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주睦州 진陳 존숙尊宿
처음에는 목주睦州 용흥사龍興寺에 머물면서 정체를 숨기고
항상 짚신만을 삼아서 은밀히 길에다 놔두었다.
오랫동안 그렇게 하자 사람들이 차츰 알게 되어서
진포혜陳蒲鞋 신발의 이름이다 라는 호칭까지 생겼다.
당시 학인들이 자주 도를 물으러 오면 물음에 따라 바로 대답해 주었는데,
그 말의 내용이 드높고 거칠어서 전철을 밟지 않았다.
때문에 근기가 낮은 무리는 왕왕 비웃었지만
오직 현묘한 배움으로 성품이 민첩한 자는 흔연히 감복하였다.
이로 말미암아 여러 지역에서 몰려들어 흠모하면서 진陳 존숙尊宿이라 불렀다.
대사가 만참晩參 때에 대중에게 말했다.
“그대들 여러 사람은 아직 들어갈 곳을 얻지 못했거든 들어갈 곳을 찾아라.
만약 들어갈 곳을 얻은 이후라면 노승을 저버리지 말라.”
이때에 어떤 스님이 나와서 절을 하고 말했다.
“저는 끝내 화상을 저버리지 않겠습니다.”
“벌써 나를 저버렸다.”
대사가 또 말했다.
“노승이 여기에 주지를 시작한 이래로 아직까지
일 없는 사람[無事人]이 온 것을 본 적이 없다.
그대들은 어째서 가까이 오지 않는가?”
이때에 어떤 스님이 막 앞으로 다가가려고 하자,
대사가 말했다.
“유나維那가 없으니,
그대 스스로 삼문三門 밖으로 나가서 자신에게 20방망이를 때려라.”
“저의 허물이 어디에 있습니까?”
“칼[枷]에다 족쇄까지 찼구나.”
대사는 항상 납자衲子가 오는 것을 보면 문을 닫고,
강사[講僧]가 오는 것을 보면 “좌주여” 하고 불러서
그 스님이 대답하면 “이 외통수[擔板漢]야”라고 하거나
“이 안에 물통이 있으니 내게 물을 떠다 주게”라고 하였다.
어느 날 대사가 복도의 섬돌 위에 서 있는데,
어떤 스님이 와서 물었다.
“진 존숙의 방이 어디입니까?”
대사가 짚신을 벗어서 머리를 치니,
그 스님이 얼른 달아났다.
대사가 “대덕이여” 하고 부르니,
그 스님이 고개를 돌렸다.
이에 대사가 그를 가리키면서 말했다.
“그래도 그쪽을 쫓아서 가는구나.”
어떤 스님이 문을 두드리니,
대사가 물었다.
“누구요?”
“아무개올시다.”
“진秦나라 시대의 탁락찬鐸落鑽 진시황이 만리장성을 쌓을 때에 쓰던 기구로,
그 뒤에는 너무 커서 쓸 수가 없었기에 후세에 아무 쓸 곳 없는 큰 물건을 가리키는 말로 사용하였다.
종문宗門에서는 한갓 말솜씨만이 지나치게 날카로울 뿐,
진실한 경계를 얻지 못한 사람을 평하는 말로 사용한다.
어느 날 천자의 사신이 와서 물었다.
“3문門이 모두 열리면 어느 문으로 들어갑니까?”
대사가 “상서尙書여” 하고 부르자,
천자의 사신이 “네” 하고 대답하니,
대사가 “믿음의 문으로 드시오”라고 하였다.
천자의 사신이 또 벽화壁畵를 보면서 물었다.
“저 두 존자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까?”
대사가 돌기둥[露柱]을 후려치며 말했다.
“3신身 가운데 어느 것이 법을 설하지 않으랴?”
대사가 좌주座主에게 물었다.
“그대는 유식唯識을 강의하지 않았는가?”
“그렇습니다.”
대사가 말했다.
“5계戒도 지키지 못하는구나.”
대사가 어떤 장로에게 물었다.
“요달하면 털끝에서 대해大海를 삼키니,
비로소 대지大地가 하나의 티끌임을 안다고 했는데,
장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누구에게 물으셨습니까?”
“장로에게 물었소.”
“왜 말을 알아듣지 못하십니까?”
“그대가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가,
내가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가?”
대사가 스님이 오는 것을 보고서 말했다.
