편의 사랑을 받던 아내의 아들을 장자 대신에 가업을 상속하도록 하는 경우가 발생한 것이다. 이에 대해 하나님은 철저한 장자 상곡을 규례로 정하고 있다. 왜냐하면 장자의 질서는 하나님께서 정하신 것이므로 인간에 의해 바뀌어져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본장에 나타난 장자 상속은 단순한 상속 문제가 아니라 하나님의 주권과 창조적 질서에 대한 순종의 요구인 것이다.
[영적교훈]
하나님은 가정 문제 중에서 부모에 대한 불효를 가장 엄중하게 다스려 죽음을 당하도록 하셨다. 부모는 하나님의 권위를 대신한 자로 부모에 대한 불효는 하나님께 대한 도전이요 하나님이 세우신 인륜에 대한 파괴 행위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성도들도 세상에서 부모에 대한 효도에 최선을 다해야 함을 교훈해 준다. 하나님의 일을 위해 봉사한다는 이유로 부모 돌보는 것을 소홀히 한다면 그것은 잘못 된 것이다. 성도들은 하나님께 헌신하는 것만큼 부모에게 관심을 갖고 물질로나 마음으로나 부모를 편안케 하고 좋은 것으로 대접하는 것이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