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의 박해와 사마리아 지역의 복음 전파(사도 8,1-25)
사도행전 7장에서 언급된 스테파노의 순교는 결국 예루살렘 교회의 박해로 이어집니다. 그러나 교회의 박해는 악을 선으로 이끄시는 하느님의 위대함으로 뜻하지 않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바로 사마리아 지역의 복음 전파입니다. 사도행전은 사마리아 복음 선포의 핵심적인 인물로 필리포스를 언급합니다. 필리포스는 스테파노와 함께 일곱 명의 ‘식탁의 봉사자’ 중 한 명이었습니다. 그에게 여러 가지 이적들이 일어났고, 이에 놀란 많은 이들은 필리포스의 설교를 통해 하느님을 믿게 됩니다.
그리고 예루살렘에 있던 베드로와 요한은 직접 그 지역으로 내려가 물로만 세례를 받은 그들에게 성령이 내려오도록 기도합니다. 이를 통해 우리의 세례는 물로 받는 것에 그치지 않고 성령을 받는 세례임이 다시금 드러납니다. 그런데 이 성령을 세속적인 눈으로 보는 이가 있었습니다. 그 인물은 다름 아닌 시몬이라는 자입니다.
8,18-24을 보면 시몬은 베드로와 요한을 통해 성령이 내려오는 것을 보고, 자신도 똑같은 능력을 갖추고 싶어, 그 능력을 돈으로 사려고 합니다. 이런 세속적인 생각은 사도들의 마음을 불쾌하게 하였고, 결국 저주의 말로 이어집니다. “그대가 하느님의 선물을 돈으로 살 수 있다고 생각하였으니, 그대는 그 돈과 함께 망할 것이오.” 이 일화는 하느님의 은총을 본인 이득을 위한 도구로 이용할 수 없다는 사실을 가르쳐 줍니다. 그래서 교회는 성스러운 직분을 돈으로 사고팔거나, 축성 받은 성물을 정상 가격보다 더 비싸게 팔아 금전적 이득을 취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은 시몬과 같은 이들이 없을까요? 시몬과 같은 이들은 아직도 우리 주변에 있습니다. 대표적인 이들이 바로 사이비 종교를 이용하는 사람들일 것입니다. 사이비 종교는 종교라는 탈을 쓰고는 있지만, 하느님의 말씀과 은총을 이용해 금전적 이득을 취하는데 몰두하는 이들의 집단입니다. 또한 그들은 하느님 나라를 보여준다고 하지만 실은 본인들의 이익을 위해 하느님 나라를 이용하는 이들일 뿐입니다.
정리해보겠습니다. 스테파노로 시작된 교회의 박해는 뜻하지 않게 다른 지역의 복음 전파라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인간적인 눈에서는 교회의 박해가 파멸과 몰락으로 귀결될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하느님은 이를 오히려 더 넓은 지역으로 복음이 전파되는 계기로 만드십니다. 결국 하느님의 은총이 악을 선으로 바꾸어 버렸습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이와 같은 하느님의 은총을 믿어야 합니다. 그래서 시련과 고난은 그리스도인들에게 좌절이 아니라 하느님의 은총이 드러나는 시기입니다. 하느님은 악을 선으로 바꾸시는 분이시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삶은 절망이 아닌 희망의 삶이며, 슬픔의 삶이 아닌 하느님 은총 안에서 이루어지는 기쁨의 삶입니다.
- 김덕재 안드레아 신부(사목국 성서못자리 담당)