“공안公案을 이루는 것을 본다면 그대에게 30대[棒]를 때리리라.”
“저는 이렇습니다[如是].”
“삼문三門 밖의 금강金剛은 왜 주먹을 쳐들고 있는가?”
“금강도 오히려 이러할 뿐입니다.”
대사가 갑자기 때렸다.
“어떤 것이 위로 향하는 한 길[向上一路]입니까?”
“말하는 데 어떤 어려움이 있는가?”
“스님께서 말해 주십시오.”
“처음은 31이요, 중간은 9요, 아래는 7이니라.”
옛사람이 외출할 때에 출행 날을 받는 방법을 말한다.
“한 겹[一重]으로 한 겹을 제거하는 것은 묻지 않겠습니다.
한 겹으로 한 겹을 제거하지 않을 때에는 어떠합니까?”
“어제 아침에는 가지[茄子]를 심었고,
오늘 아침에는 동아[冬瓜]를 심었다.”
“어떤 것이 조계曹谿의 적적的的한 뜻입니까?”
“노승은 성내기는 좋아해도 기뻐하기는 좋아하지 않는다.”
“어째서 그렇습니까?”
“길에서 검객劍客을 만나면 모름지기 검을 뺄 것이요,
시인詩人이 아니거든 시를 말하지 말라.”
어떤 스님이 와서 뵙자,
대사가 물었다.
“어디서 왔는가?”
“유양瀏陽에서 왔습니다.”
“그 고장의 노장들은 불법의 대의大意에 대해 대답할 때에뭐라 하던가?”
“온 천지를 다녀도 길이 없다고 하였습니다.”
“노장들이 분명 그렇게 말하던가?”
“예 확실합니다.”
대사가 주장자를 들어 때리면서 말했다.
“이 남의 말이나 기억하는 놈아.”
대사가 어떤 장로에게 물었다.
“만일 학인[兄弟]들이 오면 뭐라 대답하시겠소?”
“그들이 와 봐야 합니다.”
“왜 지금 말하지 못하시오?”
“화상께서 바라는 것이 무엇입니까?”
“제발 이러쿵저러쿵 번거롭게 하지나 마시오.”
어떤 스님이 와서 뵈니, 대사가 말했다.
“그대는 행각하는 스님이 아닌가?”
“그렇습니다.”
“부처님께 절을 했는가?”
“그 흙덩이에다 절을 해서 무엇 합니까?”
“스스로 나가라.”
스님이 물었다.
“제가 강의도 하고 행각도 했지만
불교의 뜻을 모를 때는 어찌해야 합니까?”
“진실한 말은 반드시 참회가 되느니라.”
“스님께서 지시해 주십시오.”
“그대가 만일 모른다면,
나는 입을 봉하고 말을 않겠다.”
“말씀해 주십시오.”
“마음으로 사람을 저버리지 않으면 얼굴에 부끄러운 기색이 없느니라.”
“한 구절로 말을 다하여 남음이 없는 때는 어떠합니까?”
“뜻[義]에 떨어졌구나.”
“어느 곳이 학인이 뜻에 떨어진 곳입니까?”
“30방망이를 누구더러 맞으라 하는가?”
“교리의 뜻과 조사의 뜻이 같습니까, 다릅니까?”
“청산靑山은 제 스스로 청산이고,
백운白雲은 제 스스로 백운이니라.”
“어떤 것이 청산입니까?”
“나에게 한 방울의 비를 뿌려 주느니라.”
“말하지 못하겠으니, 스님께서 말씀해 주십시오.”
“법화法華의 칼날로 앞에 진陣을 쳤고, 열반의 구절은 뒤를 거두었다.”
대사가 어떤 스님에게 물었다.
“올 여름은 어디서 지냈는가?”
“화상께서 계신 곳을 알게 되면 말씀드리겠습니다.”
“여우는 사자의 종류가 아니고,
등불은 일월日月의 광명이 아니니라.”
대사가 처음 온 스님에게 물었다.
“어디서 왔는가?”
스님이 눈을 부릅뜨고 보자, 대사가 말했다.
“당나귀보다는 앞서고 말보다는 뒤진 놈이구나.”
“스님께서 감정해 주십시오.”
“당나귀보다 앞서고, 말보다 뒤진 놈아, 한마디 말해 보라.”
그 스님이 대답이 없었다.
대사가 경을 보는데 상서尙書인 진조陳操가 와서 물었다.
