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도시에 나무가 많으면 공기가 깨끗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무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내놓으며, 그늘을 만들어 도시의 열기를 식히고, 잎으로 먼지를 붙잡아준다. 그래서 도시를 푸르게 만드는 일은 곧 도시의 공기를 깨끗하게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최근 《네이처》가 소개한 한 연구는 이런 상식과 다른 사실을 알려 준다 ― '일부 나무는 오히려 도시의 오존 오염을 증가시킬 수 있다'. 그렇다고 나무가 해롭다는 뜻은 아니다. 핵심은 나무를 심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어떤 나무를 어디에 심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문제의 중심에는 나무가 방출하는 '휘발성유기화합물'(VOC)이 있다. 식물은 광합성 과정에서 여러 종류의 VOC를 대기 중으로 내보낸다. 그중 하나가 '아이소프렌'이고 이 물질이 '지표면 오존'을 만드는데 기여한다는 것이다. 아이소프렌 자체가 곧바로 오존이 되는 것은 아니다. 자동차·산업시설 등에서 배출되는 질소산화물(NOx)이 있고 강한 햇빛이 비추면 복잡한 화학반응을 거쳐 지표면 오존의 생성을 촉진한다.
나무 → VOC(아이소프렌) 방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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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 + VOC + 질소산화물(N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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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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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표면 오존(O₃) 생성
여기서 오존의 '두 얼굴'을 알아볼 필요가 있다. 높은 하늘의 '성층권 오존'은 태양의 유해한 자외선을 막아주는 고마운 존재다. 반면 우리가 지상에서 호흡하는 지표면 오존은 대기오염 물질이다. 농도가 높아지면 기도를 자극하고 호흡을 어렵게 할 수 있으며, 천식이나 폐질환이 있는 사람에게 특히 더 문제가 될 수 있다.
연구진은 중국 베이징의 대기 중 VOC를 조사했다. 2021년 5월부터 7월까지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체 VOC 배출량 가운데 나무가 차지하는 비중은 ~10%였고, 자동차와 산업 등 인간 활동에서 나오는 VOC가 훨씬 많았다. 그런데 오존을 만들어내는 화학반응에 미치는 영향은 전혀 달랐다. 연구진은 나무에서 나온 VOC가 오존 생성에 관여하는 화학물질의 약 52%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그 가운데 아이소프렌의 역할이 특히 컸다.
특히 '버드나무와 포플러'가 주목을 받았다. 아이소프렌을 비교적 많이 방출하는 수종이다. 베이징에 심어 놓은 나무 가운데 ~35%가 아이소프렌을 방출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도시를 녹화하기 위해, 빠르게 자라고 환경 적응력이 좋은 나무를 선택했지만 그 선택이 대기화학의 관점에서는 예상하지 못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기온이다. 기온이 올라가면 식물의 VOC 배출·대기 중 화학반응이 활발해진다. 20℃에서 35℃로 올라갈 때 식물에서 나온 VOC가 대기 중 수산기와 반응하는 속도가 ~7배 증가했다. 이에 따라 오존 생성에 관여하는 화학반응에서 나무의 기여도가 20℃에서는 ~21%였던 것이 35℃에서는 ~74%까지 높아졌다.
이 연구 결과는 기후변화 시대에 더욱 중요하다. 지구온난화로 폭염이 심해지면 단순히 더운 날씨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높은 기온은 식물에서 나오는 VOC와 대기 중 화학반응을 증가시키고, 자동차와 산업에서 나온 NOx가 많은 도시에서는 오존 오염을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기후변화와 대기오염이 서로 연결되는 새로운 고리가 나타나는 것이다.
그렇다면 도시에서 나무를 줄여야 할까? 결코 그렇지 않다. 나무가 주는 환경·건강상의 이익은 매우 크다. 도시의 온도를 낮추고 그늘을 제공하며, 탄소를 저장하고 생물다양성을 높인다. 나무와 녹지는 사람들의 정신적 건강과 삶의 질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따라서 이번 연구를 '나무가 공기를 오염시킨다'고 단순 해석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중요한 교훈은 '도시 녹화에 과학적인 설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과거에 나무를 많이 심는 것 자체를 녹색정책의 목표로 삼았다면, 이제는 지역의 기후와 토양, 수자원뿐 아니라 해당 수종이 방출하는 VOC와 주변의 자동차·산업 배출물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 같은 나무라도 오염물질의 종류와 농도, 햇빛, 기온에 따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세계 24개 대도시에 심어진 나무의 아이소프렌 배출 가능성도 조사했다. 그 결과 호주 시드니와 멜버른 등 일부 도시에서는 베이징보다 높은 수준의 아이소프렌 배출 가능성이 예측됐다. 우리나라 수도권의 경우 나무 종류와 분포에 따라 시간당 오존 농도가 최대 ~13ppb 정도 달라질 수 있다는 보고가 있었다. 따라서 이 현상이 특정 도시만의 특수한 문제라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실제 대기질에 미치는 영향은 지역별 기상조건과 오염물질 배출량 등에 따라 달라지므로 도시마다 별도의 평가가 필요하다.
결국 나무가 공기를 깨끗하게 한다는 말은 '틀린 것'이 아니라 '불완전한' 표현이다. 나무는 도시환경을 개선하는 매우 중요한 존재지만, 동시에 대기 중에 생물학적 화학물질을 내놓는 살아 있는 생명체이기도 하다.
자연을 너무 단순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 좋은 환경정책은 나무를 많이 심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어떤 나무를, 어디에, 얼마나 심을 것인가'를 과학적으로 결정하는 것이다. 기후가 점점 더워지는 시대에는 더욱 그렇다. 도시의 미래는 콘크리트를 녹색으로 바꾸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그 녹색이 실제로 사람에게 더 건강한 환경을 만들어주는지 까지 살펴보는 것, 그것이 앞으로의 도시 녹화가 풀어야 할 새로운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