“화상께서는 무슨 경을 보십니까?”
“금강경을 보고 있소.”
“6조朝 시대에 번역되었는데,
이는 몇 번째 번역이 됩니까?”
대사가 경을 쳐들고서 말했다.
“온갖 유위有爲의 법은 꿈이나 허깨비․거품․그림자와 같소.”
또 대사가 열반경을 보는데, 어떤 스님이 와서 물었다.
“화상께서는 무슨 경을 보십니까?”
대사가 경을 쳐들고 말했다.
“이는 「다비품茶毘品」의 가장 마지막이니라.”
새로 온 스님에게 대사가 물었다.
“올 여름을 어디서 지냈는가?”
“경산徑山에서 지냈습니다.”
“몇 사람이나 지냈는가?”
“4백 명이었습니다.”
“이 밤참이나 축내는 놈들아.”
“존숙尊宿들의 총림을 어째서 밤참이나 축내는 놈들이라 하십니까?”
대사가 몽둥이로 때려서 내쫓았다.
어떤 장로[老宿]가 가까이하기 어렵다는 말을 듣고,
대사가 몸소 찾아갔다. 장로는 대사가 오는 것을 보자
방장으로 들어가서 문득 할을 했다.
대사가 손바닥을 세우고서 말했다.
“두 겹의 공안公案이구나.”
“허물이 어디에 있소?”
“이 들여우의 혼령아, 썩 물러가라.”
대사가 어떤 스님에게 물었다.
“최근에 어디서 떠났는가?”
“강서江西에서 떠났습니다.”
“짚신이 얼마나 해졌는가?”
스님은 대답이 없었다.
대사가 어떤 강승講僧과 차를 마시다가 말했다.
“나는 그대를 구원하지 못하겠다.”
“저는 밝지가 못하니, 스님께서 잘 지시해 주십시오.”
대사가 기름떡[油餠]을 들어 보이면서 말했다.
“이것은 무엇인가?”
“색법色法입니다.”
“이 기름 가마에 튀길 놈아.”
어떤 자의紫衣 대덕大德이 와서 절을 하니,
대사가 모자 끈을 들어 보이면서 말했다.
“이것을 무엇이라 부르는가?”
“조천모朝天帽라 합니다.”
“그렇다면 나는 벗지 않아야겠다.”
대사가 다시 물었다.
“어떤 업을 익혔는가?”
“유식唯識을 익혔습니다.”
“뭐라고 설했는가?”
“삼계三界가 오직 마음뿐이요, 만법萬法은 오직 식識이라 했습니다.”
대사가 문짝을 가리키면서 물었다.
“저것은 무엇인가?”
“색법色法입니다.”
“발[簾] 앞에서 자의紫衣를 받고는
황제에게 경전을 설하는 이가 어찌하여 5계도 지키지 않는가?”
스님은 대답이 없었다.
어떤 스님이 물었다.
“저는 총림에 갓 들어왔습니다.
스님께서 지도해 주십시오.”
“그대는 묻는 법을 모르는구나.”
“화상께서는 어찌하시겠습니까?”
“그대에게 30방망이를 때리리니, 스스로 나가라.”
“교리의 뜻에 대해 스님께서 요점을 보여 주십시오.”
“묻기만 하라. 말해 주리라.”
“화상께서 말씀해 주십시오.”
“불전 안에서 향을 피우고, 삼문三門 밖에서 합장을 한다.”
“어떤 것이 펼쳐 보이는 말입니까?”
“재량에 따라 직책을 주느니라.”
“어찌하여야 펼쳐 연설하는 말에 떨어지지 않겠습니까?”
“복유상향伏惟尙饗 내가 엎드려 제사를 올린다는 뜻이므로,
곧 상대방이 죽은 사람이라는 뜻이다.
대사가 초산焦山을 가까이 오라 부르고,
또 동자에게 도끼를 가져오라고 하니,
동자가 도끼를 가지고 와서 말했다.
“목줄이 없으니, 거칠게나마 쪼개겠습니다.”
대사가 할을 하였다.
그리고 다시 동자를 불러서 말했다.
“어느 것이 네 도끼냐?”
동자가 쪼개는 시늉을 하니, 대사가 말했다.
“네 아버지 머리는 쪼개지 못하리라.”
어떤 이가 물었다.
“어떤 것이 한 줄기 길을 놓는 것입니까?”
“재주에 따라 직책을 주는 것이니라.”
“어떤 것이 한 줄기 길을 놓지 않는 것입니까?”
“복유상향이로다.”
새로 온 스님이 와서 뵙자, 대사가 물었다.
“그대가 새로 왔는가?”
“그렇습니다.”
“그럼 갈등葛藤을 내려놓게나. 알겠는가?”
“모르겠습니다.”
“칼[枷]을 메고 죄상을 진술한 뒤에 스스로 나가거라.”
그 스님이 나가니, 대사가 말했다.
“오라. 내가 진실한 말로 물으리라.”
그리고 물었다.
“그대는 어디서 왔는가?”
“강서江西에서 왔습니다.”
“늑담泐潭 화상이 그대의 배후에 있으면서
그대가 어지러이 지껄이는 것을 두려워하는데, 보았는가?”
스님은 대답이 없었다.
어떤 스님이 물었다.
“절 문 앞의 금강이 건곤과 대지는 들어 올리면서 터럭 끝 하나는
들어 올리지 못하여 만나지 못했을 때는 어떠하겠습니까?”
“훔훔[吽吽]. 귀신을 쫓는 소리이다.
나는 아직도 그렇게 묻는 이를 보지 못했는데,
먼저 3천을 뛰었다가 다시 8백을 물러섰으니, 그대는 어찌하겠는가?”
그 스님이 “네” 하고 대답하자, 대사가 말했다.
“먼저 조서 한 장에다 죄상을 따지는 게 좋겠다.”
그리고는 얼른 때렸다. 그 스님이 나가려고 하자,
대사가 말했다.
“오라. 그대와 이야기를 나누리라.
열리면 곧 건곤과 대지라고 하니,
그대는 동정호洞庭湖 속의 물이 얼마나 깊은지 말해 보라.”
“헤아려 본 적이 없습니다.”
“동정호는 또한 어떠한가?”
“그저 지금[今時]이 될 뿐입니다.”
“이런 이야기도 오히려 이해하지 못하는구나.”
그리고는 때렸다.
어떤 이가 물었다.
“어떤 것이 가는 곳마다 막히지 않는 구절입니까?”
“나는 그렇게 말하지 않겠다.”
“스님은 어떻게 말하시겠습니까?”
“화살이 서천西天 10만 리를 지나서 대당국大唐國을 향해 문안을 한다.”
어떤 스님이 와서 문을 두드리니,
대사가 물었다.
“무슨 일인가?”
“자기 일[己事]을 아직 밝히지 못했으니, 스님께서 지시해 주십시오.”
“여기서는 다만 방망이만 있으면, 문을 열 수 있다.”
그 스님이 물으려 하자, 대사가 그 스님의 입을 움켜쥐고서 물었다.
“이以자로도 이뤄지지 않고, 팔八자도 아니니, 이게 무슨 구절인가?”
대사가 손가락을 한번 튀기고서 말했다.
“알겠는가?”
“모르겠습니다.”
“예로부터 한량없는 수승한 인因을 표현해서 찬탄했으니,
두꺼비는 범천梵天에 뛰어오르고 지렁이는 동해를 달려서 지나간다.”
서봉西峰 장로가 와서 뵙자,
대사가 다과茶果를 장만하여 자리를 권하고 물었다.
“장로께서는 올 여름 어디서 안거를 하였소?”
“난계蘭谿에서 지냈습니다.”
“몇 사람이나 지냈소?”
“70명이었습니다.”
“날마다 무엇으로 무리들에게 훈시를 하였소?”
장로가 감자甘子를 번쩍 들어 보이면서 말했다.
“이미 마쳤습니다.”
“왜 그리 성질이 급한가?”
어느 날 어떤 스님이 새로 찾아와 뵈면서 막 절을 하려고 하자,
대사가 꾸짖었다.
“사리闍梨여, 어째서 상주물常住物인 과자를 훔쳐 먹는가?”
“학인이 이제 방금 왔건만, 화상께서는
어째서 과자를 훔쳐 먹는다고 하십니까?”
“훔친 물건이 보이는구나.”
대사가 스님에게 물었다.
“최근에 어디서 떠났는가?”
“앙산仰山에서 떠났습니다.”
“5계戒도 지니지 않는구나.”
“제 말이 어디가 거짓말입니까?”
“여기서는 사미沙彌를 키우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